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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경, 블록체인 MMORPG를 말하다

쟁점은 상호운용성과 '오너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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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2-08-08 15:50:37

<바람의나라>와 <리니지>, 그리고 <아키에이지>의 개발을 이끈 엑스엘게임즈의 송재경 대표가 8일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개최 중인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 2022'(KBW 2022)에서 'MMORPG와 블록체인, 유저의 것을 유저에게(MMORPG and Blockchain: Give Back to Users What Is Users)'를 주제로 강연했다.

 

송재경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을 MMORPG에 도입하면서, 유저들이 게임에서 이룩한 노력을 보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디어 실현을 위한 핵심 과제로 '상호운용성'과 '디지털 애셋 오너쉽(Digital Asset Ownership)'을 꼽았다.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대표


 

송재경 대표는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자신의 약력을 일별했다. 그는 "<리니지>를 만들 때 그저 게임이 아니라 가상세계를 만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회고하면서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가상세계이지만 게임으로 포장이 되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1990년대의 그는 "비슷한 게임이 없어서 레퍼런스로 삼을 만한 게 없었고 현실세계에서 모방한 것도 있었다"라고 소개했다.

 

<리니지>의 출시 이후 실제로 서비스가 진행되면서 개발팀의 상상 이상으로 유저들의 플레이 패턴이 나타났다. 그의 기억에 의하면, 당시 온라인게임은 충분한 콘텐츠 없이 기본적인 준비가 되는대로 급하게 출시가 됐다. 때문에 유저들이 게임에 모자란 콘텐츠들을 채워 놓았다. <리니지>에서 특정 NPC에게 PK를 당하는 게 유행이었는데, 유저들이 직접 만들어낸 콘텐츠의 사례에 해당한다.

 

또 개발팀이 놀랐던 것은, 유저들이 게임 내 아이템을 현실 화폐로 사고 팔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송 대표는 "지금으로 치자면 NFT의 시초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관련해서 여러 사건사고가 있었는데, 게임방 업주가 아르바이트에게 캐릭터 키우기를 맡겼다가 그가 아이템을 팔고 도망쳐서 논란이 된 적 있다"라며 "당시 공중파 뉴스에 잔뜩 나온 이야기"라고 말했다. 

 

당시 정립된 다양한 이유로 게임사는 아직까지 게임 내 아이템의 현금 가치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송 대표의 발언은, 게임사들이 유저에게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 등은 제외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재경 대표는 현실을 모방해서 게임을 만들었고 그렇게 <리니지>는 힘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다. 그는 "나중에 다른 게임들을 만들 때 그런 점에 대해서 반성하게 됐다"라고 발언했다.

 

 


 

 

# "힘이 지배하지 않는 사회" <아키에이지>, 블록체인 MMORPG의 단초?

 

그 '반성'의 결과물이 바로 <아키에이지>다. 

 

송재경 대표는 "당시 기술적인 제약도 있고, 금전적인 사정도 있어서 못 넣은 기능들을 잔뜩 넣어서 만든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개발 당시의 <아키에이지> 기획 의도는 "상위 유저와 하위 유저의 격차를 줄이고, 힘이 지배하지 않는 사회"였다. 

 

송재경 대표는 게임 월드 안에서 여러 활동을 할 수 있게끔 이런저런 기능을 넣었다. "듣기로 지금도 다른 회사에서 MMORPG를 만들 때 '이런 기능 넣으면 재밌지 않을까?'라는 말이 나오면 '어, 그거 <아키에이지>에 있는데요' 라는 말이 오간다"라고 그는 이야기했다.

 

그는 이어서 <아키에이지>의 기능 몇 가지를 소개했다. 유저가 이미지를 게임에 업로드해서 범선 도장이나 하우징 벽지에 쓰는 기능은, 그의 최근작 <아키월드>에서 유저가 소유한 NFT 이미지를 꾸미는 데 쓸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연결된다. 또 <아키에이지>에는 토지에서 텃밭을 만들고 거기서 수확한 농작물을 가공해서 무역하는 기능이 있는데, 여기서 토지 개념은 여러 샌드박스 게임에서 NFT화 하는 토지와 유사한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그밖에 <아키에이지>에는 유저가 범선을 제작해서 다른 유저들과 해상전을 펼칠 수 있다. <아키에이지>에는 범선뿐 아니라 '날틀' 등 다양한 탈거리가 준비되어 있다. 길드 공성전에서는 유저들이 성벽이나 타워, 성문 등을 배치할 수 있고, 길드원들이 길드장의 지시에 따라서 재료를 모아서 성을 완성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송재경 대표는 이런 MMOPRG의 다양한 재미를 블록체인과 함께 더 키워내려 하고 있다.

