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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10,000개의 '부정적' 평가. '위닝일레븐' 신작에 무슨 일이?

세계 최고의 게임회사 코나미는 또 무슨 일을 저질렀나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주(4랑해요) 2021-10-04 05:39:09
"<위닝일레븐> 시리즈는 여기서 끝났다. 명복을 빈다(RIP)"

9월 30일, 코나미의 축구 게임 <e풋볼>이 출시됐다. <e풋볼>은 <월드사커 위닝일레븐>(PES, 이하 위닝일레븐)의 공식 후속작이다. <위닝일레븐> 타이틀이 사라졌기에 신작으로 볼 여지도 있고 코나미 또한 이를 강조했지만, <위닝일레븐>의 마지막 작품 제목이 <e풋볼 위닝일레븐 2021>이었음을 고려하면 정신적 후속작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문제는, 야심차게 출시한 <e풋볼>이 "스팀 역사상 최악의 게임"으로 등극해 버렸다는 것. 10월 1일 기준 <e풋볼>은 스팀에서 "압도적으로 부정적"이라는 유저 평가를 받고 있다. 1만여 개가 넘어가는 평가 중 오직 10%만이 긍정적이다. 기사를 처음 쓸 때는 9천여 개였는데, 그새 올랐다.

오직 9%만이 게임을 호평했던 <유로파 유니버셜리스>의 DLC <레비아탄> 사태보다 심각하다. 그나마 <유로파>의 경우는 DLC에 대한 의견이었다. 게임 본편은 "매우 긍정적" 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불만의 이유엔 게임 외적인 이슈도 포함됐다. 그러나, <e풋볼>은 본편, 그것도 게임플레이에 대한 반응이 매우 부정적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e풋볼>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퇴보한 그래픽과 발전없는 게임성

 

먼저, 가장 논란이 되는 사안은 그래픽이다.

게임을 평가할 때 그래픽이 전부는 아니지만, 축구 게임의 경우엔 이야기가 다르다. 현실에서 활약하고 있는 유명한 축구 선수들을 게임을 통해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무언가 어색한' 외모로 등장한다면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리고 <e풋볼>의 선수 모델링은 출시 직후부터 꾸준하게 지적받고 있다. 특히, 얼굴 조형에 대한 지적이 많다. 얼굴 조형이 어색한 탓인지 게임 플레이 중간중간마다 무언가 모를 코믹한 표정도 포착된다. 현재 축구 팬들과 다수의 해외 스포츠 웹진이 <e풋볼>의 선수 모델링에 관해 지적하고 있다.

 

커뮤니티를 통해 퍼져나가고 있는 <e풋볼> 선수 캡쳐 사진. 순간 캡쳐되었음을 감안하더라도, 얼굴 조형이 좋다고 말하긴 힘들다 (출처 : 트위터)

 

악의적으로 캡쳐한 사진이 아닙니다. 게임 켠 지 1분만에 저런 얼굴이 나오더라고요...

 

전반적인 그래픽도 후퇴했다. 라이팅, 텍스쳐 모든 면에서 2021년 게임이라곤 믿기 힘들다. 관중도 마치 PS2 시절을 보는 듯한 목각 인형으로 회귀했다. 텍스쳐 로딩이 늦어지면서 발생하는 '팝인 현상'도 종종 발생한다. 몇몇 팬들은 "5년 전 <위닝일레븐> 그래픽과 비교해야 할 수준이다"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래픽 품질에 대해 호평하긴 힘들다

 

팬들이 분노한 이유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위닝일레븐> 시리즈는 "엔진 개선"을 이유로 2020년을 신작 출시 없이 보냈다. <e풋볼>을 위해 1년을 희생한 것이다. 그런데도 그래픽 수준이 오히려 퇴보했다.

보통 축구 게임은 매년 게임을 출시한다. 리그 상황과 선수의 퍼포먼스에 맞춰 능력치를 책정해야 하는 등 업데이트해야 할 내용이 꽤 있기 때문. 그러나 <위닝 일레븐> 타이틀이 붙은 마지막 작품 <e풋볼 위닝 일레븐 2021>은 신작이 아니었다. 전작 <e풋볼 위닝일레븐 2020>의 업데이트 형식으로 발매됐다.

이유로는 코로나19의 여파와 유로 2020 대회가 연기되면서 발생한 라이센스 문제, 코나미 개발진들이 차기작 준비에 집중했다는 것이 꼽히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의 안내문에도 "커다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이번 시즌 <위닝 일레븐>은 시즌 업데이트 버전으로 선보이게 되었다"라고 작성되어 있다.

