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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그린 “실제 골프 같은 ‘샷’을 보여주겠다”

골프존엔터테인먼트 김운형 PD 인터뷰

김승현(다미롱) 2014-10-24 14:26:47
RPG만 만들어왔던 한 개발자가 실사 골프 게임에 도전했다. 4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가 아는 골프란 게임이 전부였다. 하지만 게임의 출시가 막바지인 지금, 게임으로만 골프를 알던 그는 ‘골퍼의 로망’을 외치는 마니아가 되었다. <뮤> <드래곤네스트> 등을 개발하고 지금은 <온그린> 개발에 전념하고 있는 김운형 PD의 이야기다.

그를 골퍼로 만든 게임 <온그린>이 23일 프리시즌 테스트에 돌입했다. 게임이 내세우는 것은 크라이엔진3를 이용한 화려한 그래픽과 골프존이 스크린골프로 쌓은 사실적인 물리효과. 하지만 게임을 만든 김운형 PD는 이런 자질구래(?)한 것 대신 ‘골프의 정수’라는 꿈을 강조했다. 

신출내기 골퍼인 그가 꼽은 골프의 정수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이용해 ‘골프게임은 따분하다’라는 선입견, ‘골프게임은 거기서 거기’라는 선입견을 극복할 생각일까? 골프존엔터테인먼트 김운형 PD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골프존엔터테인먼트 김운형 PD

해프닝이 일상다반사, RPG 개발자의 골프 게임 개발기


김운형 PD가 골프존엔터테인먼트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1년이었다. 당시 그는 골프존이라는 회사에 대해 알기는커녕, 골프라는 스포츠도 직접 경험해 본적도 없었다. 그는 온라인 RPG로 성장해 온 개발자였고, 그가 아는 골프라곤 컴퓨터 모니터나 게임기 속에만 있었다. 그런 그가 온라인 골프 게임이라는 생소한 장르에 도전하게 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계속 칼 쓰고 마법 쓰고 피 튀기는 게임만 만들다 보니 다른 것을 하고 싶었어요. 그때 마침 골프존에서 연락이 왔죠. 골프는 잘 알지 못했는데, 직업 이상으로 골프를 좋아하고 알리려 하는 골프존의 태도는 참 인상적이었죠. 그 분위기에 끌려 난생 처음으로 스포츠게임에 도전했죠. 그게 다에요.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무모했네요. (웃음)”

무모함의 대가는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다. 김운형 PD와 <온그린>을 만드는 팀원 대부분은 골프게임 경험이 많지 않았다. 골프존에서 스크린골프 개발하던 사람들이 합류하긴 했지만 그 수는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기획회의나 프로그래밍에 앞서 골프장에 나가 골프가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배워야 했다.

<온그린>의 플레이 화면

골프채에 손 때가 묻기 시작할 무렵 첫 프로토타입이 완성됐다. 실제 존재하는 코스를 그대로 구현하고 그 위에 캐릭터와 물리엔진을 얹은 기초적인 모델이었다. 처음 목표는 간단했다. ‘캐주얼이고 리얼이고 자시고, 일단 골프라도 되게 만들자.’ 하지만 첫 결과물에는 코스만 있고 골프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골프라는 느낌이 나지 않았습니다. 캐릭터도 있고 필드도 있고 ‘샷’이나 ‘퍼팅’까지 다 있었는데 실제 골프의 느낌도, 하다못해 골프게임의 느낌도 나지 않았거든요. 아무리 프로토타입이라곤 해도 플레이가 너무 단조롭게 느껴졌어요.”

프로토타입은 골프의 모습만 띠고 있지 게임의 재미도, 게임을 다시 하고 싶은 마음도 느껴지지 않았다. 실제 골프와 골프 게임의 차이를 신경 쓰지 못했기에 일어났던 실수였다.