 

 

 

# "재밌으면 MMORPG, 재미없으면 메타버스"... 쟁점은?

이어 송 대표는 게임계에서 최근 뜨는 메타버스에 대해서 의아하게 보는 입장을 소개했다. 

 

메타버스의 특징으로 소개되는 것들이 MMORPG에서는 사실 오래 전부터 이야기되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예시로 송 대표는 "재미가 있으면 MMORPG고, 재미가 없으면 메타버스더라"라는 농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메타버스를 구성하는 데 VR 헤드셋과 뛰어난 그래픽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재택근무, 원격근무, 화상회의가 널리 보급되면서 <개더타운>처럼 2D 서비스도 인기를 얻고 있다"라고 전했다. 따라서 "꼭 VR 헤드셋을 끼고 들어가는 가상세계만 메타버스의 필수 요소는 아닌 것 같다"라는 것이 송 대표의 입장이다.

 

송제경 대표는 메타버스, 또는 블록체인 MMORPG의 쟁점으로 "상호운용성과 디지털 애셋 오너쉽(Digital Asset Ownership)"을 꼽았다.

 

"<리니지>의 '집행검'이 NFT화돼서 거래되는 상황이 되면, 나중에 새로 생길 MMORPG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지 진정한 메타버스"

 

 

"<레디 플레이어 원>의 게임인 '오아시스'는 단일한 가상 세계로 나오지만, 웹2 시절의 인터넷이 단일한 서비스로 이뤄진 게 아니라 여러 서비스들이 연결된 것처럼, 메타버스도 하나의 가상세계가 아니라 여러 서비스들이 연결된 것"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므로 "여러 여러 가상세계가 잘 연결되기 위해서 중요한 게 퍼미션 없이 서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송 대표는 예를 들어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특정 프로토콜을 맞추기만 하면 누구나 노더로 참가할 수 있는 것처럼, 메타버스 안에도 특정 프로토콜을 맞추기만 하면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애셋이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리니지>의 '집행검'이 NFT화되어 거래되는 상황이 되면, 나중에 새로 생길 MMORPG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지 진정한 메타버스"라고 주장했다.

 

그는 둘째로 "가상세계 데이터 오너쉽은 누구에게 있느냐가 문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웹2에서는 유저들의 데이터를 회사가 소유하고 그걸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이지만 웹3 시대가 되면서 데이터의 소유권은 유저에게 있는 것이고 그걸로 인해서 생기는 수익도 유저들에게 분배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웹3 시대가 되면서 데이터의 소유권은 유저에게 있는 것"

오늘날 온라인게임의 경우, 대부분의 콘텐츠를 회사가 제공하고, 그것을 유저가 소비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저들의 기여는 크지 않다. 송 대표는 "MMORPG라는 장르의 특성상 회사가 콘텐츠를 만들어서 유저들에게 제공하기도 하지만, 그걸 위해서 유저들이 플레이하면서 그 콘텐츠가 확장되고 완성된다"라며 "어떻게 보면은 유저의 기여가 꽤 크다고 볼 수 있고, 그에 대해서 합리적인 합당한 보상해주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짚었다.

 

그러므로 송재경 대표는 앞으로의 MMORPG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어 유저들이 콘텐츠를 스스로 창작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디지털 데이터 어셋에 관한 소유권을 유저들에게 돌려주면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을 MMORPG에 어떻게 활용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러 방향이 있겠지만 게임 내 재화, 장비, 캐릭터 같은 유저들의 시간 들인 데이터는 소유권을 유저에게 돌려주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소유권을 유저들에게 돌려줌으로 인해서 여러 플레이 형태의 유저들이 공존할 수 있게 된다"라고 예견했다. 혼자 하고 싶은 유저들, 다른 유저에게 뽐내고 싶은 유저들, 돈을 쓰고 싶은 유저들, 돈을 벌고 싶은 유저들이 모두 한 세계에서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블록체인 MMORPG의 강점이다.

 

그는 '상호운용성'의 측면에서 "게임 내 데이터가 단순히 게임 안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블록체인에 기록되면서 바깥 세상에서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로 인해서 신규 유저들이 유입되고, 기존 유저들의 동기부여가 생길 수 있다"라는 것이 송 대표의 생각. 