 

<위닝 일레븐>은 2020년 신작 출시 대신, 시즌 업데이트 형식으로 게임을 판매했다

 

이번 <e풋볼>을 위해 게임 엔진도 기존에 사용했던 '폭스 엔진'이 아닌 '언리얼 엔진'으로 바꿨다. 코나미는 "새로운 엔진은 저희의 제작 콘셉트 'The Pitch is Ours'를 실현하기 위하여 선수 모델, 애니메이션, 물리 표현, 그래픽, 사운드, 컨트롤 등 게임플레이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크게 진화시킬 것"이라며 엔진 변경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는 악수가 되어 돌아왔다. 엔진 변경은 대실패로 보인다. 그래픽만 안 좋으면 차라리 다행이다. 최적화도 매우 부실하며, 그래픽 옵션도 바꿀 수 있는 것이 극히 적다. 전체화면으로는 해상도도 선택할 수 없다. 콘솔 버전에서도 프레임 불안정 문제가 숱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차라리 그래픽이 불만의 전부면 다행이다. 게임성 측면에서도 논란이 많다.

모션도 2년 전 작품에 나왔던 것을 거의 그대로 이식했으며, AI 수준도 퇴보했다는 의견이 많다. AI가 공과 떨어진 위치에 멀뚱멀뚱 서 있거나, 조작감이 전작에 비해 너무나 무거워졌다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많은 <위닝일레븐> 팬들이 <e풋볼>의 게임성에 대해 지적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게임성 면에서도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그나마 <위닝일레븐> 본연의 재미를 살렸다면 이 정도 평가까지 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 이 모두를 미완성으로 냈다

 

그리고, 게임이 미완성이다.

본래 <위닝일레븐>은 프리 투 플레이 버전을 본편 발매 후 출시했으나, <e풋볼>은 프리 투 플레이 버전을 먼저 정식 발매했다. 이후에 싱글 콘텐츠를 DLC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현재 <e풋볼>은 스팀을 통해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기존 <위닝일레븐> 싱글 플레이의 핵심 콘텐츠였던 '마스터 리그'나 '마이 클럽' 모드는 아직 없다. 로드맵을 확인하면 '크리에이티브 팀 모드'가 가을 내 업데이트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는데, "자신만의 이상의 팀을 만들어 내는 모드"라고 한다. 피파의 '얼티메이트 팀'과 비슷한 모드로 보인다.

참고로 크리에이티브 팀 모드는 아직 추가되지 않았지만 '프리미엄 플레이어 팩'은 판매 중이다. 여기에는 크리에이티브 모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계약권과 재화가 포함되어 있는데, 당연히 지금은 못 사용한다. 어떻게 보면 '업데이트될 콘텐츠의 재화'를 미리 구매하라고 말하는 셈이다. 팬 입장에선 당황스럽다. 

 

<e풋볼>의 로드맵

 

업데이트될 콘텐츠의 재화를 미리 돈주고 사세요!

 

이 때문인지, 현재 <e풋볼>에는 즐길 만한 컨텐츠가 빈약하다. 9개 클럽 중 하나를 선택해 친선경기를 펼치는 싱글 콘텐츠 '매치'와, 다른 게이머와 대전하는 '이벤트' 두 개 정도가 끝이다. 크로스플레이마저 아직 완전하지 않다. 로드맵에 따르면 PC과 콘솔 간 크로스플레이는 가을, 모바일을 합친 크로스플레이는 겨울 내 구현될 예정이다.

물론, <e풋볼>이 이름을 변경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바꿨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e풋볼>은 연마다 게임을 출시하는 대신 게임을 무료화하고,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제공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보다 완성된 상태에서 게임을 출시할 필요가 있었다. 아무리 무료 게임이라도 '정식 출시' 상태에서 이 정도의 콘텐츠만을 선보였다는 것은 팬들 입장에서 납득하기 힘들다. 

 

 

# 시작부터 꼬여버린, <e풋볼>이 그린 미래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모바일 크로스플레이에 집중한 결과일까?

 

코나미가 이번 <e풋볼> 출시를 통해 꿈꾼 이상은 콘솔, PC, 모바일을 아우르는 크로스플레이 환경 구축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e스포츠 생태계 조성까지 나아가겠다는 것. 이는 로드맵의 겨울 업데이트 내역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출처 : 코나미)

 

그러나 기자의 생각으로는 이런 크로스플레이 환경 구축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추측된다. 모바일과 PC, 콘솔 간 크로스플레이를 위해서는 게임 퀄리티를 일정 부분 희생할 수밖에 없다. 공평한 플레이 환경을 위해서는 시스템을 간소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 그래픽 설정 제한도 이런 연유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그동안 익숙했던 <위닝일레븐>이란 이름을 버리고 <e풋볼>로 새로 태어난 코나미의 축구게임은 시작부터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e풋볼>은 연간 유료버전을 출시하는 대신 정기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게임을 운영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과연, <e풋볼>은 올해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노력으로 팬들의 마음을 되찾을 수 있을까? 두고 볼 일이다.

 

팬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선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출처 : 코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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