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의 아버지가 플레이엑스포 현장에 찾아왔다.
30년 가까이 <철권>과 함께 해온 하라다 카츠히로 프로듀서가 현재 열심히 개발 중에 있는 <철권 8>에 대해 말하기 위해 방한했다. <철권> 시리즈는 감각이 살아있는 고수들만 즐기는 게임 아니냐고?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철권 8>은 그런 선입견과는 정말 달랐다. 이런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그가 온 것이다.
인터뷰에 앞서 기자들에겐 <철권 8> 알파 테스트 버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참고로 기자는 소위 '뇌지컬' 게임에는 자신 있지만, 피지컬 게임에는 젬병인 일명 '똥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권 8> 시연에서 이긴 매치가 더 많았다. <철권 8>에 새롭게 도입된 '스페셜 스타일' 덕분이었다.
현재까지 공개된 정보에 한정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철권 8>의 핵심 키워드를 꼽으라면 '스페셜 스타일'과 '어그레시브'가 있겠다. L1 키를 누르는 것으로 대전 중에도 언제든지 쉽게 켜고 끌 수 있는 '스페셜 스타일'은 일종의 어시스트 모드라고 보면 된다. 커맨드 입력을 간소화해주는 것은 물론, 상황에 맞는 콤보를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콤보를 따로 학습하는 과정을 비약적으로 줄여줬고, 처음 다루는 캐릭터에 대한 장벽을 낮췄다.
'어그레시브'는 말 그대로 공격적인 운영을 지향하는 <철권 8>의 방향성을 나타낸다. '히트 시스템'(Heat), '레이지 시스템'(Rage) 등을 바탕으로 공격자가 더 우위를 점하기 쉬워졌다. 스페셜 스타일로 기술 사용은 쉬워지면서 대전의 흐름은 더 빠르고 공격적으로 바뀌니, 게임의 긴장감이 더 높아졌다. 강력한 기술에 역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공격엔 공격으로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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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권> 시리즈에 대해 잘 몰라도 앞서 설명한 <철권 8>의 특징만 이해했다면, 하라다 카츠히로 프로듀서의 설명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현장에 직접 방문한 하라다 카츠히로, 야스다 나오야와 화상 연결로 자리를 함께 한 이케다 코헤이 게임 디렉터가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Q. '어그레시브'를 포함해 유저들에게 어필하고 싶은 것은?
A. 야스다: 오늘 플레이해보셨을 때 비주얼, 공격 등 여러 면에서 공격적이라는 걸 느끼셨을 것이다. <철권 8>에는 많은 요소가 있을 텐데 같은 콘셉트로 개발이 진행될 것이다.
Q. 직접 플레이해보니 히트 상태 뿐만 아니라 그냥 상태에서도 최속풍신권을 쓸 수 있었다. 이런 기술을 쓰기 쉽게 풀어주기까지 어떤 과정과 고민이 있었는지?
A. 하라다: 고민은 별로 안 했던 것 같다. 오해를 하나 풀어드리자면, 스페셜 스타일을 사용했을 때의 최속풍신권과 커맨드로 발동하는 최속풍신권은 기술 자체가 다르다. 발동 속도가 커맨드 쪽이 더 빠르기 때문이다. 원래 <철권>의 기술은 단순히 먼저 쓴다고 강한 게 아니다. 늦게 내도 시간차로 내도 강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했다. 평소 안 쓰던 캐릭터를 사용했을 때, 다른 캐릭터도 조금 해보고 싶을 때, 조금 더 쉽게 플레이할 수 있게끔 했다.
Q. 하이킥 콤보가 삭제됐던데, 2타 하이킥은 가능했다. 없앤 이유는?
A. 하라다: '로우'(캐릭터 이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는 모든 캐릭터가 상대와의 거리가 멀어지면 하이킥을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방의 전략성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철권> 시리즈의 사상이 변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로우'도 2단 3단이 더 강력해진 변경도 일부 있었다.
코헤이: 하이킥은 어그레시브라는 게임성에 맞춰 약체화 시킨 면이 있다. 하이킥이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로우'는 원래 특징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에 2단째엔 숙여서 하이킥을 사용하는 방식 등으로 하이킥의 강력함을 남겨뒀다.
