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바일게임으로 해외 시장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는 게임을 꼽으라면 단연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를 들 수 있다. 게임은 2014년 출시돼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 다수 국가를 포함, 북미와 유럽, 남미 등 여러 해외 국가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수치적인 부분도 돋보인다. 게임은 지난해 단일 타이틀로 해외 매출 1조 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14분기 연속으로 회사의 해외 매출 비중 80%까지 끌어올리며 해외 시장 성과를 입증, 회사의 강력한 IP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출시된 지 4년째 되는 게임으로서 꽤 의미 있는 지표다.
작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e스포츠 대회인 ‘서머너즈 워 월드 아레나 챔피언십(이하 SWC)’는 이러한 해외 시장의 열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IP와 대회 중 어느 하나가 선결 조건이 되는 것이 아닌, 두 개가 함께 조화를 이루어 해외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올해 2회째를 맞이하는 SWC는 오는 13일, 서울 상암에서 대망의 결선을 치를 예정이다.
# 목표는 선수와 관람객 모두가 즐기는 글로벌 e스포츠
컴투스는 2014년, <서머너즈워>를 출시하면서 여느 회사처럼 모바일게임으로 e스포츠를 시도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대회와 이벤트가 함께 하는, 선수와 관람객 모두가 어우러져 함께 즐기는 행사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서, 전 세계 유저를 대상으로 e스포츠 대회를 열려면 그만큼의 기반이 필요했다. 회사는 최초 기획부터 해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16개 언어에 대응하면서 전세계 누구나 같은 게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글로벌 원빌드 전략을 택했다. 100여 명 규모의 언어별 CS 대응팀, 그리고 현지에 맞는 마케팅 활동이라는 계획도 세웠다.
회사는 국가별 소규모 대회를 열면서 유저의 피드백을 반영, 조금씩 대회의 수준을 늘려갔다. SWC의 발원지는 미국 맨해튼의 작은 하비샵이었다. 당시에는 유저끼리 어울려 대결을 벌이는 ‘커뮤니티 파티’ 형식이었다. 열성적으로 임하는 미국 유저 성향 답게, 여러 지역에서 비행기를 타고 와서 참가할 정도로 초반부터 반응이 상당했다.
컴투스는 기획 초기의 목표를 점점 구체화시키는 시도를 했다. 여기에는 컴투스-게임빌의 해외 법인의 역할도 컸다. 최근 법인 통합을 통해 시너지를 높인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2년간 노하우를 쌓으면서 유저가 원하는 e스포츠의 모습을 그려갔다. 내부 별도 이벤트팀도 개설하며 운영에 박차를 가했다.
밑바닥부터 그려간 그림은 조금씩 밑바탕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북미에서 시작된 대회는 반응을 타고 일본, 중국, 대만, 파리 등 지사를 통해 지역을 막론하고 열렸다. 심지어 유저의 요청에 남미에서도 진행됐다. 물론 모든 대회는 해외 법인이 모든 내용과 반응을 직접 듣고 피드백을 반영했다.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SWC가 작년에 첫 발을 내딛었다.
# SWC 2017의 의미 있는, 그리고 놀라운 첫 행보
SWC 2017은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해 뉴욕, 파리, 서울, 도쿄, 상하이, 타이페이, 방콕, 홍콩 등 9개 도시에서 오프라인 본선이 열렸다. 9월 16일 타이페이 본선에서는 1,000여 명의 관객이 경기장을 방문했으며 일주일 뒤 23일 열린 방콕 본선에서도 하루 만에 10만 명 이상의 누적 시청자를 기록했다. 유투브 중계방송 누적 시청자 수도 일일 2만 명을 넘기기도 했다.
