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부터 디스이즈게임은 K-GOTY를 선정하기로 했습니다. 이름하여 올해의 킹받는(열 받는) 게임. 편집국은 만장일치로 인디카바의 인터랙티브 필름 <모태솔로>를 2021년의 K-GOTY로 선택했습니다.
<모태솔로>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 없다는 29세 강기모의 소개팅을 도와주는 게임입니다. 선택 분기와 미니게임을 넘겨가며 상대 김유미와 대화한다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데요. 소개팅의 어색함과 '모쏠' 강기모의 기상천외한 행동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열 받습니다.
K-GOTY 이야기는 순 거짓말입니다. 그렇지만 <모태솔로>는 그만큼 열 받고, 또 대단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게임을 만들었는지, 국내 흔치 않은 인터랙티브 필름 장르에 무슨 이유로 도전했는지, 연기는 어떻게 했는지 궁금했습니다. 데모 버전부터 화제가 됐던 <모태솔로>는 마침 지난 6월 10일 스팀에 정식 출시됐습니다.
17일, 기모와 유미의 소개팅 장소이기도 한 삼성역 모 카페에서 강기모를 연기한 배우 박찬호와 인디카바 인터렉티브를 만났습니다. 소개팅을 소재로 게임까지 만들었다니, 이 사람들은 연애에 통달한 사람들일까요? 다행히 기자는 세 사람은 '우리 민족'이라고 느꼈습니다.
왼쪽부터 고도리 PD, 박찬호 배우, 오카피 디렉터
Q. 디스이즈게임: 정식 버전 <모태솔로>는 더 킹받는다고.
A. 고도리 PD (이하 고): 그렇다. (웃음) 엔딩까지 봐야 하니까. 좋은 엔딩은 좋고 안 좋은 엔딩은 안 좋다. 안 좋은 쪽으로 가면 소개팅 상대로 나온 유미를 추궁하거나, 성질을 내고, 구질구질하게 붙잡기도 한다.
Q. 도대체 왜?
A. 오가피 디렉터 (이하 오): 하하하하하하.
# 인디카바, 데뷔작이 인터랙티브 필름... 배우는 일약 스타덤?
Q. 스타가 되셨다.
A. 박찬호 배우 (이하 박): 물론 아직 그 정도는 아니고. 감사하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2,000명을 넘겼다. 중국, 대만 쪽에서도 팔로우를 많이 해주셨다. 마스크를 잠시 벗고 있는 상황에 알아보고 인사를 해주시는 분들도 생겼다. 지나가다가 "오! 모태솔로!" 이러신다.
Q. 스타가 아니라 유명 모태솔로가 된 건가?
A. 박: 그러니까. (웃음) "누구누구 방송 봤어요" 이렇게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계시다. 감사하다.
Q. '인디카바 인터랙티브'는 어떤 회사인가?
A. 오: 처음에 PD와 2명이서 시작했다. 이후 아트디렉터 한 분을 모셔 지금 세 명이다. 3년 반동안 <모태솔로>의 시나리오, 기획, 촬영 편집 등을 했다. 이제 정식 출시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지금은 게임 출시된 지 얼마 안 돼서 버그나 오탈자를 잡고 있다. 오랜 기간 달려왔으니, 차기작 생각보다는 이제 좀 쉬고 싶다. (웃음)
Q. 인터랙티브 필름을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오: 해외엔 많이 있는데 국내에선 생소한 장르다. 국내 스트리머들이 유럽이나 미국 작품을 플레이하는 것을 종종 봤다. 인디게임이 제일 힘든 게 홍보인데, 스트리머들이 직접 인터랙티브 필름을 즐기고 있으니, 이런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한국에 제대로 된 장편 인터랙티브 필름이 없다는 것에도 초점을 맞췄다. 마침 PD님과 내가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이 장르에 접근하기로 했다.
A. 고: 스트리머가 <모태솔로>를 해줄 거라는 예상은 맞아 돌아갔다. 데모 버전, 얼리 억세스 버전부터 반응이 있더라.
Q. 박찬호 배우는 원래 기모의 친구인 세치로 지원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주연이 된 건가?
A. 박: <모태솔로> 촬영이 장기 프로젝트인 것 같아서 회차가 적은 배역에 시간을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원래도 감초 같은 역할을 좋아했기 때문에 세치 역에 관심이 있었는데, 이미 캐스팅과 촬영이 끝난 상황이었다. PD님이 강기모 역에 잘 어울린다고 오디션을 다시 보지 않겠느냐 제안 주셨고, 주말에 카페에서만 촬영을 진행한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동참했다.
