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디펜스 게임 <팔라독>의 후속작이 출시됐다. 지난 13일 출시된 <팔라독 mini for Kakao>(이하 팔라독 미니)는 전작의 특징이었던 육성과 전략 요소를 간략화 한 대신, 쉬운 조작법과 유저의 재치를 시험하는 게임 구조를 무기로 27일 현재 가입유저 90만, 구글 플레이스토어 무료게임 인기순위 5위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4년 간 꾸준히 인기를 끌어온 <팔라독>의 후속작이라는 부담, 그리고 성공이 검증된 전작의 방식을 뒤엎은 결심까지. <팔라독 미니>가 탄생하기까지 개발사 '페이즈캣'은 어떤 고민을 했을까? 페이즈캣의 김진혁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페이즈캣의 김진혁 대표
■ 기획부터 리소스까지 전부 새로 만들었다
또 디펜스로 돌아왔다. 처녀작인 <코스트 디펜스>부터 <팔라독> <팔라독 미니>까지 계속 디펜스 일색이다.
김진혁 대표: 딱히 의도한 건 아닌데 그렇게 되더라(웃음). 사실 디펜스 게임은 스마트폰 게임을 개발하면서 매력을 많이 느낀 장르다. 그동안 개발한 작품을 보면 알겠지만 어떤 요소와 결합해도 어색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랄까? 슈팅(코스트 디펜스)부터 RPG(팔라독), 퍼즐(팔라독 미니)까지 마음에 드는 결합을 모두 시도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
출시 첫 주엔 서버가 버티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몰렸다. 현재 성적은 어떤가?
현재 iOS와 안드로이드 합쳐 90만 명의 유저가 게임에 등록되어 있다. 출시 전에는 지금 인원의 반도 예상하지 못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유저들이 게임에 관심을 가져줘서 서버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다.
출시 첫 주엔 접속도 하기 힘들었던 <팔라독 미니>
너무 적게 예상했던 것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팔라독> 시리즈의 최신작인데….
그래 봐야 4년 전 게임이지 않은가?(웃음). 더군다나 요즘은 그때처럼 좋은 게임이 적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출시 첫 날엔 사람이 없을까 봐 <팔라독> 유저들에게 적극적인 크로스 프로모션도 실시했다. 그런데 오히려 그게 독이 된 것 같다. 아무래도 첫 라이브 서비스다 보니 부족한 점이 많았다. 서버 문제로 고통 겪은 유저들에겐 죄송할 따름이다.
<팔라독>이 카카오로 나온다면 훨씬 빨리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늦게 게임이 출시됐다. 개발에 얼마나 걸렸나?
8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제안이야 이전부터 있었지만 <팔라독>을 어떻게 SNS에 얹힐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사실 기존 <팔라독>은 소셜 플랫폼에 어울리는 게임은 아니다. 게임 자체가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은데다가 과금 모델 또한 최초부터 유료게임인 것을 전제로 디자인됐기 때문에 요즘 추세와 맞지 않았다. 일본 ‘라인’이나 중국 ‘QQ’를 통해 서비스된 <팔라독>도 그것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팔라독 미니>의 원작인 <팔라독>. 디펜스 게임에 RPG 요소와 공격적인 운영을 추가한 게임이다.
그렇다면 <팔라독 미니>를 개발하면서 가장 많이 신경 썼던 점이 무엇인가?
딱히 무언가를 꼬집긴 힘들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게임의 구조나 과금 모델 전부를 SNS에 걸맞게 바꿔야 했고, 그러면서 <팔라독> 특유의 분위기는 유지했어야 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웃음).
그중 굳이 하나를 꼽자면 유저들이 <팔라독 미니>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였던 것 같다. 소셜 플랫폼에 걸맞은 게임성 변화가 특히 더 어려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팔라독 미니>의 생소한 진행방식을 신규 유저나 기존 <팔라독> 유저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계속 신경 쓰였다. 물리적인 어려움 보다는 심리적인 어려움에 가깝다.
전작이 여전히 잘 나가고 있는데, 이런 게임성의 변화가 부담되진 않던가?
차라리 전작이 없었다면 자신 있게 밀어붙였을 텐데, <팔라독>의 팬층과 소셜 플랫폼용 게임성까지 고려하려니 부담이 2배더라. 특히 가장 큰 걱정은 기존 <팔라독>을 아는 유저들이었다. 아무래도 이전과 달리 게임의 구조나 목적이 많이 달라졌으니까.
하지만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않으면 새로운 게임을 도저히 만들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눈 감고 한번 ‘질러’봤다. 그 결과 기획부터 리소스까지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야 했지만, 덕분에 <팔라독>과는 다른 느낌의 게임이 탄생해 만족하고 있다.
물론 이 때문에 기존 유저들 사이에서는 <팔라독 미니>에 대한 의견이 많이 엇갈리기도 했다. 다행히도 긍정적인 의견이 많은 편이지만, 게임을 더 다듬어 누가 봐도 만족할 수 있는 게임이 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 매 순간 다른 경험, 다른 선택을 추구한다
<팔라독 미니>는 퍼즐과 런 게임을 결합했다.
