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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롤드컵에서 "최강한화!"를 외칠 수 있을까?

인수 후 처음으로 롤드컵 향한 여정 떠나는 한화생명e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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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4랑해요) 2021-09-14 09:48:35
기자는 대전 출신이다. 지금은 직장을 위해 서울로 이사했지만, 이전에 살던 동네 근처에는 야구팀 '한화 이글스'의 홈구장 '한화생명 이글스파크'가 있었다. 당시 홈 경기가 진행되는 8회 말에는 한화 팬들의 육성 구호 "최! 강! 한! 화!"가 동네방네 울려퍼지곤 했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었지만.

야구로 유명한 한화는 e스포츠에도 진출했다. 2018년 '락스 타이거즈'를 정식으로 인수하고, 팀명을 한화생명e스포츠로 바꿨다. 국내 최초의 e스포츠 트레이닝 센터 '캠프 원'을 신설하는 등 선수들에게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몇몇 한화 팬들은 야구 팀의 잔혹사와 달리, e스포츠에서는 한화가 선전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리고 2021년 9월 1일, LCK 서머 정규 시즌을 8위로 마감한 한화생명e스포츠는 롤드컵 진출은 힘들 것이라는 모두의 평가에도 불구, 농심 레드포스를 3:0으로 격파하고 롤드컵 마지막 티켓을 스스로의 손으로 쟁취해 냈다. 팀으로는 5년만, 한화 인수 이후로는 최초의 롤드컵 진출이다.

롤드컵은 10월 초에 시작하는 만큼 시기상으론 다소 이른 타이밍일 수 있지만, 이번 롤드컵에서 국내 e스포츠 팬과 야구 한화 팬들이 모여 "최강한화!"를 외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롤드컵에 진출한 '한화생명e스포츠'를 들여다본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출처 : 한화생명e스포츠)

 

 

# 선발전의 주인공이었던 '모건', 롤드컵에서는?

 

'모건' 박기태 (출처 : LCK)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탑 라이너 '모건' 박기태는 주목받는 선수 중 하나다. 정규 시즌엔 부진했지만, 선발전에서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

모건의 주력 픽은 '모밀'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카밀이다. 2021 LCK 통산 10승 2패라는 좋은 성적을 보유하고 있다. KDA도 3.8로 준수하다. 롤드컵 선발전 중 '리브 샌드박스'와의 경기에서도 "4연속 카밀 선픽"이라는 전략을 꺼내 들어 쏠쏠한 재미를 봤다.

두 번째 핵심 카드는 레넥톤이다. 2020 LPL 서머에서는 레넥톤으로만 8승 1패를 기록할 만큼 높은 승률을 보여줬다. 레넥톤 통산 전적도 29승 12패로 상당히 좋다.

덕분에 한화생명e스포츠는 이번 선발전 밴픽에서 유리한 흐름을 가져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팀의 에이스는 '쵸비' 정지훈과 '데프트' 김혁규지만, 상대 팀이 이들에게 주로 밴 카드를 소모하다 보니 모건의 주력 픽이 자연스럽게 풀리는 것. 그렇다고 레넥톤과 카밀에 밴 카드를 사용하자니, 데프트와 쵸비를 막을 밴 카드가 모자라는 상황이 발생한다.

 

선발전에서 쏠쏠한 활약을 선보인 '모밀' (출처 : LCK)

 

"시원한 모밀" 이라는 제목의 LCK 하이라이트 동영상 썸네일로 활용되기도 했다 (출처 : LCK)

 

다만, 모건의 최대 약점은 약한 라인전에 있다. 8승 4패를 기록했던 선발전에서조차 모건의 라인전 지표는 최하위권이었다. 15분 골드 차이, 15분 경험치 차이, 분당 CS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하위권을 전전했다. 플러스(+) 지표가 없다. 라인전 지표가 상당히 좋지 않았던 정규 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레넥톤과 카밀 외에는 눈에 띄는 카드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모건의 LCK 서머 시즌 모스트는 탑 세트지만, 1승 3패라는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한화생명e스포츠가 이번 서머 시즌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을 고려해도 유달리 주목할 만한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

