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바일게임 업계를 취재하며 듣는 공통적인 이야기는 “매출 20~50위가 레드 오션이 아니라 피바다더라”는 이야기다. 구글 플레이 기준으로 매출 50위권이면 먹고살 수 있는 매출이 나오는데, 현실적으로 진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매출을 유지하려는 회사와 새로 진입하려는 회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이다. 광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돈 많이 들어가는 마케팅이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 됐다. 점차 퍼블리셔의 입김이 세지고, 개발사가 직접 뛰어들어 성과를 낼 여지는 줄어들었다.
모바일게임 개발사에게는 매출 경쟁만 힘든 게 아니다. 이미 자동진행이 '기본'으로 자리 잡았는데, 콘텐츠 소모가 빠르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 대비 개발해야 할 콘텐츠는 많아졌다. 사전 개발보다 출시 후 라이브 서비스가 바쁜 이유이자, 모바일게임 100일이면 온라인 게임 1년처럼 느껴진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시장 상황에 퍼블리셔 없이 직접 게임을 서비스하는 레드사하라의 <불멸의 전사>가 17일로 서비스 200일을 맞이한다. 지난 인터뷰에서 "돈이 없어서 마케팅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던 이지훈 대표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시즌 2 업데이트를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이번에도 핵심 메시지는 같았다. 바로 게임을 즐기고 있는 유저가 최우선이고, 그들 없이는 신규 유저도 없다는 철학이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레드사하라 스튜디오 이지훈 대표
“모바일게임 200일, 온라인 게임으로 치면 2년”
지난 4월 이후 오랜만에 만난 이지훈 대표는 여전했다. 여전히 바빴고, 여전히 고민이 많은 모습이었다. 16일 기준 <불멸의 전사>의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는 45위. 밖에서 봤을 때는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매출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이지훈 대표가 느끼기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불멸의 전사> 시즌 2 업데이트 준비로 힘들어보인다는 기자의 질문에 이지훈 대표는 “출시 200일에 맞춰 시즌 2 업데이트를 준비했는데, 너무 숨가쁜 일정이었다. 모바일게임 200일이면 온라인 게임 2년, 아니 3~4년 서비스 한 느낌이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지훈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니, 이해가 갔다. 여전히 유저가 소모하는 콘텐츠에 맞춰 업데이트를 해 줘야 하니 바쁠 수 밖에 없다. 또 모바일게임 특성상 쉽게 게임을 지우고 떠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그를 채찍질했다. 한 순간 방심하면 언제 무너질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계속 압박했다.
또 다른 고민도 있다. 사실상 온라인 게임처럼 즐길거리를 늘리기 위해 새로운 콘텐츠도 추가하고, 운영도 해 줘야 한다. 온라인 게임 세상도 오래 서비스를 하면 인구가 줄어들기 마련이고, 인구 수(유저 수)를 유지하지 못하면 가상 속 세상은 무너진다. <불멸의 전사>같은 모바일 RPG도 다르지 않다. 결국 신규 유저 유치를 해야 게임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던 상황처럼 모바일게임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후발주자는 기존 게임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고, 유저는 언제 게임을 그만둘 지 알 수 없다. 직접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30여명 내외의 개발사가 인력과 자금력을 앞세운 대형 퍼블리셔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 시장에서 200일간 생존한 ‘생존기’를 듣는 것 같다고 하자, 이지훈 대표도 “생존기가 맞다. 여기서 한 계단 올라가야 <불멸의 전사>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절박할 수 밖에 없다”며 동의했다.
이런 고민 끝에 내놓은 게 17일 이루어진 <불멸의 전사> 시즌 2 업데이트다. 기존 유저는 최대한 만족시켜주되, 신규 유저도 유치해야 한다는 핵심은 <불멸의 전사> 시즌 2 업데이트에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시즌 2 업데이트, 유저에게 박탈감을 주지 않고 신규 유저도 따라갈 수 있는 방향성”
지금껏 <불멸의 전사>를 즐겨온 유저 입장에서 보면, 시즌 2 업데이트 내용에서 가장 환영할 만한 내용은 바로 ‘소울 마스터’등급 영웅의 추가다. 기존에는 6성 영웅이 가장 강했던 데 반해, 2차 초월 +5강 6성 영웅을 조합하면 해당 클래스의 소울 마스터 영웅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랜덤하게 진화시킬 수 있는 기존 모바일 RPG의 등급 추가와는 사뭇 다른 방향이다.
이지훈 대표는 “지금껏 즐겨온 유저들에게 새로이 랜덤하게 영웅을 수집하라고 하면 허탈할 것”이라며 기존 유저들이 들인 시간과 돈에 대한 박탈감을 줄이기 위한 방향성을 고민했다고 소개했다.
<불멸의 전사>의 소울마스터 등급 추가는 성공적인 콘텐츠 업데이트를 위해 다른 게임의 사례를 참고하며 고민한 결과다. 지금껏 나온 모바일 RPG들이 <불멸의 전사>보다 앞서 신규 등급 캐릭터를 추가했지만, 모두 성공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신규 등급이 추가되면 상위 1%를 달성한 유저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유저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다. 이지훈 대표가 참고 끝에 얻은 결론은 ‘유저에게 자신을 쥐어짜는 느낌을 주지 말자’였다. 그래서 유저가 지금껏 모아온 6성 영웅을 이용해 일정 범위 내에서 원하는 영웅을 얻을 수 있게 했다.