 

또 "유저들이 만든 데이터와 애셋이 NFT화되어서 자유롭게 거래됨으로 인해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생길 수 있다고 역설했다. "게임 내 중요 아이템이 언제, 어떻게, 얼만큼 생겨났는지 투명하게 블록체인에 기록됨으로 인해서 투명성이 생기고, 그로 인해서 유저들이 게임에 대한 신뢰 높아진다"라는 것이다.

 

 

# 송재경 대표의 신작 <아키월드>, 8월 출시

  

자신의 새 게임 <아키월드> 로고를 배경으로 그 특징을 설명 중인 송재경 대표.

 

이상의 고민이 반영된 게임이 <아키월드>로 8월 말 서비스를 예정하고 있다. <아키에이지> 기반의 게임으로 여러 시도를 하고 있지만 송 대표가 말하는 핵심은 회사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유저가 그 안에서 컨텐츠를 만드는 구조다. 유저들이 펼치는 게임에서의 노력이 NFT로 만들어져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다. 

 

또 송 대표는 궁극적으로 모든 NFT 홀더들이 DAO(탈중앙화 자율 조직) 형태로 게임 개발 및 운영 방향에 대해서 직접 결정하는 미래를 희망하고 있다. 

 

더불어 그는 예를 들어 "잭 도시(트위터 창업자)의 첫 번째 트윗이 NFT화가 된 것처럼, 게임 내에서 벌어지는, <리니지2>의 바츠 해방전쟁처럼 서버 전체에 영향을 주는 사건이나 이벤트에 참여한 유저들이 그 사건을 NFT로 받을 수 있다면 굉장히 멋진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 현장에서 나온 참가자와 송재경 대표 사이의 일문일답.

 

 

Q. 디스이즈게임: 유저에게 소유권을 NFT로 돌려주겠다고 했다. 사실 이 소유권이라는 게 게임서버가 돌지 않으면 의미 없는 것 아닌가?

 

A. 송재경 대표: 실질적으로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론적으로는 게임사가 서버를 내리고 게임을 접는다고 하더라도 NFT와 애셋은 다른 블록체인 위에서 써질 것이다. 이더리움이 됐던 보라가 됐던 솔라나가 됐던 마찬가지다. 모든 히스토리가 기록됐으므로 그것을 복원해서 게임 서버를 새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게임서버의 소스코드도 오픈소스화해서 혹시 저희 회사(엑스엘게임즈)가 없어지더라도 (관련 자산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존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Q. 돈을 벌고 싶은 유저들, 크리에이터들이 게임 내에서 창작활동 할 수 있고 그게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A. 지금 당장 <아키월드>에 있는 것은 아니고,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한 것이다.

 

 

Q. 그럼 만약 크리에이터들이 돈을 벌려고 온 건데 거시 경제나 다른 요인으로 토큰 값이 떨어진다면 그들이 오지 않을 텐데 어떻게 헤쳐 나갈 건가?

 

A. 게임 외적인 요인에 의해서 토큰 가격이 오르내리고, 크립토 윈터가 올 수 있다. 내리는 날이 있으면 올라가는 날도 있는 건데,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해결되리라 본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서 뭔가 만들려는 욕구 가지신 분들은, 금전적 보상 있음 좋겠지만 그 보상이 없더라도 유저들이 내 걸 사용해준다는 것 자체가 보상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마인크래프트>에는 아직 금전적 보상이 없는데도 (유저 창작이) 잘 돌아가고 있다. <로블록스>의 경우에는 금전적 보상이 결합됐고, 잘 돌아가고 있지만...

 


Q. 게임 아이템의 오너쉽을 유저에게 옮겨준다는 게념이 유저 입장에서는 좋은데 회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매출 효율이 낮아지기도 한다는 것을 뜻한다. MMORPG처럼 콘텐츠 업데이트르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입장에서 어떤 가능성을 보고 있는지?

 

A. 맞는 말씀이다. 일단 (엑스엘게임즈가) 생각하는 것은 유저들이 가지고 있는 애셋이나 NFT가 될 것이다. 그게 거래될 때마다 일정 수준의 수수료 형태로 수익을 얻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아마 단기적으로 수익이 급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원래 처음에는 수익성이 안 좋고 적자일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유저가 많이 늘어나서 결국은 수익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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