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월량'. 인터넷 방송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름 중 하나다. 2008년 아프리카TV에서 개인 방송을 시작한 그는 트위치로 둥지를 옮긴 뒤에도 여전히 많은 시청자를 몰고 다니는 대형 스트리머다. 자극적이지 않은 방송을 원하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탓에 '풍월량의 방송은 편하게 시청할 수 있다'라는 암묵적 믿음마저 떠돌 정도. 이렇듯 풍월량을 향한 시청자들의 믿음은 여전히 단단하고 굳건하다.
그렇게 용산 샌드박스 사무실에서 풍월량을 만났다. 20대의 눈으로 풍월량을 바라봤던 기자가 30대의 직장인이 됐듯 풍월량 역시 어느덧 40대를 바라보는 아저씨가 돼 있었다. 약 한 시간의 짧은 인터뷰, 풍월량은 클린한 방송이라는 프레임이 주는 부담감을 전했다. 재밌고 편한 방송을 하고 싶었을 뿐인데 어느새 '클린함'의 상징이 돼버렸다고, 작은 실수 하나에 모든 게 무너지는 악몽을 꾼다는 이야기까지 털어놨다.
과연 스트리머 '풍월량'은 어떤 사람일까. 오랜 시간 정상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풍월량의 마음속엔 어떤 생각이 담겨있을까. 디스이즈게임이 스트리머 '풍월량'을 넘어 김영태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인터뷰는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진행됐습니다.
Q. 디스이즈게임: 어느덧 풍월량도 40대를 바라보는 아저씨가 됐다. 세월이 흘렀다는 걸 언제 실감하나.
A. '풍월량' 김영태: 새해 첫날이나 한 해의 마지막 날? 어릴 때 맞이한 생일은 항상 좋았는데, 요샌 마냥 그렇지는 않다. 나이를 먹는 게 좋은 건 아니잖나. 어쩌면 총 인생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은 온 거니까.
Q. '김영태'의 시간이 흘렀다는 건 스트리머 '풍월량'의 시간도 흘렀다는 걸 뜻한다. 처음 스트리머를 시작할 때와 지금,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A. 돈을 번다는 거 아닐까. 처음 방송을 시작했을 땐 아무 생각이 없었다. 재미있는 취미였으니까. 이제는 아무래도 돈을 버니까 더 좋다. 그러다 보니 프로의식이 필요해졌고... 시간 개념이 확실해진 부분이나 게임을 고를 때 내 취향보다 시청자분들이 보시기에 재미있을 만한 걸 고르는 점도 달라진 부분이다. 예전엔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걸 고르면 됐는데 이제는 방송을 위한 게임을 골라야 한다.
Q. 방송을 시작한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그만큼 풍월량의 방송이 하나의 일상으로 자리 잡은 시청자도 적지 않을 듯한데.
A. 솔직히 조금 부담스럽다. (웃음) 직장을 갖고 결혼해서 가족을 꾸리는 한 사람의 일상에 내 방송이 루틴으로 자리 잡은 경우도 많으니까. 그래서 휴방을 하다 보면 그런 분들이 공허함을 느끼시진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웬만하면 쉬지 않고 방송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평소에 별생각 없이 틀어놓던 TV 방송이 갑자기 결방하면 뭔가 기분이 좀 그렇잖나. 설령 그게 특별한 게 아니라도 말이지. 왠지 내 방송이 그런 부분이 된 것 같아서... 기분 좋으면서도 부담스럽다. 방송을 하다 보면 시청자분들이 "그냥 틀어놓고 있다"라는 말을 정말 많이 하신다. 그러면 나도 "부담되니까 딴 거 보시라"는 말을 하곤 한다. (웃음)
