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이하 지니어스)에서 신분증을 잃어버리고 공허한 눈빛으로 천장을 바라보던 이두희는 올해 NFT, P2E 게임의 기대주가 됐다.
10년 동안 코딩 교육 스타트업 '멋쟁이사자처럼'을 이끌던 그는 지난 4월, NFT라는 묘약 같은 단어에 빠져들었다. 그의 새 프로젝트 <실타래>는 지금 씬에서 엄청난 기대를 받고 있다. 공식 디스코드에는 수만 명 넘는 사람들이 새 소식을 기다리고 있으며, 3차례에 걸쳐 진행된 카드 경매는 모두 1'초'도 걸리지 않는 시간에 마감됐다. 위메이드와 카카오도 이미 <실타래>에 투자했다.
<실타래>는 턴제 NFT 트레이딩 게임으로 같은 <지니어스> 출신의 홍진호, 김유현, 이종범이 깊게 관여되어있다. 가상의 보드 위에 특성과 상성에 따라서 서로의 덱에 보유한 카드를 제출하고 승패를 겨루는 게임이다. 얼핏 보기에 흔한 카드게임이지만, 여기에 블록체인이 들어간다. 모든 카드는 NFT가 되어 거래하며, 플레이 자체도 블록체인 위에서 진행된다. 이두희 대표는 스토리텔링도 이 프로젝트의 '실마리'라고 소개했다.
과연 <실타래>는 기대에 부응하는 게임이 될 수 있을까? 현행 게임법에 문제는 없는 걸까? 무엇보다 이두희는 왜 NFT에 진심인 걸까? 14일 멋쟁이사자처럼 사무실에서 그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멋쟁이사자처럼 이두희 대표
Q. 디스이즈게임: 3차례에 걸친 <실타래> 민팅(Minting, 발행)이 모두 1초 만에 매진됐다. 축하드린다.
A. 멋쟁이사자처럼 이두희 대표: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 시작이다. 성적표를 좋게 받고 시작한 프로젝트라서 계속 성적이 좋아야 하는데, 그걸 유지하는 게 엄청난 부담이다. 마치 초등학생이 1학년 1학기 시험을 봤는데 덜컥 반에서 1등 한 기분이다. 유지가 어렵겠지만, 해야 한다. 앞으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의무와 책임감이 생긴 것만 같다.
Q. 봇(Bot, 자동화 프로그램)이 민팅 과정에 개입되지는 않았나?
A. 1차 민팅 때 80개 쓸어간 봇이 있었고, 40개 쓸어간 봇이 있었다. 우리가 발행하기로 한 것이 10,000개이니 120개가 많은 규모는 아니다. 그래도 소수가 여러 개를 가져간 상황이니, 2차부터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밤을 새워 작업했다. 컨트랙트를 새로 짜기로 하고 처음부터 새로 빌드를 세웠다. 2차 민팅과 3차 민팅에서는 봇이 개입되지 않았다. 사람이 봇처럼 빠른 경우는 상당히 많았다.
Q. 이번 민팅에서 높은 금액부터 가격이 내려가는 '더치 옥션'을 하기로 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향후 <실타래> 프로젝트에는 적용될까?
A. 다음 프로젝트부터는 더치 옥션을 가보려고 한다. 우리(실타래 팀)는 민팅을 '스트로크'라고 부르는데, 올가을 있을 2차 스트로크에서는 더치 옥션이 작동하게끔 하려고 한다. 그때는 더치 옥션이 등장했으면 좋겠다. 1주일 내내 테스트했는데... (웃음) 이번에 작동하지 않아서 너무 아쉽다.
# "실타래가 잘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
Q. NFT가 게임과 연계됐고, 그에 따라서 취재를 시작하며 '<실타래>가 잘 되어야 한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
A. 정말 어깨가 무겁다.
P2E가 글로벌에서는 어마어마하게 성장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규제의 철퇴를 맞은 상황이다. 하루하루가 굉장히 바쁘게 흘러간다. 우리가 1년, 2년 놓쳤다가는 따라갈 수 없는 차이가 될 거다. 한국이 지금이라도 따라가야 한다.
