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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스타 찾아온 밸브, 활발한 소통 이유는?

밸브의 로렌스 양, 캐서디 거버, 케이시 애치슨

방승언(톤톤) 2024-11-15 18:42:56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밸브는 베일에 싸인 기업이었다. 독특한 기업 문화, 일하는 방식, 전사를 아우르는 전략(이 딱히 없다는 사실) 등이 모두 외부에 잘 드러나 있지 않았다.

이제는 아니다. 스팀덱 출시 이후 밸브는 언론과 잦은 접촉을 가져왔고(관련 기사: 한국 오는 스팀덱 다시 만난 밸브 / 스팀덱 OLED) 그들의 비전, 희망, 그리고 현황을 활발히 공유하고 있다. 이번 지스타 2024에서도 마찬가지다. 밸브는 지콘 강연, 부스 참여, 인디 쇼케이스 지원이라는 세 가지 형태로 게임산업협회와 협업했다.

한국을 찾은 밸브 스팀 팀/스팀덱 팀의 로렌스 양, 비즈니스 팀의 캐서디 거버, 마케팅 팀의 케이시 애치슨과 함께 20분의 짧은 대화를 나눴다. 지스타 참가의 이유와 소감, 한국 시장에 대한 생각과 최근 이슈들에 대한 의견을 청해 들었다.

(왼쪽) 로렌스 양, 캐서디 거버

Q. 지난 스팀덱 출시 이후 밸브는 이전과 비교해 시장, 산업과 훨씬 더 많이 소통하고 있다. 덕분에 나도 여러분과 여러 번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지만, 아직도 밸브의 소통 방식이 바뀐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

A. 로렌스 양: 잘 알겠지만 밸브는 일반적(normal)인 회사랑 다르다. 여러 개의 팀이 각자의 프로젝트를 서로 매우 다른 방식으로 진행한다. 스팀덱의 경우, 팀원들 모두 고객을 더 빨리, 더 자주 만나면 좋겠다는 공감대를 느꼈다.

첫 스팀덱의 경우 실제 시장에 내놓기 한참 전에 발표하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스팀덱 호환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개발자들이 제품을 먼저 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스팀덱이 ‘좋은 제품’이라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좋은 제품이기 때문에 관련하여 개발사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좋고, 그렇게 대화한 개발사들이 다른 개발사들과 또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제품이 알려지는 효과가 있었다.

A. 캐서디 거버: 스팀 플랫폼 이용자 규모는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개발사 측면에서도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전 세계 스팀 게임 개발자가 훨씬 늘어났다. 그래서 개발자용 문서 현지화에 더 힘써 왔다.

다른 한 편으로는 온라인 라운드테이블에 참여하거나 가능한 여러 오프라인 이벤트에 참석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유행 동안 개발사들을 많이 만나지 못했기에 더욱더 그렇다.


A. 케이시 애치슨: 로렌스의 말에 첨언하자면, 밸브는 말할 거리가 있을 때만 입을 연다는 점에서도 특이한 기업이다. 다른 기업들은 이야기할 이유를 만들어내는 편이지만 우리는 정반대로 일에만 집중한다. 물론 이것은 밸브의 특별한 입지 덕분에 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

아무튼 스팀덱은 우리가 대외적으로 입을 열기에 절호의 기회였으며, 또한 최대한 많은 사람과 교류하기를 바랐기에 그렇게 했다.

A. 로렌스 양: 한 가지 더 있다. 우리는 평소엔 스팀 상에서 고객들과 많이 교류한다. 하지만 스팀덱은 특수한 제품이고, 그래서 스팀 밖의 사람들과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언론과의 대화는 우리가 말하고 싶은 바를 평소 우리 청중이 아닌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좋은 방안이다.


