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보정'. 기억에 남는 과거의 장면이나 경험을 떠올릴 때, 때로 그것을 미화되는 것을 일컫는 단어다.
4월 10일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가 마침내 출시한다. 3일 기준, 아직 38일 남았지만, 2015년 리메이크 발표 이후 기다린 시간에 비하면 찰나의 수준이다.
게임은 발표 이후 꾸준히 기대감을 끌어모았다. 플레이 영상과 체험 버전 공개 이후 반응도 마찬가지다. 과거 영광의 IP가 시간을 지나 출시돼 이 정도 호응을 얻은 것도 드물지 않나 싶다.
1시간 조금 안 되는 체험판을 하며 느낀 생각과 소감을 간략히 정리했다. E3 2019에서 체험한 글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 20년 가까이 바란 팬들의 염원, '파이널 판타지7'의 리메이크
<파이널 판타지7>의 스토리와 명대사, 그리고 과정과 결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마 많은 유저가 이들을 기억하고 있다. 기자도 그렇다. 자세하지는 않더라도 당시의 경험은 충격이었고 깊은 재미로 남아 있다.
지금과 비교하면 당시 기술력은 제법 낮지만, 그래도 게임에는 당시 3D 그래픽 기술로 선보이는 수준급 RPG였으며, <파이널 판타지6>부터 시작된 스팀펑크 세계관이 한 단계 발전했다는 점, 시네마틱 영상과 인게임 플레이의 혼합 등 시리즈에서 기념될 여러 가지가 시도됐다.
사실 <파이널 판타지7>는 제법 여러 번의 리메이크가 요청되기도 했다. 여러 파판 시리즈가 모바일 또는 닌텐도 DS 등 여러 타이틀로 리마스터링 혹은 리메이크가 되기는 했으나,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 요청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좀 과장되게 얘기하면, 비디오게임 역사 전체의 리메이크 사례로 놓고 봐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스퀘어에닉스도 <파이널 판타지7>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는 여러 플랫폼, 미디어로 콘텐츠를 선보였지만, 시리즈 내 다른 타이틀과 다르게 <파이널 판타지7>에 대한 재개발에 대해서는 유독 침묵 혹은 부정으로 일관했다. 오죽하면 팬들이 직접 만들 정도였을까.
회사는 1997년 <파이널 판타지7> 출시 이후, 당시 스퀘어 시절부터 근 20년간 <파이널 판타지7>의 리메이크를 놓고 팬들과 줄다리기를 해왔다. 한때는 유저들의 각종 추측에 "리메이크가 아니다"라고 부정하던 때도 있었으나, 다행히도 2015년 E3에서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가 공개했다.
# "원작을 바꾸지는 않지만, 신선하면서도 새로운 파이널 판타지7라는 느낌을 주는 것"
우여곡절 끝에 E3 2015에서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가 공개됐지만, 이후 팬들의 관심은 "과연 <파이널 판타지7>의 모습을 어떻게 담아낼까"에 다시 집중됐다. 기대와 동시에 우려도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여러 인터뷰에 따르면, 스퀘어 역시 <파이널 판타지7>에 대한 리메이크를 꽤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전해진다. 사실, 그 정도 팬들의 열망이 있는 타이틀이라면 게임사 입장에서 어떤 식으로든 고민은 했을 것 같다.
그러나, 시리즈 통틀어 큰 인상을 남긴 게임을 단순하게 고퀄리티 그래픽 작업만 해서 내놓을 수 없는 노릇이다. <파이널 판타지7>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다른 것을 선보일 수도 없다. 그렇기에 고민은 시작됐지만, 본격적인 프로젝트로 시작되기까지 수년이 걸렸다.
<파이널 판타지7> 당시 메인 아티스트였던 노무라 테츠야는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무슨 게임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바꿀 마음은 없다. 하지만, 무언가 신선하고, "새로운 <파이널 판타지7>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존재해야 한다"고 리메이크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강조했다.
E3 2015 공개 이후 6개월 뒤 열린 PSX에서도, 이후 공개된 여러 트레일러, 그리고 작년 E3, 어제 공개된 체험판까지. 여러 곳을 통해 공개된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의 모습은 노무라 테츠야의 의도가 매우 잘, 그리고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참고로 게임은 기본적인 틀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시스템이나 스토리 등 여러 요소가 조금씩 또는 전부 변경된다.
