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6월, 1차 클로즈 베타테스트(CBT)를 앞두고 인터뷰를 한 후 1년 반 만에 만난 드래곤플라이 김지은 개발팀장은 깡마른 몸과 어깨를 넘어 길게 기른 머리카락으로 마치 도인과 같은 풍모를 보였다. 그는 (게임이) 성공해야 머리카락을 깎겠다며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김 팀장의 설명에 따르면 1년 반 동안 <킹덤언더파이어 온라인: 에이지오브스톰>(이하 에이지오브스톰)은 완전히 달라졌다. 캐릭터와 맵을 새로 디자인했고, 액션성과 전략의 구조도 변경했다. 퍼블리셔인 네오위즈게임즈에 드래곤플라이 개발팀 전원이 들어가 작업한 것도 게임의 적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었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드래곤플라이 김지은 개발팀장
■ “접근성을 높이고 AOS의 느낌을 강조했다”
TIG> 지난 2011년 1차 CBT 이후 1년 반 가까이 지났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김지은: 거의 모든 부분에서 변화가 있었다. 캐릭터도 맵도 다 새롭게 만들었고 시스템도 모두 새로 구축했다. 특히 지난 테스트에서 유저들에게 받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최대한 반영해 수정하려 했다.
지난 테스트에서 ‘게임은 나쁘지 않은데 어렵다‘ 또는 ‘적응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래서 유저가 보다 쉽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이 다듬었다.
예를 들어 지난 테스트에서는 거의 모든 공격에 상대를 경직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이를 통해 타격감을 느끼게 하고 액션성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아이템도 맵 어디에서나 살 수 있었다. 심지어 전투 중에도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부분으로 인해 전투 중에도 아이템을 구입해 순간적으로 역전이 가능해지는 등 컨트롤을 잘하는 유저와 그렇지 못한 유저의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졌다. 또한 한 타 싸움 내내 컨트롤에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접근성을 떨어트리는 요소가 됐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더 보완하기 위해 액션성을 살리려고 넣었던 요소를 많이 줄이고 컨트롤보다 전술과 팀워크를 강조하며 AOS의 느낌을 살리려 했다.
그리고 당시에는 아직 AOS가 마니악한 장르였던 만큼 학습이 필요했다는 점도 유저가 어려움을 느낀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게다가 <에이지오브스톰>은 정통 AOS도 아니었으니 더 적응이 어려웠을 것이다.
그나마 지난해에 <리그 오브 레전드>가 나오면서 많은 유저가 즐기고 AOS를 잘 알게된 만큼 상대적으로 진입장벽도 낮아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TIG> 어떤 부분에서 액션성이 줄어들었다는 것인가?
앞서 말한 것처럼 지난 테스트 버전에서는 모든 일반 공격과 다수의 스킬에 경직효과가 있었다. 원거리 캐릭터를 고른 유저가 경직을 이용해 근거리 캐릭터와 거리를 벌리면 따라잡지 못하게 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근거리 캐릭터는 평타의 3번째 공격에만 경직효과를 넣고 원거리 캐릭터는 3번째 공격에 관통효과를 넣으며 밸런스를 수정했다.
또한 4초간 모든 마법을 막아주던 ‘안티매직 스펠’도 컨트롤을 잘하는 유저에게는 그 시간이 너무 길었고, 사용하지 못하는 유저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기술이었다. 그래서 이를 ‘가호’라는 스킬로 바꾸면서 시간을 1.5초로 줄이고 체력을 조금 올려주거나 이동속도를 추가로 제공하는 패시브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컨트롤에서 차이가 나는 초보와 고수의 격차를 줄이기 위함이다.
이번 CBT에서 공개되는 두 가지 맵.
TIG> 그러면 어떤 부분에서 AOS의 느낌을 살리려고 했나?
AOS의 재미 요소는 수많은 캐릭터의 조합과 다양한 공격 루트, 그리고 이를 포함한 변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초반에는 라인에 서서 어느 정도 성장하는 라인전과 이후 타워를 파괴하며 게릴라전과 한 타 싸움이 일어나고 정글러가 변수를 만드는 등 기본적인 AOS의 흐름을 따라가려고 한다.
