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 게임즈가 지난달 28일 <리그 오브 레전드> 기반 장편 애니메이션, <아케인>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번 간담회는 <아케인> 공동 제작자 크리스챤 링케와 알렉스 이가 참가해 애니메이션 제작에 담긴 뒷이야기와 의미를 전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징크스와 바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아케인>은 캐릭터를 넘어 자운과 필트오버 등 룬테라 세계관까지 담아낸 만큼, 라이엇 게임즈에도 중요한 콘텐츠로 꼽힌다. 인터뷰에 참가한 크리스챤 링게와 알렉스 이 역시 인터뷰를 통해 '확장'이라는 단어를 지속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아케인>은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크리스챤 링게, 알렉스 이와의 인터뷰를 빠짐없이 정리했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Q. <아케인>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나 <레전드 오브 룬테라> 원화 스타일이 강하게 묻어있더라. 일반 애니메이션과는 조금 다른 느낌인데... 의도한 부분인지 궁금하다.
A. 링케: 정확하다. 우리는 이러한 느낌을 정말 오랫동안 사용해왔다. 과거 공개한 뮤직비디오에서도 비슷한 풍을 많이 보셨을 거다. <아케인>은 빅 스크린의 시네마적 요소도 중요하지만, 라이엇 게임즈의 스타일을 살리는 것도 목표였다. 따라서 우리는 게임과 영화의 느낌을 동시에 살리고자 했다.
Q. 이야기를 이끄는 듀오로 바이와 징크스를 택했다. 긴 서사를 가진 시즌제 애니메이션을 시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이 둘을 주인공으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알렉스 이: 바이와 징크스는 나와 링케가 굉장히 좋아하는 챔피언이다. 우리는 두 챔피언을 제작하는 팀에서 일한 적도 있다. (웃음) 개인적인 선호도 외에도 필트오버와 자운이 시각적으로 신선함을 줄 수 있고, 미각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Q. 그간 <리그 오브 레전드>를 통해 슈리마나 대몰락 등 다양한 대규모 스토리 업데이트를 진행해왔다. 이러한 지역도 <아케인>과 유사한 애니메이션으로 만날 수 있나?
A. 링케: 궁극적으론 그렇게 되길 바란다. 단, 지금은 <아케인>을 앞두고 있기에 이에 관한 반응을 봐야 할 듯하다. 결과를 예상하긴 어렵다. 만약 올바른 방향이라는 게 확인되면 가능하지 않을까. 특히 한국분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수많은 챔피언과 지역이 존재한다. 만약 <아케인>이 성공을 거둬 투자가치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 앞으로 전진할 수 있으리라 본다.
Q. <아케인>에만 등장하는 캐릭터가 있는데, 이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으로 출시될 가능성도 있나. 제작자 입장에서 어떤 캐릭터가 가장 흥미로울 것 같은지도 알려달라.
A. 알렉스 이: 사실 이 부분은 <아케인> 제작 초기에 고려한 요소다. 최대한 많은 숫자의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을 <아케인>에 데려오고 싶었기 때문이다. 유저들이 좋아하는 챔피언이 애니메이션에 나올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아케인> 세계관도 풍성하게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챔피언이 아닌 캐릭터도 등장하게 됐다.
비챔피언을 만들 때 이들이 반드시 챔피언으로 출시된다고 강요하려 했던 건 아니다. 단, 기회는 주고 싶었다. 만약 새로운 캐릭터가 마음에 들거나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 당연히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으로 출시될 수 있을 거다.
개인적으로는 '멜'이 좋은 후보가 아닐까 싶다. 일단 외관적인 디자인이 뛰어나다. 다만, <아케인>과 <리그 오브 레전드>는 챔피언과 캐릭터 제작의 접근법에서 차이가 있다. 챔피언을 만들 때는 어떻게 싸울지를 고려하며 만들지만, <아케인>은 싸움이라는 요소를 반영하진 않았다.
