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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오버워치'가 게임과 현실을 하나로 만든 방식, '컬래버레이션'

르세라핌·오버워치 컬래버에서 숨은 K-POP 문화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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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하(그리던) 2023-12-12 18:26:45

현재 많은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게임 컬래버가 있다. 바로 르세라핌과 <오버워치> 콜라보다.

르세라핌의 <퍼펙트 나이트>는 10월 24일 르세라핌 멤버들과 <오버워치> 영웅들이 동시에 담긴 뮤직비디오와 함께 공개되었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르세라핌' 멤버들과 <오버워치> 영웅들의 소녀다운 면들을 조명하여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오버워치> 속 영웅들이 르세라핌의 팬이 되어 여러 굿즈를 입고 <퍼펙트 나이트> 챌린지를 하는 독특한 프로모션을 보여주었고 빠르게 변화하는 숏폼 시장에서도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퍼펙트 나이트>는 에스파, 제니, 정국 등의 컴백에도 불구하고 한국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곡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범위를 넓혀 글로벌 기록을 보면, 틱톡에서 가장 많이 들은 곡 50위,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많이 들은 곡 37위이다. 뮤직비디오의 경우는 오버워치의 공식 계정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차지한 애니메이션 '드래곤'을 뛰어넘는 4,663만 회를 뛰어넘었다.

이처럼 르세라핌 <오버워치> 컬래버가 온 세상을 하나로 묶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컬래버에 반영된 K-POP 문화들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 메카에서 내려 르세라핌 팬이 된 '송하나'?


<오버워치>와 르세라핌 마케팅은 <퍼펙트 나이트>의 음원을 발표하며 시작했다. 음원에는 그룹 멤버 중 한 명인 허윤진과 하이브 레이블의 수장인 방시혁, 데뷔 EP 앨범인 <피어리스>와 정규 1집인 <언포기븐>의 제작진이 참여하여 르세라핌의 팬들로부터 화제를 모았다.


함께 발표된 뮤직비디오에서도 <오버워치>와 르세라핌 멤버들의 일상을 하나로 묶어가며 팬들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였다. 특히,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르세라핌 멤버들과 영웅들의 새로운 면을 주목하며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기존 르세라핌의 이미지(좌)와 대조되는 퍼펙트 나이트의 스타일링(우)

르세라핌은 그 동안 서사를 강조해왔다. 르세라핌은 인원 중 과반 이상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경험했거나 재데뷔했다는 점을 내비치며 여러 역경을 겪고도 포기하지 않는 강인함을 강조했다. 그래서 이제까지 발표한 타이틀 곡을 살펴봐도, '겁이 나지 않는다', '상처받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의 제목들이 많다.

이번 컬래버의 주인공은 솜브라, 디바, 키리코, 브리기테, 트레이서.​ 공식 설정 모음에서 읽을 수 있듯, 블리자드가 그려낸 <오버워치> 속 영웅들도 유사한 성장담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 캐릭터는 그동안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면모보다는 한 명의 전사로서의 이미지만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컬래버로 이들은 뮤직비디오에서 르세라핌과 <오버워치> 영웅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버워치> 속 송하나가 르세라핌의 '은채'와 같은 색상 립스틱을 바른다.

르세라핌의 노래를 들으며 웃고 떠드는 르세라핌 멤버들과 <오버워치> 영웅들

이번 뮤직비디오는 영웅들이 르세라핌과 K-POP의 팬이라는 설정을 추가하여 블리즈컨에서 있을 콘서트를 위해 준비하는 르세라핌과 <오버워치> 속 영웅들을 동시에 조명한다. 

이때, <오버워치> 속 영웅들은 르세라핌의 스타일을 따라하고, 대표 색과 굿즈로 꾸민 뒤 그들의 춤을 따라 추며 챌린지 영상을 찍는다. 막바지에는 브리기테가 대부인 라인하르트의 트럭을 훔쳐 영웅들을 태우고 르세라핌의 콘서트장으로 향하기도 한다. 

이러한 르세라핌과 <오버워치> 영웅들의 서사는 블리자드의 팬 행사인 블리즈컨에서 실제 콘서트가 개최되며 하나가 된다.