섭외 메일을 굉장히 길게 써서 보내주셨는데, 인디카바는 물론 배우 박찬호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게 인상 깊어서 지체 없이 하겠다고 답했다.
Q. 결과적으로 성공한 캐스팅이 됐다.
A. 오: 감사한 일이다.
Q. 인터랙티브 필름 연기는 일반적인 극 촬영과 다를 듯한데.
A. 박: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VR 게임이 한창 유행했을 때도, 관련해서 배우를 모집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도 오래 연기하셨던 분들은 '조심해야 한다', '안 좋게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셨다. 나도 인터랙티브 필름에 들어갈 때 안 좋은 모습만 드러나는 게 아닐까 걱정했다.
그런데 <모태솔로>에서는 내가 작품 안에서 주연으로서 극을 이끌어가고, 연기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앞섯다. 개구지고 장난치는 씬도 많지만, 진중한 모습 또한 여러 부분에서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참여하는 데 큰 어려움 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다.
배우로서 아쉬운 점은 선택 분기에서 A, B, C 상황을 연기해야 하는데 연결 지점이 매끄럽지 않은 연기가 조금 있었다. 시계를 뽐내다가, 이내 막 갑자기 저자세로 '고맙습니다' 한다든지. 그래도 새로운 장르에서 다양한 모습을 연기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강기모로 신들린 연기를 보여준 박찬호 배우
Q. 몇 회차나 찍었는지?
A. 고: 여기(카페)에서 13회 찍고, 다른 장소에서 추가 촬영을 3회 정도 진행했다. 시나리오만 500페이지 가까이 됐다.
A. 박: 배우 생활하면서 500페이지 짜리 시나리오를 본 적이 없다. 지점마다 다양한 상황을 촬영해야 했기 때문에, PD와 대화를 많이 했다. 가령 '기모가 운동을 좋아한다' 같은 경우, 인트로에서 그 부분을 강조하는 게 있고, 유미와 소개팅 중에 그걸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이런 경우를 다 알아가며 촬영해야 했다.
A. 오: 정식 버전엔 배우분들의 오디션, 대본 리딩, NG 영상 등 특별 클립이 추가됐다. 기모가 소개팅 이후 어떻게 됐는지, 유미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등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있는 페이크 다큐도 3가지 정도 준비됐다. 이 부분은 정식 버전을 구입한 유저들만 확인할 수 있다.
Q. 단편 영화나 웹드라마 볼륨보다 많은 분량을 가지고 있고, 하나의 시퀀스에서 여러 반응을 연기해야 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A. 박: 배우로서 사명감 같은 거다. (웃음) 그런 상황을 해나가는 배우만의 쾌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웃기는 연기를 워낙 잘해서 스탭들과 상대 배우들 웃음을 참게 만들었을 때, 배우로서 잘하고 있다고 느낀다. 나는 진지하게 웃긴 연기를 하는데, 남들은 모두 웃고 있어서 왕따 같다고 느낀 적도 많다.
제작자분들도 무거운 분위기에서 '빨리 찍고 넘어갑시다' 했던 게 아니라 함께 재밌어 하면서 여러 번 연기할 여유를 주셨다. <모태솔로> 촬영 자체가 나한테는 재밌는 에피소드였다.
A. 고: 촬영장의 사람들이 같이 웃어서 NG 난 경우가 많다. 실제로 눈앞에서 보면 정말 웃기다. 우리는 전문 촬영 지식이 많았던 사람이 아니라 게임 업계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촬영 중 배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Q. 예산은 어느 정도로 잡았나?
A. 오: 처음엔 촬영을 쉽게 생각했다. 1인 크리에이터도 많아졌으니 카메라와 녹음 장비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닥터 카사노 촬영을 제일 처음 시작했다. 닥터 카사노는 사실 고도리 PD의 전 직장 동료다. 30살까지 연극배우의 꿈을 가지고 있다가, 게임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데, 아는 사이다 보니 제일 처음 부탁하게 됐다.