Q. 스페셜 스타일로 초보자도 고수와 팽팽하게 맞서거나 이기는 것도 가능하던데, 초보자와 숙련자의 대전을 가정하고 개발한 것인가?
A. 하라다: 더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방향성은 <철권 7>에서부터 진행되어 왔다. 이번 작품에서 스페셜 스타일로 플레이하는 것과 매뉴얼 플레이를 하는 것에는 구별이 없다. 버튼 하나를 누르는 것으로 심리스로 선형적으로 사용 가능하다. 상급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상급자도 공중 콤보만 모르겠다면 스페셜 플레이로 전환해 공중 콤보만 쓰고 다시 매뉴얼로 돌아갈 수 있다. 캐릭터 이해도가 낮을 때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Q. 아직까지는 숙련자를 대상으로 한 테스트만 진행된 걸로 아는데, 초보자 대상 테스트는 언제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A. 하라다: 철권에 강한 의견을 가진 유저를 대상으로 먼저 시작했지만, 베타 테스트를 하고 싶은 의향도 있다. 일정에 대해서는 조금 더 기다려주시라. 반다이남코는 큰 회사이기 때문에 내부에 격투게임 초심자도 적지 않게 있다. <철권 8>은 중급자까지도 이길 수 있는 게임으로 내부에서도 떠들썩했다. 외부에서도 이런 의견을 듣고 싶고 우리의 지향점이 거기에 있다.
야스다: 철권의 초보자들도 즐겁게 플레이해줘서 고맙다. 실제로 회사 내부에서 임원들이나 결재해주는 사람들도 <철권 8>을 즐기고 있어서 분위기가 좋다.
하라다: 반다이남코 임원들도 <철권>을 잘 안 했었는데, <철권 8>만큼은 재밌다는 반응을 많이 보였다. 물론 그 전 작품들도 재밌어서 팔린 것이지만 말이다. 이렇듯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됐다. 그렇다면 스페셜 스타일만 쓰면 무조건 쉽게 이기냐? 그건 아니다. 무릎 선수가 오른손을 봉인하고 왼손만 쓴다고 해서 여러분이 그를 이길 수 있겠나? 아니다.
코헤이: 자기보다 더 잘 하는 유저와 대등하게 싸워볼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스페셜 스타일은 버튼 하나로 변경 가능하다. 그래서 커맨드 입력보다는 기술 발동 속도를 느리게 설정했다. 초심자, 상급자 사이에 스페셜 스타일 밸런스도 고려해 3프레임이 소요되는 기술을 더 느리게 하는 식으로 밸런스를 맞췄다.
Q. 7편에서 8편으로 넘어오면서 게임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변화가 있었다. 세계 정상급 플레이어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A. 하라다: 8편에 대한 의견은 호평이 많다. 7편도, 6편도, 4편도, 3편도 많은 변화가 있을 때 오히려 무섭다. 큰 변화가 있을 때는 부정적인 의견도 꼭 따라왔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유저들이 많은 의견을 주기도 했고, 익명의 앙케이트를 통해서도 의견들을 받았다. 이 만큼이나 바뀌면 싫어할 법도 한데, 8편에서는 긍정적인 의견만 가득하다. 어디를 고치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시면 좋겠는데, 호평만 주시니 나를 은퇴시키려고 하는 음모나 계략이 아닌가 겁이 난다.
A. 야스다: 하라다 씨의 말처럼 어그레시브한 게임성에는 호평을 받고 있다. 앙케이트도 모두 보고 있고, 의견 수렴을 한 결과를 보여드릴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더 좋은 게임성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A. 하라다: 하나 진지한 얘기를 하자면, 앙케이트를 통해 받은 의견에는 불평 말고도, 상급자들 조차도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다 못했구나 하는 영역도 있었다. 피드백을 반영해 시스템을 개선 중이고 반영한 빌드를 언젠가 보여드리겠다.
