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 해 동안 e스포츠 분야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는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온게임넷을 통해 정규리그를 출범시킨 라이엇게임즈는 올해 1월 ‘LOL 인비테이셔널’을 통해 e스포츠 진출을 선언했다. 이후 스프링, 서머, 윈터까지 세 번의 정규 시즌인 ‘LOL 더 챔피언스’가 열렸고, 현재 윈터 시즌이 12강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온게임넷 외에도 나이스게임TV와 곰TV 등이 <LOL>로 리그를 진행하고 있다. 나이스게임TV는 챔피언스와 연계된 하부 리그 NLB를 진행 중이고, 곰TV는 IPL 시즌5 한국대표 선발전을 제작했다.
<LOL> e스포츠는 자연스럽게 글로벌화의 길을 걸었다. 이른바 ‘롤드컵’으로 불린 ‘LOL 월드 챔피언십 시즌2’는 국내 유저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팀들이 출전하는 MLG, IPL 같은 국제 대회들을 보기 위해 밤을 새우는 팬들이 많아졌다.
프로게임단 시스템도 정착되기 시작했다. 아주부, CJ, KT 등이 직접 게임단을 인수·창단한 경우도 있었고, LG-IM이나 MVP 같은 기존의 <스타크래프트 2> 프로게임단이 종목을 확장한 형태도 있었다. 신규 프로게임단 창단과 관련 소문은 지금도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국내 프로게임단만이 아니라 해외 게임단들도 챔피언스를 통해 국내 팬들을 만나며 <LOL> e스포츠의 국경이 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라이엇게임즈가 갖고 있는 궁극적인 목표는 <LOL> e스포츠 문화를 축구·야구·농구 같은 스포츠 문화처럼 키우는 것이다. 권정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은 “우리는 중장기적인 e스포츠 목표를 갖고 있고, 올해 첫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다가올 2013년에는 아마추어 인프라 및 대회 규모의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디스이즈게임 김경현 기자
라이엇게임즈 권정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본부장
TIG> 올해 e스포츠 분야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다른 종목에 비해 역사가 짧지만 양적, 질적인 성장 속도가 눈에 띈다. 이에 대해 라이엇게임즈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권정현: 이렇게 빠르게 e스포츠 시장에 안착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이러한 그림은 그리고 있었지만, 그 시기가 빨랐다고 생각한다. 결코 우리 혼자만의 힘은 아니었다. 파트너들의 많은 도움 덕분에 이러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방송사, 게임 관련 협회, 선수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는 e스포츠로 중장기적인 목표와 그림을 갖고 있다. 2012년에는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에서 첫 걸음을 내딛었을 뿐이다.
TIG> 어떤 중장기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월드 챔피언십 시즌2를 전후로 ‘진짜 스포츠로 만들고 싶다’는 라이엇게임즈의 의지가 전달된 적이 있기도 하다.
그렇다.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궁극적인 목표다. <LOL>를 통해 e스포츠를 정말 스포츠처럼 만들고 싶다. 그리고 ‘롤드컵’ 시즌2를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게임 대회 하나만을 위해서 미국의 ‘갤런 센터’를 빌리고 수많은 팬들을 모았다.
당시 현장에서 눈을 감고 있을 때마다 마치 농구 경기장에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앞으로 차근차근 준비하면 앞으로 몇 년 뒤에는 스포츠로 자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라이엇게임즈가 프로 레벨의 대회 뿐 아니라 아마추어 레벨의 대회에도 신경을 쓰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TIG> 그렇다면 e스포츠가 진짜 스포츠로 발전하기 위해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우리나라는 ‘롤모델’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본사에서 진행하는 e스포츠와 한국의 e스포츠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항상 연구하고 준비하고 있다. 각 나라 프로 레벨 리그의 상위 입상자가 ‘롤드컵’이라고 불리는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구조를 예로 들 수 있겠다.
TIG> e스포츠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프로 리그, 세미 프로 리그를 넘어 다양한 아마추어 리그를 준비, 기획 중이다. 내년에는 <LOL> 아마추어 대회가 더 많아질 것이다. PC방 대회도 중요하다. 조기축구회의 개념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저 대회를 즐기고 싶은 유저들을 위한 대회가 PC방 대회일 것이다. PC방 대회의 경우는 전에 발표한 것처럼 열리는 지역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국내에서 <LOL>은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PC방 대회도 상시 열리고 있다.
TIG> 현재 온게임넷과 나이스게임TV를 통해 리그가 진행 중이다. 팬들은 더 많은 리그를 바라고 있는데, 만약 곰TV나 스포TV에서도 <LOL> 대회 개최를 원한다면?