반응은 결승에서도 이어졌다.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씨어터에서 열린 SWC 2017 결승에서는 무려 3,000여 명의 관객이 모였다. SWC 2017의 첫 성적은 그야말로 ‘성공적’이었다. 자국 선수가 벌이는 경기가 아님에도 열성적으로 참석, 반응해 주는 유저도 많았다. 컴투스 이형주 본부장은 “행사장이 한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자리가 없어 유저를 모두 수용하지 못할까 걱정했을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컴투스는 SWC를 준비하면서 '공정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는 e스포츠'를 위해 노력했다. 대표적으로 상대방이 준비하거나 상대방만 뽑은 캐릭터를 우선 사용 금지하는 ‘선 밴’, 중복 몬스터를 쓰도록 하지 않게 하는 룰 등을 설정했다. 운영의 근간을 흔드는 특정 몬스터의 너프는 배제했다. 결과는 위에서 밝힌 수치로 나타났다.
대회를 통해 새로운 메타, 다양한 몬스터가 주목받는 계기가 주어지며 <서머너즈 워> 게임 콘텐츠로도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작년 결승에 진출한 한국 유저는 수면 스킬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수면 메타’를 사용하며 다양한 전략을 제시했다.
대회를 통해 참가하는 선수들의 다양한 몬스터 활용 덕에 개발팀의 업데이트가 아니어도 대회를 통해 1,000여 마리의 다양한 몬스터가 주목을 받으며 골고루 사용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덕분에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겪는 이탈보다 유저 리텐션(잔존율)이 증가했다. SWC에서 적용된 룰 ‘선 밴’은 그 전략성을 인정받아 게임 내 적용하기도 했다. 앞에서 말한 게임의 IP와 대회가 조화를 이루는 좋은 사례다.
회사의 이러한 해외 인기는 매출로도 연결됐다. <서머너즈 워>가 출시된 2014년 매출 2,347억 원, 영업이익 1,012억 원을 시작으로 2015년은 85%가 상승한 4,335억 원 매출, 1,659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상승세는 2017년까지 이어져 매출 5,080억 원, 영업이익 1,946억 원을 기록했다. 14분기 연속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액의 80%를 넘겼다.
# 3개 대륙컵, 늘어난 규모... 팬과 선수가 함께 즐기는 대회로 거듭난다
2회째 열리는 SWC 2018은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기조하에 올해도 여러 변화를 거친다. 9개 지역에서 열렸던 예선을 북미 유저 대상인 ‘아메리카 컵’, 유럽 유저 대상인 ‘유럽 컵’, 그리고 아시아, 태평양 지역 유저가 벌이는 ‘아시아 퍼시픽 컵’ 등 3개 대륙컵으로 통합했다.
전년대비 대회 상금 규모도 늘어났다. 3만 명 규모가 참가해 열린 SWC 2018의 총상금은 작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11만 달러(약 1억 2,504만 원)이며, 결선 1위 상금은 3만 달러(3,410만 원)을 받는다. 2위 1만 달러(1,136만 원), 3위 5,000달러(약 568만 원). 결선 이전에 열린 대륙컵 역시 1~3위 모두 상금이 지급됐다(1위 1만 달러, 2위 5,000달러, 3위 2,500달러(약 284만 원)).
참가자는 시즌제로 게임이 구성되는 게임 내 시즌 순위를 통해 가려냈다. 시즌5 점수로 온라인 예선 참여자를 뽑았다. 지역 결승을 통해 선정된 8명의 선수는 오는 13일 상암에서 열리는 결선에서 만나게 된다. 결선에서는 대만이나 홍콩, 독일, 프랑스같이 결선에 진출한 선수를 응원하는 행사도 별도 마련된다.
대륙컵이 다양한 국가에서 펼쳐진 만큼, 지역별 대회를 즐기는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아시아 퍼시픽 대회가 열린 도쿄 빅 사이트 티에프티 홀은 전형적인 e스포츠 대회의 분위기를 풍겼다. 컨벤션 홀에서 경기와 화면의 모습을 보면서 열띤 분위기를 선보였다.
