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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GDC2023] 파이썬으로 개발한 게임이 '압도적 긍정적' 받은 사연

GIGDC 대상 '터미너스'의 인건게임즈 신인건 대표 인터뷰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신동하(그리던) 2023-11-06 11:58:12

"처음 만든 게임으로 글로벌 인디게임 경진대회에서 가장 큰 상을 받았다고요?"

"파이썬으로 개발한 게임으로 '압도적 긍정적'을 받았다고요?"

"업데이트 좀 그만하라는 메일을 받아봤다고요?"​

"해외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6개국어 번역도 해주고 있다고요?"


오늘 소개할 개발자는 인터뷰 과정에서 수많은 물음표를 자아냈습니다. 바로 '인건 게임즈'의 '신인건 대표'입니다.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에서 박사과정까지 마친 신 대표는 취향에 꼭 맞는 게임을 만들고자 게임 개발에 뛰어들었는데요.

그 결과 '라이브게임을 잘 못하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턴제 생존게임인 <터미너스>를 개발했습니다. 
이 <터미너스>는 많은 인기를 끌었던 <프로젝트 좀보이드>와 닮은 아트와 컨셉으로 '턴제 좀보이드', 'K-좀보이드'와 같은 애칭으로 적지 않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게임성 또한 인정받아 '인디게임 개발자의 등용문'이라고 불리는 글로벌 인디게임 경진대회(이하 GIGDC)에서 가장 큰 상인 대상을 수상하고, 스팀 유저 평가 '압도적 긍정적'을 받기도 했는데요. 신인건 대표는 "2년 반의 얼리 액세스 기간 동안 부지런히 업데이트한 결과"라고 말합니다.


게임 개발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가 어떻게 '압긍' 게임의 개발자가 되었는지 그 과정을 지면에 담아보았습니다. 1인 개발자를 지망하는 학생이나 <터미너스>를 장바구니에 담아 놓은 유저들에게 이 기사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 / 디스이즈게임 신동하 기자




# 스팀 유저 평가 '압도적 긍정적' 달성한 국산 인디 게임


Q. 디스이즈게임: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신인건 대표: 안녕하세요. 저는 <터미너스: 좀비 생존자들 (이하 터미너스)>를 개발하고 있는 인건 게임즈의 신인건 대표라고 합니다. 현재 <터미너스>는 1인 개발로 대전에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요.



Q. <터미너스>를 개발하기 전에는 어떤 작업을 하셨어요?


A. 신인건 대표: 카이스트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어요. 박사 과정까지 밟았거든요. 학업을 마친 후에는 한 스타트업에서 잠깐 일하면서 개발을 배웠어요. 게임을 개발한 건 <터미너스>가 처음이에요.



Q. 최근에 좋은 소식이 여럿 있었어요. GIGDC에서 대상도 받으셨고 스팀 평가 압도적 긍정적도 달성하셨고요. 소감 한 마디 부탁드려요.


A. 신인건 대표: 네 우선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터미너스>는 개발을 시작한지 한참된 게임인데요. 유저들과 소통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오다 보니 수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출시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수상하게 되어서 '이 일을 조금 더 오래 해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2년 반이란 긴 기간 동안 함께해 주신 유저분들에게 감사하고요. <터미너스>는 첫 수상작품이기도 한데요. 지난해에 인디크래프트에서도 떨어져서 큰 기대를 안 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운 좋게도 큰 상을 받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Q. 스팀을 기준으로 이번 업데이트가 0.99버전이에요. 이제 곧 정식 출시되는 건가요?


A. 신인건 대표: 사실 얼마 전까지 그럴 예정이었어요. 지금이 할로윈 시즌이기도 해서 마무리로 큰 업데이트를 한 다음 정말로 출시해야 겠다는 계획을 짰는데요. 이번에 업데이트하니까 유저분들이 또 반응을 해 주시는데 욕심이 나더라고요. 이번 업데이트에서 탈출 루트가 하나 더 추가되었는데요. 유저분들이 탈출 루트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3월에는 정말 마지막 업데이트가 진행된 다음 7월에 정식 출시될 예정이에요. 