사람이 직접 골프채를 휘두르고 코스를 걷는 실제 골프와 달리, 게임은 공을 치는 과정도 간단하고 이동 개념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실제 코스에선 10분 이상 걸어야 하는 거리가 게임에서는 공을 3번만 치면 이동할 수 있고, 직접 코스를 보고 골프채를 휘두르는 것보다 화면에서 보이는 정보를 읽고 캐릭터를 조작하는 난이도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만렙’ 캐릭터가 1레벨 필드를 쓸고 다니는 꼴이었다.


‘파노라마베이’ 코스의 이미지. 이 넓디 넓은 코스도 공 몇 번만 치면 금방 지나간다.

다른 장르와 플레이의 완급을 조절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도 개발을 힘들게 한 점이었다. 이동이나 일반 몬스터 사냥으로 편히 진행하다 정예 몬스터나 보스 몬스터로 긴장을 조절할 수 있는 RPG와 달리, 골프 게임은 공을 치는 순간 순간이 전투와 다를 바 없었다. RPG식으로 말하면 모든 전투에 일반 몬스터 혹은 보스 몬스터만 등장하는 꼴이었다.

프로토타입이 남긴 숙제는 다른 장르보다, 또 실제 골프보다 짧은 과정에 어떤 매력을 부여하느냐였다. 유저가 조작하거나 고민하는 횟수 자체가 짧기 때문에 이것 하나하나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과제였다.


변수의 변수의 변수까지, 고민의 가치를 높여라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필드에 기상천외한(?) 오브젝트를 설치해 독특한 공략을 만들어 보자는 의견도 있었고, 코스를 조금 더 어렵게 디자인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 중 김운형 PD가 선택한 것은 보다 작은 단위의 요소였다.

“골프 치면서 가장 재미있던 것이 ‘샷 메이킹’이었어요. 지금 내 공이 어떤 자리에 있고, 코스의 지형이나 날씨는 어떻고, 내가 공을 날리면 어떤 위치에 도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요. 똑같은 코스를 돌아도 아주 작은 바람 차이만으로도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죠. 이렇게 매번 다른 고민을 할 수 있다면 적은 횟수로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김운형 PD는 바둑이나 카드게임 같은 전략게임과 같은 문법으로 <온그린>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개발진이 느낀 골프란 육체적 능력 못지않게, 환경을 읽고 자신을 다스리는 정신적인 스포츠였기 때문이다. 개발의 주안점은 조작의 난이도나 횟수보다, 코스의 환경이 유저에게 어떤 고민거리를 안겨주느냐로 맞춰졌다.


여기에서 <온그린>이 내세우는 날씨와 물리효과가 탄생했다. 캐릭터가 코스에 서면 바람의 방향이나 속도가 수시로 바뀌고, 어떤 필드는 비가 온 뒤 물이 흐르거나 웅덩이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온그린>에는 이러한 환경적 변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골프존이 스크린골프로 발전시킨 물리엔진이 도입되었다.

사실 캐릭터가 공을 치는 순간의 결과만 구한다면 복잡한 물리엔진은 필요 없다. 캐릭터의 파워와 공의 방향, 그리고 코스 상태만 고려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변하는 ‘환경’이 끼어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공이 날아가는 중에 계속 바람의 영향을 체크해야 하고 공이 떨어지고 나서는 코스의 재질(?)이나 경사는 물론, 날아오며 변화한 공의 스핀과 날씨로 인한 습도의 변화까지 계속 계산해야 한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으니 자연히 조작도, 고민도 신중해졌다. <온그린>의 목표는 실제 골프처럼 공이 떨어진 곳이 한 뼘만 달라도 공이 멈춘 장소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세계였다. 


<온그린>의 콘셉트 아트

이러한 특성 때문에 <온그린>은 다른 골프게임에 비해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실력자라도 한 순간의 실수로 엉뚱한 곳에 공을 날리고, ‘파’나 ‘버디’같은 현실적인(?) 성적을 기록하기도 쉽지 않다.

물론 높은 난이도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지난 1차 CBT에서는 유저들이 적응하지 못할 것 같아 일부러 일부 요소를 적용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개발진의 걱정과는 반대로 테스터들이 요구한 것은 더 사실적인 게임이었다.

