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시삼십삼분의 <활 for Kakao>은 실시간 대전과 자이로센서를 이용한 플레이, 말을 타고 활을 쏴 상대를 맞추는 대전 방식 등 기존 모바일게임의 성공법칙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성공하기 쉽지 않을 거라는 예상도 많았다.
하지만 <활>은 안드로이드(구글) 오픈마켓 인기순위 1위를 달성하고, 하루 대전 수가 1,000만 건을 넘어서며 사람들 사이의 대결 소재로 활용될 정도로 인기몰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의 편견을 깨고 주목받지 못하는 장르의 대중화에 도전하겠다는 네시삼십삼분 소태환 대표를 만나 <활>의 개발 뒷이야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 봤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네시삼십삼분 소태환 대표
■ “모바일 콜로세움을 만들고 싶다”
TIG> <활>은 플레이 방식 등 많은 부분에서 기존의 모바일게임과 다르다. 어떻게 만들게 됐나?
소태환: 10년 이상 RPG를 만들다 보니 이제는 남성적이고 화끈하게 대결하는 게임을 개발하고 싶었다. 여기에 비동기식보다 유저들이 실시간으로 대전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고민하던 끝에 <활>이 나오게 됐다.
한창 <활>을 개발하던 시기에 <애니팡>이나 <드래곤 플라이트> 같은 게임이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었다. 그 게임들을 보면서 유저들이 점수 경쟁을 즐긴다는 걸 알게 됐고, 그러면 직접 경쟁하는 편이 더 즐겁지 않을까 생각했다.
네시삼십삼분 개발팀의 성향도 잘되는 것을 따라가기보다 독창적인 게임을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 개인적으로도 개발팀이 자신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게 성공확률이 높다고 본다.
이미 성공한 게임을 따라가는 것은 일종의 펀드 심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예전에 수익률 높았다고 다음에도 높을 거라고 예상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지금 시장에 최적화되고 적합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서 나온 결과물이라면, 새로운 게임이나 상품이라도 시장에 잘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태까지 나왔던 모바일게임을 돌이켜 보면 캐주얼게임이 잘됐었고 자이로센서를 이용한 게임은 대체로 평가도 안 좋고 모바일에서 실시간 네트워크 대전도 어렵다는 평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이 이렇게 많은 유저들에게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TIG> 보통 대전게임이라고 하면 칼이나 맨손으로 싸우는 경우가 많다. 활을 선택한 이유는?
활이라는 것이 다른 무기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한 발에 역전이 가능하고 힘보다 실력이 더 중요하다는 점도 아이템보다 실력이 중요한 대전게임에 어울리는 것 같았다.
게임에 자이로센서를 이용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게임 내적으로 어떤 활과 말을 쓰는지도 중요하지만, 대전게임인 만큼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을 컨트롤로 어떻게 차별화할지가 중요했다. 그러한 부분에서 사용은 쉽지만 정확한 컨트롤은 어려운 자이로센서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TIG> 말을 타고 활을 쏜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는가?
활을 소재로 게임을 만들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니 말을 타고 활을 쏠 수 있는 민족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이미지도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가만히 서서 쏘는 것은 그저 정확도만 겨루는 것에 그칠 수 있지만 말을 타고 활을 쏘면 박진감과 역동적인 긴장감도 제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전장에서 말은 장수를 상징하는 만큼 유저 한 명 한 명이 장수가 되어 싸우는 우리 게임의 이미지에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TIG> 게임을 개발하며 참고한 영화나 게임이 있다면?
<활>을 유저끼리 1:1로 대결하는 모바일의 콜로세움으로 만들고 싶었다. 이런 모티브를 살리기 위해 <글래디에이터>와 <스파르타쿠스> 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참고하곤 했다.
이를 통해 마지막 승패가 갈리는 순간의 희열이 느껴질 수 있도록 승자가 메시지를 남기도록 하거나 지속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연승의 모티브도 가져왔다. 아직 게임에서는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지만 전투에 앞서 캐릭터의 등장이 멋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만큼 이에 대한 부분도 고려 중이다.
콜로세움에서는 단순히 검투사들의 대결만 있었던 건 아니다. 전차전도 있고 사자와도 싸우고, 다수의 검투사가 역사적인 전투를 재현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가 있었다. 우리도 앞으로 미션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지속적인 흥미 요소를 제공할 계획이다.
TIG> <활>을 만들면서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는가?
개발보다는 감성적인 부분인데 유저 밸런스 최적화가 오래 걸린 것 같다. 단순히 장비나 레벨의 밸런스라 아니라 쉽게 이겨도 안 되고 너무 어렵게 이겨도 안 되게 아슬아슬한 승부를 제공하면서도 유저들이 합리적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예를 들어 초보자가 쏘는 낮은 레벨의 활은 맞추기가 비교적 쉽지만 대미지가 약하다. 높은 레벨의 활은 공격력은 더 강해지지만 그만큼 정교한 컨트롤을 요구하게 만들며 밸런스를 조율했다. 그러한 밸런스 곡선을 유저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 “실제 친구와의 경쟁 강화”
TIG> 안드로이드 오픈마켓 인기순위에서 1등을 했을 때의 소감은?