 

악재도 겹쳤다. 레넥톤은 11.18패치에서 주력 스킬 W-자르고 토막내기의 스턴 시간이 0.5초 감소하는 치명적인 너프를 받았다. 롤드컵은 11.19 패치로 진행되지만, 라이엇이 11.19 패치는 롤드컵 메타를 위한 마무리를 짓는 단계라고 밝힌 만큼 탑 라인에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롤드컵에서 모건이 활약하는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선 낮은 라인전 능력을 일정 수준 이상까지 끌어올리고, 타 팀이 예상하지 못한 "깜짝 카드"를 선보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모건이 플레이-인 경기에서 다양한 챔피언을 선보일 수 있다면 추후 상대하는 팀 입장에서 고민거리가 늘어날 수 있다.

 

선발전에서 보여준 가능성으로 인해 이목이 쏠린 만큼, 모건에게 이번 롤드컵은 지금까지 받은 저평가를 호평으로 뒤집어 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성장하는 모건"이라는 별명도 붙은 만큼 이번 롤드컵에서는 모건의 잠재력이 폭발하길 기대한다. 

 

 

# '쵸현진'의 완투승, 기대해도 좋을까. 관건은 상대 팀의 분석력

 

'쵸비' 정지훈 (출처 : LCK)

 

모두가 인정하는 한화생명e스포츠의 에이스는 '쵸비'다. 팬들이 직접 '쵸현진'(쵸비+류현진)이라는 별명을 붙여 줬을 정도. 소속팀 '한화 이글스'가 리그 최하위를 전전하던 시절에도 국내 리그를 평정했던 류현진의 모습이 떠오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쵸비의 개인 통계를 들여다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8위라는 하위권의 성적으로 정규 시즌을 마무리했음에도 불구, 통계가 '황당할' 정도로 좋다. 대부분의 지표, 특히 라인전과 관련한 지표는 대부분 1~2위를 다투고 있다. DPM이나 솔로 킬 횟수도 상당히 높다. 플레이메이킹을 통한 변수 창출에도 능하다는 뜻.

 

쵸비의 놀라운 지표. '쵸현진'이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다

 

그만큼 롤드컵 기간 내내 상대 팀의 집중 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쵸비의 핵심 챔피언을 차단하기 위해 밴카드를 전부 소모하고, 인 게임 내에서도 지속적인 갱킹을 하는 등 해외 팀들이 쵸비의 하드 캐리를 막기 위해 다양한 수를 둘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낼 수 있느냐가 과제다.

국제 대회 경험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는 이번이 처음이란 것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일정도 타이트하다. 2020 롤드컵에 비해 플레이-인 일정이 하루 줄어들었고, 그룹 스테이지까지의 휴식기도 하루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쵸비가 쉽게 무너지는 그림은 상상하기 힘들다. '탱커형' 미드 챔피언도 잘 다룰 수 있을 정도로 챔피언 폭이 넓으며, 어떤 상황에서건 쉽게 무너지지 않고 안정적인 경기력을 뽐내는 선수이기 때문.

 

쵸비가 잘 다루는 '요네'도 11.18 패치에서 W - 영혼 가르기의 쉴드량이 증가한 버프를 받은 만큼, 이번 롤드컵에서 쵸비가 요네를 선택해 활약하는 그림도 기대해볼 만하다. 쵸비의 프로 통산 요네 승률은 7경기 71.4%다.

 

11.18 패치에서 버프를 받은 요네 (출처 : 라이엇 게임즈)

 

# 부활한 '1인 군단' 데프트

 

'데프트' 김혁규 (출처 : LCK)


부활한 '1인 군단' 데프트도 이번 롤드컵에 도전한다. 무려 여섯 번째 롤드컵 출전이다.

