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로 하는 게임산업법(게임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각 게임사들은 자사 게임의 확률 정보를 '법적'으로 공개하게 됐다.
지금까지 확률형 아이템은 국내 게임업계의 주요 수익모델이자, 항상 논란이 따르는 '뜨거운 감자'였다. 확률형 아이템이 처음으로 만들어진 2004년부터 2023년까지, 법적으로 명확하고 투명한 확률정보 공개를 외쳐 온 게임 이용자들과 '자율규제'라는 방패로 이를 거부해 온 게임사들 간의 희비를 가를 분수령이다.
디스이즈게임은 지금까지 여러 기사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문제 및 역사를 조망해 왔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금, 지금까지의 역사와 함께 법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끝내 국회 본의회마저 통과하게 만든 2020년경부터 2023년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하는 한편, 국회 통과 이후의 이야기를 전망해 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확률형 아이템의 탄생, 그리고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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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 '확률형 아이템'의 첫 사례는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다. 랜덤한 아이템을 '가챠폰'에서 뽑을 수 있는 '가챠포티켓'은 일본 서버에서 예상을 초과하는 판매량을 달성했고, 이윽고 국내에까지 비슷한 모델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당시 부분유료화 온라인 게임의 지속적인 수익 모델에 대해 고민하던 국내 게임사들에게 이런 확률형 아이템은 '가뭄 속 단비'와 같았다. 너도 나도 게임에 확률형 아이템을 도입하기 시작했고, 방식도 다양해졌다. 특히 2012년 경 모바일 게임의 대유행 그리고 확률형 아이템을 내세운 일부 게임이 폭발적인 매출을 거두면서 전성기를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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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너도 나도 시작한 확률형 아이템은 이윽고 커다란 부작용을 만들어냈다. 매출을 위해 특정한 확률형 아이템을 전부 모으면 보너스를 주는 '컴플리트 가챠' 등 변칙적인 확률형 아이템이 등장했으며, 관련 기관의 지적이 이어지자 '등급 재분류'를 피하기 위해 확률형 아이템 관련 이벤트 기간을 짧게 잡는 등 다양한 '꼼수'가 적극 활용되기도 했다.
심지어 해킹을 통해 엄청난 양의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했는데, 단 한 번도 원하는 선수를 얻지 못했다는 제보까지 있었다. 덕분에 극대화되는 매출과 같이 이용자들의 피로도 커져만 갔지만, 업계의 응답은 2015년 만들어진 자율규제안에 그쳤다. 이후 2020년까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공방은 '규제'를 외치는 이용자와 '자율 규제'를 외치는 개발사의 공방으로 이어졌다.
# (2019. 07) 에픽세븐과 '월광 소환' 논란
본격적으로 2020년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2019년 7월 시작된 '에픽세븐 논란'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당시 <에픽세븐>에 대한 논란은 '치트오매틱 논란'에서 출발했다. 당시 몇몇 악성 유저가 '치트오매틱'이라는 간단한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해 게임 콘텐츠를 손쉽게 클리어하고 있음에도 전혀 제재가 없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후에 치트오매틱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게임 콘텐츠를 손쉽게 클리어했다는 주장은 거짓으로 알려졌지만, 기존에 개발사의 운영 및 지나친 과금 유도에 쌓여 있던 불만이 폭발한 사건이었다. 장장 8시간에 달하는 이용자와 개발사 간 '마라톤 간담회'가 진행될 정도였다.
<에픽세븐> 논란은 이후 진행된 이용자들의 트럭 시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또한, 간담회 당시 가장 쟁점이 됐던 내용은 당시 게임에서 유료 소환(뽑기) 120번을 해야 한 번 소환의 기회가 주어졌던 ‘월광 소환’에 대한 개선이었다. 다른 이유로 논란이 점화됐지만,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곧바로 확률형 아이템 모델에 집중될 만큼 불만이 크게 쌓여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 (2020. 12. 15) 게임법 전부개정안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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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향후 일부개정안을 통해 국회의 문턱을 통과하는 '게임법 개정안'은 2020년 12월 15일 발의됐다.
2020년 2월 1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게임법 전부개정안 초안을 바탕으로 한 것이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해 내용을 다듬었다. 주요 내용인 '확률형 아이템 정보 표시 의무화' 역시 해당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다.
# (2021. 01 ~ ) '대 트럭 시대'가 찾아오다.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다시금 한데 끌어모은 것은 2021년 '<페이트 그랜드 오더> 근하신년 스타트 대시 캠페인 중단 사태'로 촉발된 트럭 시위다. 해당 사태 역시 <에픽세븐>과 같은 사례처럼 '확률형 아이템'으로 촉발된 논쟁은 아니다. 넷마블의 운영 미숙으로 발생한 일에 기존 유저들이 가지고 있던 반감이 한번에 폭발한 일에 가깝다.