Q. 그동안 <철권> 시리즈는 맞으면서 배우는 게임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았다. 신규 유저에게 <철권 8>을 권할 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하라다: 이번에는 스페셜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신규 유저들도 진입하기 쉬운 시스템이 되었다. 그 밖에도 아직 언급하지 않은 시스템이 많이 있다. 멀티플레이에 관심이 없거나, 철권에 관심이 없거나, 철권을 잘 못 하는 사람들도 할 수 있게 많이 고려했다. 30주년인데 지금부터 플레이해도 될까 고민한다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철권을 안 하던 임원들도 즐기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Q. 입문 장벽은 시리즈마다 조금씩 언급된 내용이다. 전작의 트레이닝 모드, 프랙티스 모드 또한 쉽지 않은 면이 있었다. 초풍 등 저스트기들의 난이도 등에서 변경된 사항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A. 하라다: 트레이닝 모드, 튜토리얼 모드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 말하기가 어렵다. 사실 유저들에게 튜토리얼을 즐기라고 하는 건, 청소기를 산 사람에게 설명서를 읽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 안 읽는다. 튜토리얼은 오히려 초보자보다는 중급자에게 어울린다. 초보자가 어떻게 더 쉽게 할 수 있을지 고민했으니 앞으로 기대해주시라.
초보자는 스페셜 스타일을 통해 저스트 입력에 가까운 공격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다른 게임은 보통 옵션에서 한 번 고정하면 입력 방식을 바꿀 수 없지만, 이번 게임은 버튼 하나로 변경 가능한 게 참신하지 않은가?
Q. 한국 시장과 한국 게이머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었다. 한국에 온 감상은?
A. 하라다: 코로나 시기 때문에 작년 11월에 3년 만에 한국에 왔었는데, 역시 변화가 빠른 나라라고 느꼈다. 부산도 많이 바뀌었고. 자동차를 매우 좋아하는데 시민들이 타는 차도 많이 바뀌어서 새로웠다. 외국인 입장에선 빠르게 발전하는 공항 출입 시스템도 인상적이다.
A. 야스다: e스포츠 프로듀서도 담당하고 있어서, 2020년까지는 한국에 와서 프로게이머와 접할 일이 많았다. 코로나 기간 사이엔 온라인으로 만난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 오면서 앞으로 많은 것들이 전개되겠다고 생각했다. <철권 8>에 대해서도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Q. 한국 시장은 왜 중요한가?
A. 하라다: 한국 시장은 그 자체의 규모 이상으로 대전 게임이라는 장르에서 영향력이 크다. RTS, FPS 등을 포함해서 말이다. 게임을 잘 하는 인플루언서가 CM에 나오는 등 대중에 대한 영향력도 큰 편이다. 또한 한국은 게임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을 사회가 잘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게임을 잘 한다', '게임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 보수적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한국은 디지털 기술의 도입도 빠르고 유행에도 민감하다. 그래서 시장 규모 이상으로 주목 중이다.
Q. TWT(철권 월드 투어) 대회와 상금, 방향성에 대해 듣고 싶다.
A. 야스다: TWT 2023은 준비 중이다. 이 준비가 먼저 끝날 때까지 이후 일정은 일단 논의 중이다. <철권 8>이 발매된 후에 <철권 8>을 사용해서 TWT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세계 1위 선수를 정하고 싶은 것보다는, 세계의 유저들이 함께 즐기는 것이 철권 월드 투어의 목적이다. <철권 8>에서도 그런 목적을 진화시켜 나가고 싶다.