Q. 20대의 눈으로 풍월량을 바라봤던 기자는 어느덧 30대의 평범한 직장인이 됐다. 시청자들과 나이를 먹어간다는 걸 실감할 때도 많지 않나.
A. 군대가기 전부터 내 방송을 보신 분이 결혼하거나... 고등학생이 직장을 구하고 애가 둘이 생겼다는 말을 들으면 그런 부분이 새삼 느껴진다. 가정적 변화를 알려주시는 분의 닉네임이 눈에 익을 때 말이지.
일례로 내가 방송 중에 <리듬세상>이라는 게임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시청자 중 한 분이 본인의 졸업 선물로 <리듬세상>을 클리어해달라길래 알겠다고 약속했었는데 끝내 지키지 못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그분이 직장이 들어가셨더라. (웃음)
Q. 트위치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포인트를 두는 부분이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A. 어디서 방송을 하든 기준은 똑같다. 게임하다가 신변 잡는 이야기도 하고... 그러다 게임 이야기도 한다. 마치 친구처럼 말이지. 최대한 채팅창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게 소통의 기본이니까. 트위치라고 해서 딱히 달라지는 건 없다. 다만, 아프리카TV와 차이점이 있다면 시청자분들이 한 방에 있으니 수위가 살짝 높아질 때가 있다. 아프리카TV는 본방만 신경 쓰면 됐는데, 트위치는 그렇지 않으니까.
Q. 어느덧 풍월량은 '유명 스트리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됐다. <사이버펑크 2077> 같은 게임에 나오는가 하면, 몇몇 스트리머가 롤모델로 지목하기도 했으니까. 처음 방송 시작할 때를 돌이켜보면 놀라운 풍경일 듯한데 어떤가.
A. 사실 별생각이 없다.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웃음) 원래 방송하는 사람들끼리는 의례적으로 존경한다거나 롤 모델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나도 그런 말을 하니까.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큰 생각이 없다.
물론 방송을 오래 했으니 이제 막 시작한 분들께는 모델이 될 수도 있다. 다만, 풍월량처럼 되고 싶다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해 온 사람 중에 괜찮은 스트리머니까 참고할 만한 정도인 거라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는 '롤모델'의 일환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절대로 거창한 사람이 아니다.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약간 오만해 보일 수도 있어서 걱정이다.
Q. 하지만 스트리머 풍월량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는 많이 달라졌을 텐데.
A. 나는 처음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거의 없는데, 바라보는 시선은 조금 달라지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예전엔 시청자가 많아도 스트리머를 아주 대단하게 생각하는 시선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요즘엔 스트리머가 직업으로 인정받는 추세다 보니 그런 인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시청자가 많으면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하는 분도 많아서... 확실히 그런 부분에서는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내가 느끼기엔 여전히 똑같지만. (웃음)
Q. 스트리머의 길로 접어든 지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그때와 지금의 스트리머는 어떻게 달라졌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당시엔 다들 취미로 방송을 했다. 직업으로 생각하진 않았던 거지. 돈 되는 것도 거의 없었으니까. 그래서 오히려 그때가 좀 더 자유로웠던 느낌도 있다. 물론, 지금도 취미로 방송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만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도 많다. 결국 시장 자체는 비슷한 것 같은데... 방송만으로 금전적 자유를 달성할 수 있냐의 차이로 보인다.
Q. 일각에서는 스트리머 시장이 엄청난 '레드 오션'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A. 글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시장도 예전보다 커졌고 방송을 시작하기도 훨씬 쉽잖나. 마이크만 있으면 아무 준비 없이 시작할 수 있는 게 스트리머다. 그만큼 리스크도 적다고 본다. 실패해도 리스크가 없을뿐더러 취미로 해도 전혀 상관이 없는 거지. 얼마나 투자할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레드 오션은 너무 비즈니스적인 접근인 것 같다.
지금이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한다. 과거 방송할 때보다 훨씬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트위치나 유튜브 등 능력 있고 재미만 있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Q. 그러고 보면 풍월량은 아프리카TV와 트위치에서 두루 인기를 얻었던 몇 안 되는 인물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두 플랫폼의 차이는 무엇인가.
A. 예전 트위치는 게임 방송이 주를 이뤘다. 게임을 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반면, 아프리카TV엔 게임, 캠방, 먹방 등 다양한 방송이 존재했다. 하지만 요즘엔 트위치에서도 게임뿐만 아니라 먹방이나 수다방송 등이 많아졌기 때문에 그 경계가 조금 희미해졌다고 본다. 처음 분위기와는 많이 달라진 듯하다. 비슷한 느낌도 있고.
Q. 최근 몇 년 사이 스트리머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한층 뜨거워진 느낌이다.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요하는 분도 많아진 듯하고... 덕분에 심리적 압박감을 호소하는 이도 적지 않아 보인다.
