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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E3는 어떻게 시작됐고, 어떤 굴곡을 겪어왔나

세계 3대 게임쇼 중 하나였던 E3... 어쩌다 존폐 위기까지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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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준(음주도치) 2023-04-03 17:30:11

[2023 E3 취소 관련 기획기사 모음]

 

1. E3는 어떻게 시작됐고, 어떤 굴곡을 겪어왔나 (현재 기사)

2. E3 취소 사태로 살펴본 업계의 3가지 고민 (바로가기)

3. E3 취소, 앞으로 대형 게임쇼는 어떻게 될까? (바로가기)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에 이어 유비소프트, 세가, 텐센트까지 E3(Elctronic Entertainment Expo) 불참 소식을 연이어 알리면서, 결국 올해 E3 행사는 열리지 않게 됐다. 주최사인 ESA(Entertainment Software Assosiation)와 행사 운영을 맡은 리드팝(ReedPop)은 재정적 문제와 인력 부족을 이유로 제시했지만, E3의 위상을 기억하던 사람들에겐 이번 행사 취소는 여전히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충격적인 소식이다.


E3 2023 취소를 알리며, ESA는 "E3의 미래를 재평가할 것"이라 전했다. 반대로 E3가 과거 보여준 위상을 들여다보면, 지금 존폐 위기를 겪는 E3의 모습이 더 극명하게 보인다. E3는 어떻게 시작됐고, 어떤 굴곡을 겪어왔는지 정리해본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준 기자

 

E3 2023 취소를 알린 홈페이지 화면이다. 리드팝과 ESA는 "E3의 미래를 재평가할 것"이라 전했다.

 

# 세계 3대 게임쇼의 시작은 CES에 대한 업계 반발에서...

 

E3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한다. 1995년 처음 열린 E3는 CES에 대한 게임 업계의 불만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CES는 1967년부터 시작된 역사가 훨씬 더 긴 행사로, 최신 기술과 제품을 다수의 기업들이 선보여온 자리였다. 시대를 앞서간 최신 기술에는 당연히 게임도 포함되어 있었고, 1972년에는 TV와 연결해 플레이하는 비디오게임이 CES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문제는 CES 안에서 비디오게임은 메인 홀에서 떨어진 외부 텐트로 강등되는 등, 다른 대형 전자 제품에 밀려 힘을 못 썼다는 것이다. 주요 외신들은 "CES에서 비디오게임 섹션을 찾아가려면 컨벤션 센터를 지나 홀 뒤쪽으로 가서 포르노 섹션을 지나 뒷문으로 나가야 했다. 1992년에도 비가 와서 천막이 물에 잠겼다"고 표현했다. 이런 홀대에 게임 업계는 자체적인 행사가 필요하다고 뜻을 모으기 시작했다.

여기에 이전까진 겨울과 여름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던 CES가 1995년 방문객 감소로 인해 여름 엑스포를 취소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1995년 5월 E3는 게임을 다루는 전자오락박람회로서 서막을 열게 됐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의 연도별 주요 발표 내용이다. E3는 CES에 대한 업계의 반발에서 시작됐다. (출처: CTA)

1995년 5월 11일~13일, 로스앤젤레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E3의 첫 행사는 약 5만 명 이상의 참석자를 모으며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 첫 회부터 단숨에 미국 최대 게임 전시회가 된 것은 물론, 현재는 독일 게임스컴, 일본 도쿄게임쇼와 함께 세계 3대 게임쇼라고 불리고 있다.

첫 번째 행사에서 가장 큰 이벤트는 세가와 소니의 콘솔 경쟁이었다. 당시 세가와 소니는 미국 출시를 앞둔 콘솔 '세가 새턴'과 '플레이스테이션'을 각각 소개했다. 세가 새턴이 399달러(약 53만 원)로 소개된 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가격을 299달러(약 39만 원)로 발표하면서 뜨거운 현장 반응을 이끌어냈다. 발표 현장의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 소니는 "299(two ninety nine)"이라는 한 마디로 상황을 정리했다.

 

 

개별 게임사가 주요 미디어를 한 곳에 모아 각자 행사를 진행하기엔 돈과 시간, 역량 등 소모 비용이 너무 컸고, E3는 게임사들이 찾던 미디어 창구가 되어주었다. 2000년대 중반 E3는 게임 업계에서 AAA급 발표가 이뤄지는 공간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닌텐도 등 대형 게임사들이 서로 큰 정보를 풀어내면서 E3는 이들의 경쟁이 부딪히는 전장의 중심이 됐다.

 

예를 들어,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는 E3 1997, E3 1998에서 플레이 영상 등을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고, E3 2000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Xbox를 출시할 것을 예고하며 콘솔 시장의 판을 흔들었다. E3 2003에서는 오랜 시간 베일에 가려져 있던 <하프라이프 2>가 소개됐다. E3 2005, E3 2006에서는 닌텐도는 '닌텐도 위(Wii)'를 소니는 PS3를 공개해 분위기가 더 뜨거워졌다.

 

유비소프트의 킬러 타이틀이 된 <어쌔신 크리드>도 E3 2006을 통해 세상에 처음 소개됐고, 지금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또한 E3 2012에서 발표돼 많은 관심을 받았다. E3 2013에서는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가 PS4, Xbox One을 동시에 발표해 또 한번 각축을 벌였다.