하지만, 이런 불만은 확률형 아이템과도 맞닿아 있었다. 앞선 두 기사로 소개된 사례와 같이 국내 게이머들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국내 게임을 즐기더라도 쓴 돈에 비해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불만이 쌓여 있었다. <페이트 그랜드 오더> 역시 같다. 일본에서 개발된 게임을 넷마블이 퍼블리싱한 것이기에 귀책 사유를 모두 돌리긴 어렵지만, 그에 따르는 운영이 타 서버에 비해 너무나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자극을 받은 타 게임의 이용자 역시 트럭과 이용자 간담회 유치를 통해 적극적으로 쌓여 왔던 불만을 어필하기 시작했다. 가령 엔씨소프트의 <프로야구 H2> 이용자들은 "새로운 카드와 특수 능력을 팔기 바쁠 뿐, 돈 받고 파는 물건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라며 트럭을 보냈다.
가장 컸던 것은 <메이플스토리>였다. 환생의 불꽃, 큐브 확률 논란, 보보보 논란 등 기존 확률이 명확히 공지되지 않았고 조작 논란까지 나오자 여의도 국회 앞에서까지 트럭 시위가 진행될 정도로 격한 여론이 쏟아졌다. 결국 넥슨은 이용자 간담회를 통해 여러 차례 사과하며 투명한 정보 공개 및 확률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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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트럭 시대로 폭주하기 시작한 게임 업계에 대한 불신은 이전과 다른 규모였다. 문제와 의혹이 발생할 때마다 SNS, 유튜브 등의 소셜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언론사에는 제보가, 게임사에는 트럭이 찾아갔다. 이는 다시금 정치권이 게임 업계에 산적한 문제를 다시금 인식하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
# (2021. 02. 15) "우리도 확률 알 수 없어요" 게임협회의 이상한 확률형 아이템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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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2월 15일, 한국게임산업협회가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에 반대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문체위 소속 의원들에게 전달한 해당 의견서에는 "확률형 아이템이 변동 확률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발언이 담겨있어 논란이 일었다.
요약하자면 확률형 아이템을 만드는 개발자들도 확률의 정확한 수치를 모르는 경우가 많으며, 애초에 확률을 산정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당시 게임협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보고서 내용을 축약하다 보니 오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2021.11.29) 하루 만에 취소? 이용 의원 게임법 전부개정안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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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전부개정안과 확률형 아이템과 자율규제 부분에 충돌하는 부분이 있어 법 개정에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민의힘 전부개정안은 확률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조항 대신 자율규제의 강화 내용을 집어넣었다.
'자율규제' 조항을 신설해 협회로 하여금 게임이용자 보호를 위하여 게임 자율규약을 정하게 하는 한편, 게임물관리위원회의 1번 업무는 '자율규약 준수 여부'로 두었다. 제안사유부터 실제 법안까지, 국민의힘 법안에는 '자율'이라는 단어가 66번 등장했다. 정부 주도의 감시와 처벌 대신에 국내 게임사들의 자정 노력에 힘을 실어주자는 것이었다.
이에 게이머 반발이 빗발치자 법안은 하루가 지나지 않아 철회됐다. 이용 의원 측은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서 전부개정안을 발의했다"라며 "수정, 보완 및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아 법안을 철회했다"라고 설명했다.
# (2021. 12. 23) 넥슨, 확률 모니터링 시스템 ‘넥슨 나우’ 첫 오픈
12월 23일, 넥슨은 게임 이용자가 신뢰할 수 있는 플레이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확률 모니터링 시스템 ‘넥슨 나우’를 구축해 자사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에 첫 도입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큐브 사용 결과'를 포함한 API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넥슨 나우는 게임 내 확률형 콘텐츠의 실제 적용 결과를 주기적으로 집계하여 누구나 쉽게 조회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유료 및 유·무료 요소가 결합된 캡슐형, 강화형, 합성형 콘텐츠가 모니터링 대상이다.
넥슨은 당시 자사에서 서비스 중인 온라인 및 모바일게임에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은 <메이플스토리>이며, 최근까지 업데이트가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다.