A. 인플루언서라 그렇지 않을까. 연예인이나 스트리머 등 유명인에 대한 도덕적 잣대가 조금 과하게 느껴질 때가 있긴 하다. 말실수 한 번에 사건·사고를 다루는 유튜버 분의 영상에 이름이 올라가거나 커뮤니티를 달굴 때도 많으니까. 전후 상황을 파악하지 않은 채 그냥 비판하는 분도 간혹 계신다.
물론, 관심을 받는 직업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느낄 때도 있다. 대중의 시선이 따라오다 보면 실수건 잘한 부분이건 자연스레 많은 관심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과한 잣대는 조금 자제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 누군가는 스트리머에 대한 질투로, 또 다른 누군가는 공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보는 방송이니 조심하라는 애정 담긴 충고일 수도 있고... 걱정이긴 한데 스스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Q. 낭떠러지를 걷는 느낌이 들 것 같다.
A. 무섭다. (웃음) 가끔 악몽도 꾼다. 말실수해서 엄청 혼나는... 그런 꿈을 꿀 정도로 무섭다.
Q. 풍월량은 오랜 시간 클린한 방송을 이어오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이러한 기준을 정해둔 건가? 아니면 방송을 하다 보니 이렇게 색깔이 잡힌 건가.
A. 내 방송은 선비도라는 개념이 있다면 6~7 정도라고 보시면 된다. 자극적이지도, 그렇다고 너무 답답하지도 않은 방송이랄까. 기본적으로 매너는 지키는 거지. 인터넷이라고 해서 함부로 말하지 않으면서도 편하게 서로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방송인 셈이다.
사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욕먹기 싫으니까 욕을 하지 말자는 주의다. 단순히 이런 생각으로 시작한 건데... 이걸 '클린한 방송'이라고 생각하시더라. 자꾸 이런 프레임이 생기니까 한 번만 말을 잘못하더라도 크게 혼날 것 같아서 걱정이다.
Q. 하지만 본인을 제외한 다른 방송의 '맵기'가 점점 더 강해지는 느낌은 있잖나. 그러다 보니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자연스레 청정한 방송을 원하는 사람이 몰리는 듯하고.
A. 그래도 그런 프레임은 없었으면 좋겠다. 편하게 하고 싶어서 그렇게 하는 거니까. 반대로 어떤 스트리머는 친구'라서' 욕을 할 수도 있고... 이중 정답은 없다. 내 방송은 클린한 게 아니라 평범하다고 생각한다. 그저 아주 평범한 방식 중 하나에 불과하다. 욕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클린하다? 그런 건 아닌 거 같고.
Q. 방송을 보면 논란이 될 만한 요소를 최대한 피하려 노력한 거로 기억하는데.
A. 단순하다. 욕먹기 싫고 괜한 구설에 오르는 게 싫으니 조심하는 편이다. 예전에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몇 번 오른 적이 있는데... 그런 게 싫어서 조심하다 보니 주의해야 할 게 너무 많더라. 그래서 요즘엔 대충하고 있다. (웃음)
옛날엔 정말 조심히 방송했다. 그런데 조심하다 보면 끝이 없다. 이건 막으면서 다른 건 왜 안막냐고 하는 분도 많고. 그저 빌미를 주기 싫고 욕먹기 싫어서 안 하는 건데 말이지. 이런 게 조금 힘든 것 같다. 처음 방송할 땐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요샌 세상이 흉흉하잖나. 갈등도 많고. 그런 게 싫어서 말을 안 하는 편인데 참 어렵다.
Q. 왠지 풍월량은 그대로지만, 주변 상황은 자꾸 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A. 그래서 더 힘든 느낌이다. 막하고 싶다. (웃음)
Q. 논란을 피하려는 노력이 '외로움'으로 연결되진 않았나. 이것저것 거르다 보면 혼자 남는 상황도 자주 발생했을 것 같은데.
A. 모든 건 귀찮음을 피하려는 심리에서 시작된 거다. 논란이나 이슈가 발생하면 귀찮거든. 그게 싫어서 안 하는 거다. 합방도 마찬가지다. 귀찮다. (웃음) 재밌긴 하지만, 신경도 써야 하니까... 혼자 하는 게 편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 거지. 귀찮음이 기본 옵션이라고 보시면 된다. 그런데 방송으로는 안 좋지. 이슈가 없으니까.
