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한달간 국회에서 국정감사가 열린다. 정치권, 재계, 학계와 시민사회는 매년 국정감사 준비 기간부터 증인 신청을 두고 치열한 논의를 벌인다. 오는 국정감사 역시 '누구를 불러서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를 두고 의논이 오갔고, 현재 상임위원회별로 출석 명단의 윤곽이 드러났다.
'ICT 국감'이라는 세간의 표현에 걸맞게 올해는 예년보다 많은 상임위원회에서 게임사를 찾았다. 국내 여러 게임사의 창립자, CEO, 부사장은 물론 협회장, 학회장, 개발 디렉터, 노동자 등이 국정감사에 출석한다. 피감 정부 기관에 행해지는 일반적인 국정감사까지 바라보면 이번 국감을 '게임 국감'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확률형 아이템은 이번에도 도마 위에 올랐으며, <메이플스토리> 환생의 불꽃 단일 이슈로 강원기 디렉터가 증인으로 신청됐다. 기업 대표를 불러내려는 의원실이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스마일게이트 노동자들은 자신이 처한 문제를 고하기 위해 직접 국감장을 찾는다.
10월 국정감사에 호명된 이름과 그 이유를 상임위원회별로 정리했다.
게임과 가장 점접이 많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는 올해도 확률형 아이템을 집중 점검한다. 문체위는 확률 정보의 공개 내용 등이 담긴 다수의 게임법 개정안을 위원회 차원에서 통과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국정감사를 맞이하게 됐다.
문체위는 증인으로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 참고인으로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을 소환했다. 위원들은 강 협회장에게 게임협회가 자율 기구를 통해서 시행 중인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에 대해서 집중 질의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서 참고인으로 위 학회장을 소환했다. 두 사람은 10월 1일로 예정된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 출석하는데, 모두 여당 측에서 소환을 바랐다.
참고로 위 학회장은 학회 명의의 성명을 내고, 이번 국정감사에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의 소환을 강력하게 요구한 바 있다. 김택진 대표는 2018년 국정감사에 출석, 확률형 아이템이 있는 게임의 사행성을 묻는 질문에 "도박이라고 하면 금품을 걸고 하는 것이다. 사행성은 요행으로 금품을 얻을 수 있는 놀이를 말한다. 하지만 <리니지M>은 요행으로 금품을 얻지 않는다. 베팅하지 않는다. 유저들이 얻는 것은 게임 아이템이다. 복권 등과 비교하는 것은 잘못됐다"라고 발언했다.
28일 현재 문체위는 김택진 대표의 출석 요구를 두고 막판 고심을 하는 분위기다. 취재 결과, 국정감사가 목전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불발"이라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입장 변화를 들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참고인 측에서 강력하게 출석을 요구하는 분위기"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문체위는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새로이 시행되는 셧다운제에 대해 질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사한 내용의 질의는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나올 수 있다.
정부는 현행 이중 시행 중인 셧다운제를 선택적 셧다운제(게임시간 선택제)로 일원화하기로 결정했으나, 일각에서는 게임시간 선택제 역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 등은 선택적 셧다운제도 폐지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공동 발의한 상황이다.
문체위는 오는 10월 14일과 21일에 각각 한국콘텐츠진흥원·게임물관리위원회에 대한 감사와 종합감사를 진행한다. 국정감사 통상, 감사일 7일 전까지 출석을 의결해 증인 및 참고인에게 요구서를 전달할 수 있으므로 증인이 추가될 수도 있다.
국무총리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을 상대하는 정무위원회(정무위)에서도 게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16일, 정무위는 넥슨 김정주 창업자와 강원기 넥슨 <메이플스토리> 총괄 디렉터를 채택하기로 합의했다. 정무위는 두 사람을 불러 올해 초 있었던 <메이플스토리> 환생의 불꽃 확률 이슈를 집중 질의하는 한편, 김 창업자에게는 추가 질문이 더해질 수 있다. 이달 초 공정위는 김정주 창업자의 미성년자 자녀가 출자한 회사가 NXC 지분 1.7% 보유한 것과 관련해 넥슨을 감시 대상으로 발표했다.
김 창업자는 지난 7월 지주회사 NXC의 대표를 사임해 등기이사 직함만 유지하고 있지만, "<메이플스토리> 사태 발생 당시 김정주 창립자가 대표였다"는 것이 정무위 관계자가 밝힌 출석 요구 의도다. 김정주 창업자가 현재 맡은 대표직은 없지만, 공정위는 김 창업자를 공시대상기업의 총수로 보고 있다. 해당 출석 건과 관련해 넥슨은 "현재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질의는 오는 10월 5일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루어진다.
2주 전 기업 대표의 줄소환을 예고했던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당초 발표와 달리 한성숙 네이버 대표, 권순호 현대산업개발 대표 등 실무자 중심으로 증인과 참고인을 채택했다.
환노위는 오는 10월 6일 국정감사에서, 'IT업계 직장내 갑질, 괴롭힘 사례 증언' 문제로 스마일게이트 노동자 A씨를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A씨의 출석은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이 요청했다. 스마일게이트 측은 소환되지 않았는데 네이버와 스마일게이트를 번갈아가며 업계 전반의 노동 문제를 다룰 전망이다.
스마일게이트 스토브에서는 사내 평가 중 권고 사직 종용, 면담 중 관리자의 부적절한 언행 등이 문제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몇몇 노동자들은 이를 부당 행위로 보고 스스로 국정감사 자리에 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써 스마일게이트는 2년 연속 노동 문제로 국정감사 자리에 서게 됐다. 작년 환노위 국정감사에서는 스마일게이트 홀딩스 성준호 대표와 노동조합 'SG길드' 차상준 지회장이 함께 출석해 스마일게이트의 근무시간 셧다운, 추석연휴 12시간 근무 지시, 불법도급 의혹과 직장 내 괴롭힘 등을 다루었다.
환노위는 크래프톤 김창한 대표를 불러 사내 노동 문제를 질의할 계획으로 알려졌지만, 의견 조율 과정에서 최종 취소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의 사내 부당 노동행위 사건은 고용부 조사를 진행 중이며, 회사에서 직접 해결 의지를 보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추가로 다루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환노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 측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감장에 출석할 인원 수가 한정됐다"며 "물어볼 말이 없어서 (증인을) 부르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는 10월 7일 엔씨소프트 정진수 부사장을 증인으로 출석시키기로 의결했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신청한 것으로 '게임중독 예방 관련 질의'가 공개된 선정 이유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선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강신철 게임산업협회장을 참고인으로 신청했다. 중국 판호 발급 문제에 대한 한국 게임계의 현재 상황과 함께 관련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대응을 물을 예정이다.
이로써 5개 상임위 국정감사에서 게임 관련 이슈를 논하게 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증인과 참고인의 명단은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