그때 동묘 가서 의상과 배경을 맞추고, 찍었는데 우리가 원하는 만큼 퀄리티가 나오지 않더라. 유튜브 영상 콘셉트로는 쓸 만했는데 실제 소개팅 장면이 그 정도면 부족하겠다고 생각해서 외주를 맡기려고 했다. 근데 이것도 비용이 장난 아니더라. 배우 페이도 나가고, 대관비도 나가야 했기 때문에 직접 촬영 지식을 공부했다. 낮은 퀄리티의 영상을 보여드리긴 싫었고, 몰입을 깨지 않는 정도로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 인디 입장에서 적은 예산이 들어간 프로젝트는 아니다.
# 무엇을 선택하든 열 받을 것이다... '반전'이 <모태솔로>의 매력
Q. 배우가 직접 <모태솔로>의 홍보 모델 역할을 겸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인터넷 방송에 출연한 모습을 봤다.
A. 박: 홍보 모델이라기보단 스트리머 덕분에 게임이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애정 있게 즐겨주신 분들에게 메일을 보내서 방송을 했다. 다른 분들에게도 메일을 보냈는데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인사드리고 대화 나누고, 게임도 같이 해보고 그러려고 한다.
Q. 게임을 플레이한 남녀의 반응이 다른 것이 재미있었다고.
A. 오: 아무래도 남성들은 자신의 소개팅처럼 임하는 느낌이 강하고, 여자들은 그 소개팅을 당하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A. 고: 중년게이머 김실장 채널에서 우리 게임을 플레이한 적 있다. 그때 김실장은 자꾸 뭔가 파고들어서 목표를 이루려고 하는 편이었다면, PD는 대화의 흐름에 주목했다. <모태솔로>를 체험한 커플 유튜브 채널에서도 그런 반응을 보였다. 게임이라고 생각해서 목표를 이루려고 하는 쪽과, 자연스러운 흐름을 고민하는 쪽으로.
Q. 배우 입장에서도 말을 듣고 싶다.
A. 박: 소개팅 주선자와 '손절'해야 한다는 반응이 제일 웃겼다. (웃음) 또 최악의 질문만 골라보자, 혹은 최고의 질문만 골라보자는 콘셉트의 플레이도 있었는데, <모태솔로>의 매력은 최선의 대답을 해도 최선이 아닌 기모의 행동 때문에 열 받는 결과가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 반전이 바로 <모태솔로>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Q. 과거 TIG 인터뷰에서 "강기모 이야기는 제작진 경험담"이라고 이야기했다. 좀 더 자세히 풀어보자면.
A. 고: 어... 당연히 기모처럼 구질구질하진 않았다. (웃음)
아니 뭐... 평범하게 살다 보면 고등학교 때 '대학교 가면 다 연애한다' 그러지 않나. 근데 막상 와보면 이게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인가 싶고. 해본 적이 없으니까 어디 가서 만나야 할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가만히 있는데 여성이 다가올 정도로 매력적인 남성이 얼마나 되겠나? 그러면 남은 방법이라고는 소개팅 같은 건데, 나가서 '저 연애 안 해봤어요' 하면 여자들은 막 놀라고... 그런... 경험이 시나리오에 녹아들었다. (웃음) 게임의 부제처럼 우리 모두 태어날 땐 솔로 아닌가? 사람들이 그런 걸 이해해주면 좋은데.
A. 박: 게임 안에서 제일 공감됐던 게 유미와 소개팅 전에 나눈 문자였다. '좋은 하루 되세요', '식사 하셨나요' 같은 식상한 말을 던지는데 정말... 처음에 소개팅을 했을 때 여동생이 문자를 보고 질타한 적 있다. "이딴 메시지를 보고 답이 오겠니?" 이런 식으로. 옛날 생각이 많이 나서 공감됐다.
A. 오: 아무리 그래도 '29살까지 모솔', 이거는 너무 그렇지 않나? 조금씩 과장된 부분들이 있다.
Q. 예?
A. 오: 공대 특성상 여자가 진짜 없다. 어디서 주워들은 것만 많아가지고 소개팅 자리에서는 매너 있는 남자를 좋아한다, 의자 빼주는 게 좋다 이런 것만 엄청 알았다. 상대방을 만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시절이 있지 않나? 그 시절을 게임으로 만든 것이다.