 


 

# 늘어난 관객만큼 비싸진 부스 발표 비용

 

행사 장소를 조지아 월드 콩그레스 센터로 잠시 옮긴 1997년~1998년에도 약 4만 명의 관객을 수용하고, 2005년에는 역대 최대 관객 수인 7만 명을 돌파하며 E3는 흥행 가도를 이어갔다. 하지만 2006년 행사 이후 주최사인 ESA는 "개인화된 회의 및 활동에 초점을 맞춘 친밀한 행사로 발전할 것"이라며 "단일 산업 '메가쇼'를 갖는 것은 더 이상 필요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고 밝히며 행사 규모를 제한할 것이라 전했다.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행사 발표 비용이 끊임없이 증가한 맥락이 있었다. 부스 및 현장 마케팅 비용 등을 제외한 공간 비용만으로도 1,200만 달러(약 158억 원) 이상의 출품 업체 비용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출품 업체가 500만~1,000만(약 66억~132억 원) 달러까지도 지출하는 사례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E3는 2007년 10,000명으로 참석 인원을 제한했고, 그 다음 해인 2008년에는 5,000명으로 인원을 제한했다. 2006년 400개의 게임 업체가 참여했던 E3는 2007년 33개의 업체만 참가하는 등 비즈니스 미팅 중심의 게임 행사로 방향성을 전환했다. 2007~2008년 사이 다양한 의견을 수용한 ESA는 2009년 참석자 제한을 45,000명으로 늘려, E3는 다시 이전의 규모를 차츰 회복했다.

 

E3 2007은 규모를 줄이면서 산타모니카에 위치한 호텔로 장소를 옮겼었다. 사진은 E3 2006 LA 컨벤션 센터.

 

# E3 떠나 각자도생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E3 기조연설을 통해 그 해 출시될 게임과 여러 소식을 전해왔던 대형 게임사들은 2013년부터 하나 둘 씩 E3의 행사에서 힘을 빼기 시작했다. 닌텐도와 일렉트로닉 아츠(EA)는 2013년부터 E3에서 쇼케이스를 하지 않았고, 닌텐도는 기조연설 대신 닌텐도 다이렉트 및 라이브 비디오 이벤트를 활용해 신작을 소개했다. 소니는 2019년부터 E3에 불참하면서 자체 방송인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를 진행하고 있다.

 

대형 게임사들이 게임쇼에 참가하는 것보다는 자체적인 행사를 통해 자사 게임을 공개하는 추세로 넘어가면서 E3를 포함한 오프라인 게임쇼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변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이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전파 우려로 인해 E3 행사가 취소됐고, 2021년에는 온라인 행사로 대체됐다. 2022년에는 온라인 행사마저 취소됐고, E3 2023은 위드 코로나 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주요 게임사들의 불참으로 인해 온오프라인 행사 모두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됐다.

  

E3 2020 취소를 알렸던 게시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020, 2022년에는 행사가 취소됐고, 2021년에는 온라인 행사만 열렸다.

 

# 국내 게임사들에게 E3는 어떤 의미였나

E3 2001에서는 MMORPG의 근간이라 불리는 <울티마 온라인>을 만든 리처드, 로버트 개리엇 형제가 엔씨소프트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엔씨소프트와 리처드 개리엇의 데스티네이션 게임즈가 손을 잡으면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E3 2001 직후 <리니지>는 북미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3년에는 웹젠이 E3에 독립 부스를 얻어 참가하면서 <뮤>를 세계 시장에 내세웠다. 2003년 당시 일본, 중국, 대만에 이어 태국 시장 진출을 성공시켰고, E3 2004에서는 필리핀 시장 라이센스를 따냈다. 

블루홀스튜디오의 <테라> 또한 북미 서비스를 담당하는 엔매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E3 2010에서 단독부스를 마련하며 영문 버전을 처음 공개했다. E3 2010에서 단독 부스로 참가한 국내 업체는 블루홀스튜디오와 넥슨이 있었다.

넥슨은 E3 2010과 E3 2011에서 <마비노기 영웅전>(현지명 <빈딕터스>)과 <드래곤네스트>를 선보였다. 넥슨 아메리카는 LA 컨벤션 센터 사우스홀에서 유비소프트 바로 옆에 위치해 많은 관람객들이 방문했고, 다니엘 김 넥슨 아메리카 대표는 "<드래곤 네스트>가 가진 액션은 콘솔게임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북미 유저들에게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에 더해 온라인게임 특유의 커뮤니티성을 잘 살리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

E3 2011 넥슨 <마비노기 영웅전>과 <드래곤네스트> 출품 당시 장면.

위메이드는 E3 2012에 참여해 미공개 신작을 포함한 모바일게임 8개를 선보였다. 당시 위메이드 남궁훈 대표는 "E3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위메이드의 모바일게임들이 세계 무대에 첫발을 내딛는 의미 있는 행사"라고 했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을 E3 2013, E3 2014에서 선보였고, E3 2018, E3 2019 기간에는 자체 게임 행사인 '인투 디 어비스(Into the Abyss)를 개최하며 북미 지역 게임 이용자와 직접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이렇듯 E3는 국내 게임사들에게 있어 MMORPG와 모바일게임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는 다리 역할을 해줬다. 국내 업체가 해외 게임 미디어들과의 접점을 만들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활로를 찾을 때 E3만큼 좋은 공간이 없었던 것이다. 다만, 북미는 콘솔 게임 중심의 시장이었던 반면, 국내 게임사들의 강점은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이었기 때문에, 같은 E3 행사 안에서도 지향점이 달랐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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