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콘텐츠 축제 ‘네코제’가 5회를 맞았다. 올해부터는 연 2회 열려 유저들이 넥슨 IP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넓어졌다. 이번 네코제는 종로구 ‘세운상가’에서 열린다. 세운상가는 종로3가부터 충무로까지 뻗어있는 대형 상권을 총칭하며, 네코제는 이 중 ‘세운전자상가’ 일대에서 열렸다.
네코제와 세운상가. 언뜻 보면 매칭이 잘 되지 않는다. ‘세운상가’는 청계천 일대로 대표되는 구도심 노후 상권으로 알려져 있다. 넥슨의 주 타깃층이 즐겨 오가는 곳은 아니다.
그럼에도 공통점은 있다. 네코제가 넥슨의 유저 아티스트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세운상가는 50년 동안 기술 하나로 버틴 장인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넥슨 역시 여기에 주목했다. ‘메이커X메이커’. 이번 네코제가 가진 의의를 조정현 팀장, 권용주 파트장에게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반세이 기자
세운상가에서 네코제를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조정현: 네코제는 기존에도 공간에 대한 의미를 많이 생각하며 기획됐다. 2차 창작 기반의 행사다 보니 다른 창작의 영역과 콜라보를 한다는 것에 의미를 뒀던 것이다. 게임의 예술로써의 가치를 부각하기 위해 기존에는 DDP 같은 곳에서 디자이너들과 협업하기도 했다. 이번 네코제는 세운상가에서 50년 동안 이 일만 해 온 장인들, 세운상가에 입주한 젊은 창업가들과 넥슨의 IP로 색다른 시도를 해 보려는 취지로 기획했다.
이번 네코제의 변경점과 컨셉은 무엇인가?
조정현: 일단 이번에는 만화와 소설을 추가했다. 장르는 계속 추가하고 있다. 여기 계신 장인들은 기술 하나로 살아오신 분들이다. 우리 IP들이 그 분들과 결합돼 의미가 부여된다고 본다. 세운상가 장인들도 메이커시고 네코제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도 메이커다.
이번 네코제를 준비하며 가장 신경 쓴 것은?
조정현: 여기 있는 장인들과 네코제에 지원해 주신 아티스트들이 한 무대에 선다는 것에 집중했다. 사실 그분들과 유저 아티스트들은 영역이 조금 다르다. 기술로 살아온 세월과 IP를 가지고 재창작하는 것. 이것들이 만나면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봤다.
장인들과 협업한 사례나 구체적인 결과물이 있나?
조정현: <야생의 땅: 듀랑고> 사운드 워프 프로젝트다. 이번에 세운상가에 공간 하나를 만들었다. 진공관 앰프를 통해 <듀랑고>의 게임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세운상가에 진공관 앰프를 만드는 장인이 계시는데 그분과 함께 사운드 디자이너를 모셨다. 이 공간에서는 <듀랑고>의 사운드를 들으며 스토리를 떠올릴 수 있다.
권용주: 장인께서 진공관 쪽 조예가 깊으시다. 네코제 스핀오프로 온라인에서 네코장을 진행하는데, 여기서도 장인 분들과 계속 협업할 생각이다. 1회성으로 끝나면 보여주기 식이지 않나. 넥슨의 IP와 진공관의 사운드적 특성을 이용해 관련 제품들을 판매해 보려 한다. 또한, 장인들이 진행하는 3D 프린팅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아마 유저 아티스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수익은 얼마로 예상하나. 수익은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조정현: 지난 번엔 티켓을 구매한 분들만 입장했다. 이번엔 공간 자체가 오픈돼 있다. 살펴보니 지나가시던 분들도 많이 오셔서 구경하시고 구매도 하시더라. 판매액은 많이 올랐을 것 같다.
사용처는 확정된 바 없으나 네코제를 통해 얻은 수익은 계속 기부를 해 왔고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네코제에는 게임을 헤비하게 즐기는 유저들이 많다. 네코제도 그런 유저들이 즐겁게 즐기는데 집중한 행사다. 유저들이 와서 즐기고, 판매하고, 벌어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티켓 판매 수입은 기부할 것이고, 유저들이 얻은 수입은 전부 유저들이 가져간다.
이번 네코제를 추진하며 어려웠던 점이 있나?