A. 고: 연애를 하고 싶어서 그런 채널들을 찾아본 시간이 있다. 닥터 카사노의 채널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 채널이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소개팅이라는 게, 비유하자면 햄스터 두 마리를 우리 안에 밀어넣고 파스타 같은 걸 집어놓고 눈치 보면서 먹는 거 같다. 각자의 취향이나 결이 맞아야 하는데 눈치 보면서 그게 맞는지 탐색하는 그런 느낌.
고도리 PD. "소개팅은 햄스터 두 마리를..."
Q. 예...
A. 오: <모태솔로> 안에 지금과 같은 적막들이 의도적으로 삽입됐다. 소개팅 자리나, 사람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 말이 끊기는 순간들이 있지 않나? 거기에 포인트를 잡았다. 분기로 끊기는 장면에서는, 앞에서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에 따라서 유미의 표정이 조금씩 변화한다.
Q. "누구나 태어날 땐 솔로다"라는 문구처럼, <모태솔로>가 어느 정도는 당사자성이 배가된 게임으로 이해하겠다.
A. 박: 진짜로 내가 모태솔로였다면 아주 큰일 났겠다고 생각한다. 게임이 나오고 나서 그걸 더 느낀다. 진짜 모태솔로인데 <모태솔로>를 찍었다면 유저들 반응이 난리가 났을 것 같다. 사람들이 정말 내가 모태솔로인 줄 안다면 어땠을까? 게임의 제목이 '모태솔로'라서 일반적인 소개팅 상황에서는 괜찮게 넘어갈 만한 부분이 우습게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다.
A. 오: 모태솔로라는 말 자체에 늪이 있다고 본다. 모태솔로라면 어리숙해야 할 것 같고, 미성숙해 보이고.
# "친구 이야기" 잔뜩 들어간 <모태솔로>
Q. 데모 버전 중 음료 계산 씬에서 기모의 지갑에 콘돔이 보인다. 정말 지갑에 콘돔을 넣고 다닌 것도 경험담인가?
A. 박: 그게 사실 직원에게 건네줘 보면 비타민이다.
A. 오: 콘돔을 의도하고 넣은 것 맞다. 그 행동을 취하면 '음란마귀' 도전 과제를 달성할 수 있다. 내 이야기는 아닌데, 콘돔을 부적으로 생각하고 들고 다니는 경우가 있다. 항상 조심하자는 그런 취지로. 근데 콘돔은 유통기한이 있는 물건이고, 제품에 안 좋은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이제는 안 들고 다닌다.
A. 고: 마찬가지로 친구 이야기인데, 그 유통기한을 넘겨서 콘돔을 버려야만 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A. 박: 개인적으로는 쿠폰이 매력적이었다. 기모가 쿠폰을 전달할 때 직원이 "저희 매장 쿠폰 아닌데요" 하지 않나? 그때 절망감이 상당하다.
A. 오: 유미가 소개팅 장소를 잡았는데 기모에게 쿠폰이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추리를 의도한 것이다.
Q. 소재와 장르 특성상 게임적 장치에 신경 쓰기 보다는 제작과 연출에 공들였다는 인상이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중견 게임사 엔지니어, 디자이너 출신으로 힘든 점은 없었나?
A. 오: 혼자서 공부를 열심히 했다. 하다가 '이게 맞는 건가' 싶을 때 주변에 영상 쪽에 지식이 있는 사람이 없어서 아쉬웠다. 촬영하는 분들은 대부분 현장에서 인맥을 쌓는데, 우리에겐 그런 현장이 없었고 게임을 만들던 사람이었으니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엑스트라도 다 돈이라서 내가 직접 출연한다. PD님도 엑스트라로 나오고.
A. 고: 회사를 나와서 <모태솔로>를 만들었는데, 두 사람이 애매한 직급이지 않았나 싶다. 학생이었다면 학교의 지원을 받거나, 같은 과 사람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우리 친구들은 주말이라면 쉬어야 했기 때문에 엑스트라 하자고 불러내기 어려웠다. 강기모처럼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멘토도 없었고...
Q. 지난 3월 14일은 파이데이를 맞아 기념 할인을 진행했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유저들과 소통할 계획인지?
A. 오: 크리스마스에 얼리엑세스를 발매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11월 11일 가래떡 데이처럼, 뜻깊은 날마다 할인을 제공할 계획이다. (웃음) 언젠가 한 번 제작 과정을 자세히 들려드리는 방송을 해볼까 생각도 있다.
