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샤크>는 독특한 게임이다. 솜씨 좋은 타짜가 역마차를 타고 혁명의 불씨가 아른거리는 18세기 프랑스를 돌아다니며 사기도박을 한다. 플레이어는 스승 '생 제르망 백작'과 함께 여행하며 날렵한 손기술과 기상천외한 속임수를 익히고, 남들을 속여먹는다. 독특한 게임 시스템과 특유의 아트를 통해 <카드 샤크>는 여러 인디 게이머들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개발사 네리엘에 따르면 <카드 샤크>는 한국에서도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뒀다. 이에 2022 BIC에 찾아온 네리엘의 커뮤니티 매니저 '제러드 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에게 <카드 샤크>의 개발 비화를 물어보는 한편, 한국 인디 개발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도 몇 가지 물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제러드 탄 커뮤니티 매니저
Q.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제러드 탄 : 캐나다에서 온 제러드 탄이라고 한다. <카드 샤크>를 개발한 네리얼 그리고 <컬트 오브 더 램>을 개발한 매시브 몬스터에서 커뮤니티 매니저를 담당하고 있다.
Q. 커뮤니티 매니저라면 정확히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가?
A. 제러드 탄 : 아무래도 생소한 직함이다. 인디 게임사는 대형 게임사와 달리 마케팅 등에 대해 세분화된 팀을 가지기 힘들다 보니, 커뮤니티 매니저가 전반적인 마케팅을 담당하며, SNS 등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피드백을 정리해 개발사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Q. 2019년 BIC에서는 디볼버 디지털의 비즈니스 매니저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커뮤니티 매니저가 한국에 와 놀랐다. 코로나19 시국이기에 해외 출장이 쉽지 않았을 텐데, 이번 BIC에 찾아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A. 제러드 탄 : BIC 주최측에서 <카드 샤크>의 참가를 요청했다. 그리고 <카드 샤크>가 한국에서의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는데, 네리얼 내부에서도 고무적이었기 때문에 직접 와서 반응을 확인하고 싶었다. 감사의 표현을 위한 방문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한국에서도 흥행한 <카드 샤크>
Q. <카드 샤크>를 개발한 네리엘과 <컬트 오브 더 램>을 개발한 매시브 몬스터의 커뮤니티 매니저를 맡고 있다고 들었다. 두 개발사와는 어떻게 인연이 닿게 됐는지
A. 제러드 탄 : 디볼버 디지털이 여러 게임을 퍼블리싱하면서 개발사를 돕고 있지만, 직접적인 지배 구조 하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양사를 오가며 커뮤니티 매니저로써 업무를 돕고 있다.
Q. 그러고 보니 <컬트 오브 더 램> 출시 후 개발진이 꾸준히 커뮤니티와 소통하며 버그를 고치고 업데이트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꽤 바쁠 것 같다.
A. 제러드 탄 : 맞다. 굉장히 바쁘다(웃음). 여러 플랫폼으로 출시를 한 만큼 피드백이 많아, 게임을 개선하기 위해 매시브 몬스터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이미 PC 버전은 수 차례 업데이트를 거쳤다.
Q. 유저 의견을 취합하고 개발사에 전달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혹시 규모가 작은 인디 개발사라면 커뮤니티 매니저가 개발에 일정 부분 관여할 수도 있는가?
A. 제러드 탄 : 회사 규모가 작으면 작을수록 직원들이 여러 일을 하는 것처럼, 커뮤니티 매니저도 굉장히 여러 일을 할 때가 많다. 개인적인 역량에 따라선 디자인이나 스토리텔링, 심지어 아트를 돕는 경우가 있다.
물론, 개인적인 역량이나 상황에 따른 것이다. 보통 커뮤니티 의견을 취합해 피드백을 하고, 실질적인 QA 역할을 하며 게임 디자인의 방향성이나 기능적인 개선점을 제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버그가 발생했을 때 이를 증명하는 일도 한다. 유저가 버그를 제보하면, 조건을 파악하고 이를 실제로 개발자에게 재연해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은 개발자도 당연히 하는 것이지만, 이런 면에서 커뮤니티 매니저의 일도 게임의 개발 과정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Q. <카드 샤크>를 개발한 계기가 특이하다고 들었다. 네리엘 외부의 아티스트가 주도적으로 게임을 개발한 것으로 아는데,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A. 제러드 탄 : <카드 샤크> 는 니콜라이 트로신스키라는 분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니콜라이가 직접 카드 트릭을 배우고 연구하다 흥미를 얻었고, 이러한 마술적인 트릭, 카드 치팅을 가지고 게임을 만들었으면 했지만 혼자 만들 수 없었기에 네리얼에 연락했다.
