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반드시 두 명의 유저가 필요하다는 뚜렷한 제약, 모든 장르를 한데 뒤섞어 만든 유니크한 게임 디자인 등 호불호 갈릴 요소는 사실 많았다. 하지만 <잇 테이크 투>는 각종 게임 어워드에서 최고 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500만 장 판매를 돌파하는 등 평단과 대중을 모두 매료시키는 데 성공했다.
게임 제작 전 과정에 참여한 올리베르 그란룬드 헤이즈라이트 리드 디자이너를 단독 인터뷰했다. 세상에 둘도 없는 특이한 게임이 세상에 나온 바탕에는, 게임 자체만큼이나 독특한 헤이즈라이트 스튜디오의 창작 방식, 그리고 작가주의적이고 수평적인 기업 문화가 깔려 있었다. / 디스이즈게임 방승언 기자
Q. 디스이즈게임: 먼저,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A. 올리베르 그란룬드: 천만에. 우리는 아주 멀리 북유럽에 있는 개발사인데 (한국에서) 이렇게 인터뷰 요청이 오다니 정말 재미있다. 그리고 <잇 테이크 투>는 아주 니치(niche)*한 게임이기도 하다. 관심 주시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
(*niche: 틈새시장을 공략하는·소수 취향의)
Q. 니치한 게임이라고 말했는데, 그런 <잇 테이크 투>가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나?
A. 아무도 이 정도는 예상 못 한 것 같다. 내부적으로는 게임이 아주 성공하거나 실패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 여겼다. 그래도 한 가지 가능성에 기대를 걸기는 했었다. 일단 사람들이 게임을 한 번만 해보면, 꼭 주변에 이야기를 퍼뜨릴 것으로 생각했다. 아주 유니크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도 ‘올해의 게임상’(GOTY)을 받는다거나 지금까지 스팀 판매량 순위 상위권에 걸리는 등의 성공은 예상하지 못했다. 게임이 이토록 많은 게이머에게 도달하고 잘 됐다는 사실에 우리 모두 놀랐다.
성공을 예상하기 어려웠던 한 가지 이유는 <잇 테이크 투> 같은 게임이 워낙 없기 때문이다. 스토리 중심의 기묘한 메커닉으로 만들어진 이상한 게임이지 않나(웃음). 신작의 시장성을 조사할 때는 비슷한 게임의 성적을 참고하게 되는데 <잇 테이크 투>는 그렇게 할 만한 게임이 없었다. 그러니 우리로서는 사실 도박을 했던 셈이다.
Q. 그런데 도박에 성공했다.
A. 맞다. 그래서 이를 계기로 대중들뿐만 아니라 다른 제작사들도 게임 개발에 있어 ‘창의적인 도박’을 해도 괜찮다는 믿음을 가지기 시작한 것 같다.
특히 헤이즈라이트는 그 가능성을 증명해왔다. 그동안 <브라더즈 어 테일 오브 투 선즈>, <어 웨이 아웃>, <잇 테이크 투> 등 3개 게임을 내왔는데 모두 잘 됐다. 이런 성적을 통해 ‘우리가 미친 짓을 해도 한 번 믿어 달라’고 말할 수 있는 신뢰를 얻게 됐다.
Q. 그렇지만 회사로서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애초에 이처럼 어려운 도전에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A. 헤이즈라이트 직원들, 그리고 조세프 디렉터가 게임업계에 몸담고 있는 건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아니다.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게임을 만들어 내 우리 눈으로 보고 싶어서 계속 도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상업적 성공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웃음). 단지 이 정도로 잘 될 줄 몰랐을 뿐.
Q. <잇 테이크 투>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데 영감을 준 게임이 있다면?
A. 우리는 닌텐도를 좋아한다. <마리오 오디세이>가 출시됐을 때, 많은 가능성을 내포한 게임 유형인데도 비슷한 게임 혹은 경쟁작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예를 들어 FPS라는 장르에는 내러티브형 게임에서부터 아케이드형 게임까지 수많은 변주가 존재하지 않나.
반면 <마리오 오디세이>는 확장 가능성이 큰 장르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그래서 ‘여기에 우리가 좋아하는 코옵 메카닉을 가미해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Q. <잇 테이크 투> 안에 다양한 게임 메카닉이 구현된 이유가 그것인가? <마리오 오디세이> 역시 다양한 게임플레이가 펼쳐진다.