A. 박: 크리스마스 발매 반응이 정말 최악이었다. (웃음) '이걸 이때 오픈한다고?' 이런 반응이었다.
A. 고: 윤태진 아나운서도 우리 게임을 플레이했는데 얼리 억세스 발매일을 듣고는 "농락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A. 오: 생각해보면 누군가에겐 크리스마스가 <모태솔로>를 즐길 시간이 될 수 있다. 나도 이 게임을 작업한 덕에 수년간 바쁜 연말연시를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개팅은 한 번이지만 게임은 다회차 플레이가 되지 않나?
오카피 디렉터. "소개팅은 한 번이지만 게임은 다회차 플레이가 되지 않나?"
# <모태솔로>로 무슨 말을 하고 싶었나?
Q. 고도리와 오카피 두 사람은 <모태솔로>로 무슨 말을 하고 싶었나?
A. 고: 당연히 재미를 주고 싶었다. 소개팅의 간접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첫 연애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보자는 메시지를 넣고 싶었다. 기모가 연애를 못 하는 것처럼, 유미도 사정이 있어서 취업을 못 하고 있다. 기모나 유미나 똑같이 처음이라서 힘든 것이다. 각자의 상황과 환경, 취향이 있는 것 아니겠나? 그걸 말해주고 싶었다. 우리 모두 처음을 넘어서야 다음으로 갈 수 있다.
A. 오: 자기 소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산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그런 것들이 모두 연애 과정에서 고민하는 영역이다.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고 싶었다. 또 이런 이벤트가 누군가에겐 과거고 추억이지 않나?
Q. 소개팅의 간접 경험이라, 요즘 뜨는 피식대학의 'B대면 소개팅' 생각이 난다. 마지막 결정에서 피식대학은 마치 게임처럼 등장인물 최준과 이호창 영상을 따로 만들어서 시청자에게 실제로 선택하는 감각을 전달하기도 했다.
A. 박: 거기는 이제 엄청 컸다.
A. 고: 우리도 최준처럼 배우님을 공중파에 보내드렸어야 하는데. (웃음)
Q. 배우와 회사의 활동 계획을 듣고 싶다.
A. 박: 최근에 <팬텀 스쿨>이라는 웹드라마의 촬영이 끝났다. 하반기에 공개될 예정이다. 그밖에 단편 영화나 TV 드라마에 작은 역할이라도 계속 출연하려고 하고 있다.
A. 고: <모태솔로 2>는 없다. 여자 편으로 하면 어떻겠냐 이런 질문도 받는데, 우리가 이 소재로 줄 수 있는 건 다 줬다고 생각한다. 인디카바의 가장 큰 목표는 '새로운 경험을 주는 것'인데, 그건 <모태솔로>로 한 것 같다.
A. 오: 다니던 게임 회사를 뛰쳐나올 때 "내가 게임을 만들면 사람들이 좋아할까?" 생각했다. <모태솔로>가 그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아서 기쁘다. 다음 게임도 잘 나오면 좋겠다. 인터랙티브 필름처럼 생소하지만 재밌는 게임에 도전하고 싶다.
Q. 그나저나 연애를 하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모태솔로>를 만들면서 느낀 점도 많을 것 같은데.
A. 박: <모태솔로> 촬영 이후 소개팅을 한 번 나간 적 있다. 그런데 그 분이 공교롭게도 그 영상을 보고 온 거다. 실제로 보니 게임과 다르다, 연기 잘 하신다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아무튼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머리를 빨리 돌려서 "좋아하는 거 있으세요?" 이런 질문이라도 할 수 있으려면 어색하지 않아야 하고, 그런 연습을 많이 해둬야 한다.
A. 오: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기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모쏠' 탈출이라면 타이밍이 중요하다. 회사에서도 연차가 쌓이면 어느 순간 소개팅이 안 들어온다. 나이를 먹으면 내가 모임 같은 것을 알아서 찾아다녀야 한다. 주변을 봐도 그렇고 대학생 때나 사회 초년생 때, 되도록 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A. 고: 연애 꼭 해야 하나? 시기도 중요하지만, 다 짝이 있더라. 노력을 아예 안 하면 가능성이 닫히니까. 노력은 해야 한다. 시나리오에 그런 경험들이 많이 녹아들었다. 게임을 하다 보면 많이 느낄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말하지만 여기 우리도 연애 잘 못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