그래서 <실타래>는 유저를 설득해야 하고, 정부를 설득해야 하는 두 가지 과제가 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우리가 멈추는 순간 2번째 3번째 P2E 게임은 등장하기 어려울 것 같다. 싱가포르나 외국에 법인을 세우고 해외 자본으로 가는 상황이 너무 아쉽지 않은가?
Q. 멋쟁이사자처럼은 <실타래> 프로젝트를 한국에서 진행하나?
A. 아쉽게도 다른 곳들처럼 민팅 금액은 전부 싱가포르에 있는 상황이다. 너무 아쉽다. 10년을 한국에서 사업을 잘 해왔는데, 규제 때문에 이렇게 피해서 가야 한다는데 안타깝다.
Q. 멋쟁이사자처럼은 10년간 코딩 교육 스타트업이었다. 그러다 최근 1년 사이에 NFT, P2E 분야로 뛰어들었는데, 계기가 있었던 건가?
A. 작년 4월에 그라운드엑스와 NFT 만들기 수업을 열었다. 우리가 인공지능 수업도 열고 파이썬 수업도 열고 여러 분야의 수업을 여는데 맨 처음 NFT는 다양한 과목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 수업 참여도가 다른 수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더라. 워낙 차이가 커서 '이 시장은 다르다'라는 직관이 들었다. '잠깐 발 담궈볼까?' 수준이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도 비즈니스 기회가 생길 것 같아서 출발하게 됐다.
Q. 그렇게 발행한 메타콩즈가 오픈씨(NFT 거래 플랫폼)에서 대박이 났다.
A. 나도 이렇게 대박이 날지 몰랐다. (웃음) 시장 조사를 하던 상황에서 한국에서는 '도지사운드클럽'이 원탑이었다. 그 클럽을 리서치하고 공부하면서 우리 규모를 따졌다. 그렇게 메타콩즈를 만들어서 판매를 시작했고, 1주일 혹은 3일 정도에 걸쳐서 민팅이 이뤄질 거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남은 개수가 오픈과 동시에 순식간에 0을 찍더라. 내부 로그를 뒤져보니 버그가 아니라 그 시간 안에 다 팔린 것이었다.
멋쟁이사자처럼이 만든 NFT 아트웍 '메타콩즈'
# <실타래>의 실타래를 풀다
Q. <실타래>는 몇 명이 개발 중인가?
A. 현재 16명이 일하고 있고 계속 채용 중이다. 20명은 넘길 것 같다. 대부분이 개발자다.
Q.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홍진호, 기욤 패트리, 이종범(만화가) 등등 유명한 사람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 유명한 사람들이 정말 일을 하나? 이분들의 화려한 커리어에 직접적인 게임 개발 이력이 있는 사람은 사실 없지 않나?
A. 일단 내가 네오위즈에서 1년 반을 일했다. 안에서 직접 게임을 만든 건 아니지만, 그때도 지금도 게임 시장을 계속 리서치해왔다. 그리고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는 홍진호 선수가 2번째로 잘 나가지 않나? 또 김유현이라는 친구는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에 푹 빠져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친구고, 프로 포커 플레이어였다.
또 요즘 P2E 게임이나 TCG나 최근 나오는 것들을 보면 스토리가 빈약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 카드에만 몰입을 시키려고 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게임 스토리만 잘 받쳐준다면 잠깐 바람이 불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거다. 그래서 이종범 작가 이외에도 원종우(PATO), 김기범(PUNEW) 이 분들이 스토리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름만 올리는 게 아니라 실제로 우리 프로젝트에 많이 연결이 되어있다. 이 정도 라인업이라면 최고의 게임이 나올 수 있다.