Q. 이번 작품이 입문자 친화적인 만큼 신규 선수 유입도 생각하고 있나?
A. 야스다: 한국에도 상당히 많은 프로게이머가 있고, 그에 필적하는 선수들 또한 있을 것이다. 앞으로 10대 유저들이 더 등장해서 철권을 즐겼으면 좋겠고, 커뮤니티를 더 즐길 수 있게 하고 싶다.
Q. <철권 8>의 개발 현황은 어느 정도인가?
A. 하라다: 모든 과정이 순조로운 타이틀은 많지 않겠지만, 아슬아슬하게 맞춰 나가고 있다.
A. 야스다: 프로젝트 규모가 전례 없는 사이즈라서 처음인 것이 많다. 클로즈 알파 테스트를 여러 현장에서 만날 수 있게 할 정도로 맞추려고 노력 중이다.
Q. <철권> 첫 작품이 발매된 게 1994년이다. 30년이 흐른 지금의 소감은?
A. 하라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벌써 30년이라니 놀랍다. 90년대에는 나를 포함한 스태프 모두 이렇게 시리즈가 길게 지속될 줄 몰랐다. 새로 들어오는 세대, 신입사원이나 면접자들에게 물어보면, <철권 1~3>의 시리즈가 이들이 태어나기도 전의 작품이라고 한다. 충격이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나도 곧 죽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Q. <철권> 실력은? 게임에 대한 이해도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A. 하라다: 나는 정말 엄청 쎈 실력을 갖고 있다. 네덜란드 챔피언을 식은 죽 먹기로 쓰러트릴 정도로 <철권 5>까지는 지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내가 세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요즘은 뇌내 회로에 문제가 생겼는지 이기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내가 강하다는 걸 알고는 있다.
Q. <철권 8>의 최소 최대 사양이 궁금하다.
A. 하라다: PC 스펙은 발매 직전까지 조금 더 기다려주시라.
Q. 콜라보 캐릭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A 하라다: <철권 7>의 고우키는 원래 개발 단계에서부터 계획에 있었지만, 게스트 캐릭터는 개발 상황에 항상 전제된 건 아니다. 배우 이병헌 같은 캐릭터를 내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얘기해주시라.
Q. <철권 8> 신규 캐릭터 발표 계획은?
A. 하라다: 캐릭터 발표는 이벤트 때마다 제비뽑기 형태로 직원으로부터 USB를 받아서 한다. USB 안에는 캐릭터가 있다. 물론 뽑았을 때 빈 USB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니 발표 드릴 수 있는 캐릭터가 어떤 캐릭터가 될지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쪽이 맞겠다.
Q. 구작의 캐릭터가 나온다면 몇 개나 나올지?
A. 하라다: 돈과 시간만 충분히 있다면 모든 캐릭터를 낼 수야 있겠지만 어려운 문제다. 발매 직후에 캐릭터가 70명이나 된다면 신규 유저야 많아서 좋아하겠지만, 상급자들에겐 파야 할 캐릭터가 많아서 힘들 것이다. 6월에 출시되는, 나도 좋아하는 강호 타이틀이 있는데, 그 작품(<스트리트 파이터 6>)보다는 많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캐릭터가 나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Q. 싱글 플레이 콘텐츠는?
A. 하라다: 각각의 게임의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한다. 누구는 오래 하는 게 좋다, 누구는 즐길 요소가 많은 게 좋다 등. <철권 8>은 시간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충실하게 만들었다. 나는 어느 정도 선까지만 하자고 생각했는데, 이케다를 비롯한 사원들은 그 이상으로 더 열심히 해줬다. 12만원으로 출시해도 괜찮을 정도의 게임이다.(웃음)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야스다: 오늘 대단히 감사했다. <철권 8>의 포텐셜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밝히지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기대 바란다. <철권 7>, <철권 8> 모두 즐겨주시면 좋겠다.
코헤이: 오늘은 개발이 바빠서 한국에는 오지 못해 아쉽다. 온라인으로라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철권 8>은 개발이 한창이기 때문에 아직 밝히지 않은 부분이 많다. 앞으로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하라다: 마켓 사이즈, 인구로만 따지면 유럽이나 미국 등에 비해 작지만 철권은 한국과 일본에 있어 영향력이 크다. 일본과 한국에서 인구의 4% 내외의 <철권 7> 유저가 있었지만 영향력 만큼은 컸다. 한일 문화는 서로 리스펙트하는 문화로, 파키스탄 선수에 맞설 때 일본과 한국이 결속하기도 하는 등 특별한 나라다. <철권 8>은 게임센터용이 아니라 가정용으로 출시된다. 앞으로 미국 유럽의 큰 대회에서도 함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