조정현: 세운상가 상가 협의회를 설득해야 했다. PT를 하는데 당연히 이해하시기 어려운 내용이지 않겠나. 그러다 보니 네코제라는 행사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장인 분들과 협업하는 내용이 나오며 점차 얘기가 풀려갔다. 단순히 대관만 해서 행사를 하는 건 그분들이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서울시에서 인정한 마이스터 열 다섯 분을 일일히 만나 뵙고 협업할 분을 찾았다. 그 과정에서 이해도가 많이 높아지셨다.
내년에도 세운상가에서 하나?
조정현: 확언할 수는 없지만 네코제는 지금까지 같은 장소에서 한 적이 없다. 다만 장인 분들과는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려 시도할 것이다.
2차 창작을 외부 게임으로 확대할 생각이 있나.
조정현: 그 부분은 아직까지 어떻게 하겠다고 계획을 세우거나 고민해 본 적이 없다. 네코제가 그 정도 규모인가도 반문하고 있다. 규모가 커졌다 해도 다른 게임과 함께 한다는 것은 다른 게임사들과의 협의도 필요한 부분이라 정확히 말씀드리긴 어렵다.
내부에서 생각하는 규모만큼 커지지 않았다면 만족하는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조정현: 지금 오시는 분들의 데이터나 숫자, 매출에 대한 성과 지표를 잡고 있지는 않다. 이 정도면 성공적인 행사라고 하는 게 아니라 유저분들이 ‘네코제는 넥슨에서 하는 행사들 중 꼭 와야 하는 행사‘라고 하시는 말을 듣고 싶다.
부스 심사 기준이 매년 바뀐다는 의견이 있다.
조정현: 퀄리티는 일단 중요하지만 퀄리티라는 말 자체가 상대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퀄리티는 유저들이 게임 내 뭔가를 그대로 본따 만든게 아니라 어떻게 재해석했느냐다. 그대로 가져와서 제품 만드는 것도 좋지만 재해석한 제품들이 참신하거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 게임에 너무 몰리지 않도록 그 부분은 심사시 감안하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어도비 협업 부스는 무엇인가.
권용주: 애니메이션에 싱크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눈이나 표정, 입모양을 캐릭터가 실시간으로 따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어도비가 그 프로그램을 퍼블리싱하고 있다. 우리 캐릭터를 그 프로그램에 넣어놓고 성우를 싱크시킨 다음 대사를 하면 캐릭터가 성우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다. 라이브로 대중들과 대화할 수 있고 반응할 수 있다.
유저 아티스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넥슨에 이들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나.
조정현: 네코랩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아티스트들이 여러가지 고민을 갖고 있다. 어떻게 하면 퀄리티를 올릴까, 어떻게 하면 다양한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같은. 넥슨도 이것을 해결해 주거나 돕기 위해 유사한 제품을 만드시는 분을 섭외해 강의를 하기도 하고 진로에 대한 고민도 함께 얘기하고 있다.
넥슨 내부에선 네코제가 얼마나 중요한 행사인가.
조정현: 이 행사를 처음(1회) 기획할 때 이정헌 대표와 함께 했다. 대표님과 함께 론칭한 행사기 때문에 좀 안정적이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다. (웃음) IP에 대한 다른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서 앞으로도 많은 시도를 할 것이다. 한다는 것 자체로 유저들에게 의미있게 다가간다는 피드백도 받고 있어서 계속 노력할 예정이다.
이번에 홍대 엘큐브 게임 전문관에 입점한다. 게임이나 회사 이름으로 가는 게 아니라, 유저분들 모시고 네코제 브랜드로 가는 것이다. 유저들이 직접 디자인하고 생산한 제품들 가지고 나가서 팔고, 수익은 유저들에게 돌려주는 형태로 진행한다. 이번에 원데이 클래스 오픈하자마자 티켓이 매진됐는데, 롯데랑 협업해 그런 것들도 진행할 예정이다.
네코제는 처음 기획할 때부터 지금까지 유저분들, 유저 아티스트들에게 맞춰서 진행되고 있는 행사다. 많은 분들이 항상 만족하고 더 재밌다고 느낄 만한 것들을 준비하고 있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나 사랑을 바탕으로 게임도 잘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이번에도 그런 의미들을 최대한 담았고, 앞으로도 계속 담겠다.
권용주: 네코제를 준비하며 느낀 게 있다. 세상에는 많은 문화행사가 있는데 게임이라는 주제를 가진 네코제는 확장할 수 있는 분야가 무한대인 것 같다. 이번에도 부스, 공연, 전시, 원데이 클래스까지 했고. 그게 네코제 매력인 것 같다. 다른 곳에서 접하지 못했던 것들을 네코제서 보여줄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