Q. 우정 출연이 아니다?
A. 홍진호 선수의 경우에는 방송 출연도 거의 최소화한 것으로 안다. 새벽 3시에도 부르면 다 (회의 방에) 들어온다. 홍진호 선수와 김유현 선수는 거의 같이 산다시피 하고 있다. 거의 매일 게임하고 매일 테스트한다. 처음에는 이름만 빌려도 감지덕지이긴 했다. '친하니까 이름 좀...' 이런 생각.
근데 지금은 홍진호 선수가 도리어 신나서 <실타래>에 올인하고 있다. 1시간이 멀다 하고 연락을 하고 있다. 존경스럽다. 그래서 이번에 홍진호 선수가 작업하기 좋도록 맥북을 사드렸다. 보안이 생명인 작업이라서, 랜섬웨어 한 번 걸리면 난리가 난다. 맥북이 게이머에겐 최악이지만 블록체인 개발하는 사람들에겐 중요한 아이템이다.
<실타래>와 함께하는 사람들
Q. <실타래>는 어떤 게임인가? 모르는 독자를 위해 설명을 부탁한다.
A. '실타래'라는 단어 자체가 여러 실이 엮여있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의 실이 다른 실에게 영향을 주면서 '타래'가 구성된다. 이종범 작가가 그런 실처럼 얽히고설킨 스토리를 써주고 계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밌게 가볼 수 있다.
그렇지만 시작부터 유저들에게 세계관을 강하게 주입하는 것은 불가능할 거다. 처음 시작은 가위바위보 형식의 카드게임으로 갈 것 같다. 여기에 여러 속성과 상성이 작동해서 누가 이기는지 겨루는 게임으로 간다. 룰을 하나둘 추가하면서 어려운 게임은 머리를 많이 쓰게 되고, 운이 들어가는 부분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거의 대부분의 TCG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모두 '처음에 얼마 정도를 박고 시작해야 한다'라거나 '너무 어려워서 첫날에는 헤매다 끝난다'라는 등 장벽이 있다. 그나마 가장 접근성이 좋은 게 가위바위보였다. 그걸 가장 처음 보여드릴 생각이다. 몇 페이즈가 나눠지고 플레이에 따라 최종 결과가 갈리는 구조다.
Q. 아직 게임을 해보지 못한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또 다른 NFT 카드게임 <스플린터랜드>가 떠오른다. <실타래>는 무엇이 다른가?
A. 그 게임은 카드가 무한대에 가깝게 존재한다. 우리 게임은 그렇게까지는 가지 않는다. 유한한 카드 숫자로 가되, 사용자가 늘어남에 따라서 대여할 수 있는 카드를 늘릴 계획이다. 재단에서 카드를 대여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 것이다.
또 <실타래>는 '블록체인 게임'을 표방하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체인에 박을 생각이다. <스플린터랜드>는 오프체인에서 이뤄지는 게 많고 블록체인에서 결제만 하는 구조다. <실타래>는 거의 대부분의 요소를 블록체인과 연동시킬 것이다. 딱 매칭까지만 서버에서 이어주고, 게임플레이는 모두 블록체인에서 진행된다. 플레이 이력, 기록 등이 모두 블록체인으로 저장되는 것이다.
<스플린터랜드>
Q. 플레이 이력은 블록체인으로 가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손볼 수 없고?
A. 그렇다. 한 곳에서 터지더라도 나머지는 복구된다. 게임했던 모든 기록은 블록체인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Q. 그래서 클레이튼 네트워크를 선택한 건가?
A. 다른 네트워크들은 처리 시간이 발생하기 때문에 턴제로 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걸린다. 또 거래 수수료 문제가 있다. 이더리움에서 P2E 게임을 만들면 한 판 할 때마다 10만 원은 나갈 거다. 폴리곤도 여진히 수수료가 비싸다. 10판 하면 2,3천 원은 깨질 거다. 클레이튼은 0.7원에서 0.8원 정도 나간다.