Q. 밸브의 지스타 참가는 처음인데, 협업이 어떠했는지 경험을 공유해준다면?

A. 로렌스 양: 전에 개발사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적은 있지만  지콘, 지스타 참여는 모두 처음이다. 아주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스팀에서 이뤄진 여러 업데이트 등, 이야기할 내용이 적당히 생겼고, 스팀이나 스팀덱에 대해 잘 모르는 개발사들과 얘기도 나누고 싶어 강연에 나서게 됐다.

또한 코모도(스팀덱 아시아 지역 총판) 및 지스타 측과 협업하여 메인 컨벤션 홀 한구석에 스팀덱 핸즈온 구역도 마련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훌륭한 협업이었고, 여러분들께서 와서 스팀덱을 구경하고 저희에게 질문을 던질 기회를 가지셔서 기쁘게 생각한다.


Q. 이번에 밸브에서 지스타 인디 쇼케이스를 후원했는데, 주된 동기가 무엇인지?

A. 로렌스 양: 그 역시 코모도가 주도한 협업이기는 하다. 어찌 되었든 현지 인디 개발사들은 게임 전시의 기회를 갖게 되었고, 우리와 코모도 측에서는 스팀덱 시연 기회를 얻었으니 윈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일석이조의 상황이다.

A. 케이시 애치슨: 우리가 전시 협업에 워낙 적극적이다. 여러 전시회 주최 측에 연락해 “스팀덱을 지원하고 싶다. 개발자들 부스에 활용하던, 별도의 시연 공간을 마련하던 전시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득하고는 한다. 이 또한 밸브의 조금 이상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가 가진 것들을 동원해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다.


Q. 지콘에서의 강연 내용을 들어보니 한국 개발자들에게 스팀 플랫폼 내에서 흥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 관심이 큰 것 같다. 향후 이곳 개발사들을 만나 추가 교육을 이어 나갈 생각이 있는지?

A. 캐서디 거버: 실제로 스팀 비즈니스팀은 온오프라인 개발자 행사에 정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개발자들의 질문에 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개발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그들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답을 제공하는 게 우리 일이라고 여긴다.

다만 우리는 스팀에서 제공하는 개발자 툴에 엄청난 시간을 들였기 때문에, 스팀에 게임을 내기 위해 별도로 스팀 비즈니스팀과 접촉할 필요는 전혀 없다. 이번 강연에서 소개한 여러 기능만 하더라도, 사실 강연에 굳이 찾아오지 않아도 충분히 알아볼 수 있는, 온라인에서 전부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다.

우리와 모종의 은밀한 협력을 해야만 스팀에 게임을 낼 수 있는 것이 전혀 아니란 얘기다. 넥슨, 엔씨소프트 등 대기업도 인디 개발사들이 쓰는 것과 완전히 동일한 스팀 기능을 사용한다.



Q. 스팀 덱이 나온 지도 3년 정도 지났다. 그동안의 한국 시장에서 반응은 어땠나?

A. 로렌스 양: 흥미로웠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 전반에 걸쳐 커다란 판매량 증대가 있었다. 우리는 다른 지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스팀덱을 사서 즐겨주시는 분들의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피드백에 기반하여 나온 제품이 바로 곧 출시 예정인 한정판 화이트 스팀덱이다. 다음 주부터 한국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이렇듯 작은 실험으로 시작한 변화를 전체로 확장해 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작년의 한정판은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판매됐지만, 이번 버전은 기존에 스팀덱이 판매되던 모든 지역에서 구매할 수 있다.

한정판 화이트 스팀덱

Q. 최근들에 글로벌 대형 게임사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게이머 사이에 새로운 우려가 대두됐다. 밸브가 흔들리면, PC 게이밍 전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밸브는 개인 소유 기업이다 보니 리더십 교체가능성을 둘러싼 시장의 걱정이 큰 듯하다. 이에 대비한 대책, 혹은 밸브의 미래에 대해 전사적으로 공유되는 비전이 있나?