일단 팬들이 많은 리그를 원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온게임넷의 챔피언스를 수·금·토요일로 확대했다. 선수들 역시 많은 리그를 원하고 있다. 3개월을 준비하고 2주 출전했다가, 다시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프로게이머들이 있었다. 그러 부분을 바꾸기 위해 리그의 일정과 구조를 손봤다.
더 많은 경기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우리도 갖고 있다. 다른 채널들이 <LOL> 리그를 하고 싶다면 그것은 굉장히 감사한 일이다. 그만큼 <LOL>이 핵심 종목이 됐다는 증거 아닌가? 여러 방송사들이 하고 싶어 한다면, 그리고 팬들이 원한다면 충분히 열린 상태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온게임넷을 통해 중계된 ‘LOL 더 챔피언스 서머 2012’ 결승전에서 우승한 아주부 프로스트가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TIG> 국내 프로게임단 활동 지원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북미는 라이엇게임즈 주도 아래 시즌3에서 ‘월급을 주는 형태’의 챔피언십 시리즈 계획이 발표되기도 했다.
각 나라의 e스포츠 시장은 그 특징이 매우 다르다. 우리 한국은 e스포츠 전문 채널과 매체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북미와는 정책이 다를 것이다. 한국에서는 후원사들이 e스포츠에 참가하고, 다양한 대회를 통해서 선수들이 수익을 내는 그림이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
한국은 e스포츠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 이와 달리 북미는 매우 초기적인 인프라다. 그렇다면 라이엇게임즈 본사가 직접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라이엇게임즈 코리아는 본사와 정책이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프로 팀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를 많이 만들고, 프로 팀을 후원해줄 수 있는 회사들을 발굴하는 일을 해야 한다. 대회의 규모를 늘리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TIG> 조금 세부적인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최근 대회 진행 버전과 실제 게임 버전이 달라 발생하는 괴리감에 대한 해결 방법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민감한 문제다. 왜냐하면 우리 외에도 방송국, 게임단의 의견을 모두 경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그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서 e스포츠 팀이 온게임넷과 굉장히 많은 논의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드릴 수가 있다.
TIG> 소양교육 성격을 갖고 있는 프로게이머 오리엔테이션도 직접 개최했다. 지난 행사 때 중시했던 내용은 무엇이었나?
오리엔테이션은 단발적인 이벤트가 아니다. 궁극적으로 스포츠가 되기 위한 비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스포츠로 가기 위한 여러 준비 과정 중 하나다. 함께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이런 오리엔테이션은 계속 진행될 것이다.
지난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선수들에게 우리가 갖고 있는 비전을 전달해 주고 싶었다. e스포츠가 우리 회사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알려 줬다. 리그가 언제 열릴지 몰라 불안해하는 종목의 선수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야기를 들어서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자 프로게이머들이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TIG> 라이엇게임즈가 ‘협회’의 기능을 일부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협회와 같은 조직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그런 조직이 없기 때문에 우리 라이엇게임즈가 그런 일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서 접근하고 관심을 갖고 있다.
TIG> 본사에서는 우리나라의 <LOL> e스포츠 리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직접 보러 오는 직원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호응도가 굉장히 높다. 리그 초기에는 본사의 많은 분들이 미국에서 생중계를 볼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해 오기도 했다. 실제로 경기를 정말 많이 보고, 한국 팀의 팬인 분들도 많이 있다. 한국 선수들의 의견이나 플레이들이 개발 과정에도 많이 반영된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피드백들도 정말 많다. 온게임넷 PD들이 조언해준 적도 있고, 프로게이머들이 직접 의견을 준 적도 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본사가 한국 쪽의 의견을 듣고 있다. 유저 피드백, 커뮤니티 피드백, 프로 선수들의 피드백 모두를 경청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지사에 오는 본사 직원들은 모두 우리에게 챔피언스 대회 직접 관람과 PC방 투어를 요청한다.
한국을 자주 방문하는 라이엇게임즈 브랜든 백 대표.
TIG> 마지막으로 라이엇게임즈가 <LOL> e스포츠를 위해 시급해 해결하려고 하는 과제가 무엇인지 말해 달라.
과제들은 참 많다. 그리고 단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내년에는 일단 저변 확대가 가장 중요한 목표다. e스포츠 팬들이 많이 늘어나고, 많은 분들이 이를 즐기길 바란다. 또 하나는 프로 레벨의 리그를 강화하려고 한다. 챔피언스를 주당 이틀에서 사흘로 확대한 것처럼 프로 레벨의 리그를 다양한 측면에서 키우고 싶다.
[관련기사] LOL 론칭 1주년 인터뷰 ① “단기적 인기에 연연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