그리고 지난 테스트에서는 맵이 너무 커서 사실상 라인간에 도움을 주기도 어려웠다. 이로 인해 가운데 라인에서 모든 팀원이 몰려서 싸우는 등 AOS의 느낌을 제대로 못 살렸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맵 사이즈를 조금 줄이면서 라인간에 지원을 강화하고 본진으로 돌아오면 잠시 이동속도 버프를 줘서 전장에 빨리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유저가 적극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많은 변화를 꾀했다.
여기에 백뷰에서 바라봤을 때의 타격감을 더해 기존 AOS의 재미와 함께 새로운 재미를 제공하고 싶다. 물론 액션과 전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어렵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 “어떤 캐릭터 조합도 재미있도록 만들겠다”
TIG> 이번 2차 테스트에서 캐릭터는 얼마나 등장하는가?
18 명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미 만들어 놓은 캐릭터는 30 명 정도지만 모든 영웅을 공개하는 것은 오히려 유저의 학습량만 늘리는 결과가 될 것 같다. 테스트 결과에 따라 이후 진행될 오픈 베타테스트에서는 얼마나 간격을 두고 영웅을 추가하는 것이 좋을지 정할 계획이다.
이번 2차 CBT에서 공개되는 영웅들.
TIG>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큼 밸런스에 대한 고민도 있을 것 같다.
지난 테스트에서는 진영마다 선택할 수 있는 영웅이 달라서 조합에 따른 밸런스가 무척 중요했다. 지금은 진영을 통합해서 상대적으로 근심을 덜어낸 상황이긴 하다. 몇 년 동안 서비스해 온 <리그 오브 레전드>도 아직까지 끊임없이 밸런스를 맞춰 나가는 만큼 완벽한 밸런스라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대신 끊임없이 유저들의 의견을 들으며 수정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어떤 직업이 좋다고 해서 그 직업으로만 팀을 짜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예를 들어 원거리 캐릭터가 유리하다고 5명이 다 원거리를 하면 조합이 잘 갖춰진 팀을 이기는 것은 어렵다.
조합은 어디까지나 유저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EU 조합’도 유저들이 굳혀 나간 것 아닌가? 유저가 어떤 조합을 선택하더라도 재미있고 밸런스가 망가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개발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TIG> 과금 방식은 어떻게 준비 중인가?
기본적으로는 부분유료다. 돈을 내지 않아도 게임을 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할 것이다. 지금도 유료화 모델은 다양하게 구상하고 있지만, 밸런스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캐릭터마다 갑옷이나 목걸이 등 장비 6종을 착용할 수 있는데 이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얻을 수 있고, 게임 플레이로 받은 골드로 구입할 수도 있다. 장비라고 해서 게임의 밸런스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유저의 취향에 따라 유동적으로 캐릭터의 능력치를 바꿔 줄 수 있는 ‘룬’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TIG> 한 타나 라인전에서 탑뷰에 비해 백뷰가 상대적으로 갑갑하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 이 부분은 유저가 게임에 얼마나 적응돼 있느냐가 차이를 가른다고 생각한다. 시야가 갑갑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유저도 있고, 반대로 전방은 모두 볼 수 있어서 오히려 시원하다는 유저도 있다.
아무래도 AOS는 혼자서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서 전장을 파악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그래서 자신의 뒤까지 볼 수 있는 탑뷰가 어울릴 수 있다. <에이지오브스톰>도 전황 파악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아군의 시야에 적이 보이면 자신에게 안 보이더라도 해당 위치에 적이 있다고 알려준다.
이와 함께 미니맵으로 상대의 진영을 확인하면 누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대략적인 전장의 파악이 가능하다. 지난 테스트에서는 미니언과 영웅이 함께 있을 때 구분하기 어려워서 갑갑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런 부분도 미니언에 비해 영웅의 체력 바를 월등하게 크게 만들어서 누구를 공격해야 하는지 확실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TIG> 최근 AOS 장르의 게임이 e스포츠 대회를 많이 열고 있다. 혹시 e스포츠를 준비하고 있는가?