Q. 몇몇 팬들은 배도라지 MT에 참가한 풍월량이 정말 행복해 보인다는 말을 하더라.
*배도라지: 트위치 스트리머 크루.
A. 집돌이지만, 막상 밖에 나가면 잘 노는 스타일이다. (웃음) 확실히 스트리머를 오래 하다 보니 외로운 건 있다.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곳도 없고. 시청자분들께 모든 걸 다 이야기할 순 없으니까. 그럴 땐 같은 스트리머랑 이야길 나누면 조금 풀린다. 가족들한테 말 못 할 내용을 터놓을 수도 있잖나. 가끔 모임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있다. 배도라지도 그래서 간 거였고.
Q. 다시 '클린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사실 현시대와 클린함은 묘한 대척점에 서 있는 느낌이다. 자극이 관심을 받고, 그 관심이 돈을 부르는 시대니까. 이런 상황에서 의도했건 의도치 않건 깨끗한 방송을 지켜가고 있다는 게 새삼 대단해 보인다.
A. 글쎄. 백만 유튜버 중 자극적 요소 대신 먹방이나 요리 등 깔끔한 주제를 예쁜 언어의 콘텐츠로 이어가는 분도 많아서... 말을 자극적으로 하는 게 인기 있는 건 아닌 듯하다. 클린 여부와 관계없이 '재미'만 있으면 된다. 그게 시청자 니즈에 맞으면 더 좋고. 최근엔 유튜브가 부상함에 따라 자극적인 요소보다는 콘텐츠에 집중했을 때 더 반응이 좋더라. 그래서 오히려 예전보다 덜 자극적인 걸 선호하는 느낌도 있다.
Q. 니즈에 따라 달라진다는 부분이 흥미롭게 들린다.
A.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성공 여부와 자극은 관계가 없다고 본다. 핵심은 시청자분들의 니즈다. 제 방송을 보고 "이런 것도 말 못 해?"라고 하시는 분도 있다. 그러면 그런 걸 말할 수 있는 방송을 보면 니즈가 맞겠지. 욕을 많이 하는 스트리머에 거부감을 느낀다면 제 방송으로 와서 니즈를 맞추시면 된다.
스트리머 시장이 다양해진 만큼, 자극적인 것만이 잘 나가는 세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예전보다 지금이 더 다양하고 클린한 방송이 많은 느낌도 있다. 사실 유튜브가 훨씬 기준이 엄격하다. 인방은 라이브로 진행되다 보니 약간의 말실수는 그냥 흘러가거나 주워 담는 경우도 있으니까. 반면, 유튜브는 팬층이 다양해서 공중파 감성을 원하는 분도 많다.
Q. 혹시 이러한 이미지가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진 않나. 작은 실수 하나에 무너질 수 있다는 압박감이 든다거나.
A. 부담스럽다. 별 뜻 없이 한 이야기에도 "풍월량이 그런 말을?!"이라는 반응이 나오니까. 열 번 잘해도 한 번 못하면 욕먹는 거지. 열 번 못한 사람이 한 번 잘해서 칭찬받는 거 생각하면 억울할 때도 있다. 섭섭하다. (웃음) 나는 잘하려고 그런 컨셉을 잡은 게 아니다. 그냥 귀찮은 게 싫고, '나도 욕을 안 할 테니 시청자분들도 하지 마세요'가 전부다. 그리고, 제 방송도 자세히 보면 채팅이 꽤 매운 편이다.
Q. 모두가 더 짧고 강한 걸 원하는 시대다. 긴 영화보다 짧은 하이라이트가 더 각광받는 흐름이고. 긴 호흡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흐름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궁금하다.