반면, LA 워터프론트 야외광장에서 열린 아메리카컵은 대회와 더불어 다채로운 이벤트 부스, DJ 공연을 벌이며 온 가족이 즐기는 행사로 열렸다. 선수 외에 가족 단위 관람객이 대회를 찾았다. 유럽컵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큰 지하 호프집에서 e스포츠와 더불어 모든 국가의 팬이 새벽 3시까지 애프터 파티를 하는 열광적인 행사로 만들었다.
특히 올해는 대회 시작부터 여러 변수가 가득했다. 작년 인상 깊은 경기를 펼친 선수들이 2연속 파이널 진출을 목표로 하는 가운데 브라질, 페루 등 남미권 선수들이 도전하는 모양새가 펼쳐졌다. 하지만, 작년 대회 전체 준우승자였던 싸이 선수가 예선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아메리칸 컵에서는 ‘조셉’ 유저가 초 저과금 덱으로 전승을 하는 연출을 벌이기도 했다.
이형주 본부장은 상성 관계의 몬스터를 적재적소에 맞게 고르는 전략, 과감한 덱을 운용해 상대 허를 찌르는 치열함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결선 역시 알 수 없는 대전이 될 것 같다는 예측. 이 본부장은 “8명의 선수는 모두 공개됐고, 유럽컵이 끝난 직후 추첨해 대진표도 확정됐다. 약 3주간 준비 기간이 남은 만큼, 상대방의 덱을 분석하고 많이 준비한 선수가 승리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밖에, 컴투스는 SWC 2017에서 중계방송을 통해 많은 유저가 들어왔던 것을 감안, 주요 언어만 대응했던 작년에서 나아가 유투브에서 각국의 중계진이 여러 언어로 시청자에게 경기를 제공할 예정이다. 방송은 작년과 더불어 OGN과 함께한다. 더불어 ‘정복자들 시즌3: 파밍웨이 to SWC’도 편성, 대회의 다양한 모습, 즐길 요소를 일반 유저의 시선으로 소개한다. 해외 VIP 유저와 인플루언서를 컴투스 본사에 초청하기도 했다.
# SWC, 모바일 글로벌 e스포츠로 자리매김할까
컴투스는 대회의 수준과 보는 재미를 끌어올리기 위해 단체전(길드전)도 준비 중이다. 기존 1 대 1 대결을 벌였던 것에서 더해 팀 단위 전술의 재미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단체전 또한 e스포츠의 묘미 중 하나인 만큼 꾸준히 관찰하고 피드백을 받아 정규 모드로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4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SWC를 통해 대회 관련 선수와 유저 외에 많은 관람객이 즐겼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아메리카, 유럽컵에서 유저, 팬들이 즐겼던 문화를 꾸준히 정착시키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함께 즐기는 것이 게임의 매력이기에, 회사는 각 지역 법인들과 꾸준히 얘기를 나누면서 대회 이후 더 나은 수준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최상위 선수가 벌이는 대회 외에 캐주얼, 신규 유저도 행사를 하나의 잔치로 재미있게 즐기는 경험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SWC라는 정규 대회 외에, 대륙컵이 열리지 않는 지역의 유저를 찾아가 다양한 행사를 열겠다고 밝혔다. 대회 차원에서는 팬과 함께 하는 선수에게 명예를 줄 수 있는 계기도 고민 중이다.
회사는 SWC가 <서머너즈 워>의 IP와 게임성, 그리고 글로벌 원빌드로 제공하는 동일한 게임 경험, 회사만의 탄탄한 법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별한 비결보다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기초부터 꾸준히 다녀왔기에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작년 대회를 통해 ‘모바일로도 전 세계 유저를 대상으로 하는 e스포츠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면, 올해 2회는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이를 다지는 계기를 갖고 있다. 국산 게임으로 유일무이한 글로벌 e스포츠 대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SWC의 행보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