스탠드 얼론 게임이었던 <팔라독>과 달리, <팔라독 미니>는 엔딩이 없는 소셜 게임이다. 그런 만큼 카카오라는 소셜 플랫폼에 걸맞은 진행 방식이 필요했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팔라독>의 ‘데스티니 모드’가 떠올랐다.
데스티니 모드는 유저가 마음대로 유닛을 생산할 수 있는 <팔라독>과 달리, 임의로 생성되는 유닛 블록을 이용해야만 유닛을 생산할 수 있는 모드다. 선택지는 좁지만 그만큼 신경 쓸 것이 적은 것이 장점이었다. 카카오라는 플랫폼 특성상 난이도가 높은 디펜스보다는 가볍더라도 매 순간 재미를 줄 수 있는 데스티니 모드가 더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블록과 블록이 합쳐지면 더 강한 블록이 생성되는 등 데스티니 모드와의 차별성도 많이 보인다.
단순히 운이나 스펙에 의존하는 게임은 싫었다. 전작인 <팔라독> 또한 어떤 유닛과 마법을 성장시킬 것인가, 언제 어떤 유닛을 뽑아야 할 것인가, 영웅(팔라독)을 어떻게 움직여 유닛에게 시너지를 줄 것인가 같은 많은 전략성을 포함한 게임이었다. <팔라독 미니> 또한 이렇게 유저가 고민하는 요소를 넣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블록을 합칠 수 있는 퍼즐 요소였다.
똑같은 블록이 3개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때는 저레벨 유닛 다수가 유리할 때도 있고, 어떤 때는 고레벨 유닛 하나가 더 유리할 때도 있다. 만약 각기 다른 유닛 블록 2~3종이 섞여 있으면 어떤 유닛을 고레벨로 만들고, 어떤 유닛을 저레벨로 뽑을지 고민하게 된다. 전황이나 캐릭터의 육성 타입에 따라 정답은 수없이 많아진다. 다른 요소는 다 쳐내더라도 이런 전략, 혹은 유저의 선택권 자체만은 남겨놓고 싶었다.
데스티니 모드와 달리 같은 블럭 2개가 합쳐지면 더 강한 블럭이 생성된다.
카카오 게임치고는 게임의 난이도가 높다는 의견도 있다.
<팔라독>이라는 IP 자체가 전략적인 요소를 강하다 보니 그런 의견이 나오는 것 같다. <팔라독 미니>도 이런 전략성을 포함하다 보니 게임이 진행될수록 난이도가 높아지는 감이 있다. 앞서 말했지만, 조작의 어려움보다는 선택의 어려움이다.
처음에는 등장하는 블록을 누르기만 해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어려운 몬스터가 등장할수록 유저의 선택이 중요시된다. 똑같이 거북이∙원숭이∙거북이∙원숭이∙거북이 블록이 나와도 유저에 따라선 이를 하나하나 소환할 수도 있고, 블록을 조합해 거북이 1∙2레벨, 원숭이 2레벨을 소환하거나 거북이 3레벨, 원숭이 1레벨 둘을 소환할 수도 있다. 결국 유저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셈이다. 익히긴 쉽지만 마스터하긴 어려운 디자인이랄까?
게임에 등장하는 몬스터나 유저에게 주어지는 블록 모두 랜덤인 것도 그런 이유인가?
그렇다. 사실 처음에는 <팔라독>처럼 등장 몬스터가 정해진 디자인도 생각했었다. 이것도 재미는 있었지만 게임을 반복할수록 쉽게 질리더라. 그래서 생각한 것이 변수였다. 등장하는 몬스터도, 사용할 수 있는 블록도 임의로 생성되게 해 매 순간 다른 경험, 다른 선택을 하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물론 이러한 것이 100% 랜덤은 아니다. 블록이나 몬스터 모두 일정한 로테이션 아래 임의로 생성되고, 장비마다 특수능력이 있어는 어떤 장비를 장착했느냐에 따라 유저가 원하는 결과를 유도할 수도 있다. 결국 유저가 예측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조합된 셈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전략과 재치 모두가 필요한 게임이랄까? (웃음)
라이브 서비스 체제에 돌입하게 되었다. 앞으로의 서비스 계획에 대해 궁금하다.
9월 중 협동 콘텐츠인 ‘보스 레이드’ 모드가 추가될 예정이다. 본래는 이달 중 추가될 예정이었으나 서버 문제 때문에 9월로 미뤄진 콘텐츠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유저 분들께 선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 이외에도 1 ~ 2개월 단위로 지속적인 신규 콘텐츠 추가가 있을 예정이다. 아무래도 플랫폼과 장르가 다른 만큼 <팔라독>처럼 분기 단위로 업데이트하면 유저들에게 폐가 되지 않겠나.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출시 첫 주 원활하지 못한 서비스를 제공해 죄송할 따름이다. 라이브 서비스 팀에서 최선을 다해 작업하고 있으니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은 만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 나은 서비스, 더 많은 즐길 거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