“지난 CBT에서는 난이도 문제로 ‘지면의 기울기’ 등 일부 요소가 적용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유저 의견은 정반대였어요. ‘이런 기울기면 이렇게 움직이는 것 맞지 않느냐, 시시한(?) 게임 되지 말고 제대로 된 골프를 보여 달라’라며 더 사실적인 게임을 요구했죠. 우리가 고민했던 것을 너무도 간단히 날려버려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웃음)”




골프는 따분하고 지루하다? 겉치레는 버리고 핵심만 선보이겠다


<온그린>의 시스템이 실제 골프의 환경을 최대한 재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게임의 아트는 반대로 현실에서 체험하기 힘든 ‘환상’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맞춰졌다. 

본래 <온그린>은 사실적인 게임 디자인에 걸맞게 그래픽 또한 현실에 있을 법한 코스를 재현하는데 맞췄었다. 하지만 개발자들이 골프장에 나가는 횟수가 많아지고 골프 채널을 찾아보는 횟수가 늘어나자 다른 의견 나오기 시작했다. ‘꼭 게임에서까지 이런 필드를 돌아야 해?’ 골프를 배우는 과정에서 세계의 온갖 유명 골프장을 체험했던 이들에게 사실적인 코스가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이다.

“골퍼라면 한번쯤 바다를 향해 공을 치고 싶다는 생각 하지 않나요? 실제로 해외에는 그런 골프장도 있어요. 굉장히 비싼 곳이지만. (웃음) 참고자료로 그런 것만 보다 보니 자꾸 아쉬움이 커지더라고요. 그러다가 ‘게임에서라도 멋진 코스를 돌고 싶다’라는 생각이 ‘현실에서 보기 힘든 환상적인 배경이라면 정말 멋진 라운딩이 되지 않을까’까지 발전했죠.”


‘스프링 필드’ 코스의 모습

이러한 생각은 그대로 개발로 이어졌다. 어떤 때는 코스 참고자료로 ‘세계 10대 골프장’ 같은 자료보다 <네셔널 지오그라피>를 더 많이 읽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결과 설산 속에 골프를 치는 ‘스프링 필드’나 바다 위 작은 섬을 이어 만든 ‘트로피칼 아일랜드’ 등 현실에서 찾기 힘든 콘셉트의 코스가 완성될 수 있었다.

코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틀(?)을 벗어나니 슬슬 다른 것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에티켓 때문에 골프장에선 모자와 긴 바지를 입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은 ‘게임에서까지 예의를 차려야 하냐’라는 반론에 무너졌다. <온그린>에 미니스커트나 핫팬츠, 심지어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의 의상까지 등장하게 된 계기였다.

아트 외에도 많은 일탈(?)이 있었다. 정통 실사 골프를 추구하면서도 스테이지를 18홀 코스 없이 그 절반인 9홀로 한정했다. 기존에 골프 게임에서 선보였단 한 명씩 돌아가며 공을 치는 방식도 동시 진행으로 바꾸었다. 게임의 근간은 현실적인 골프를 추구하면서도 그 형식이나 외형은 판타지를 추구한 셈이다. <온그린>은 왜 이런 상이한 방향성을 추구한 것일까? 김운형 PD의 답은 간단했다.



“골프와 골프 게임이 같아야 할까요? 우리 목적은 골프의 재미를 게임으로 구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완벽한 가상현실이 아닌 바에야 불가능하죠. 그렇다면 가장 핵심적인 재미만 살리고 방해되는 것을 자르는 것이 답이 아닐까요? <온그린>이 선택한 것은 ‘샷 메이킹’이었습니다. 대신 긴 플레이 시간이나 칙칙한(?) 아트는 버렸어요. 골프가 가진 ‘따분하고 지루하다’라는 선입견을 없애 것이 목표인데, 굳이 그런 것을 안고 갈 필요는 없으니까요”

과연 김운형 PD와 골프존엔터테인먼트의 의도는 성공적으로 구현됐을까? 23일부터 11월 2일까지 실시되는 <온그린> 프리시즌 테스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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