A. 부분적으로는 그렇지만, 우리가 일하는 방식과 더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게임 개발사는 하향식으로 일한다. 꼭대기에 있는 크리에이티브 책임자가 직원들에게 무엇을 할지 지시한다. 그런데 조세프는 그렇게 일하지 않는다. 직원 모두에게 창의적 결정을 맡긴다. ‘무엇무엇을 만들어오라’고 명령하는 대신, ‘일주일 안에 새롭고 신선한 걸 만들어 와 보라’는 식이다.
이것이 게임에 반영되면서 그렇게 다양한 메카닉이 담기게 된 것이다. 직원 하나하나가 자신의 창작 아이디어를 게임에 넣도록 허용했기에 나온 모습이다. 예컨대 어떤 직원이 특정 구간에 자기 취향대로 퍼즐 콘텐츠를 넣고 싶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래서 게임의 각 구간이 서로 그토록 다른 모습을 하게 됐다.
Q. 신선한 협업 방식이다.
A. 헤이즈라이트는 이렇게 팀 전체의 창의력을 활용한다. 다른 게임사들도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 게임사 안에는 수많은 재능(인재·talent)이 존재하지 않나. 하지만 그 재능을 몇 사람이 좌우하면 재능의 병목현상(bottleneck)이 일어난다고 본다.
예컨대 <잇 테이크 투>에서 주인공이 갑자기 다람쥐와 격투 게임을 벌이는 부분도 직원 아이디어다(웃음). 조세프의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 아이디어를 말리지 않았다. 이것이 우리 협업 방식의 멋진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조세프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의 역할을 안 하는 게 아니다. 조세프는 팀의 나침반이다. 특정 요소가 게임에 어울리는지 아닌지, 혹은 더 과감해질 필요는 없는지 등을 판단한다.
Q. 조세프가 팀의 ‘나침반’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잇 테이크 투> 개발에 있어 조세프가 설정한 전반적 방향성은 무엇이었나?
A. 첫째는 ‘다양성’을 추구하자는 것이었다. 플레이어들에게 지속해서 새롭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제시하길 원했다. 그래서 게임 요소를 되도록 ‘재사용’하지 않게끔 했다.
이것은 다른 게임사들과 매우 다른 부분이다. 나는 다이스 등 다른 회사에서도 일했는데 재사용은 흔한 일이다.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헤이즈라이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잇 테이크 투>의 다람쥐 전투 구간은 제작에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갔지만 인게임에서는 1분도 안 나오고, 이후로 다시는 등장하지 않는다.
두 번째 원칙은 플레이어들에게 ‘의미 없는 일’을 시키지 말자는 것이었다. 일례로 <잇 테이크 투>에는 곳곳에 미니게임이 숨겨져 있다. 이것은 일반적인 ‘수집요소’(콜렉터블)를 대체하는 콘텐츠다. 우리는 단순히 수집품 개수가 올라갈 때 뿜어져 나오는 엔도르핀 대신, 진짜 재미를 유저들에게 주고 싶었다.
Q. 아까 <잇 테이크 투>를 만들 때 비슷한 게임이 거의 없었다고 했는데, 사실 헤이즈라이트의 전작인 <어 웨이 아웃>을 플레이해보면, 코옵 측면 등 비슷한 점이 많다. 전작에서 계승한 부분은 무엇이 있는지?
A. <어 웨이 아웃>이 <잇 테이크 투>의 토대가 된 것은 맞다. 특히 두 플레이어 간의 긴밀한 관계 형성, 그리고 ‘코옵 전용’이라는 정체성 등을 계승했다.
특히 코옵 전용이라는 특성은 타협 없이 계승한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왜 AI를 넣어서 1인 플레이를 가능하게 하지 않았나 의아해한다. 그러나 두 타이틀 모두 다른 플레이어와 소통하는 것이 핵심인 게임이고, AI를 넣으면 이것이 성립되질 않는다.
Q. 그렇게 코옵을 타협하지 않은 것은 결국 스토리텔링을 위해서인가?
A. 스토리텔링보다는 게임플레이 자체를 위해서다. <잇 테이크 투> 게임플레이의 상당 부분이 상대방과의 소통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방을 둘러보면서 ‘이걸 쏘면 될 것 같다’, ‘너는 저 길로 가면 될 것 같다’는 대화를 나누면서 플레이하게 된다.
이렇게 협동하면서 해법을 찾는 것이 <잇 테이크 투> 만의 재미다. 여기에 AI를 넣는다면 이 재미가 사라진다. 게다가 어차피 일부 구간은 사람이 아니라면 아예 플레이 불가능하다.