# 잘 보정된 파이널 판타지7의 추억, 여기에 깊이도 더했다
본지가 E3 2019에서 약 30여 분 체험한 데모플레이와, 어제 공개된 체험판의 차이라면, 당시에는 기본적인 조작, 시스템만 확인할 수 있는 정도였지만 어제 체험판에는 우리가 <파이널 판타지7>에서 접한 게임의 시작 부분이 어떤 흐름으로 전개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체험판 공개 이후,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 개발진들은 여러 매체 인터뷰에서 공통으로 <파이널 판타지7> 원작을 바꾸려 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현시대 유저에게 새롭게 제공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고 각각의 콘텐츠에 깊이를 더했다고 밝혔다. 20년 가깝게 시간이 지난 만큼 분명 좀 더 깊게 생각해볼 부분이나, 그를 위한 기술력이 발전했을 테니까.
체험판은 최초 기차역을 시작으로, 1번 마황로를 파괴한 후 그곳을 탈출하는 흐름까지 약 1시간 분량을 담고 있다. 원작에서는 이보다 짧던 구간이지만 개발진이 밝힌 대로 게임의 동선은 좀 더 풍부해졌다.
이번 버전에는 클라우드 일행 기준으로는 클라우드와 바레트 정도가 플레이어블 캐릭터다. 기타 NPC로는 아발란치 멤버인 빅스와 웨지, 제시 정도인데, 원작에서 이들과의 대화가 몇 개의 텍스트 박스가 전부였다면 이번에는 연출과 대사가 풍부해져 구성원들과 관계가 좀 더 명확하고 자세하다. 프레지던트 신라나 하이데커도 등장한다.
향후 정식 버전에서도 결말이 바뀌거나, 혹은 강렬한 특정 이벤트신이 바뀌는 일은 없겠지만 아마 원작에서 생략되거나 혹은 생각해볼 여러 가능성에 대한 내용도 더해질 것 같다. 게임의 깊이를 더한다는 전제하에.
전투 역시 ATB 기반의 턴제 배틀에서 실시간 액션을 기반으로 한 ATB 배틀로 바뀌면서 전략의 긴장감에서 조작의 긴장감을 더했다. 상황에 맞게 캐릭터를 활용하는 것과 수시로 차는 ATB 게이지로 각종 공격과 아이템 사용을 해야 하는 점은 제법 괜찮았다. 과정에서 오는 각종 조작도 복잡하지 않아, 흐름을 끊거나 몰입을 해치지도 않았다.
# 기나긴 기다림이 거의 끝나간다. 앞으로 남은 날짜는 38일
E3 2015 이후 전투 등 인게임 모습이 좀더 노출된 PSX 2015부터, 그리고 약 4년간 꾸준히 공개된 정보를 통해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는 원작을 충분히 고민한, 현세대에 맞춘 <파이널 판타지7>라는 인상을 충분히 각인시켰다.
<파이널 판타지7>는 전 세계가 열광했고, 또 '잘 건드려야 하는' 게임이었다. 스퀘어에닉스의 시가총액이 1시간 만에 4% 급등할 정도로, 회사 입장에서는 사활을 걸어야 하는 게임이다.
다행스럽게도 게임은 유저들의 니즈를 잘 반영했다. 누구나 바랐던, 당시 <파이널 판타지7>의 모습이 잘 보정됐다. 리메이크 발표 이후, 분할 제작에 대해 상술로 비난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단순히 그대로 옮겨내는 것이 아니라 깊이를 더해야 했기에,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원작에서도 그렇지만, 1번 마황로 이후, 게임은 스토리와 전투, 이벤트 등 모든 것이 점점 풍부해진다. 발전된 전투 속에, 마테리아가 어떻게 다양하게 활약할지도 궁금하고 또 여러 소환수도 마찬가지다. 기술이 아닌 필드에 남는 동료로 시스템이 변경된 만큼 어떨지 기대된다. 특히, '나이츠 오브 라운드' 같은 경우에는 더더욱. <파이널 판타지7>을 기반으로 하는, 속칭 '컴필레이션'이라 불리는 확장 세계관과 어떻게 연관 지을지도 관심사다.
이번 체험판은 <파이널 판타지7 리메이크>에 대한 기대감을 대중적으로 확대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제 게임이 출시될 때까지 38일이 남았다. 20년 가까이 짧지 않은 기간 리메이크를 바랐고, 근 5년간 시간을 거쳤다.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