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지스타 컨퍼런스의 '헤드라이너'는 위메이드트리 김석환 대표였다.
김 대표는 강연자로 나서 오늘날 블록체인 MMORPG <미르4>의 성공 배경을 밝혔다. 그는 수천 번 가까이 '블록체인 게임이 사기 아니냐?'라는 말을 들었고, 그에 대한 대답을 이번 강연으로 준비했다. 오늘날 가장 중요한 주제인 NFT 게임, 블록체인 게임의 선두주자이자 실무 책임자는 무슨 생각인 걸까?
바로 만나보자.
2017년 하반기, IT기업뿐 아니라 많은 회사들이 블록체인 관련 팀을 꾸리고 사업을 개진하던 시절. 위메이드믹스 역시 블록체인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8년 들어 비트코인의 시세가 흔들리자 여러 기업이 신사업 연구·개발을 포기했고, 2019년과 2020년 이른바 '크립토 윈터'(암호화폐 전체에 찾아온 불황)까지 찾아왔다. 김석환 대표는 이 시기를 꿋꿋하게 버텨서 지금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블록체인이 가장 처음 주목받았던 것은 단연 금융 분야다. 암호화폐가 상장되고, 거래가 이루어지며 억만장자는 물론 조만장자까지 탄생하자 금융 시장에서 관심이 시작됐다. 그 무렵 '비트코인이 일반적인 결제수단이 될 것인지'가 주요 토론 거리였다.
반박론자들은 '한 블록 컨펌하는 데 15분이나 걸리는데, 커피 한 잔 결제하는 데 그 시간을 기다릴 거냐'라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다른 일각에서는 개인정보 주권을 주창했는데, 개인 의료정보를 소유자가 주권을 가지고 통제할 수 있게 하자는 등의 의견이었다.
김석환 대표는 블록체인 분야를 어떻게 게임과 접목시킬지를 두고 고민했다. 우리가 일분일초 은행 어플을 켜놓고 살지는 않지만, 게임은 달랐다. 매일 접속했고, 반복적으로 시간을 투자하며, 그에 대한 보상으로 성취감을 얻고, 또 그것이 재미 자체로 연결되는 것이 그가 이해한 게임 소비였다. 위메이드가 봤을 때, 게임이라는 분야는 애초에 블록체인이 쓰일 여지가 많았다고 한다.
물론 발표자는 아직도 블록체인이 처리 시간 자체로 놓고 본다면 서버 클라이언트 직접 처리 방식과 비교해서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이 보장하는 데이터에 고유한 가치가 있어서 효용이 발생하는 것이며, 위메이드트리의 과제는 이것을 게임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산업적 측면에서 게임이 블록체인과 잘 연결되어야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구축될 거라 내다봤다. 당시 <크립토키티> 등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지원하는 게임 중 성공적으로 운영되던 게임이 있었다. 하지만, 게임의 핵심 콘텐츠, 즉 유저의 매일 경험이 블록체인의 트랜지션과 밀접하게 연동되지는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예컨대 핵심적인 게임 플레이와 블록체인 사이의 상관관계가 얼마나 밀접하느냐는 것이다.
여기엔 두 가지 문제가 따라붙었다.
먼저 TPS. 이더리움의 TPS는 15~20 사이로 기존 서비스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느린 속도였다. MMORPG의 필드에서 아이템이 드랍됐는데 최소 15초를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운영진이 150명에게 게임 아이템을 지급하려면 수분의 정보 처리 시간이 발생할 수도 있다.위메이드트리는 이런 방식으로는 게임의 코어 시스템이 블록체인과 연결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다.
둘째는 트랜지션 피.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전송 수수료는 단순 전송도 몇 천원 수준으로 결코 저렴하지 않았다. 10만 원을 100명에게 지급하면 상당한 수수료 출혈을 감내해야 했던 것이다. 김 대표는 이런 식의 서비스로는 게임의 본질적인 경험을 블록체인과 연결시킬 수 없다고 분석했다.
위메이드트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구조의 '위믹스 체인'을 구축한다. 복수의 체인을 브릿지에 연결하는 것이다.