 

데프트는 수많은 원거리 딜러 선수들이 '롤모델'이라 밝혔을 만큼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선수다. 특히 상대 팀의 스킬을 요리조리 흘려내며, 과감한 진입을 통해 상대방을 쓸어 담는 모습을 보여 줘 '1인 군단'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다만 2020년 발생한 허리 디스크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남다른 프로 의식으로 유명한 데프트인 만큼 본인이 못했을 뿐 허리 디스크와는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데프트를 지켜본 많은 이들이 부상 이후로 폼이 떨어진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부상의 여파 덕분인지 한화생명e스포츠에서도 이름값에 비해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이런 모습은 선발전을 통해 극복해 냈다는 평가다. 선발전에서 데프트는 라인전에부터 '비스타' 오효성과의 완벽한 합을 통해 상대 바텀 듀오를 압살하고, 한타에서는 과감한 카이팅을 통해 다수의 상대 챔피언을 처치하는 등 전성기의 모습이 그대로 돌아온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샌드박스와의 3경기, 바론을 사냥하는 적 챔피언 4명 안으로 당당히 걸어들어가 쿼드라 킬을 달성하는 명장면은 "1인 군단 데프트!"라는 해설진의 찬사를 받았을 정도.

 

아군의 다급한 백핑(?)에도 불구하고 상대 진영으로 걸어들어가 4킬을 기록한 데프트 (출처 : LCK)

 

선발전에서 보여준 데프트의 활약 덕분에 쵸비의 캐리 부담도 줄어들었고, 한화생명e스포츠의 승리 플랜이 늘어났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많다. 선수 생활 6번째 롤드컵인 만큼, 팀의 주장을 맡기도 한 데프트가 한화생명e스포츠의 어린 선수들을 이끌며 어떤 활약을 선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첫 국제 대회 경험할 윌러와 비스타

 

'윌러' 김정현 (출처 : LCK)

첫 국제 대회를 경험할 '윌러' 김정현도 눈여겨봐야 할 신인이다.

윌러는 오랜 기간 동안 주전 정글러를 정하지 못하고 헤매던 한화생명e스포츠의 구원 투수가 되었다는 평가다. 기존에는 '아서' 박미르와 '요한' 김요한이 코치진의 집중 케어를 통해 차기 주전 정글러로 기대받아 왔으나, 시즌을 거치며 주전으로 자리 잡기엔 아쉬운 실력을 보여줬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시즌 데뷔한 윌러는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여 팬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윌러가 엄청난 피지컬로 명장면을 만들어내거나, 저돌적인 갱킹으로 변수를 만들어내는 '괴물 신인'은 아니다. 하지만 한화생명e스포츠에 절실히 필요했던 '안정적인 경기력'을 뽐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이 간과하고 있지만 윌러는 2군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며, 이번 시즌에 첫 데뷔를 한 선수다. 그럼에도 크게 무너지거나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이 놀랍다. 윌러는 이전에 디스이즈게임 외부 필진이 선정한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선발전을 통해 윌러는 1군 데뷔 41일 만에 롤드컵에 진출한다. 부담감을 줄이고 선발전의 경험을 기억할 수 있다면 준수한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Update 2019.09.14 오후 1시 50분

 

기사 본문에서 2군 활동 중인 '아서' 박미르 선수가 2021 롤드컵 로스터에 포함되었다고 오보를 냈습니다. 해당 내용은 수정했습니다. 기사 내용 확인이 부족했던 점 사과드립니다.

 

윌러는 한화생명e스포츠의 정글 잔혹사를 끊어낼 희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처 : LCK)

 

서포터 '비스타' 오효성의 활약도 기대된다.

누구나 인정하는 비스타의 장기는 플레이메이킹 능력. 한화생명e스포츠가 정규 시즌 3위를 기록했던 2021 스프링 시즌에서는 서포터 POG 포인트 2위를 기록했단 점이 이를 증명한다. 특히 라칸이나 노틸러스를 통한 이니시에이팅이 백미. 2020 시즌에는 팀 사정으로 인해 원거리 딜러로 데뷔했다가, 다시 서포터로 포지션 변경을 했음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비스타는 선발전에서도 데프트를 충실히 보좌하고, T1과의 마지막 선발전에서는 라칸을 선택해 3세트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하는 등 종횡무진 활약을 선보였다. 라인전, 한타 능력 모두 정규 시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만큼, 롤드컵에서도 데프트와 함께 한화생명e스포츠의 플레이메이킹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비스타 오효성 (출처 : L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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