Q. <잇 테이크 투>는 플레이 방식이 시시각각 변한다. 매 구간 아주 짧은 튜토리얼만으로 조작법을 가르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이를 위해 일관되게 고수한 디자인 원칙이 있다면?
A. 정말 고생한 부분이다. 일단 같은 유형의 상호작용에는 동일한 버튼을 사용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래서 새로운 메카닉이 등장하더라도, 플레이어가 이전에 익힌 조작법을 자연스럽게 시도하면서 플레이 방식을 알아낼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 디자인 때문에 발생한 일화도 있다. 스노우 글로브 스테이지에서 조작 튜토리얼이 전부 사라지는 버그가 있었다. 그런데 플레이테스트 참가자들이 모두 조작법을 쉽게 알아내 버리는 바람에 문제 인식이 안 됐고 꽤 오랫동안 아무도 그 버그의 존재를 몰랐다.
하지만 수영이나 비행 등에서는 여전히 해결이 어려운 문제였다. 플레이어들이 해당 부분을 처음 맞닥뜨렸을 때 어떤 조작을 시도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많은 테스트를 거쳤고, 계속된 수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Q. 개인적으로는 ‘코어 게이머’이기 때문에 <잇 테이크 투>의 여러 조작법을 익히기 더 쉬웠던 측면도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도 분명 많은데, 초보 게이머들을 위한 고려가 있었나?
A. 물론이다. 우리는 코어 게이머에게 어필하면서도 ‘어려움’을 핵심 매력으로 내세우지 말자는 목표가 있었다. 물론 지금 유행하는 <엘든 링>처럼, 어려움 자체에서 장점이 나오는 게임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려움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매력 삼고 싶었다.
그런 측면에서 <잇 테이크 투>를 어렵게 만드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 게임이 너무 어려워서 한 구간에 갇혀버리면 다양한 게임플레이가 무슨 소용이겠나. 그래서 체크 포인트를 매우 널널하게 배치하는 등의 난이도 조절 방안을 마련했다.
이외에도 많은 플레이테스트를 통해 고수들에게는 게임이 너무 쉽지 않고, 초보들에게는 게임이 너무 어렵지 않도록, 난이도를 조율해나갔다.
Q. 그런데 게임 메카닉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유저들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우려는 혹시 없었나? 각 메카닉의 길이를 좀 더 길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어떤 구간은 정말 짧게 지나가도록 해두었다.
A. 그래서 게임을 전체적으로 훑어보면, 게임의 첫 부분은 아예 메카닉 없이 시작한다. 월드와 상호작용하면서 월드에 대해 이해하는 파트가 먼저 등장한다. 예를 들어 청소기 스테이지에서는 청소기 호스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알려주는 부분이 먼저 나온다.
이렇게 유저들이 특정 요소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한 다음에 조금씩 복잡한 메카닉을 추가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리고 특이한 메카닉일수록 나중에 나오도록 순서를 조정했다. 지금도 꽤 혼란스러운 게임이지만 이런 순서를 맞추지 않았다면 더 혼란스러웠을 것 같다.
많은 게임 메카닉을 넣자는 아이디어 자체는 제작 초기부터 나왔다. 직원 모두 원했던 방향이지만 특히 조세프가 이 부분을 강조했다. 조세프는 ‘하나의 메카닉을 정해두고 게임을 만드는’ 관행이 지겹다고 말했다. 게다가 실제로 그런 메카닉들이 게임 전체를 지탱하기에는 완성도가 떨어질 때도 잦다. 그런 면에서 <잇 테이크 투>는 정반대 시도를 하자는 일종의 선언이었다.
Q. 업계 전체에 보내는 메시지 같은 것이었군.
A. (웃음) 조금은 그렇지. 어쨌든 조세프는 이 부분을 크게 확신했는데, 그가 옳았다.
Q. 다양한 장르만큼이나 다락, 차고 등 흥미로운 장소가 여럿 등장하는 게임이다. 이런 장소들의 선택 과정과 이유가 궁금한데.
A. 앞서 말한 협업 스타일을 여기에서도 활용했다. 게임 디자이너들이 아이디어를 내놓았던 것처럼, 여기에서는 아티스트들이 각자 아이디어를 냈다. 개인적으로 원하는 테마와 장소를 담아 디오라마를 제작하도록 했고, 이걸 보면서 다른 직원들과 추가 의견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스테이지 디자인이 결정된 경우가 많다.