<미르4>의 예를 들자면, 흑철 - 드레이코 - 위믹스의 삼단 구조를 구축해 트랜지션은 서비스 서버 단에서 처리되게 해 TPS 효율을 높였던 것이다. 그 결과 위메이드트리는 3,000에서 5,000 수준의 TPS를 확보했다. 이렇게 되면 트랜지션 피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었으므로 회사가 우너하는 블록체인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틀을 만들 수 있었다.
김 대표는 향후 위믹스체인을 적용받는 게임이 늘어나도, 그 체인입 여렬 구조로 확대되기 때문에 무한정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가령 과거 <크립토키티>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고양이를 부화시키고 거래하려는 사용자들이 몰려 이더리움의 메인 네트워크가 마비되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체인을 구축하면 게임으로 인해 블록체인이 마비되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 트랜지션은 게임에서 처리하고, 데이터와 자산의 이동은 유연하게 작동시키면서 오늘날의 면모를 갖췄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
이렇게 <미르4>는 동시접속자 130만 명이 몰려도 부하가 발생하지 않는 블록체인 MMORPG가 되었다. 거래에 대한 스트레스는 줄어들었고 자산의 이동은 보다 간편해졌다고 김 대표는 이야기한다. 위믹스 플랫폼에는 3개의 토큰이 사용 중이며, 각각 다른 경제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위메이드, 위메이드트리가 추구하는 위믹스 본위의 토큰 이코노미.
김석환 대표는 일찍이 블록체인 게임을 준비하면서 '토큰 만들면 쓰레기 되는 거 아니냐' 내지는 '한탕 하려는 거 아니냐'라는 반론을 마주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시간이 굉장히 괴로웠으며, 그런 '한탕주의'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만 했다고 회고했다.
또 김 대표는 위메이드트리가 '토큰 이코노미'를 통해서 유저들을 게임사 배불려주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기 위해 나섰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위메이드트리는 NFT마켓과 옥션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이를 게임에서 적용한다면, 유저들이 매일같이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콘텐츠를 블록체인으로 연결해 빠른 처리 속도와 낮은 거래 비용을 보장하며 유저들의 지위를 전과 달리 높게 존중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복안이다. 위메이드트리는 파트너사를 계속 확장하며면서 더 많은 게임을 위믹스 이코노미에 포섭시키고 있다. 이것이 '위믹스 기축통화론'으로 해석된다.
현재 범 위메이드는 총 4종의 블록체인 게임(<버드토네이도>, <재신전기>, <크립토네이도>, <미르4>)을 기술적으로 문제 없이 서비스 중이다. 또 단기적으로 <아쿠아토네이도>, <갤럭시토네이도>, <ROS>, <피싱포네이도>, <열혈강호> 등을 개발 중이다.
이어서 김 대표는 NFT가 일종의 '마법의 단어'처럼 쓰이는 현상을 지적했다. NFT는 대체가 안 되는 토큰으로, 위메이드가 추구하는 '이코노미'는 대체 불가능한 NFT와 대체 가능한 암호화폐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 그저 NFT에는 일련번호가 새겨졌을 뿐이며, NFT마다 서로 유니크한 값을 지니고 있어 각각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이다.
NFT를 통해 유저의 소유권을 보장할 수 있으며, 자신의 생태계 안에서는 A 게임에서 얻은 재화를 실제 B 게임으로 옮길 수 있다는 약속이다. 김 대표는 위메이드가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앞서간다면, 회사의 가치를 제고하는 것은 물론 산업과 기술의 프토로콜 또한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게임의 NFT 도입이 개발 측면에서도 더 낫다고 주장한다.
게임 출시 전이 되면 모든 개발자들이 주말과 저녁을 반납하고 론칭을 위해 내달리는 크런치모드가 있다. 게임이 출시된다고 개발자들이 쉴 수 있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굉장한 콘텐츠를 준비해도 유저의 소모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유저들은 핫픽스 수준 이상의 요구를 하고 있다. '운영자 나오라'는 엄청난 압박에 직면하기도 한다.
개발자들이 무리한 일정 끝에 게임을 내고도 쉴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론칭이 늦어지면 업데이트도 늦어지고, 한쪽에서 사업팀은 업데이트 일정을 '쪼고' 있고, 기획자의 구상을 개발팀이 구현하는 데 갭은 점차 멀어지며, 이는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만드는 파이프라인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론칭 이전이라면 연기라도 할 수 있지만 라이스를 시작하면 이미 운영 중인 게임의 밸런스를 끊임없이 맞춰야 한다.
