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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명 30주년, 시드 마이어를 만나다

시드 마이어 차기작은 '이것' 소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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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2-02-22 11:01:14
<시드 마이어의 문명>(이하 문명)이 역사적인 게임이라는 것에 반기를 들 게이머는 흔치 않을 것이다. <문명>은 1991년 첫 시리즈 발매 이후부터 지금까지 분명 게임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게임이다. 구글에서 한글로 '문명' 또는 영어로 'Civilization'을 검색하면 단어 그자체의 문명이 아닌 게임인 <문명>이 먼저 나올 정도다.

<문명>은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으로, 고대부터 미래까지 자신이 선택한 문명을 발전시키면서 세계 통일,  외교 승리, 유토피아 완성, 우주시대 개막 등의 목표를 이루는 게임이다. 현재 6편까지 출시된 <문명>이라는 게임에는 역사, 철학, 과학이 모두 담겨있다.

2022년, <문명>의 30주년을 맞이해 시드 마이어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뮬레이션 장르의 개척자이자 현업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그의 게임 철학을 함께 만나보자.

 

 



Q. 문명을 처음 개발했을 때 이야기를 듣고 싶다.

A. 시드 마이어: 30년 전 <문명>을 처음 개발했을 때만 해도 4X 전략 게임이 전무했다. <문명>을 만들기 전에 <레일로드 타이쿤>(1990)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갓 게임(God Game: 플레이어가 전지적 시점에서  하는 게임. 대표적인 예로 <블랙앤화이트>가 있다)장르였는데, 이 게임을 개발하면서 아주 즐겁고 재미있었다. 

이 게임에서 좀 더 나아간다면 어떤 주제로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고, 인류사, 세계사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온 게 <문명> 시리즈다.

<시드 마이어의 레일로드 타이쿤>

 

 

Q. 이 게임이 30주년을 맞이할 거라 기대했나?​ 지금까지 게임 개발을 유지해온 원동력이 있다면. 

A. 처음 문명을 개발할 때는 4~5명의 작은 규모였다. 당시 마이크로프로즈의 주력 프로젝트는 유명 전투기 영화 <탑건>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문명>이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가 많았기 때문에 작은 구석에서 게임을 개발했다. 그런데 <문명>이 예상보다 큰 성공을 거두면서 회사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이게 30년이나 갈 줄은 몰랐다. 플레이어의 선택을 존중하고, 왕이 되고 군주가 될 수 있고, 그것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하는 게 <문명>의 성공 요인이 아닐까 한다.


Q. 1989년 '게임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났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게임의 정의는 여전한지?

A. 30년 전 그 정의는 여전하다. 그간 게임의 기술적 측면, 이를테면 그래픽, 사운드, UI 같은 것들이 상당 부분 진보한 것은 사실이다. 그 발전 속에서도 유효한 것은 플레이어가 선택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게임 플레이의 중심이다. 그 선택으로 인해 플레이어들은 각자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고, 또 이야기를 만들어내게 된다.


Q. 블록체인과 NFT가 최근 업계의 트렌드가 됐다. 이러한 신기술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A. 원래 플레이어들이 작품을 좋아하고 즐기면 확장팩이나 DLC, 시퀄 같은 것들을 바라게 된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게이머를 위해서 뭔가를 추가해왔다.​ 어떻게 보면 NFT도 무언가를 추가해서 게임을 더 즐기려고 하는 형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옛날에 첫 <문명> 시리즈 때만 해도 160페이지 짜리 매뉴얼이 있었다. 

게임을 즐기게 되면 더 바라게 된다. NFT나 메타버스나 다른 아이디어들도 있겠지만, 먼저 여러분이 추구해야 할 것은 게임을 즐기는 것이고, 진심으로 즐기는 것이다. 그리고 난 뒤 무언가를 더 추가할 기회가 열릴 것이다. 나는 <문명>에 DLC를 추가하고 다른 문명을 추가시키면서, 플레이어의 경험을 자라나게 했다. 

 

Q. <문명> 시리즈는 매 작품마다 약간 다른 특징과 방향성을 보여준 바 있다. 다음 작품을 개발하고 있는다면 꼭 담고 싶은 분야가 있는지?

A. 개발사로서 어떻게 하면 게임 시스템을 복잡하지 않게 만드는 선에서 새로운 즐길거리를 추가할까 고민한다.

우리(파이락시스 게임즈)는 게임을 개발할 때 1/3 법칙(Principle of Thirds)을 따른다. 코어에 있는 핵심 플레이 30%는 유지하고, 전작에서 발전된 요소를 30% 추가하고, 완전히 새로운 요소 30%를 추가하는 것이다. 이렇게 <문명>은 미래로도 가고 완전 과거로도 가는 시리즈가 됐다. 

꼭 담고 싶은 분야라면, 새로운 문명이나 지도자를 염두에 둘 수 있을 텐데, 해당 문화나 민족을 존중하면서도, (인물과 지도자가)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문명 6>

Q. 평소에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게임이 있다면?

A. 공룡에 관한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 전에도 여러 번 시도한 적 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에 공룡이 멋있게 나오는 게임이 만들어지지 않더라. 언젠가 여유가 된다면 공룡을 다루는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

(*주: 시드 마이어는 과거부터 공룡 게임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2001년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다이노크로프트'와 '다이노플래닛' 등 공룡 소재 게임을 개발 중이라고 밝힌 적 있다. 2014년 인터뷰에서도 3가지의 공룡 게임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으며, 각각 실시간, 턴제, 카드게임이었지만, 재미가 없었다고 술회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시드 마이어는 공룡 게임에 대한 관심을 다시금 드러냈다.)

Q. <문명 6>에서는 프론티어 패스를 도입하며 주기적인 콘텐츠 업데이트를 선보인 바 있다. DLC 방식의 시즌패스 판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A. 게임을 서비스할 때 시즌패스가 대단히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게임을 신선하게 유지하고, 기존 플레이어들이 돌아와서 게임을 즐기게 할 수도 있다. 새로운 기술과 지도자 등을 추가하면서 플레이어가 즐길 거리를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 개발팀 규모도 커지면서, 게임 안에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다.

시즌패스의 형식으로 신규 지도자를 추가해온 <문명 6>.

Q. 끝으로 한국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A. 한국 팬뿐 아니라 전 세계 팬들에게 모두 감사하다. 컴퓨터 앞에서 게임 개발에 몰두하다 보면 바깥에 세계가 있음을 까먹을 때가 있다.

전 세계에서 문명을 플레이하고 있고, 좋은 피드백을 받고 있다. 게임을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발전시킬 수 있게 고민을 하게 된다. <문명> 시리즈가 세계를 하나로 이어주는 매개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앞으로도 한국 문명을 최고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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