Q. 그렇다면 개발은 몇 퍼센트 정도 진행된 건가요?


A. 신인건 대표: 구현은 100% 완료되었고 콘텐츠를 추가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처음 얼리 액세스로 출시할 때는 이렇게까지 개발 기간이 길어질 거라곤 생각을 못했거든요. 


그때만 하더라도 일반 로그라이크 게임들처럼 '종착역'이라는 목표가 있고 그곳에 도달하기만 하면 되는 시스템이었거든요. 그 과정에서 무작위로 생성되는 맵을 따라서 전략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만들었고요. 그런데 유저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전부 맞는 말이었어요. 그래서 '이것만 하면 더 좋아지겠는데'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계속해서 업데이트를 하다 보니까 지금까지 왔네요.






# 'K-좀보이드'요? 감사하긴 하지만 처음에는 없던 별명이랍니다


Q. 최근에 업데이트가 크게 있었어요. 업데이트 관련해서 다시 한번 소개해 주시겠어요?


A. 신인건 대표: 가장 큰 변화는 '물'과 관련된 것들이 추가되었다는 점이에요. 그동안 <터미너스>에는 '물'과 관련된 요소가 없었어요. 정확하게 말하면 있긴 했는데 추상화되어서 음식을 섭취할 때 함께 보충되거나 하는 식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생존에 중요한 요소로 부각을 시키게 되었어요. 그래서 캐릭터의 갈증 시스템을 추가했고요. 통발이나 낚시를 추가해서 식량을 구할 수 있게 했어요. '배'를 이용한 탈출 루트도 개발했고요.



Q. 현재 유저들에게 'K-좀보이드', '턴제 좀보이드'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어요. 이 별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신인건 대표: 그런 질문을 많이들 하시는데요. <터미너스>가 처음 개발될 때만 하더라도 <프로젝트 좀보이드>가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어요. <터미너스>는 2019년에 처음 개발이 시작되었어요. 기획 아이디어는 그 이전부터 있었고요. 그런데 <프로젝트 좀보이드>는 그 이후에 인기를 얻었거든요. 그래서 처음에 만들 때는 그런 별명도 없었답니다. 그때는 오히려 턴제 로그라이크 게임이 더 인기있던 시기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프로젝트 좀보이드>가 유명해지면서 많은 분들이 <터미너스>도 함께 플레이 해 주셨어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더 좋은 것 같아요. 일반 생존 게임보다 저희 게임이 낯설 수 있는데요. 저희 게임은 출시 이후에 1만 6,000부가 판매되었는데요. <좀보이드>가 없었다면 시도하는 분들이 많지 않았을 것 같아요.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기 보다는 참고 정도만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서 이번 업데이트로 '갈증' 요소가 추가되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 요소가 어떻게 소화되었는지 조사하는 정도로요. 



Q. 다른 게임에는 없는 <터미너스>만 가진 오리지널리티는 어떤 요소에서 온다고 생각하세요?


A. 신인건 대표: 제일 큰 건 턴제라는 점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실제로 턴제 로그라이크와 생존 게임을 결합한 게임은 정말 많지 않거든요. 일반적으로 턴제 로그라이크라고 하면 <슬레이 더 스파이어>를 생존 게임이라고 하면 <프로젝트 좀보이드>를 떠올리는데요. <터미너스>는 둘 모두와 많이 달라요.


이건 <터미너스>의 몇몇 팬분들은 조금 속상할 수도 있는 말인데요. 저는 사실 생존 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아요. 성격이 조금 느긋해서 라이브 게임이 힘들거든요.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도 중간에 포기했을 정도예요. 소울류는 물론이고요. 그런데 대신에 저는 전략 게임은 정말 좋아하고 잘하거든요. 가장 잘 만든 게임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문명>이라고 답하고요.


그런데 실시간 보다 전략적인 것들을 더 좋아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거든요. 그런 분들이 생존 게임을 플레이한다고 생각했을 때 <터미너스>가 정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자신해요.