Q. 필트오버와 자운은 <리그 오브 레전드> 스토리 업데이트가 거의 진행되지 않은 지역이다. <아케인>으로 두 지역의 스토리 업데이트가 진행됐다고 봐도 될까. <리그 오브 레전드> 스토리 업데이트에도 애니메이션 내용이 적용되는 건가?
A. 링케: 두 지역은 회사 차원에서 업데이트를 지연시킨 부분이 있다. <아케인>을 준비하고 공개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케인>이 공개됨에 따라 지금이야말로 필트오버와 자운에 관한 이야기를 발전시킬 최적의 시기라고 본다. <아케인>을 통해 스토리를 확장하고 게임의 스토리도 키우려 하고 있다. 다가올 미래에 다른 게임에서도 변화를 볼 수 있을 거다.
챔피언 같은 경우엔 당연히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다만, 얼만큼의 변화가 있을지 지금 당장 말씀드리기 어렵다. 우리 역시 <아케인>처럼 근 큐모의 이야기를 공개하는 게 처음이잖나. 모든 것이 새로운 프로세스다. 공개 이후 결과를 종합한 뒤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Q. <아케인>을 제작한 계기가 무엇인가. 사실, <아케인>은 게임을 홍보하기 위함이라기보다 MCU나 마블과 같은 유니버스를 구축하기 위한 느낌이 강하더라. 향후 영상물 프랜차이즈로 확대하고픈 꿈이 있나? 최종 비전이 무엇인지도 알고 싶다.
A. 알렉스 이: 당연히 마블의 영감을 받았다. 단, 목표가 정확히 일치한다고 보긴 어렵다. <리그 오브 레전드> IP는 살아있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지만, 마블은 캐릭터에 집중하는 편이다. 특정 캐릭터를 중심으로 세계도 변하고 결말도 있다. 반면, <리그 오브 레전드>는 동적이다. 따라서 <아케인>을 만들 때도 결말을 정하고 싶진 않았다. 만약 그렇게 되면 새로운 스토리를 추가할 수도 없고, 정적으로 멈춰야 하니까.
최소한 서구권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는 일종의 '지속적인 모델'로 꼽힌다. 새로운 챔피언과 스토리가 추가되는 것이 <리그 오브 레전드>다. 우리가 <아케인>을 통해 구현하려 했던 건 하나다. 모든 유저가 한데 모여 <아케인>을 보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순간을 만드는 거다.
Q. <아케인> 제작에는 몇 년이 걸렸나. 또한, 세계관이 결정되기까지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도 궁금하다.
A. 링케: 기획부터 완성되기까지 6년의 시간이 걸렸다. 아마 제작이 결정된 시점에 태어난 분도 계실 거다. 초반에는 어떤 그림으로 애니메이션을 구현할지도 몰랐던 기억이 난다. 당시 기준으로 정말 야심 찬 계획이었다. 초기 단계에 여러 파일럿과 시험 프로덕션을 거치면서 조금 큰 규모로 진행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니콜로 라이엇 게임즈 CEO 역시 "이거 한 번 크게 해보자"라며 힘을 실어줬다.
A. 알렉스 이: <아케인>에서 어린 징크스를 연기한 배우가 어느덧 운전면허를 딴 거로 알고 있다. 아마 링케보다 먼저 면허를 딴 것일 수도 있다. (웃음) 그만큼 제작에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다.
Q. <리그 오브 레전드>를 모르는 사람에게 <아케인>을 몰입시키기 위해 어떤 장치를 마련했나.
A. 알렉스 이: 우리의 목표는 <리그 오브 레전드> 유저는 물론, 그렇지 않은 분도 만족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거였다. 미국의 경우, 수많은 분이 <리그 오브 레전드>를 플레이하고 있다. 단, 가족이나 친구 중 게임을 낯설어하는 사람에게 <리그 오브 레전드>를 설명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 작품을 통해 <리그 오브 레전드>가 이런 게임이라는 걸 공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이 게임이 내가 시간을 투자한 게임이고, 좋아하는 게임이라는... 어떠한 순간을 제공하고자 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아는 이와 그렇지 않은 분의 균형을 맞추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따라서 라이엇 게임즈 외부의 인력도 <아케인> 제작에 다수 참여했다. 이를 통해 운 좋게 균형을 맞췄다고 생각한다.
