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월이면 NDC(넥슨 개발자 컨퍼런스)가 열린다. 게임업계 내/외 관계자가 모이는 지식공유의 자리. 벌써 14회째를 맞이하며 중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NDC는 코로나19로 취소되면서 많은 사람이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올해는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특히, 기존 오프라인 위주 행사와 다르게 전면 온라인으로 열린다. 이미 모든 강연자가 사전 녹화를 마쳤고 9일부터 11일까지 매일 10시부터 강연이 일괄 오픈한다. 다시 보기도 가능하다. 시간이 없어서 현장을 찾지 못한 사람들도 이제 집에서 편히 들어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지난해 행사취소를 하게 만든 코로나19 덕분이다. NDC 사무국은 온라인으로 새롭게 여는 NDC 개최를 위해 처음부터 노하우를 쌓아갔다. '개발자의 지식공유'라는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온라인에 맞는, 장점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고민했다.
올해 온라인 개최로 NDC 사무국은 의미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쌓게 될 것이다. 물론 그것이 코로나19 때문이라는 것이 조금 슬프기는 하지만, 그래도 좀 더 많은 이가 제약 없이 강연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기도 하다. NDC 2021은 위기이자, 새로운 도약의 기회다. 이자연 NDC 사무국장, 류효경 NDC TF 과장과 만났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 인터뷰이 요청으로 사진은 넣지 않았습니다.
Q. 디스이즈게임: 코로나 시국으로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열리게 됐다. 고생이 많을 것 같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A. 이자연 NDC 사무국장(이하 이): 올해가 14회째고 이 중 13번을 오프라인으로 진행했다. 그간 여러 회를 거듭하며 오프라인 컨퍼런스의 준비과정이나 프로세스가 최적되어 있었는데, 코로나19로 갑자기 환경이 바뀌게 되고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꽤 힘들었다. 온라인으로 진행의 노하우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모습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온라인 특성상 강연을 보여주려면 최적화된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기존 NDC 페이지는 오프라인 행사에 최적화된 페이지였고 이를 영상으로 송출하기 위한 변환 작업이 꽤 힘들었다. 아예 처음부터 만드는 것도 아니었고 기존 페이지를 바꾸는 과정이라 다들 많이 고생한 기억이 난다.
류효경 NDC TF 과장(이하 류): 강연자 역시 오프라인으로 준비할 때와 온라인으로 준비할 때 과정이 다르다. 미리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공개 후 영상이 남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다. 덕분에 많은 질문을 받았다.
1월 31일 강연자 모집을 시작했을 때 초반에 신청 수가 적어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강연 준비를 잘 마칠 수 있었다. 보통 NDC 하면 게임업계 모든 이들에게 경험을 공유하는 장으로 기억하지 않나. 여전히 기대감이 가득했다. '개발자의 지식공유'라는 본질을 흐리지 않으며 새로운 방식을 가미하기 위해 노력했다.
Q. 준비 과정도 기존에 진행한 것과 많이 달랐겠다.
A. 류: 그렇다. 과거에는 프로세스나 전반적인 것을 미리 예측할 수 있어 가장 시각/효율적인 방향도 추가로 고려하기도 했는데, 올해는 예측 불가능한 것이 너무 많아 시간적인 여유를 많이 주려고 했다. 대략 6개월 전부터 준비했다.
이: 과거 NDC는 매년 4월쯤 열렸고 진행하는 해부터 킥오프를 했으니까... 거의 3~4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앞서 얘기한 변수들이 있어 6개월 정도 여유를 두고 시작했다. 그래도 부족함은 있더라.
Q. 온라인으로 전환되며 많은 부분이 달라졌을 것 같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
A. 류: 기존 오프라인 행사에서는 지정된 발표장에서만 강연이 진행되니 발표장의 수용 인원에 한계가 있었고 사전 참가 신청을 한 분이나 초대권을 받은 분만 참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전환되며 공간, 시간적인 제약이 사라졌다. 많은 분이 원하는 때 시청할 수 있는, 좀 더 오픈된 것이 큰 변화 같다.
이: 맞다. 과거엔 초대권 구하기 위해 많은 분이 노력하지 않았나. 학생들은 참관하기도 어려웠고... 올해는 온라인으로 전환되며 허들이 대폭 낮아진 느낌이다. 좀 더 강연을 쉽게 들여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류: 사실 오프라인으로 하며 모든 분을 수용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올해는 이것이 해소됐지만, 대신 현장감을 느낄 수 없어 슬프다. 왁자지껄했던 사옥과 근처가 조용하다. 그래도 많이 검색도 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Q. (이어) 과거 오프라인 컨퍼런스와 전달 효과가 어떻게 다를 것이라고 보나?