게임의 코어 시스템을 건드리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따라서 게임사는 최선을 다하고도 유저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한국 게임 생태계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김 대표는 고백했다.
만약에 블록체인 기술을 게임에 접목하면 A 게임에서 얻은 자산의 효용을 인정할 수 있다. 기존의 방식이라면 최상위 티어의 장비나 펫에 파츠를 붙이고, 강화를 하고, 경험치를 먹이는 식으로 업데이트를 한다. 이 아이템에 NFT를 적용한다면 결과물의 가치를 보존하면서 기획자와 개발자들은 보다 편한 일정으로 제약 없는 환경에서 새로운 구상을 할 수 있다고 김 대표는 설명한다. A 게임에서 얻은 펫으로 B 게임에서 레이싱을 하는 등으로 말이다.
김석환 대표는 새로운 게임 만들면 얼마나 새로운 기회와 또다른 제작 방법론과 서비스 방법론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러한 주장을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물관리위원회에게 전했고 실제로 일리가 있다는 답변을 들었지만, 아직 상황은 제자리걸음이라고 한탄했다.
자본 논리에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실질 관점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게임산업에 어떤 변화 가져올지 고민해야 하고 아마도 산업이 발전하려면 다양한 시도가 나와야 하는데 제도 측면에서 과한 규제를 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김 대표는 <미르4>가 론칭 이후 단 한 번도 유저 수가 꺾이지 않고 계속 증가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대부분의 모바일게임은 출시 시점이 정점이고, 글로벌의 경우 그 지표가 완만한 상승폭을 보이는 것이 그간의 모습이었고, 또 하강기마다 변곡점을 마련하는 것이 게임 서비스의 익숙한 지표였지만 <미르4>는 계속해서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미르4> 글로벌에 단 한 개의 패키지도 출시하지 않았다고 자부했다. 기존의 게임 서비스라면 초심자 패키지부터 해서 상품을 도열해놓고, 수백만 원에서 천만원 대에 이르는 시작 비용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위 패키지를 출시해 유저들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돈을 쓰게 만들지만, <미르4> 글로벌은 그렇지 않다는 해설이다.
김 대표는 '약간 나쁘게 말해서 유저를 바보 만드는 행위'라며, 이러한 행위의 연속으로 버스 시위 등의 유저 직접 행동이 탄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르4> 글로벌은 분명 다른 지표를 그리며 성장하고 있고, 이는 플랫폼으로 묶여 더 큰 성장세를 그릴 수 있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그의 발언에 따르면, 이미 재화 드레이코를 중심으로 작은 생태계를 형성 중이며 게임 아이템을 드레이토로 하는 거래소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러한 모델을 다른 게임사들이 적용받으면 위메이드(트리)가 간섭하지 않고 게임사가 발행한 토큰으로 그 회사가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게임 90%가 진입장벽에서 탈락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제대로 된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없었지만, 위메이드 블록체인 게임은 설치부터 실행까지 또다른 .json의 설치 과정 등이 제외된 상황에서 서비스 중이기 때문에 진입이 비교적 쉽다.
그는 NFT에 관한 유행이 '요란한' 측면도 있지만, 계속해서 옥션 등을 운영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 MBC, 뉴시스와 협업을 진행하며 앞으로도 다양한 옥션을 열겠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게임에서 나온 NFT야말로 다른 토큰과 달리 실제 게임 내에서 기능적 가치와 쓸모를 입증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 NFT 거래가 단기간에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최초로 NFT 버추얼 갤러리를 공개했다. 그간 수집가들 사이에서 자신의 소비를 자랑할 공간이 없었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개인의 지갑에서밖에 볼 수 없었던 NFT를 보다 넓은 공간에서 보여주겠다는 아이디어로 볼 수 있다.
또 위믹스 이코노미 속에서 탈중앙화 금융 플랫폼을 구축해 개별 게임이 그 안으로 들어와 토큰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견했다. 기업이 거래소에 상장하듯 게임이 위메이드 플랫폼에 상장하는 일종의 '개별 게임 IPO'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김석환 대표는 자신들이 영위하는 사업이 불과 '사기'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지난 2~3년간 봐왔을 것이라며 게임업계에 새로운 생태계 조직을 위한 관심과 협업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