A. 캐서디 거버: PC의 장점 중 하나는 참된 개방형 플랫폼이라는 점이며, 이는 밸브가 늘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이다. 다른 플랫폼에서는 배타성이 중시되기도 우리에겐 언제나 그런 게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게임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팀은 PC 게임 생태계에 더해진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스팀 말고도 PC 게임 시장에는 다른 스토어가 많고, 실제로 스팀과 여타 PC 플랫폼에서 동시에 성공을 거둔 개발사들도 있다.

게이머들이 스팀에 찾아올 부정적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당신의 관측에 나는 별로 동의할 수 없는 것 같다. (만일 사실이라 하더라도) PC는 태생적으로 개방형 플랫폼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Q. 최근 타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기술적으로 유의미한 발전이 시장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스팀덱 2 개발에 착수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최근 시중에 강력한 신형 칩셋들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칩셋 생산 기업들과 협업해 볼 의향은 없는지?

A. 로렌스 양: 현재로선 없다. 물론 방금 얘기가 나왔듯 PC는 개방적 플랫폼이고, 따라서 시중에 출시된 그러한 칩셋들을 이용한 타사의 휴대용 PC가 출시되는 것을 보고 싶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도 그들 제품을 한 번 살펴봤는데, 기본적으로는 랩톱용 칩셋이다. 그래서 성능 대 배터리 수명의 비율이 최적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성능 대 TDP(열 설계 전력), 그러니까 소비전력이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배터리가 너무 빨리 소진되지 않는 상태로 좋은 게임 경험을 할 수 있는데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다른 지점에서 타협하는 것도 가능은 하겠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희생 없이 성능 폭이 크게 개선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 나오길 여전히 기다리는 중이다.



Q. 일부 안티 치트 설루션 미지원으로 인해 스팀덱에서 원하는 멀티플레이 게임을 못 즐기는 경우가 아직 많은데, 안티 치트 제공 기업들과 협업해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 있나?

A. 로렌스 양: 이미 가장 주된 안티 치트 설루션인 ‘이지 안티 치트’, ‘배틀아이’와는 협업했다. 덕분에 <엘든링>이 스팀덱에서 잘 구동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현재 많은 안티 치트 제공 기업들이 커널 수준 설루션으로 옮겨 가고 있다. 이를 지켜보면서 어떻게 적응해 나갈 것인지 고민 중이다. 커널 수준 안티 치트는 유저들에게 덜 선호될 만한 부수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어 우리는 크게 선호하지 않는 방식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해가 되는 지점도 있는 기술이다. 게다가 우리 게임이 아니지 않나. 우리는 그들 개발사의 게임을 구동시키는 플랫폼 기업이자 하드웨어 기업이다.

현재로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다. 하지만 사람들이 스팀덱에서 더 발전을 기대하는 부분인 것은 인지하고 있다.

스팀 플랫폼에서의 언어별 사용자 비율

Q. 강연에서 한국 시장의 독특한 점들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그 외 추가로 발견한 사실이 있는지?

A. 캐서디 거버: 이번 강연을 준비하면서 정말 재미있었다. 한국 게임 개발사들의 영향력과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게임들, 이들의 성공담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임에도 그만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모습이 멋졌다.

여기 와서 깨달은 게 하나 있다면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정말 많은데도, 모국어로 게임을 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상대적으로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이 점을 들어 개발사들에게 한국어 현지화를 할 경우 비용 대비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주고는 한다.


Q. 한국의 스팀 유저들과 개발자들에게 자유롭게 한마디씩 한다면?

A. 로렌스 양: 스팀 게임을 개발하고, 스팀 게임을 플레이해 주셔서 감사하다. 여러분과 같은 고객들의 피드백 덕분에 스팀을 개선할 수 있다. 그러니 스팀에 대해 어떤 생각이라도 가지고 계신다면 이야기해 주시길 바란다.

A. 캐서디 거버: 스팀에 게임을 내실 때, 글로벌 출시를 고려하길 권장한다. 서구권 진출만을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우리 고객은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시장에 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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