<터미너스>와 <프로젝트 좀보이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엔딩의 유무이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라디오'를 듣거나
'소주'를 마셔가며 '종착역'에 도착해야만 한다.


Q. 제가 실제로 플레이했을 때도 <프로젝트 좀보이드>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어요. 특히, 창문이나 문을 열고 닫거나 가구를 탐색할 때에도 행동력이 소모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이 콘셉트는 어떻게 기획되었나요?


A. 신인건 대표: 게임에서 한 턴마다 한 시간이 소요되고요. 턴을 넘길 때마다 건강 수치에 따라서 행동력이 충전되고 숫자로 표현돼요. 그래서 그 행동을 가지고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는 형식이에요.


처음 출시되었을 때에는 이 행동력 개념이 다른 턴제 로그라이크 장르와 유사했어요. <슬레이 더 스파이더>를 보면 숫자가 아니라 에너지 개수로 행동력이 표시되고 카드에 따라서 행동력을 소모하는 형식이잖아요. 그것과 비슷하게 행동력 10개가 있고 행동마다 정해진 행동력이 정해져 있었어요. 이게 전통적인 방식이거든요.


그런데 이 방식이 조금 더 현실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것들을 숫자 자체로 풀고 소수점까지 표현하게 되었어요. 



Q. <터미너스>를 개발하면서 구현하기 가장 까다로웠던 부분이 있나요?


A. 신인건 대표: <터미너스>의 가장 큰 특징이 무작위로 맵이 생성된다는 점이에요. 게임에는 여러 장소가 등장하는데요. 이 장소들은 문과 창문 가구들까지 모두 절차적으로 배치되어요. 이 시스템을 만드는 게 정말 많이 어려웠어요. 이거 만들다 보니까 왜 다들 좋은 레벨을 하나 디자인하는지 알겠더라고요.


무작위로 배치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게 자연스러워야 하잖아요. 주택은 주택처럼, 교회는 교회처럼 보여야 하니까요. 이게 그냥 벽과 가구를 마구잡이로 배치하는 게 아니라 쉽지 않아요.



Q. 가장 큰 특징으로 무작위로 형성되는 맵을 꼽으셨어요. 이 요소는 언제 처음 도입되었나요?


A. 신인건 대표: 사실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설정보다 먼저 기획되었어요. 제일 처음 아이디어가 150개의 장소, 그리고 장소별로 벽과 내부가 무작위로 생성, 그리고 최종 목적지가 있다는 콘셉트였어요. 여기까지는 기본 턴제 로그라이크의 설정이죠? 그런데, 목적지에 도착하게 하기 위해서는 납득시킬만한 이유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설정을 넣게 된 거예요.



Q. 이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들도 쉽게 엔딩을 볼 수 있는 캐릭터 빌드가 있을까요?


A. 신인건 대표: 가장 처음에는 '소방관', '군인', '경찰관'이 있는데요. 이 셋이 가장 플레이하기 편해요. 그 중에서도 '소방관'이 가장 좋고요. 가장 중요한 건 탐험하고 싶은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진짜 좀비사태가 일어났다고 생각하면서 일단 '종착역'에 먼저 도착하겠다고 마음먹는 게 중요해요.

그러면 생각보다 쉽게 엔딩을 볼 수 있어요. 이번 업데이트로 사흘 내에 종착역에 도착하면 받을 수 있는 도전 과제가 생겼는데요. 실제로 그렇게 플레이한 유저들이 많아서 넣게 되었어요. 이번 업데이트에는 게임 난이도가 생기기도 했는데요. 이때 '쉬움' 난이도로 하시면 훨씬 더 풍족한 좀비 아포칼립스 생활을 누릴 수 있어요. 그래도 제가 가장 추천 드리는 건 '표준' 난이도이긴 해요.