그런데 우리는 게임하면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재단에서 대납해줄 거다. 시스템상 트랜잭션(Transaction)을 걸 때 대납을 자동으로 선택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실타래> 유저는 게임을 하면서 거래수수료를 아예 내지 않는 거다. 수수료가 싸기 때문에 가능한 거다.
Q. <실타래>의 대여 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듣고 싶다.
A. 왜 어릴 때 딱지치기 같은 놀이를 할 때 상대방을 이기려고 친구 딱지를 빌려서 게임하고 그러지 않았나. A가 B의 딱지를 빌려서 플레이하고, 나중에 고맙다고 과자 하나 사주고. 이것이야말로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가 아닐까 한다. (웃음)
이걸 프로그래밍하면 블록체인이 되는 거다. 개발자 입장에서 블록체인이 이런 시스템을 구현하기 너무 좋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스마트컨트랙(Smart Contract, 자동화계약)이 이루어지고, 신뢰도는 100% 보장되는 구조니까 좋은 카드를 빌려서 게임을 이기거나, 게임에서 얻은 수익을 나눠갖는 구조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지금은 오픈씨에서 <실타래> 카드 가격이 올라서 100만 원, 200만 원 수준이다. 처음 게임 시작하는 사람한테 이 비용을 무조건 강제할 순 없다고 본다. 대부분의 P2E 게임이 가격 상승을 노리고 초기 비용을 넣고 시작하라고들 한다. <엑시인피니티>는 지금도 대략 30만 원은 투자해야 할 만할 거다.
우리는 F2P(프리 투 플레이)로 게임을 진행한다. 초기 비용이 아예 없는 사람도 게임을 할 수 있고, 카드를 빌려 와서도 참가할 수도 있다. 빌려준 사람은 그동안 카드를 못 쓰게 된다. 충분한 여력이 있다면 <실타래>에서 카드 임대를 전문적으로 하는 유저가 등장할 수도 있다. 빌려준 카드가 잘 사용되고 있나 볼 수 있게 하는 구조도 보고 있다. 계약이 끝나면 대여한 카드는 회수된다.
Q. 총 1만 장의 <실타래> 카드가 발행되었다. 그러면 1만 개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건가?
A. 캐릭터의 수는 정해져 있고 변주가 된다. 불 속성 구미호, 물 속성 구미호 이런 식으로. 4개에서 5개의 속성을 검토 중이다. 4개를 기본으로 가고, 1개를 옵션으로 갈지 말지 밸런스를 점검하고 있다.
<실타래> 선덕여왕 카드
<실타래> 사명대사 카드
Q. 역사 속 실존 인물을 카드로 발행할 계획으로 아는데, 한국에는 종친회 문화가 공고하다. 소프트 론칭이 완료됐는데, 후손들이 나타나 '우리 조상님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건가? 실제로 업계에서 종종 발생하는 사건이다.
A. 똑같은 우려를 이종범 작가가 했다. 이런 문제를 대응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도 있다고 의견을 주었다. 그래서 우선 기획했던 근·현대사 인물은 전부 내렸다. 후손이 없는 고대로 가거나, 홍길동 같은 창작인물로 갈 것 같다. 우리 역사에 너무 중요한 위인들이 많이 계시지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최소화하기 위해 일단은 뺐다.
Q. 게임 서비스가 진행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엑시인피니티>에서 겪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많은 NFT, P2E 게임 프로젝트들이 고민하는 주제 같은데, <실타래>에서 보상과 소각의 균형은 어떻게 맞출 건가?
A. 대부분의 P2E 게임이 소각을 잘 못해서 토큰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 일종의 규범처럼 되고 있다.
<엑시인피니티>도 그런 전철을 밟았다. 우리는 <실타래>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를 만드는 데 관심이 있다. 그래서 13일에는 자체 NFT 거래소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클레이튼 기반으로 거래되는 거래소를 만들고, 따로 게임 대회를 열 거다.