Q. 해외 인디게임계에서는 보통 그런 일이 흔한 편인가? 외부인이 주도적으로 게임을 기획하고, 개발자들이 이를 보태주는 방식에서 그렇다.
A. 제러드 탄 : 니콜라이 본인도 과거 GDC와 같은 행사에서 작은 상을 수상할 정도로 게임 개발에 대한 지식은 충분했다. 사실, 맨 처음에 니콜라이는 다른 게임을 제작하려 했다. 네리얼 측에서 이를 별로라 생각했고, 다음에 낸 아이디어가 카드 기술에 관한 것이었다. 이 아이디어가 채택돼 <카드 샤크> 개발이 시작됐다.
서구권 인디 게임계에선 다양한 분야에 각각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모여 있고, 각각의 특별한 아이디어 또한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 각각의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것이 혼자서 여러 가지를 만드는 것보다 더 다양하고 폭넓은 게임을 만들 수 있어 이런 식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 홍보 동영상에서 직접 카드 기술을 선보인 니콜라이
Q. 그래픽이나 아트가 굉장히 독특한데, 어떻게 이를 구현할 수 있었는가?
A. 제러드 탄 : 먼저 스케치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각각의 조합을 나무판 등을 통해 깎은 후, 잉크를 뭍힌 후 종이에 찍어 판화를 만든다. 이 판화를 디지털 스캔해 색 보정 작업을 하고, 그렸던 스케치에 맞게 판화의 형태를 조정한다.
배경 또한 전체적인 화면 구성을 스케치하고, 각각의 판화를 찍은 다음 스캔해 재조합해서 만들었다.
에셋은 굉장히 많이 만들었다. 2,000개 이상의 에셋을 판화로 만들었다. 애니메이션은 스파인을 통해 각각의 에셋을 붙여 구현했다.
Q. 디볼버는 인디 게이머에게 평판이 좋은 퍼블리셔다. 커뮤니티 매니징에 대한 디볼버 디지털만의 철칙이 있는가?
A. 제러드 탄 : 개인적으로는, 게임 관련한 일을 맡기 전에도 주위 사람들이 할 게임이 없다고 할 때 취향을 고려해 인디 게임을 권해주곤 했다. 그러다 보니 나 자신이 멋지고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일이 기쁘고 보람차다고 생각한다.
디볼버 디지털도 비슷하다. 양질의 게임을 넒은 플랫폼으로 다양한 사람에게 공유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물론, <컬트 오브 더 램> 같이 대중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게임도 있지만, <카드 샤크> 처럼 실험적인 게임을 제공하는 것 또한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Q. 디볼버가 세계적인 인디 게임 퍼블리셔인 만큼, 해외 국가 게임 커뮤니티와의 소통도 중요할 것 같다. 다른 국가 커뮤니티와의 소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A. 제러드 탄 : 기본적으로 전 세계의 지역마다 협력하는 파트너들이 있고, 이들을 통해 다양한 묺화권에서 오는 디볼버 디지털의 게임에 대한 평가나 피드백을 듣는다.
Q. 한국 게임 커뮤니티도 본 적이 있는가?
A. 제러드 탄 : <카드 샤크>가 한국에서 유명해진걸 알고 나서, 어떻게 하면 한국 커뮤니티를 볼 수 있을지 공부한 적이 있다.
Q. 한국의 많은 인디 개발자 역시 커뮤니티와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커뮤니티 매니징에 관심이 많은 소규모 개발사나 인디 개발자들에게 조언을 남긴다면?
A. 제러드 탄 : 제가 한국 시장의 특수성이나 커뮤니티의 고유한 문화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적합한 대답이 될 지 모르겠다. 일단, 짧은 비디오 클립이나 트레일러를 통해 사람들의 눈길을 빠르게 끄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직접적으로 SNS를 통해 홍보하려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 줄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첫 번째 언어가 영어가 아니라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한국어로 트레일러를 만들더라도, 짧게나마 다른 언어로 쉽게 번역할 수 있는 문구나 구간을 남겨 놓아, 타국 커뮤니티에 이를 번역해 소개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