Q. 게임에는 여러 특수 좀비가 등장해요. 게임의 초반부에 이 특수 좀비들을 만나면 정말 답이 없더라고요. 게임에는 몇 종류의 특수 좀비들이 있나요?


A. 신인건 대표: 특수 좀비들은 올해 처음 만들어졌어요. 제가 가장 마음에 드는 업데이트 중 하나랍니다.


특수 좀비는 총 12 유형이 있는데요. 난이도 자체가 가장 어려운 건 '덩치 큰 좀비'에요. 그것과는 별개로 유저들이 가장 많이 죽는 건 '빠른 좀비'인데요. 이 좀비는 강하지는 않지만 행동력이 엄청 많아요. 같은 맵에 있다면 맵의 반대편에 있다고 해도 피할 수 없거든요. 가장 짜증나는 좀비는 다른 좀비들보다 예민한 '귀 밝은 좀비'이고요.


이 좀비들은 '책'과 '테이프'를 조합해서 임시방어구를 만들어서 파훼해야 해요. 어떤 공격이라도 한 번은 방어할 수 있도록 하는 아이템이거든요.


초보자에게 '쇠지레'는 아주 좋은 무기이다. 공격도 가능하며 잠긴 문과 창문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 데미지를 활용하여 다리를 공격한 후 도망가면 무기의 내구도를 아낄 수 있다.
'소방관'으로 플레이하면 이 '쇠지레'가 기본 무기로 나오고, 내구도가 덜 닳는 ​캐릭터 특성이 있어 플레이가 쉽다.


가장 파훼하기 어려운 '덩치 큰 좀비'. 실제로 기자도 가장 많이 죽었다.
밤이 되면 좀비가 시야에 사라져서 난이도가 올라간다.



# '똑똑 누구없소' ... 지역에서 인디게임 개발자로 살아남기


Q. 현재 대전에서 개발하고 계세요. 왜 많은 곳들 중에서 대전에 정착하셨나요?


A. 신인건 대표: 제가 대전이라는 도시를 좋아해요. 대전에는 학부를 시작하면서 처음 왔어요. 그런데 제가 박사 과정을 하고, 이곳에서 배우자도 만나서 자연스럽게 대전에 있게 되었어요. 어차피 1인 개발이니 장소는 크게 상관이 없으니까요. 제가 백그라운드가 개발이 아니어서 더욱 그랬고요.



Q. 지방에서 개발을 이어가다보면 힘든 일은 없나요?


A. 신인건 대표: 지금까지는 크게 없었던 것 같아요. 다만, 게임을 전시하게 되면 장난 아니더라고요. 전시 경험은 많지 않고, 지난 인디크래프트 때 작게 마련된 장소에서만 해보았는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서 짐을 들고 나르고 하는 게 쉽지 않았거든요. 

차기작은 무조건 팀을 꾸리고 싶은데요. 대전에서 사람을 구할 수 있을지도 사실 미지수이고요. 제가 스타트업에서 일할 때도 그게 가장 큰 이슈였어요. 가장 쉽고 흔하다는 웹 코딩할 사람들도 구하기 힘들어서요.



Q. 만약 여건이 되어서 팀원을 충원할 수 있다면 어떤 사람을 채용하고 싶어요?


A. 신인건 대표: 두 명이나 세 명일 때 다른 팀원을 구하는 거랑 1인 개발을 팀 개발로 바꾸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더라고요. 현재는 집에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우선 작업을 더 이상 집에서 진행할 수 없으니 사무실도 알아봐야 하고요. 그래서 <터미너스>는 충원없이 제가 전부 마무리할 것 같아요.


그래도 만약을 가정해 보면요. 제가 아트가 제일 약해요. <터미너스>에서도 가장 부족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요. 제가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고 하면 다들 '아트를 잘 하겠구나'라고 지레짐작하시는데요. 저는 UI/UX를 주로 배워서 그런지 지금의 버전이 최선이더라고요.


특히 이번 업데이트는 '요리'를 주제로 하다 보니까 더 복잡했어요. 샐러드 하나를 추가한다고 해도 바닥에 놓인 버전, 인벤토리에 들어간 버전, 싱싱한 버전, 상한 버전이 모두 있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그걸 50개를 추가한다고 말을 했으니... 과정이 정말 아찔했죠. '아트 주간'을 따로 잡아서 2-3주 동안은 포토샵 켜고 도트만 찍었어요.