Q. IP 확장을 위해 애니메이션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시너지를 낼 거라고 예상하나.
A. 알렉스 이: <리그 오브 레전드> 역시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이다. 따라서 애니메이션이야말로 가장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 방식이라고 판단했다. 게임 개발 과정을 통해 얻은 강점을 키울 수 있는 형식이라고도 믿었고. 또한, 생동감을 애니메이션에 녹여내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함께 작업한 포티셰는 작화품질도 뛰어나고 우리 IP를 잘 살려주기에 애니메이션을 택했다.
시너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하지 않을까. <아케인>은 상당히 큰 창작물이다.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지만, 공개된 뒤 시청자분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할 듯하다.
Q. 애니메이션 외에 <리그 오브 레전드> IP를 활용한 콘텐츠를 만들고픈 생각이 있나.
A. 링케: 애니메이션은 오래 작업한 경험이 있기에 택한 방식이다. 전반적인 목표는 애니메이션 외에 다른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다. 단, 실제 액션으로 스토리를 구현하는 건... 아직은 원대한 꿈처럼 느껴진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닐까.
Q. <아케인>의 주요 배경은 자운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알렉스 이: 다른 스토리나 세계관과 연결하기 위한 시작점이 필요한 만큼, 하나의 기점을 마련하고자 했다. 그것에 적합한 지역이 자운이라고 판단했고. 마법공학이 룬테라에서 탄생한 배경은 물론, 일반인들이 마법을 사용하면서 힘의 균형이 움직이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했다.
Q. <아케인>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A. 링케: 필트오버와 자운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최근 사회는 늘 대립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한쪽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의 대화도 어려운 경우가 많고. 어디에서나 양극화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상대 관점이나 지식을 잘 알지 못하면 너무나도 쉽게 상대를 증오하곤 한다. 미국도 그렇지만 요즘은 전 세계 어딜 봐도 이러한 상황이 많이 펼쳐진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 지를 많이 생각했다. 예를 들어 친한 친구나 가족, 배우자가 정치적 상황에서 다른 신념을 가졌을 때 어떠한 변화와 결과가 일어날지를 고민했다. 이런 요소들이 실제 세계와 관계가 있고, 현실감도 있다고 판단해서... 그런 쪽으로 방향을 잡고 <아케인> 작업에 임했다.
Q 넷플릭스뿐 아니라 극장판에 대한 계획도 있나? <파이널판타지>가 극장판으로 나와 실패한 이력이 있는데... 이를 반면교사 삼아 성공할 자신이 있는지도 알고 싶다.
A. 링케: 거기까진 생각해본 적 없다. 다만, 앞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다 보면 영화 형식의 스토리텔링도 나올 수밖에 없을 거다. 한 가지 권장하고 싶은 건 <아케인>을 최대한 큰 화면에서 보라는 거다. 영화관에서 직접 봤는데... 정말 좋더라. (웃음)
형식보다는 이야기가 중요한 만큼, 상황에 따라 판단하고자 한다. 우리는 스토리를 풀어가고 그에 맞는 형태를 제작하는 능력과 믿음이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아이디어나 꿈에 있어서는 부족함도 없고. 더 많은 게 기다리고 있을 거다.
Q. 마지막으로 한국 팬분들께 한 마디 부탁한다.
A. 링케: 한국은 정말 중요한 지역이다. 모두가 알고 있겠지만, 한국은 게임의 메카다. 따라서 우리는 매년 한국 게임 랭킹과 <리그 오브 레전드> 유저 수를 꾸준히 확인하고 있다. 한국에서 성공한다는 건 전 세계에서의 성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만, <아케인>에 관한 한국의 지표는 다소 저조한 편이다. 잘 모르겠다는 반응도 많았고. 한국 분들이 <아케인>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K-엔터를 즐기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항상 저희에겐 우선순위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아케인>이 한국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무척 기대된다. 전 세계 유저들을 모두 만족시키고 싶지만... 특히 한국 분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