사실 <활>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게임이라기보다 대전(PvP)을 좋아하는 사람을 겨냥해 만든 게임이었다. 1등을 하고 나서 우리도 ‘이게 어떻게 1등을 했지?’라는 생각을 했다.(웃음)
순간적인 마케팅으로 순위가 오른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아니다. 물론 카카오톡의 덕을 많이 보긴 했지만, 실제로는 동시접속자가 몇 천에서 차근차근 3만 명까지 꾸준하게 올라갔다. 다운로드도 어느 날 갑자기 몰린 것이 아니라 꾸준히 쌓여 갔었다.
TIG> 1등에서 너무 빨리 내려가서 아쉽지는 않았나?
처음부터 1등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쉬움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올라갔던 게 더 신기하다. 지금은 <활>을 최대한 오래 서비스하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사실 순위가 내려갔다고 동접이나 매출 순위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아마 다른 게임의 매출이 훌쩍 올라서 순위가 떨어진 것 같다.
1등보다는 <활>이라는 게임이 사람들끼리 대전하기 좋은 모델로 자리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해야 꾸준히 질리지 않게 플레이할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소셜게임이 그렇듯 아는 사람과의 경쟁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활>은 30%의 유저가 매일 한 번 이상 친구와 플레이하고 있다. 이 비율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싸우고 싶은 친구가 이미 대전 중이라면 대전을 요청할 수도 있는 등 친구와 함께 편하게 즐길 만한 콘텐츠와 시스템을 추가하고 있다.
방송에서도 대결 아이템으로 활용한 <활>(출처: 온게임넷).
TIG> 고객관리나 서버는 큰 문제가 없었는가?
우리는 한 번에 팍 하고 올라온 것이 아니라 천천히 계단식으로 유저가 몰려서 그나마 서버는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그래도 서비스를 시작한지 2주째에는 한 번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이제는 거의 안정돼서 큰 문제점은 없다.
고객관리(CS)는 아무래도 결제에서 많은 이슈가 발생했었다. 최근에 구글이 결제 관련 업데이트를 실시한 만큼 이러한 문제는 줄어들 것 같다. 그리고 CS는 와이디온라인과 서비스 계약을 맺고 진행 중으로 아직까지는 문제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새롭거나 소외된 장르를 대중화하겠다”
TIG> 후속작으로 어떤 게임을 준비하고 있나?
지금은 후속작으로 어드벤처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 나오는 모바일 기기는 화면도 크고 대부분의 조작도 터치로 가능할 정도로 쉽다. 글만 읽을 수만 있으면 플레이할 수 있는 만큼 논-게이머들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드벤처게임은 대부분 마니악해서 일부 유저만 즐긴다는 인식이 있는데 오히려 모바일에서는 잘 적응된 형태의 콘텐츠가 아닐까 생각한다. 다만 유료화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기존에 만들었던 <모로저택의 비밀>이 여성 유저들 사이에서 제법 많은 인기를 끌면서 어드벤처게임이 가진 잠재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
네시삼십삼분에서 개발한 어드벤처게임 <모로저택의 비밀>.
TIG> 앞으로의 모바일 게임시장은 어떻게 예상하는가?
시장이 너무 빨리 변해서 정말 모르겠다. 다만 그래픽, 기술적으로 뛰어난 게임보다 시장 변화에 잘 적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진화생물학을 예로 들면 더 강한 종이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한 종이 살아남는다. 기존에 성공한 게임에 화려한 그래픽만 덧씌우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고 시장, 플랫폼에 맞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피처폰 시절부터 게임을 많이 만들어 왔지만 그때보다 시장의 변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그래서 지금도 인기순위나 매출 1위를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회사도, 팀도 변하는 시장에 빨리 적응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TIG> 네시삼십삼분의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네시삼십삼분이라는 회사이름처럼 독특한 게임을 만드는 회사로 포지셔닝되고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목표다. <미친433>도 그렇고 <활>도 기존의 편견을 깨려고 했던 게임이다.
물론 요즘 카드배틀게임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다들 비슷한 장르를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 ‘우리도 따라해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장르의 한계나 인기 있는 장르를 의식하거나 따라가지 않고 우리의 게임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조만간 선보일 어드벤처게임도 개발할 때 ‘어드벤처는 마니악하고 오래된 게임’이라는 인식을 깨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앞으로도 기존에 없었던 또는 주목받지 못했던 장르로 게임을 만들어 대중화하려고 하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