A. 류: 앞서 얘기한 '현장감'이 가장 우려됐지만 코로나 시국이 계속되며 온라인이 가지는 장점을 극대화해보자는 생각으로 바꿨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볼 수 있고, 다시보기도 가능해 나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이: 오프라인 강연의 묘미 중에는 강연자와 청중의 핑퐁도 있다. 생각하지 못한 애드립을 한다거나 강연자료 외 정보를 공개하는 재미도 많다.
온라인에서는 그런 것이 많이 정제돼 아쉽지만 강연을 좀 더 충실히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도 발견했다. 과거에는 강연 준비를 100% 전달하지 못한 분도 있는데, 온라인으로 준비하며 좀 더 차분하게 발표할 수 있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덕분에 발표 내용도 더 좋아졌고.
Q. 안전을 비롯해 여러 가지 많은 것을 신경 썼겠지만, 그래도 우려되는 점이 있을것 같다. 더불어 이를 위해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도.
A. 이: 원래는 내부 서버에 영상을 올리는 걸 고민했다. 하지만 얼마나 모일지 몰라 예측하기 어려웠다. 홈페이지 오류나 자잘한 문제 걱정은 안 하는데, 안정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리스크가 컸다. 그래서 비교적 많은 시청자가 안정적으로 강연을 볼 수 있는 유튜브에 공개하기로 했다.
Q. 모든 강연은 사전 녹화로 진행되나? 아니면 스트리밍 형식도 진행하나?
A. 류: 두 개 방식으로 진행됐다. 1) 넥슨 사옥 내 촬영 스튜디오를 마련해 방문이 가능한 강연자가 촬영했고 2) 해외에 계신 분이나 사정상 오시기 힘든 분은 자체적으로 촬영해 이를 편집, 올리는 방식이다.
온라인 진행을 결정했을 때 송출 방식을 많이 고민했는데 안정적으로 행사를 진행하려면 사전에 녹화한 영상을 송출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판단했다. 스트리밍이나 현장에서 진행하는 것은 변수나 위험 요소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노하우가 쌓이면 송출 진행방식을 다양하게 해 볼 생각이다.
Q. 프레젠테이션 전문가를 통한 발표 개인 코칭 서비스도 제공한다. 강연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함으로 보이는데. 반응은 어땠나.
A. 류: 강연 자료를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도록 돕는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 강연자가 원하면 신청해 받을 수 있으며 총 25명 정도 신청한 것 같다.
2회에 걸쳐 코칭했는데 1차는 발표 내용의 구성, 2차는 발표를 잘 전달하기 위한 스피치에 대해서다. 온라인으로 진행돼 이를 고려해 강연자에게 코칭했다.
이: 꽤 만족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준비하는 우리 역시 강연자가 준비를 잘해도 발표를 못 했을 때 아쉬움이 컸는데 그런 점을 바꿀 수 있어 기뻤다.
Q. 2017년부터 NDC 슬로건을 폐지했지만, 올해 컨퍼런스에서 강조하는 방향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2018년은 차세대 솔루션의 적용사례를, 2019년은 AI와 빅데이터 개발 등 다양한 지식을 선보인 기회가 되기도 했다.
A. 이: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을 좀 더 넓고, 다양하게 바꾸자는 것이 될 것 같다.
키노트를 진행하는 김대훤 부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게임의 정의를 되짚는 시간을 가진다. 디지털 시대로 넘어오며 놀이 문화나 게임 문화도 바뀌고 사람을 대하는 문화도 달라졌다. 이와 함께 게임도 서비스, 플레이하는 방식을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화두를 던질 것이다.
또 올해는 '데이터 분석' 분야를 신설해 AI나 머신 러닝, 딥러닝 등 게임 데이터 분석과 활용에 대한 최신 노하우도 다룬다. 과거 업계가 주목하지 않던 분야지만 이를 통해 좀 더 새로운 서비스, 플레이 방법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Q. 매년 게임기획, 프로그래밍과 비주얼부터 마케팅, 커리어까지 산업 관련 여러 주제를 꾸준히 다뤄왔다. 올해도 위 새로운 분야와 함께 56개 강연을 준비했다. 도입에 따른 효과를 전망한다면.
A. 이: 해를 거듭할수록 다양한 분야, 소재를 다루며 게임업계에 속하지 않은 분의 강연도 늘어나고 있다. 이를 보며 한정된 범위를 벗어나 다른 업계와 융합, 결합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앞서 얘기한 키노트도 그런 차원에서 마련됐다.