넥슨 나우
# (2021년 6월 ~ 2022년 3월 9일) 확률형 아이템 문제, 대선 공약으로까지 떠오르다.
게임업계 연쇄 파동으로 크게 번진 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20대 대선까지 번졌다. 각 후보가 당시 크게 목소리를 냈던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디지털산업 관련 공략으로 '확률형 아이템 공개'라는 공약을 공통적으로 내놓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게임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확률형 게임 아이템의 투명한 정보공개를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사행성을 부추키는 컴플리트 가챠를 금지하고 고의로 잘못된 확률을 제시하면 책임을 묻게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게이머가 우선이다'라는 슬로건 하에 "게임 업계는 불투명한 확률 정보로 이용자의 불신을 받았다"라며 "게임 불공정의 첫 과제가 확률형 아이템 불공정 해소라는 인식으로 관련 정보를 게임사가 완전히 공개하도록 의무화, 국민들이 게임사를 직접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소속으로 선거에 참여했던 안철수 후보는 "확률형 아이템은 편법으로 규제 피한 도박"이라며 "확률형 '아이템 뽑기'의 확률은 공개되는 것이 맞다. 아울러 환불과 보상, 그리고 미성년자 결제 문제에 있어 게임사업자의 책임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출처: 국민의힘)
# (2022. 02. 10) 게임법 전부개정안 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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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0일, 첫 법안 발의 후 약 423일 만에 '게임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공청회가 진행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게임산업협회에서 의견서를 보냈고, 지속적으로 협회와 문체부의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라고 묻자 김재현 콘텐츠정책국장은 "확률형 아이템에 관한 규제에서 부정적 의견도 있었지만, 이용자 권리도 같이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협회 의견에도 불구하고 전부개정법률안이 타당하다 판단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수긍하는 분위기는 없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많이 설득을 해 처음처럼 완강히 반대하는 입장은 아닌 것 같다"라며 "협의체를 통해 업계 의견도 수렴해 법을 집행하려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 (2022. 06. 29) 유해한 게임 광고 제한, 확률형 아이템 표시의무 "정부가 직접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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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9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다양한 매체환경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유해요인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고 건강한 성장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제4차 청소년보호종합대책'(2022~2024)을 발표했다.
문체부 주관으로는 청소년에게 유해한 게임 광고 제한 및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 부과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당시의 게임의 아이템 확률 표시는 게임산업협회의 자율규제로 이루어 지고 있었는데, 이에 대한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즉, 민간 주도의 자율 규제가 정부 주도의 강제 규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 (2022. 10. 05) 국정감사에 출석한 유튜버 김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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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일 진행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에 'G식백과' 채널의 유투버 김성회 씨가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작년부터 게임 이용자 권익 보장에 대한 시위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데, 원인은 무엇인지에 관해 질문했다.
김성회 참고인은 "이전에는 (게임 업체가) 판매상이었다면 최근에는 서비스업으로 볼 수 있다. 한번 (게임을)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게임 운영이라는 지속적인 서비스를 해야 한다. 이에 맞춰 소비자들도 계속해서 대금을 지불하고 있어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추가 발언 시간에는 "한 가지 전제가 있다. 소비자들의 시위는 반드시 그 게임에 대한 개선을 목적으로 해야지, 파멸과 조롱을 목적으로 하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는 "9,500명 정도의 인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 결과 확률형 아이템을 완전히 부정하는 인원은 8.2%였다. 확률을 이용한 어느 정도의 과금은 소비자가 인정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상위권 게임사의 행태는 사회 상규를 넘어서 너무 과도한 과금을 유도하고 있고, 유저를 부추기는 정황까지 발견되고 있다. 사회 상규를 어기는 과금 유도는 옳지 않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당시 국정감사에는 증인 명단에 게임업계 관계자가 많지 않았다. 게임 관련 증인 및 참고인은 게임 전문 유튜버 김성회와 김대욱 네이버제트 대표 정도였다. 일각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논란 등 굵직한 내용이 많았음에도 국정감사에서 게임 산업에 대한 관심을 비추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 (2022. 06. 29) 공정거래위원회, 또다시 확률형 아이템 관련으로 넥슨 현장 조사
관련 기사: 공정거래위원회, 또다시 확률형 아이템 관련으로 넥슨 현장 조사
22년 6월 2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넥슨의 아이템 확률 관련한 현장조사를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당시 6월 14일부터 17일까지 넥슨코리아 본사에서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된 현장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측은 “이번 특정 업체에 대한 현장조사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라며 “위법 여부를 확인해서 관련 심사 보고서를 해당 업체에 발송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해당 게임은 <메이플스토리>로 알려졌다. 2021년 4월 진행된 현장조사에 이은 추가 조사로 보인다.
# (2022. 12. 20) '확률형 아이템' 표기 법제화, 한 의원 반대로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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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문체위 법안소위)는 '게임산업진흥에관한 일부개정법률안'(게임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지만, 뜻하지 못한 암초를 마주했다.
