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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GDC 2024] 만화와 게임의 스토리 "캐논 위에 변주를!"

인빈시블과 스파이더맨 그리고 인디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승준(음주도치) 2024-03-20 13:35:11

"한국에서 오셨다고요? 한국은 웹툰 기반 게임도 많잖아요, 저도 웹툰에도 관심이 많아서 어느 정도 알고 있어요!"


강연 시작 전 옆 자리에 앉은 캐나다 여학생과 나눈 대화다. 작가를 지망한다는 학생과 취재를 하러 간 기자는 왜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게 됐을까? 바로 해당 강연이 '코믹스에서 게임까지 아우르는 내러티브'에 대해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코믹스 기반 게임이나, 게임 기반 코믹스를 많이 즐기시는가? 아마존 프라임 TV의 인기 시리즈 <인빈시블>이나 인섬니악의 게임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강연자로 나선 5인은 모두 IP를 넘어선 적용에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었고,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강연자 5인

질 머레이, 디스코글로브 인터랙티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반 나르시스, 브라스 라이언 엔터테인먼트 선임 작가

킴 벨레어, 스위트베이비 CEO

손 M, 퍼펙트 가비지 스튜디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겸 내러티브 디자이너

마이크 로저스, 스카이바운드 엔터테인먼트 프랜차이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인섬니악의 게임 <마블 스파이더맨 2>

# 캐논 위에 변주를!


에반 나르시스와 킴 벨레어는 다수의 만화와 게임에 작가로 참여했는데, 이번 강연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진 건 <마블 스파이더맨 2>에 대한 이야기였다. 


특히 강조된 내용은 익숙함 위에 새로움을 얹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서구권에서 창작물의 공식 설정 및 근간이 되는 핵심 내러티브 등을 일컫는 '캐논'(Canon)이라는 단어가 계속 사용됐다. 창작자의 자유에 못지 않게, 캐논을 지키고자 하는 고증도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이었다.


킴은 "코믹스는 스파이더맨이 누구인지(현재)는 말해주지만, 어떤 인물이 될 수 있는지(미래)는 말해주지 않았다"고 언급하며, 게임에서 해당 영역을 채우는 역할이 굉장히 중요했다고 밝혔다. 특히 게임의 액션, 시스템 등에 대한 경험을 통해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기도 하지만, 캐릭터의 내면에 깊이 공감하는 순간에는 스토리텔링의 역할이 크다고 했다.


1대 스파이더맨인 '피터 파커'와 2대 스파이더맨인 '마일스 모랄레스'는, 표면적으로는 같은 거미 인간이지만, 둘의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피터 파커는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짐을 짊어 지는 '책임'이 강조된 삶을 살아 보여준 반면, 마일스는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안에서 큰 경험과 힘을 얻는다. 


만화, 영화, 게임 모든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관통하는 유명한 문장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sibility)"는 피터 파커의 삶을 대변한다. 강연에서 이들은 마일스의 성격을 "큰 책임감 뒤에 큰 힘이 따라온다(With Great Responsibility comes Great Power)"는 문장으로 소개했다. 모두가 아는 <스파이더맨>의 캐논 위에 새로운 변주를 얹어 두 캐릭터의 합을 완성한 것이다.


마일스가 단순히 어린 스파이더맨으로 기능하는 걸 원치 않는다며, 캐논을 뒤집어 코믹스 이상의 디테일을 부여했다.

# IP는 넘어야 할 산이자 큰 힘

질 머레이는 액션이 강조된 비주얼노벨 <인빈시블: 아톰 이브>에, 마이크 로저스는 유비소프트의 모바일게임 <인빈시블: 가딩 더 글로브> 등의 작업에 참여했다.


두 사람이 강조한 내용은 IP에 대한 이해였다.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하기 전에, 기존에 공식적으로 발매된 작품들의 세계관은 모두 인지해야 한다는 것인데, 코믹스, 애니메이션 등 그 작품의 수가 많아 절대 쉬운 작업이 아니다.  


특히 질은 프로젝트 단위의 짧은 수명으로 이직이 잦은 게임 업계의 특성을 언급하며, 상사 또는 클라이언트와 같은 IP 선호도를 갖는 것은 천운이라 말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캐논과 변주"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클래식한 동시에 신선해야 함"을 강조했다. 동시에 "요구 사항을 다 들어주는 게 당신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고, 중요한 영역에서는 본인 주장도 해야 한다"고 했다.


마이크 로저스는 컬래버레이션의 중요성을 소개하며 "퍼블리셔는 작가의 장애물이 아니라 파트너다. 같은 맥락에서 퍼블리셔도 스토리텔링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인빈시블> 시리즈의 게임화를 중심으로
 

IP의 정체성은 지키면서 신선한 매력은 가져가는 방향성이 강조됐다.

# 인디는 어떡하나요?

손 M은 IP 활용이 대기업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했다. 앞서 소개된 사례들이 만화, 애니메이션 등이 게임으로 재탄생한 경우였다면, 게임에서 역으로 만화, 애니메이션이 생산되는 과정을 언급하며, 인디 게임들 사이에서도 '팬덤'이 형성되고, 적절한 투자자나 퍼블리셔를 찾게 되면 이런 IP 확장 사례가 적지 않다고 했다.


다만, 각 매체의 특징에 따라 표현 방식이 완전히 다름을 이해해야 함을 특히 강조했다. 코믹스에서는 다른 매체와 달리 움직임과 시간에 의존하는 연출이 제한되기 때문에, 화면 안에서 동세와 연출을 모두 담아야 하고,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연기의 디테일과 연출의 역할이 큰 등 매체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게임에서 유저가 이탈하지 않게 몰입감을 높이는 과정처럼, 코믹스에서는 처음 3페이지까지의 인상이 특히 중요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커뮤니티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것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요소라고 했다. 


<블러드본>, <호라이즌 제로 던>, <데빌 메이 크라이> 같은 대기업 게임들 외에도


<컬트 오브 더 램>, <할로우 나이트> 등의 인디 게임이 코믹스로 출간된 사례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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