올해도 그렇지만 이런 현상은 계속 늘어날 것 같다. 더 많은 업계분들과 함께 NDC를 열고 모두의 지식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
Q. 기술과 관련된 강연의 경우, 좀 더 다양한 레벨을 구성해 접근성을 높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A. 이: 물론이다. 게임 개발에 대한 여러 분야에 갈증을 가진 분이 많기 때문에 그런 분들을 위한 강연도 많아야 할 것 같다. 이해도가 낮아도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이를 발전시킬 수 있으니까.
류: 항상 전문적인 부분과 대중적인 부분을 적절히 섞어 다양하게 보급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Q. 올해 여러 강연 중 독특하거나, 주목해볼 만한 것을 꼽는다면. 더불어 짧은 소개도 부탁한다.
A. 이, 류: 계속 강조하는 기조강연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겠다. 변하는 시대에 맞는 게임의 정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
얼굴 분석을 통한 프레임워크 개발 사례나, 데이터 관련 여러 세션도 추천한다.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이 어떻게 서비스와 연결돼 플레이를 바꾸는지 살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앱애니의 글로벌 게임 시장 트렌드 관련 발표, 그리고 SK텔레콤에서 발표하는 혼합현실과 메타버스) 시대에 적합한 볼류메트릭 비디오 콘텐츠 제작 과정을 소개하는 내용. 그리고 경찰의 불법 사설서버 수사에 대한 기업의 대응과 관련된 법무법인 율촌의 발표도 들으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콘텐츠 관련 강연도 재미있는 것이 많다. <쿠키런: 킹덤>부터 <배틀그라운드> 관련 내용도 있다.
Q. 넥슨 사옥과 사옥 앞에서 열리는 각종 부대행사도 NDC의 묘미 중 하나였다. 그러고 보니 이것도 올해 온라인으로 열릴 것 같은데. 아쉽다.
A. 류: 우리도 너무 아쉽다. 대신 올해는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만큼 그에 맞춰 충실히 준비했다.
과거 아트 전시를 도슨트의 설명과 함께 보는 부대행사가 있었는데 올해는 이를 온라인 전시관으로 오픈한다. 현장에서 볼 수 없지만 온라인을 통해 작품을 만드는 과정도 담을 수 있었다 사운드 영상을 다양하게 담을 수도 있고. 온라인 장점을 극대화하려 노력했다.
또, 작품 전시에 참여한 아티스트와 인터뷰해 그들이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 알 수도 있다. 오프라인과 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게임 아트' 페이지를 신설해 다양한 아트워크를 감상할 수도 있다.
이: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만큼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준비했다. 올해는 강연자와 청중의 교류가 없어 이를 해소하는 각종 이벤트도 진행할 것이다.
Q.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온라인 진행에 대한 노하우도 쌓이게 되니 둘을 병행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고민해볼 수도 있겠다.
A. 류: 일단 행사가 끝나고 나서 반응을 살핀 다음 장/단점을 추려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환경적인 변화 등 고려할 것이 제법 많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열리며 좀 더 많은 분이 강연을 편하게 볼 수 있게 된 시점에서 오프라인과 접목했을 때 허들이 높아질 수 있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Q. 청중의 반응은 어떻게 살피나?
류: 접속률이나 조회수가 될 것 같다. 오프라인 행사에서도 강연 후 설문지로 강연의 반응을 체크했듯 온라인도 강연 종료 후 설문에 참여할 수 있다. 오프라인 때 설문 참여율이 높아 온라인에서도 기대하고 있다.
Q. NDC를 준비하며 관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류: 사전 촬영을 위해 외부 강연자가 넥슨에 방문해야 하는 경우 코로나 감염에 대비하기 위해 더 신경 썼는데, 다행히 참여한 모든 관계자가 방역을 철저히 준수해주셔서 아무 문제 없이 마칠 수 있었다. 앞서 얘기한 NDC 페이지의 용도 변경을 위한 내부 개발진도 그렇고. 강연자, 관계자 모두 감사드린다.
Q. 마지막으로 컨퍼런스를 기대하는 이들에게 한 마디.
A. 이: NDC의 차별화 포인트는 업계 내/외 다양한 관계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행사다. 같이 만든 지식 공유 행사라는 것은 의미가 크다.
작년에 열리지 못한 만큼 강연자와 관계자 모두 더 열심히 준비했다. 기대감 갖고 많이 참여해주셨으면 좋겠다. 오프라인 행사처럼 다 같이 즐기는 분위기는 느낄 수 없지만 그에 못지않은 온라인 축제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류: 새롭게 온라인으로 준비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강연자분들도 신경 써서 준비를 해주셨다. 강연을 들으며 그들의 열정과 노력을 꼭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