디스이즈게임 취재를 종합한 결과, 20일 열린 문체위 법안소위에서 소속 위원 9명 중 8명이 다섯 법안의 병합 심사를 찬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법안소위의 간사이기도 한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전북 전주시갑)이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 조항에 반대 의사를 나타내며 법안이 계류됐다. 이에 이용자들의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21일, 김윤덕 의원실 정책 보좌관은 21일 통화에서 "게임법에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의와 표시 의무를 넣는 데엔 완전히 찬성한다"라고 밝혔다. 또 "확률형 아이템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잡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신중 의견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 (2023. 01. 30) 법제화, 고비 넘기다. 법안심사소위원회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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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계류됐던 게임법 개정안은 1월 30일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서 확률형 아이템의 법적인 규정과 확률 공개 의무와 관련한 내용은 의결됐다.
하지만, 논란이 되었던 하태경 의원의 이용자 위원회 설치와 유동수 의원이 제안한 컴플리트 가챠 금지 법안은 논의에서 제외됐다. 후에 국회 관계자는 "문체부의 반대와 소관 상임위원들의 의견 불합치 등으로 해당 내용이 빠졌다"라고 전했다.
이번에 통과한 개정안은 이상헌·유정주·유동수·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5건을 병합한 것으로, 지난해 12월 20일 김윤덕 의원의 추가 논의 요청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가 내용을 보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다음 날인 31일에는 문체위의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 (2023. 02. 27)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법, 국회 문턱 넘었다... 24년 시행 예정
결국 게임법 개정안은 기나긴 여정을 거쳐 2023년 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 개정에 따라 기존에 자율규제만으로 관리되어왔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확률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개정안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발효된다. 2024년 3월 이후(법 공포 후 1년)부터 게임을 제작·배급·제공하는 자는 게임물 및 홈페이지, 광고·선전물마다 확률정보를 표시해야 하며, 이와 관련한 문체부 장관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처벌을 받게 된다.
문체부는 ‘게임산업법’ 의 개정에 이어, 제도의 세부 사항을 규정할 하위법령을 마련하기 위해 업계·학계를 포함한 협의체를 구성·운영할 예정이다.
이렇게 게이머와 게임사 간의 줄다리기는 끝내 '확률 공개 법제화'라는 결말에 이르렀다.
중요한 것은 결론을 촉발하게 된 계기가 오랜 기간 누적돼 왔다는 점이다. 게임사는 '자율규제'를 통해 상황을 해결하려 했지만 수년간 계속해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며 불만이 누적됐고, 끝끝내 게이머가 게임사를 전혀 신뢰하지 못하는 현 상황으로 이어졌다. 결국 '트럭 시위' 등을 통해 게이머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한 곳에 모으기 시작하며 법제화가 이루어진 셈이다.
# 국회 통과가 끝 아니다... 향후 시행령은 어떻게?
다만, 본격적인 시행령 선포 전까지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본의회 통과 전부터 가장 많이 이야기됐던 부분은 게임사가 공개한 확률 정보를 누가 검증하느냐는 것이다. 알려진 후보군은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와 게임문화재단이다. 그러나 게임위에는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게임위는 <블루 아카이브>의 직권 등급재분류에 대한 유저 불만으로 시작한 여러 논란과 이에 따른 개선책 준비에 바쁜 실정이다.
또한, 게임위는 급격히 늘어난 사후관리 게임물과 모니터링 문제에 있어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왔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2022년 국정감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자체등급분류 게임물에 대한 사후관리를 위해 230명의 인력이 운영되고 있지만 상주 인력은 30여명에 불과하며, 나머지 200명은 재택위탁형이라 모니터링 역량에 한계가 있다.
2021년 기준 230명의 인력이 17만여건의 게임물을 모니터링하고 있어 1인당 734건을 담당한 셈이다. 그리고 올해 게임위에 배정된 예산은 125억 2,2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7억 9,300만원이 줄어들었다. 게임문화재단도 게임업계가 기금을 출연해 만들어졌으며, 신규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에 확률 정보 검증까지 수행한다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
해외 게임사들과의 역차별 문제도 지적될 수 있다. 현재 자율규제 모니터링을 맡고 있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업체 준수율은 97.1%이지만, 해외는 개발사 국적 기준으로는 53.2%, 유통사 기준으로는 47.8%이다. 또한, 해외 게임사를 국내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은 게임법 전부개정안에 '국내대리인'과 관련한 내용으로 포함되어 있으나, 전부개정안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내대리인은 해외 게임사가 반드시 게임 이용자 보호 및 광고에 대한 사항을 대리하는 사업자를 지정하는 것이다. 해외 게임사가 게임을 서비스하며 게임법을 위반하면 국내대리인에게 대신 처벌을 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 게임사가 국내대리인 여부를 준수할지에 대한 여부와 외국 소재지의 업체에게 한국 법률을 적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따른다.
마지막으로 '확률 공개'가 앞서 이어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논란을 단번에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확률을 정확히 공개하더라도, 정확히 공개한 확률이 너무나 낮다면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부와 업계, 학계는 준비 과정에서 이를 철저하게 검토해 시행령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