Q. 그런데 게임을 하다 보면 완전히 뜬금없는 장소도 많이 등장한다. 이를테면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기도 하고. 이건 어쩌다 나온 디자인인가?
A. (웃음) 좋은 질문이다. 직원끼리 말하다 보니 창의력이 극단으로 치달은(creativity gone wild) 사례로 볼 수 있다.
방금 말한 우주 공간이 그 예시다. 처음에는 디자이너끼리 중력이 뒤집히는 메카닉을 이야기하면서 로즈(주인공들의 딸)가 다락에 만든 ‘우주기지’를 배경 삼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런데 한 아티스트가 끼어들어서 “그냥 진짜 우주로 가면 되잖아”라고 해서 그렇게 되어버렸다.
다람쥐들을 만나는 나무 스테이지도 비슷한 경우다. 원래는 나무 안쪽의 어두운 공간에 떨어진다는 설정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조세프가 제임스 카메론 영화 <아바타>처럼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정확히는 “약 빤 <아바타>”(Avatar on LSD)로 만들어보자고 했지.
Q. 사실 며칠 전 친구랑 다시 플레이하면서 개발자들 진짜 약 빤 거 아니냐는 대화를 했다.
A. 하하.
Q. 각 보스들이 스토리적 테마를 반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를테면 첫 번째 보스인 청소기는 주인공 코디의 게으름을 상징하는 듯하다. 보스전 설계에서 고려한 점은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나?
A. 보스전은 메카닉적 재미를 최대화하면서 동시에 각 스테이지가 스토리적으로 완결되는 스테이지로 구상했다. 이를 위해 내러티브적 측면과 게임플레이 메카닉의 결을 맞추기(align) 위해 노력했다.
한 가지 예시는 스노우 글로브 스테이지다.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주인공들이 마침내 목표했던 산 정상에 올랐을 때, 역설적으로 보스전이 없이 스테이지가 마무리된다. 이것은 두 사람이 상호 협력함에서 ‘적’이 필요하지 않다는 암시다. 문자 그대로 서로 의지하고 붙잡으면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보스전뿐 아니라 대부분 영역에서 이러한 고민이 있었다. 게임플레이와 스토리를 오버랩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괜찮게 해냈다고 생각한다.
Q. 말한 대로 레벨 디자인과 스토리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관련하여 또 어떠한 시도를 했는지 알려줄 수 있을까?
A. 전달하고 싶은 스토리가 무엇인지 중점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면서 주인공들이 현 상황에 무엇을 느끼고 있을지를 고민하고, 그 감정을 게임플레이에 재현하고자 했다.
예를 들어 주인공들이 싸우고 투닥거리는 상황이라면, 두 캐릭터가 직접 겨루는 미니게임을 넣거나, 두 캐릭터를 물리적으로 떨어뜨려 거리감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스토리의 감정선을 게임에 녹여냈다.
Q. 게임 종반으로 가면서 게임플레이는 다소 줄어들고 컷씬 비중이 늘어난다는 느낌을 받았는다. 의도적으로 이렇게 만든 것인가?
A.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우리는 컷씬을 미리 계획해두고 게임을 만들지는 않았다. 다른 스튜디오에서는 그렇게 하는 경우가 많다. 트리플 A 게임 제작사들은 게임을 실제로 만들기도 전에 모든 컷씬을 먼저 전부 정해두고는 한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더 자연스러운(유기적인·organic) 접근을 시도했다. 그래서 레벨을 만들어나가면서 어디에 컷씬이 좀 더 들어가거나 빠져야 할지 함께 결정했다. 게임 종반의 경우 두 인물의 관계에 관해 이야기할 내용이 더 많아지는 데 반해 컷씬 호흡이 내러티브를 다소 흐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업계에서 잘 시도되지 않는 일이지만 ‘스토리 플레이테스트’를 진행했다. 플레이테스트를 통해 유저들이 무엇을 느끼는지, 혹은(스토리상) 놓치는 부분은 없는지 관찰하고, 그 결과에 맞춰 컷씬의 배치를 결정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스토리의 무게가 더해지는 후반부로 가면서 컷씬을 좀 더 추가한 부분이 있다.
Q. 오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헤이즈라이트 스튜디오는 게임 자체뿐만 아니라 직원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업무 방식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생각하는 헤이즈라이트 스튜디오 업무스타일의 장점은 무엇인가?