Q. 게임을 플레이한 입장에서는 아트가 그렇게 거슬리진 않았는데요. 다른 유저들은 '아트'에 대해 어떤 반응인가요?


A. 신인건 대표: 웃긴 건 실제 유저들도 아트를 문제삼진 않아요. 비교되는 게임이 <프로젝트 좀보이드>, <카타스트로피>, <네오 스캐빈저>이잖아요. 이 게임들도 그래픽보다는 게임성이나 분위기에 초점을 둔 것들이잖아요. 게임 속 모든 아트는 제가 최선을 다해 그리고 있어요. 초창기 버전을 보시면 정말 정말 플레이하기 힘들다고 생각하실 텐데요. 2년 동안 그리다 보니까 정말 많이 늘더라고요. 개발하는 동안 아트가 가장 많이 늘 것 같아요. 개발도 늘긴 했는데 외적으로 보이지는 않잖아요.



Q. <터미너스>를 다른 플랫폼으로 이식할 계획은 없나요?


A. 신인건 대표: 모바일 정도를 생각하고 있어요. <터미너스>는 전문 게임 엔진이 아닌 '파이썬'으로 개발되었어요. 그래서 다른 플랫폼에 이식하기 위해서는 변환 과정이 필요해요. 파이썬 언어로 개발된 게임을 모바일로도 돌아갈 수 있도록 변환해주는 업체는 있는데요. 지금까지 알아본 결과 스위치나 콘솔에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업체가 없어서 콘솔은 힘들 것 같아요.



Q. 파이썬은 게임 개발을 위해 나온 언어가 아니잖아요. 파이썬으로 게임을 만들 생각은 어떻게 하셨나요?


A. 신인건 대표: 자기 소개하며 잠깐 말씀드렸는데요. UX/UI 전공이어서 파이썬 언어에 익숙했고요. 졸업 후 잠시 동안은 한 스타트업에서 웹서비스와 관련된 직무를 맡았어요.


파이썬 개발은 장단이 명확한데요. 우선, 어렵고 복잡한 언어가 아니어서 개발 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그런데 반대로 어렵고 복잡한 연산은 처리가 힘들어요. 코드를 끊임없이 최적화 해야죠. 다행히 <터미너스>는 턴제 장르라 플레이 템포가 그다지 빠르지 않아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도 거의 한계랍니다.


그래서 다른 대안이 있다면 추천 드리지 않아요. 저는 다른 대안이 없었거든요.





# '번역부터 운영법까지' ... 유저들과 함께한 2년 반의 얼리 액세스


Q. 그렇게 힘든 1인 개발을 지속할 수 있었던 동기가 무엇이었나요?


A. 신인건 대표: 유저들의 피드백이 가장 컸어요. 저는 스스로를 '저주받은 영혼'이라고 표현해요. 남들이 다 좋아하는 게임들은 재미가 없거든요. 관심도 안 가고 저랑 잘 안 맞아요. 그래서 굉장히 마니악한 게임을 자꾸 찾아다녀요.


그런데 <터미너스>를 출시하고 안 건데 저보다 더 '저주받은'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터미너스>는 초창기부터 하신 분들이 정말 많아요. 기본이 200시간이고요. 몇몇은 1000시간이 넘게 플레이하고 있기도 해요. 그 분들을 보면 만감이 교차해요. 동질감은 물론이고요. 세상에 재미있는 게임이 얼마나 많은데 그것들을 다 놔두고 <터미너스>같이 마니악한 게임을 왜 재미있게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이 분들은 <터미너스>에 정말 진심이셔서 메일을 정말 많이 보내주세요. 피드백은 물론이고 선물도 많이 보내시고요. 제가 '저주받은 영혼'이라 알고 있는데 이 분들은 제가 개발을 멈추면 취향에 맞는 몇 없는 게임이 사라지는 거예요. 그래서 최대한 오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Q. 1인 개발 인디게임인데 6개국어로 플레이할 수 있어요. 번역은 어떻게 진행하신 건가요?


