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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을 멈춰야 길이 나온다! 초보자에게 훌륭한 '피코-8'로 만든 이 게임

OOI 2021 인터뷰 (2) 지하 유적 탐험 플랫포머 '소울바운드'

디스이즈게임(디스이즈게임) 2021-12-09 18:02:36
한국의 실험 게임 페스티벌 아웃 오브 인덱스(Out Of Index, OOI)가 올해로 7번째 문을 연다. OOI는 전 세계의 실험 게임 작품들이 한발 앞서 소개되는 현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찍이 <레플리카>, <피코파크> 등의 게임이 게이머와 스트리머의 선택을 받기 전부터 OOI 무대에 섰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 방식으로 개최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총 여섯 작품이 선정됐다. ​OOI 주최 측은 한국의 게임 문화 연구자​들과 선정작 개발자 간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디스이즈게임에서도 여섯 건의 인터뷰를 함께 만날 수 있다.

선정된 게임은 오는 11일 OOI 홈페이지에서 체험할 수 있다. 데모 파일을 받거나, 원격으로 접속해 게임에 접속하는 방식이다. /편집= 디스이즈게임 김재석 기자


외부 원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소울바운드>(Soulbound)는 지하 유적에서 공간을 구부리는 능력을 주는 보석을 발견한 주인공의 모험을 담은 플랫폼 게임입니다. 화면의 스크롤을 정지시켜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가며 퍼즐을 플어나가야 하는 독특한 플레이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아웃 오브 인덱스: 보석을 획득할 때 고전 콘솔게임처럼 화면을 고정시키는 연출이 만들어내는 변화가 인상깊었습니다. 스크롤과 화면고정을 특정한 아이템 획득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제작하실 때 참고한 레퍼런스들이 궁금합니다.

A. 그 메커닉을 발견한 것은 2016년 <피코-8>(pico-8)을 가지고 이것저것 해볼 때였습니다. 

당시에 그 메커닉이 뭔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걸 가지고 재미있는 레벨을 디자인하려면 숙련된 레벨 디자인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레벨 디자인은 제가 잘하는 작업이 아니며, 저는 'procedural level'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프로젝트를 마음에 담아둔 뒤 적당한 때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러둠 데어 47>(Ludum Dare 47)에서 "스턱 인 어 루프"(Stuck in a loop) 테마를 보았을 때 다시 시도해보기로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보석이 히어로의 파워를 제한토록 하니(기존 버전에서는 원할 때 언제든지 그 파워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레벨 디자인이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제가 원했던 게임의 분위기는 <라-뮬라나>(La-Mulana)와 비슷한 것이었지만,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게 제 장기가 아니라서 48시간 내에 게임에 걸맞는 작은 스토리를 짓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Q. 게임 제목인 <소울바운드>와 엮어 생각해 보면, 이러한 연출은 말그대로 보석이라는 소재에 매여버리는 주인공 캐릭터라는 상황을 언어적인 연출 바깥에서 효과적으로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소울(Soul)이 보석에 묶이는(Bind) 상황인데, 한편으로는 게임 속 이런 연출이 순간적으로 게임의 주체를 인간 캐릭터에서 보석이라는 비인간 캐릭터로 옮겨놓으면서 최근 자주 거론되는 비인간 주체에 대한 묘사로 읽을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들이 있습니다. 이런 의견에 대해서 제작자로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사실 저는 주인공에 대한 주목에 '초점'을 맞추는 저주로 만들고자 했던 것이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초점의 변화는 언제나 재밌으니까요. 저는 'Cactus'의 옛 게임을 아주 즐겁게 플레이했던 기억이 있는데, 여기서는 캐릭터가 빠르게 바뀔 뿐만 아니라 예측불가하게 바뀌곤 하죠. 당시(2010년경)에 이는 매우 혁신적이었습니다.

 

주: 'Cactus'는 <핫 라인 마이애미> 시리즈 개발자로, <핫 라인 마이애미> 이전 수십개의 작고 실험적인 게임들을 만들어왔습니다.

 

Q. <피코-8>이라는 플랫폼을 처음 보고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소울바운드>를 <피코-8>​ 기반으로 제작하시게 된 의도나 배경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A. <피코-8>은 아주 훌륭한 게임 제작 툴입니다. 색상이나 해상도, 카트 사이즈 등에 많은 제한을 둬서 내가 만드려는 게임에서 정말 중요한 핵심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지요. 저는 게임업계에서 상당히 오래 일했었는데, 당시 초반에 같은 프로젝트에 1~2년을 보내는 것이 매우 지치고 실망스럽더군요.

<피코-8>은​ 제가 다시 기운을 차리고 게임 개발하는데 있어 아직은 (웃음) 너무 늙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피코-8>은​ 또한 초보자들에게도 훌륭한 툴입니다. 청소년들에게 게임 개발을 가르칠 때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Q. 화면고정과 스크롤을 오가는 특유의 방식이 8비트 도트 그래픽을 떠난 환경에서는 어떤 느낌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예를 들어 같은 메커닉을 유지한 채, 이를 FHD 그래픽으로 표현한다면 느낌이 사뭇 다를 것 같습니다.

A. 제 생각에 해상도는 프로젝트 시작할 때부터 유지되는 한 어떤 해상도라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 메커닉으로 게임을 만들 땐 화면 크기가 레벨을 만드는 방식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을 좀 더 큰 버전으로 만들게 된다면 템플을 좀 더 빨리 디자인할 수 있도록 레벨 에디터 안에 화면크기의 직사각형을 삽입할 것 같습니다. <피코-8>로는 그러한 툴을 만들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죠.

 

<피코-8>

[인터뷰어: 이경혁, 박이선, 김지윤, 박수진 / 번역: 나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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