A. 대다수 게임사에서 직원들은 ‘다른 사람’의 비전을 따라갈 때가 많다. 물론 헤이즈라이트도 어느 정도 그런 측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우리는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노력한다. 회사의 모든 직원은 다 그 자리에 서게 된 이유가 있다. 개인 차원의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조세프는 훌륭한 디렉터다. 오직 자신만 최고의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생각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당연히 조세프도 개인적 아이디어는 제시하지만, 그와 동시에 다른 직원들이 각자 최상의 아이디어를 가져오도록 요청할 줄 안다.
조세프라는 개인이 이미 성공적 인물이라는 점도 영향을 준다.* 조세프는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어떤 업적을 추가로 세워야 하는 처지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그저 ‘최고의 게임’을 만드는 데 관심을 온전히 쏟는다. 그리고 그 방법에 있어 직원 의견을 묻는 게 최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조세프 파레스 헤이즈라이트 대표는 게임 디렉터가 되기 전에 코미디 영화감독으로서도 현지에서 이름을 알렸다*)
다른 기업들도 이런 방식을 참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하구조를 깨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는 거다. 특히 디렉터들은 더 그렇다. 직원들과 게임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토론해야 한다. 물론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은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한 사람이 모든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단 얘기다. 목표하는 것이 (상업성이 아닌) 창의성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Q. 그렇다면 <잇 테이크 투>에 본인의 아이디어가 들어간 부분은 어디인지 말해줄 수 있나?
A. 나도 물론 많은 부분에 참여했다. 그중 하나는 앞서 얘기한 스노우 글로브 스테이지의 엔딩이다. 여기에는 보스전이 없는 대신 주인공들이 서로를 도와 산을 올라야 하는 최종 난관을 넣어놨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내러티브적인 무게는 다소 덜하지만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부부가 고생하면서 올라간 탑의 꼭대기가 알고 보니 청혼 장소란 걸 깨닫는 장면이다.
Q. 혹시 전체 직원이 몇 명인가? 게임에 들어간 수많은 콘텐츠를 보면 순수 작업량이 어마어마했을 것 같다. 근무시간이 얼마나 됐는지?
A. <잇 테이크 투>를 제작하면서 규모가 많이 커졌다. 현재는 70여 명이지만 제작을 처음 시작할 때는 35명 정도였다. 초과근무는 거의 없었다고 보면 된다. 당연히 특정 콘텐츠 마감이 시급하면 추가로 일할 때가 있었지만, 통계적으로는 거의 그런 일이 없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건 우리가 열심히(hard) 일하기보다는 영리하게(smart) 일한 덕분이다. 조세프는 늘 “우리가 깊은 인상을 남겨야 하는 것은 플레이어들이지 다른 회사 개발자들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라스트 오브 어스>를 한 번 보자. 주인공 조엘이 자기 셔츠를 찢어발기는 장면이 있다. 아마 그걸 본 전 세계 개발자들의 심장이 철렁했을 거다. 그 장면 하나 만든다고 한 달은 족히 일했을 거거든.
이렇게 시간이 많이 드는 기획이 있다면, 그것을 통해 얻어지는 효과가 과연 무엇인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충분히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온다면, 시간을 들일 만하다. 하지만 가끔은 아무한테도 중요하지 않은 콘텐츠에 지나친 노력이 들어갈 때가 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설령 코디가 다이나믹하게 셔츠를 벗어 던진다고 해도 거기에 신경을 쓰는 플레이어는 아무도 없을 것이란 얘기다.
정리하자면, 우리는 들어가는 비용(cost)을 정당화할 만큼 충분히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올 때만 노력을 쏟았다. 비용은 싸게 드는데 아주 재미있는 콘텐츠와, 비용은 많이 드는데 재미는 하나도 없는 콘텐츠가 있다면 둘 중에 후자를 선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Q. 이제 슬슬 정리하자. 헤이즈라이트의 앞으로 계획은 뭔가? <잇 테이크 투>가 정말 성공적이었는데 이것을 어떻게 이어나갈 생각인지.
A. <잇 테이크 투>의 성공 때문에 신 나면서도 무서움을 느끼는 상황이다. 하지만 멋진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고, <잇 테이크 투>에서 얻은 교훈들을 새 게임에 꼭 반영할 생각이다. 자세히 설명할 순 없지만, 이렇게 말할 수는 있겠다. 우리는 앞으로도 <잇 테이크 투>를 품고 갈 것이다.
Q. 독자들과 한국 게이머들에게 한 마디 해줄 수 있나?
A. 우리 게임을 즐겨주신 모든 분께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많은 분이 플레이해주셨을 뿐만 아니라 좋아해 주셨다는 사실이 영광스럽다. 우리의 희한하고 이상한 게임을 소문 내주셔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