A. 신인건 대표: 영어와 러시아어를 제외하면, <터미너스>를 즐겨한 유저분들이 번역을 해서 메일로 보내주셨어요. 이후에 추가로 업데이트 되는 부분들은 제가 어떻게든 해결하고 있고요. 다행히도 제 게임에 그다지 어려운 용어가 나오지 않아요. 다른 게임에서도 '물 마시기'이런 것들은 전부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가장 먼저 추가된 언어는 러시아어랍니다. 영어보다 먼저 추가가 되었는데요. 2021년 말에서 2022년 초에 러시아에서 <터미너스>가 유행을 했어요. 러시아의 생존 게임 전문 스트리머가 <터미너스>를 플레이하면서 많은 유저들이 유입이 되었어요. 그래서 업체에 맡겨서 추가하게 되었는데요. 그 다음에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어서 잠잠해졌지만요.


지금은 미국과 한국 다음으로 일본 유저들의 비중이 커요. 



Q. 현재 스팀 기준으로 리뷰가 500개 이상 등록되어 있잖아요.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리뷰가 있나요?


A. 신인건 대표: 지원 언어가 한국어밖에 없던 시절에 영어 리뷰가 하나 달렸어요. 놀라서 살펴보니까 '무작위 타일이 생성되는 턴제 생존 게임을 너무 오래 기다려왔다'는 내용이었어요. 구글 번역기를 돌려가면서 플레이했다는 거예요. 그때도 이제 '내가 개발을 멈추면 안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리뷰인 것 같아요.


스팀의 토론 게시판에는 유저들의 다양한 공략법이 올라오는데요. 읽다 보면 '어떻게 저런 플레이를 하지?'하고 놀랄 때가 많아요. 제가 개발을 할 때 각각의 요소가 말이 되는지를 주로 생각하면서 만들기 때문에 전체적인 운영은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제가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들을 봐주시니 정말 감사하죠.


한 번은 '종착역에는 사흘이면 도착하지만, 양파는 20일이 넘게 지나야 겨우 여섯 개 수확할 수 있다'는 웃긴 댓글이 달렸는데요. 사실 양파의 수확시기도 제가 많이 타협해서 그렇게 넣은 거거든요. 실제로는 그것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리잖아요. 그런데 이 요소를 개편해야 할 타이밍이 안 나오더라고요. 결국 이번에 '물'이라는 개념을 추가하면서 물이나 비료를 주면 더 빨리 자라는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저는 이런 것들이 얼리 액세스 게임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라고 봅니다.



Q. 사연을 들어보면 정말 유저들과 함께 게임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A, 신인건 대표: 제가 다른 인터뷰에서도 정말 여러 번 말씀을 드렸는데요. 제가 혼자였다면 절대 못만들었을 거예요. 처음에는 제가 5, 유저들이 5를 냈고, 그 의견들을 취합해서 개발을 하는 식이었는데요. 이제는 제가 업데이트를 잘 한다는 게 소문이 났는지 유저들이 15를 내면 제가 그 중 일부를 구현하는 식이 되었어요.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은 꾸준히 버그를 잡고 있는데요. 가끔씩은 유저들에게 "업데이트가 너무 자주 진행된다"는 항의 메일을 받기도 해요.


4개월에 한 번씩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했고요. 거의 일주일에 한 번씩은 꾸준히 버그를 잡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가끔씩은 유저들에게 '업데이트가 너무 자주 진행된다'는 항의 메일을 받기도 해요. 제가 버그가 있는데 고치지 않는 걸 정말 못하거든요.



Q. 마지막으로 <터미너스>의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신인건 대표: 저는 객관적으로 제가 아직 '압도적 긍정적'의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는 점을 높게 평가해서 압도적으로 긍정적이 된 것 같아요. 이제 제가 할 일은 게임 자체도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수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죠. 여건만 허락한다면 턴제 생존 장르의 대명사처럼 만들고 싶어요.



<터미너스에 진심인 고인물들 (출처: <터미너스> 스팀 토론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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