A. 빨리빨리의 시대긴 한데 라이브는 다르다. 시청자분들은 오히려 길게, 오래 하는 걸 좋아하신다. 심지어 자고 와서 하는 것도 좋아하시고... 켜놓고 본인 할 일 하시는 분도 많다. 요즘 흐름과는 제법 다른 거지. 근데 이게 라이브의 매력이자 장점이다. 사실 유튜브는 짧게 짧게 하는 방향으로 가려 했는데... 잘 안 맞더라. 내 스타일상 길게 하는 게 맞기도 하고. 아휴, 유튜브는 나랑 안 맞는 거 같아. (웃음)
Q. (웃음) 어떤 부분이 안 맞다는 건가.
A. 유튜브에 맞추려면 라이브 방송 스타일도 변해야 한다. 유튜브에 먹히는 콘텐츠가 있으니까. 속칭 '유튜브각'이라는 것도 있잖나. 하지만 제 방송에는 딱히 콘텐츠라 부를만한 게 없다. 게임을 리뷰하거나 공략하는 게 아니라 쭉 플레이하는 평범한 방송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튜브엔 잘 안 어울린다. 그거에 맞출 생각이나 능력도 없고. 최대한 간결하고 힘들지 않게 가려고 한다.
그리고 유튜브를 신경 쓰면 내 시간이 없어진다. 다들 잊으신 거 같은데 저는 '유부남'이다. 그런데 새벽 세 시에 방종하면 왜 이렇게 일찍 가냐고 하더라. 열 살짜리 애가 있는 아빤데 말이지. (웃음) 일주일에 한 번 쉬는데 그걸로 뭐라고 하는 분도 많다. 본인 아버지라고 생각을 해보시라. 일주일에 한 번만 집에 오면 어떨 것 같나. 말이 안 되는 상황이지. (웃음)
Q. 스트리머와 아버지의 역할을 모두 해야 한다는 부담도 적지 않을 것 같다.
A. 두 가지를 다 잘하려다 보니 정말 힘든 것 같다. 가장으로서 경제적 책임은 하고 있는 듯한데... 시간적으로 써야 하는 부분이 어렵다. 엄청 부지런한 성격이 아니라 집과 방송을 챙기는 게 참 힘들다. 하지만 방송을 줄인다고 해서 집을 더 챙길 수 있는 것도 아닌 거 같고... 어렵다.
Q. 어느덧 12월이다. 트위치 스트리머로써 내년 계획이나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할 시점인데.
A. 올 한 해를 돌아보니 한 게 없어서 그런가 임팩트가 없더라. 그래서 내년에는 뭔가 버킷리스트라도 작성해야 하나 싶다. 김영태건 풍월량이건 뭔가 남길 수 있는... 한 해를 만들고 싶다. 얼마 전 방송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집트 피라미드 구경하기' 밖에 생각나는 게 없더라. 방송 말고는 하고 싶은 게 없었구나... 싶더라고. (웃음) 그래서 내년엔 이것저것 해보려고 한다.
Q. 문득 든 생각인데, 게임 불감증에 시달린 적은 없나? 오랜 시간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시청자들이 좋아할 게임을 플레이해왔는데.
A. 종합 게임 스트리머들은 방송을 오래 하다 보면 불감증이 온다. 나도 마찬가지고. 뭘해도 재미없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그럴 때는 게임을 쉬어야 하는데... 나 같은 경우엔 오히려 더 이상한 게임을 찾아다닌다. 특이하거나 완성도 낮은 걸 하면 "그때 했던 게임이 선녀였구나!" 싶더라고. (웃음) 또한, 장르가 다른 게임을 하다 보면 원래 하던 게임이 더욱 재밌어지는 효과도 있다.
그리고 나는 설령 재미없는 게임이라 해도 어떻게든 포인트를 찾거나 재미있게 풀어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물론 못 찾겠다 싶으면 딱 거기까지만 하는 거고. 한 가지를 진득하게 못 하고, 뭘하더라도 재밌게 하려고 찾아보고 이것저것 찍먹하는 성격이 방송적으로도 잘 맞는 것 같다.
Q. 풍월량은 '풍월주인한량'의 줄임말이다. 바람과 달빛을 벗 삼으며 노는 한량이라... 이것이 김영태라는 사람의 최종 목표인가?
A. 맞다. 놀고먹는 한량의 삶을 누가 싫어할까. (웃음) 다만, 그렇게 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내 직업은 비슷하게나마 할 수 있는 느낌이다. 돈을 버는 와중에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시청자분들과 수다 떨면서 즐길 수 있으니까. 이런 시선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직업을 갖고 있는 거다.