내부에서도 테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대회를 개최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하고 재미 삼아서 팀원끼리 테스트 중에 경기를 중계하기도 한다. 기존 AOS와 시점이 완전히 달라서 방송용으로 나가도 차별되는 메리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e스포츠 등을 위한 관전 모드도 마련하고 있다.
내부 테스트 중인 개발팀 모습.
TIG> 메인 IP인 <킹덤언더파이어>의 느낌이 많이 줄었다.
<킹덤언더파이어>의 진중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상대적으로 캐주얼한 AOS에서 살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원작에 등장하는 영웅이 많지 않아서 새롭게 영웅을 창조하고 스토리를 추가해야 했다. 그래서 AOS의 특징에 맞게 분위기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킹덤언더파이어>의 IP를 배제한 건 아니다. 셀린이나 레그나이어, 켄달, 라인하르트 등의 영웅이 등장하며 원작의 느낌을 찾을 수 있는 요소를 곳곳에 배치할 계획이다.
그리고 <킹덤언더파이어>는 <크루세이더>의 향수가 강해서 콘솔게임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전략시뮬레이션이었던 원작 <킹덤언더파이어>와 액션 RPG <킹덤언더파이어: 써클오브둠> 등 다양한 장르가 시도됐었다. 또한 지금은 MMORPG인 <킹덤언더파이어 2>도 개발 중이다.
다만, <킹덤언더파이어 2>가 정통을 추구한다면 우리는 AOS의 느낌을 살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워낙 장르가 많이 바뀌었던 게임인 만큼 <킹덤언더파이어> 시리즈 최초로 AOS 장르로 나오는 것도 가치가 있다고 본다.
■ “원활한 소통을 위해 퍼블리셔로 들어갔다”
TIG> 드래곤플라이 소속이면서도 개발팀 전체가 네오위즈게임즈 사무실에 들어가서 일하고 있다.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물론 처음에는 당황했다. 하지만 네오위즈게임즈와 퍼블리싱 계약을 하고 나서 사업팀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요소를 많이 보여줬다. 사업팀과 같이 만드는 편이 더 유리할 거라고 생각해서 흔쾌히 수락했다.
벌써 회사를 옮겨서 다닌 것이 9개월째다. 그동안의 결과물을 보면 많이 바꾸고 많이 일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들어올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바뀔 거라고 예상하지는 않았다.
TIG> 언제까지 네오위즈게임즈에서 함께 일하는 것인가?
이제 곧 네오위즈게임즈도 판교로 이사하고 드래곤플라이도 상암으로 이전하는 만큼 그에 맞춰서 드래곤플라이로 복귀할 계획이다. 아마 2차 테스트까지 이곳에서 진행하고 팀을 옮기는 작업에 들어갈 듯하다. 앞으로도 협업이 필요할 것 같아서 아쉬운 점도 있지만 언제까지 같은 공간에서 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번 협업이 잘돼서 좋은 사례로 남았으면 좋겠다. 퍼블리셔의 사업팀과 개발사 사이에 불화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통해서 다른 팀도 협업을 통해 또 다른 좋은 사례가 생기길 바란다.
올해 상반기 안에 오픈 베타테스트를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TIG>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벌써 4년 가까이 이 게임을 개발해 왔다. 지금 온라인게임의 상황 등을 봤을 때 목표가 무엇이라고 말하는 것도 어렵다. 일단은 유저가 최대한 많이 즐기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수치적으로는 동시접속자 수 2만 명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개발팀에게 ‘성공하자’ 또는 ‘대박 내자’는 말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진짜로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열심히 행복하게 만들었으니 많은 사람이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고 팀원에게 이야기하곤 한다.
개발자가 해야 할 일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서 유저가 재미있게 즐기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재미있게 즐기면서 개선할 요소를 말씀해 주시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목표했던 동접도 해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