지금 오픈씨 수익만 해도 괜찮은 상황이다. 외부 기업들 투자도 몇 건 있었다. 앞으로도 외부 자금 수혈이 계속 있을 예정이다. <실타래>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가 e스포츠인데, 앞으로 <실타래> 팀과 프로리그를 구성하고 싶다.
그렇게 되면 하나의 게임 생태계가 돌아가게 되는데, 미래에는 NFT 거래소가 붙어서 금융 생태계까지 완성이 되는 거다.
# 게임법 문제는 어떻게?... "사행성 막는 것은 동의하지만 <실타래>는 다르다"
Q. 현행 게임법에서는 환금성이 있는 게임의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이 게임은 어떻게 보면 한국의 현행 법과 정확히 대치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A. <실타래>는 F2P 게임이고, 게임 내 재화가 곧바로 현금화되지 않는다. 'P2E가 이래서 안 된다'고 하는 룰은 대체로 피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실타래>는 게임화된 디파이로 볼 수도 있다. 당국의 잣대로는 게임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면, 우리는 우리 입장을 선언하는 수밖에 없다. 여러 장치를 마련해놓고 테스트를 한 뒤, 다음을 살펴볼까 한다.
Q. 그렇다면 게임법을 고쳐야 한다고 보나?
A. 사행성을 막자는 취지에는 동의한다. 어렸을 때도 친구들이 돈을 빌려서 게임하는 것은 잘못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P2E는 절대 사행성으로 볼 수 없다. P2E에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실타래>는 안에서 돈을 거는 기능이 아예 없다. 게임 내 포인트를 번 뒤에 '고기 사 먹어야지' 하면서 직접 현금 인출을 하는 요소도 없다.
NFT 자산으로 보장되는 것은 카드뿐이고 마켓 안에서 정당하게 거래된다. 게임 플레이로 직접적인 돈을 버는 일은 없다. 대신 e스포츠 리그를 만들고 프로리그 선수들이 생겨서 페이를 받게 하는 것은 목표로 남아있다. <실타래를> 길거리 (불법) PC방에 깔려있는 포커처럼 만들 마음은 하나도 없다.
그런 게임이라면 일단 나부터 떳떳하지 않다. '이두희 잘못 따라갔다가 패가망신했다'라는 사람은 없도록 할 것이다. <실타래> 같은 게임이 떳떳하게 서비스될 수 있도록 오래된 게임법을 고쳐야 한다.
Q. 말하자면 이런 건가? ― P2E가 적용되는 부분이 카드 수집에만 있다,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 베팅이나 배당을 하지는 않는다, 가치가 있는 희귀 카드라면 유저들끼리 거래할 수도 있고, 정식 대회에 나가면 상금을 벌 수도 있다, (오프라인에서의) <유희왕>이나 <매직 더 개더링>처럼?
A. 그렇게 가야지 생태계가 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TCG 판에서 잘 만들어진 것들을 블록체인으로 구현하는 모델이다. 사행성과는 접근이 전혀 다르다.
Q. 하지만 당장 규제당국으로서는 법대로 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심사숙고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A. <실타래>를 서비스한 뒤에 개발자들을 모시고 우리 카드로 다양한 게임을 만들도록 해커톤을 열 거다. 실제로 의미있는 게임이 나오면 상금을 드리고, <실타래>에서 서비스를 하는 방식이다. <스타크래프트>도 재밌었지만 유저들이 만든 '유즈맵'도 많이 하지 않았나? 지금의 <리그 오브 레전드>도 출발은 넓게 보면 유즈맵 아닌가?