Q. 그렇다면 '바람과 달빛을 벗 삼으며 노는 한량'의 삶을 이미 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까?
A. 이미 달성했다고 본다. 달성한 지는 오래됐지. 쉬엄쉬엄해야 하는데 그간 해온 게 있고 관성이 있잖나. 열심히 해왔는데 이제 와서 다 내려놓긴 너무 아쉽더라. 쉬엄쉬엄하고 싶고, 취미로 했던 그 시절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말이지. 옛날엔 방송을 잠시 중단하고 드라마 보고 오고 그랬었는데... 요즘은 그렇게 못한다. 몇 시까지는 꼭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으니까.
바람과 달빛을 벗 삼으며 노는 한량의 목표는 진작에 달성했는데, 오히려 그 지점을 조금 지나친 느낌도 있다. 멀어지는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그만 가야 하는데... 멈춰야 하는데 멈출 수가 없는 거지. 시청자분들한테도 작년부터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쉬엄쉬엄하겠다고. 재미있게 방송하다 보니 시간이 늘어난 거긴 한데... 쉬엄쉬엄하다 보면 더 재미있게 방송할 수 있으니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
Q. 스트리머 풍월량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지금처럼 방송하는 거?
A. 딱히 목표는 없다. 취미 생활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방송한 게 전부였으니까. 방송을 통해 꿈과 희망을 전하고, 인재를 육성해서 방송계를 클린한 세상으로 만들고 이런 건 절대 없다. 그냥 심심해서 재미있게 놀려고 방송을 켰고, 그렇게 여기까지 온 거다. 보시는 분들께 계속해서 재미를 드리고 싶다. 그게 전부다.
Q. 주변 사람들에게 질문을 공모했는데 꽤 재밌는 그림이 나왔다. 질문보다는 "제발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방송해달라"는 말이 훨씬 많더라. 보통은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기 마련인데... 기자 입장에서 무척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A. 오늘부터 다이어트해야겠다. (웃음) 요즘엔 이런 생각도 든다. 조금만 더 하면 '원로'가 되는 게 아닌가... 마을의 장로 같은 거지. 힘도 권력도 없고, 마을의 터줏대감이지만 계속 살아만 계셔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웃음) 몇 년 지나면 그렇게 될 거 같다. 아직 나는 현역인데 말이야.
방송을 너무 오래 하다 보니 원래 보던 분들이 다른 방송으로 갈아타는 경우도 있다. 다시 돌아오거나 거기서 유입되는 분도 많고. 다들 한 번씩은 풍월량을 봤거나 간접적으로 이름 정도는 알고 계신 분이 많아서... 건강 챙기라는 말씀을 해주시는 듯하다. 어떻게 보면 좋은 거 같다. "형님을 딱히 좋아하진 않지만,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랄까. (웃음) 좋다.
Q. 어찌 보면 굉장히 이상적인 그림 아닌가? 모두가 한마음으로 건강을 챙겨주는 스트리머라니...
A. 궁금한 게 없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더이상 신비하지 않으니까. 새로운 스트리머가 부각되면 궁금한 게 많은데, 풍월량은 새로움과는 거리가 멀잖나. 요리 방송 같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까? 풍월량한테 이런 면이?! 같은 느낌을 줘야 하나 싶기도 하다. 궁금한 게 없다는 건 방송상 어그로가 없다는 거니까... 안 좋은 걸 수도 있다. 보시는 시선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뭐 그냥... 살을 빼야겠구나... (웃음)
Q.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한마디 부탁한다.
A. 오랜만에 인터뷰를 하게 됐는데, 항상 감사드린다. 시청자분들 아니면 이렇게까지 잘 먹고 살 수 있었을까 싶을 때가 많다. 앞으로도 즐겁게 서로 주고받으면서 재밌는 방송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시청자분들이 그렇듯 나도 딱히 드릴 말씀이 없다. (웃음) 고맙다는 말이 전부다. 진짜 오래됐나봐...
다른 직업을 보면 20년, 30년 넘게 일을 해온 분들이 많이 계신다. 그런 분들에 비하면 13년간 이 일을 해온 나는 '아직 멀었구나' 싶을 때도 많고... 아직 갈 길이 멀지 않았나 싶다. 게임이 아니라 다른 길로 갈 수도 있고. 그래서 조금 더 노력해야 하는데 모르겠다. 쉬엄쉬엄하고 싶다. 쉬엄쉬엄... 늙어서 그런가봐. 살쪄서 그런가?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