새로 추가되는 소울마스터 등급 영웅.
반면, 다른 온라인 게임들이 그래왔듯 최고 성장 제한이 열린다는 것은 신규 유저 관점에서 보면 커다란 벽이 생긴다는 뜻이다. 기존 유저들은 소울마스터 등급의 영웅을 이용해 게임하고 있을 때, 신규 유저는 3~4성 영웅을 이용해 쩔쩔매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정작 개발사는 이들이 앞으로 달려나갈 콘텐츠를 많이 마련했지만, 신규 유저가 그 맛을 보기도 전에 지칠 수 있다는 게 RPG의 최고 레벨 업데이트가 가진 맹점이다. 신규 유저 유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온라인 속성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불멸의 전사> 시즌 2에는 새로운 튜토리얼과 신규 유저를 위한 혜택이 추가된다. 그간 업데이트로 인해 게임 내용이 바뀐 부분이 많은 만큼, 튜토리얼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신규 유저의 적응을 돕는다. 더불어 처음 1시간 동안 10분 단위로 선물을 주고, 계정을 성장시킬 때 마다 보상을 준다. 신규 유저도 열심히 하면 6성 영웅 파티를 만들 수 있다.
신규 유저 보상. 이 외에도 계정을 성장시키면 6성 영웅을 주는 등 파격적인 보상을 마련했다.
신규 유저의 성장을 위한 발판을 놓은 업데이트인 셈이고, 온라인 게임으로 치면 서비스 2년 이후에나 내놓는 ‘점핑 캐릭터’ 이벤트와도 비슷한 면이 있다.
이렇게 신규 유저를 위한 발판을 놓는 이유는 결국 개발자가 준비한 상위 콘텐츠를 즐기며 PVP등에서 함께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PVP를 유도하는 이유는 개발 측면에서는 또 다른 이유가 있어서다.
<불멸의 전사>같은 모바일 RPG는 스테이지들을 계속해서 추가해야 한다. 유저들은 스테이지를 쉽게 격파해나가는데, 개발자들은 소모될 콘텐츠를 만들어내느라 지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앞으로는 유저가 캐릭터의 성장을 이룬 뒤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풍성하게 추가할 예정이다. <불멸의 전사> 개발진은 PVP같은 콘텐츠를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한 뒤, 시즌2 업데이트 이후 개발자의 개입 없이 유저들끼리 새로움을 느끼면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내놓는다.
“가장 중요한 건 게임을 즐기는 유저의 마음을 잡는 것”
앞서 시즌 2 업데이트에서도 ‘기존 유저에게 허탈함을 주지 말자’는 목표를 가졌던 것은 이지훈 대표의 철학 때문이다. “운영이 최고의 마케팅이다”고 말했던 그는 치열한 모바일게임 시장 생존비결을 묻자 “기존 유저의 마음을 잘 잡는 것이 비결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바라보는 유저는 게임의 핵심이다. 유저는 게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자, 매출을 발생시켜주는 고객, 그리고 바이럴 마케팅의 중심이라는 것, 신규 유저를 모으기 위해 기존 유저에게 허탈함을 주거나 그들이 소외되는 건 올바른 업데이트 방향성이 아니라는 게 이지훈 대표가 생각하는 바다. 그래서 시즌 2 업데이트에서 신규 유저에게 혜택을 주면서 기존 유저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성장 제한을 넓혔다.
<불멸의 전사> 시즌 2 업데이트를 위해 iOS유저들에게 안드로이드OS 기기 대여 비용을 지원해주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불멸의 전사>는 특성상 안드로이드OS와 iOS 버전이 같아야 서버에 접속할 수 있는데, 현재 애플 앱스토어 구조로는 iOS 버전 업데이트를 개발사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애플의 iOS 8 업데이트 이후 수 많은 앱의 업데이트 검수 요청이 쏟아지자 평소 2주 걸리던 앱스토어 업데이트 심사가 3주 이상으로 늘어났다. 애플 앱스토어의 검수는 개발사에게 중간 진행상황이나 끝날 날자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레드사하라도 iOS 버전 검수가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시즌 2 업데이트와 함께 대규모 마케팅 계획을 잡은 게 커다란 변수가 됐다. 레드사하라는 <불멸의 전사> 시즌 2 업데이트에 맞춰 대규모 마케팅을 준비했는데, iOS 검수가 늦어졌다고 마케팅을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다. 광고 계약을 미리 해야 하고, 마음대로 일정을 미루거나 할 수 없기 때문. 레드사하라 입장에서는 ‘사면초가’같은 상황에 놓인 셈이다.
그래서 레드사하라는 결단을 내렸다. 기존 유저가 게임을 즐길 수 없는 상황이라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도와주자는 것. 그래서 iOS 유저를 대상으로 <불멸의 전사>를 즐기기 위해 안드로이드OS 기기를 대여해서 사용할 경우, 그 비용을 지급해주기로 결정했다. 작은 개발사 입장에서 적지 않은 비용이 지출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기존 유저들에게 기약 없는 기다림을 강요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기기 대여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지훈 대표는 iOS 유저들에게 한없이 죄송스럽다며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에게는 iOS유저도 소중한 유저이기 때문. 그래서 레드사하라의 행보가 빛나 보인다. 유저를 생각하면서 기약 없는 기다림을 최소한으로 줄여주려는 노력을 하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