<실타래>는 창의적으로 게임을 만들 여지를 장려한다. 지금 <로블록스>에 들어가는 게임들에 심의가 전부 이뤄지고 있나? 불가능할 거다. 우리가 해커톤을 열면 적개는 수백 개에서 많게는 수천 개의 게임이 튀어나올 텐데 이걸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전부 심의할 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오래된 규정은 고쳐져야 한다.
Q. 작년 <로블록스>의 국내 상륙과 관련해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분류하기는 어렵다'라는 내용의 조사 보고서가 나오기는 했다.
A.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로블록스>
# 이두희도 스캠 NFT 피해자?
Q. 디스코드에서 유저들을 모아놓고 소수결 게임 '길쌈'을 진행하더라. 어떤 기획인가?
A. 원래는 1회성 이벤트로 만들었는데, 이번에 반응이 너무 좋아서 주기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방에 많게는 900명, 적게는 30명이 들어가서 O/X 소수결 게임을 하고 클레이로 보상을 드렸다.
Q. 말만 들으면 돈 놓고 하는 '홀짝'이나 '사다리타기'와 다른 게 없어 보인다. 게임의 흥미를 더할 심리전 요소가 있다고 들었는데.
A. 심리전 요소가 90% 이상이다.
<라이어게임>에서 차용한 게 많다. 거기에서도 소수결 게임을 하는데 거기서도 비슷하게 "홀짝인가?" 라는 반응이 나온다. '우리 홀더분들도 랜덤게임 해서 몰아주기 하는 거 아니냐?'는 말씀을 주셨는데, 그렇게 굴러가지 않았다. 엄청난 심리전이 구성됐고, 모략이 펼쳐졌다. '나는 무조건 X를 찍을 거다'라고 공언한다던지, 의사 결정 중 배신을 한다던지. 무조건 랜덤게임이냐면 그렇지 않다.
이벤트로 진행된 소수결 게임 '길쌈'
Q. 요즘 스캠(Scam, 사기) NFT 프로젝트가 굉장히 많다. 이두희 대표가 만든 메타콩즈도 가짜 NFT가 발행되어 버젓이 거래 중이다. 어떻게 보면 피해자 위치이기도 한데, 이 자리를 빌어 입장을 낸다면?
A. 생태계를 운영하는 곳에서 이런 가짜를 차단해줘야 하는 시점이다.
오픈씨에서 필터링을 책임지고 해줘야 한다. 수수료만 해도 엄청난 돈을 가져가는데, 누가 봐도 베낀 것 같은 프로젝트가 블락되지 않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임했으면 좋겠다. 인증마크를 요청한 지도 시간이 꽤 지났는데 여태 안 달아주고 있다.
구매자 여러분께는 메인 홈페이지에서 오픈씨에 들어가 NFT를 구매하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다. 오픈씨에서 검색하면 가짜에 속을 수 있다.
Q. 2022년 2월 22일에 게임의 첫 CBT를 오픈한다고 들었다. 특별한 의도가 있는 건가? 서비스는 어떤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나?
A. 특별한 의도가 있다. 2의 아이콘이 우리 팀에 있기 때문이다. (웃음) <실타래>는 웹 기반으로 제공된다.
버그만 없으면 당장이라도 오픈하고 싶다. 최소 보름의 기간을 두고 CBT를 진행한 뒤, OBT를 한 번 더 진행할 수도 있다. 큰 문제만 없으면 가을에는 게임을 열 계획이다. 홀더들의 소중한 카드가 걸린 게임이기 때문에 경제가 잘못 돌아가면 큰일이 난다. 일반 게임이라면 라이브한 뒤에 패치를 하면 되지만, <실타래>는 블록체인 게임이라서 수정이 어렵다. 정식 서비스는 좀 더 신중하게 가야 할 것 같다.
# "한국은 기회를 놓칠 것인가?" 이두희 대표의 걱정
Q. 위메이드, 미래에셋, 카카오벤처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어디에 쓸 건가?
A. 지금 투자 금액과 민팅 금액을 건들지 않고 있다. <실타래> 토큰 경제를 잘 만들기 위해 유동성을 많이 공급해야 한다. 그 분야에 재투자하려 한다.
Q. 앞서 게임법을 바꾸기 위해 설득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이 기사를 읽을 정치권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사실 나는 한국의 미래를 많이 생각한다. 우리의 고속성장을 돌이켜보면,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삶이 힘들었다. 자라나면서 한국의 성장을 계속 봐왔다. 그 성장의 가장 큰 축은 IT와 반도체에 있었다. 너무나도 감사하게 한국이 이 분야를 잡아서 고속성장을 했다고 본다. 그 2개를 놓쳤으면 지금 우리 삶이 어땠을까?
지금 P2E로 쏠리는 돈이 어디로 가고 있나? 동남아시아로 가고 있다. 이대로 흘러가게 놔둔다면 10년, 20년 뒤에는 동남아에 P2E 주도권을 내어줄 가능성도 있다. 지금 한국은 절대 이 트렌드를 놓치면 안 된다. 어마어마한 사람과 돈이 몰려들고 있다. 한국은 규제와 압박으로 막고 있는데 이러면 안 된다. 아직도 팩스 쓰는 일본처럼 될지도 모른다.
한 3년 전만 해도 이더리움 거래량에 한국이 큰 양을 차지했다. 전체 거래의 30%를 한국 것이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블록체인 관련 사업이 엄청 피어났다. 그런데 그때부터 규제에 대한 논의가 오가기 시작했고, 오픈씨 같은 NFT 거래소는 전부 외국에서 나오게 됐다. 뭐 한다 하면 외국으로 가니 이미 주도권을 뺏긴 것 같다. 싱가폴에 뺏기고, 미국에 뺏기고.
싱가폴이 블록체인의 허브가 되고 있는 현재를 소개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사
Q. 어디서 농담으로 '지금 싱가포르는 블록체인의 수도'라는 말을 들었다.
A. 정말이다.
이런 상황이 3~4년 더 유지됐다가는 크게 추월당할 수도 있다. 한국은 끌려가는 마켓이 되는 거다. 그러면 우리는 앞으로 잘 나가는 나라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만 있어야 한다. 3년 전만 해도 외신들은 한국 시장의 역동성에 주목했다. 한국 정치인들의 말을 영어로 퍼 나르고 그랬다. 장관의 발표가 전 세계로 퍼졌다. 그런데 지금 한국 장관이 뭐라고 하는지 관심이 있나?
지금 여야 모두 메타버스, P2E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판이 이렇게 된 부분에 대해서 정치권에서 잘 돌아봐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왜 한국만 이런 옛날 룰에서 놀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Q. 끝으로 <실타래>는 어떤 게임이 될까?
A. 새로운 장르를 리드하는 게임은 언제나 고평가를 받는다. MMORPG를 처음 연 게임, 캐주얼을 처음 연 게임이 그렇듯 말이다. 그런 게임들은 대개 롱런을 한다. 지금 NFT 게임의 문이 열리고 있다. 이 문을 <실타래>가 관통해보려 한다. 이 장르에 확장을 믿는다면 같이 해보면 좋지 않겠나?
<실타래>는 믿을 만한 사람들이 하고 있다. 홍진호, 김유현, 그리고 이두희가 러그풀(Rug Pull, 속칭 '먹튀' 사기)을 할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이미 각자 영역에서 성과를 이룬 사람들이다. <실타래>에 모여있는 사람들의 관심사는 모두 똑같다. 바로 새로운 시장의 개척자가 되는 것이다.
홍진호는 프로게이머를 개척했고, 김유현은 프로 포커 선수를 개척했고, 이종범은 웹툰을 개척했다. 나도 그렇고 <실타래> 팀 모두 본능적으로 시장 개척에 대한 열망이 있는 사람들이다. 선두자가 되어서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갈 테니 지켜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