블리즈컨에서 <언포기븐>을 공연하는 르세라핌


# 단순한 모델링이 아닌 K-POP 문화를 반영한 컬래버 스킨

K-POP의 팬이라는 설정은 이후 발표된 스킨으로도 이어졌다. <콜 오브 듀티>, <서든어택> 등 다른 FPS 게임들에서는 인플루언서와 컬래버를 진행할 때 해당 인물과 비슷하게 모델링한 캐릭터를 내놓는다. 그러나 르세라핌·<오버워치> 컬래버에서는 그대신 팬들의 문화를 수용하여 캐릭터와 게임 그리고 현실의 10대 문화를 잘 엮었다.

컬래버 스킨을 적용한 영웅들은 아이돌팬들이 르세라핌이 안티프레자일 코디에서 보여준 스타일링을 따르고 있다. 우선, 네 영웅은 공통적으로 르세라핌 공식 색인 피어리스 블루 색상의 의상을 입고 있으며, 콘서트 티켓과 함께 나누어주는 아이돌 이름이 새겨진 야광 팔찌를 차고 있다. 또한, 바지의 밑위 기장을 짧게 만들어 허리선과 골반을 모두 드러내는 로우라이즈 팬츠를 입고 있다. 짧지만 딱 붙는 상의와 스포츠 반장갑 등의 연출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러한 각각 스킨들의 소품들을 살펴보면 르세라핌의 굿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원래는 기관권총의 탄약이 있어야 할 솜브라의 뒷 주머니에는 르세라핌의 응원봉이 들어있으며, 키리코는 르세라핌의 로고가 크게 적힌 상의를 입고 부적대신 콘서트 티켓을 든다. 트레이서의 독특한 레깅스의 문구는 '라이트닝'에서 '르세라핌'으로 바뀌었다. 브리기테는 도리깨 대신 대형 응원봉을 들고 있으며, 디바의 머리 위에는 '르세라핌'의 깃발이 나부낀다.

참고로 컬라버의 슬로건처럼 사용되는 르세라핌의 그룹명은 'Im fearless'를 재구성한 것으로 기존 영웅들의 콘셉트도 해치지 않는다.



언뜻보면 여러 컬래버에서도 시도된 방식이지만, 르세라핌과 <오버워치>에서는 K-POP 팬덤 문화와 겹쳐 현실과 더욱 가까워진다. 최근 K-POP 아이돌 판에서는 팬덤내에서 드레스 코드를 맞추는 문화가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단순히 아티스트가 소비한 아이템을 그대로 소비했다면, 최근에는 그와 별개로 팬덤 내부에서 비슷한 스타일을 공유한다. 이후 해당 스타일 옷을 입고 아이돌 앨범을 뜯거나, 챌린지를 찍어 숏폼 플랫폼에 올리고 서로가 좋아하는 아이돌을 맞추는 것이 하나의 놀이가 되었다.

컬래버 속 의상들의 톤과 이미지는 이미 '피어나(르세라핌의 팬덤)' 사이에서 공유되던 것과 유사하다.
유튜브에 '피아나(르세라핌의 팬덤) 브이로그'를 치면, <오버워치> 콜라보와 비슷한 톤의 영상이 여럿 나온다.

# 틱톡, 음원 등으로 팬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오버워치'

마지막으로 디스코드, 사운드클라우드 등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리믹스' 문화도 받아들였다. 최근 K-POP 팬덤에서는 기존에 있던 곡을 통째로 가져와 속도나 피치를 수정하거나 전혀 다른 곡과 그대로 합치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때로는 인공지능 툴을 활용하여 다른 아이돌의 목소리를 입혀 숏폼 영상을 만든다. 


원래는 애써 만든 영상이 유튜브 저작권 정책에 어긋나 삭제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쓰이던 편법이 그대로 정착하여 만들어진 문화로 최근 게이머들 사이에서 유행한 '옥냥이 AI 커버' 등과도 비슷한 경향성이다. 


여러 버전으로 믹스된 컬래버 음원 '퍼펙트 나이트'


르세라핌과 <오버워치> 컬래버에서는 공식적으로 수정된 음원을 순차적으로 발매하고 있다. 속도를 빠르게 조정한 버전부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발표한 캐롤 버전까지 다양하다. 더불어 음악을 만든 샘플들도 함께 공개하여 문화를 장려하고 있기도 하다.


함께 공개된 굿즈들에서도 마찬가지로 함께 공개된 굿즈들도 10대 소녀 팬들의 취향을 가득 담았다. 최근 2000년대 초반의 문화가 유행하면서 아니메풍으로 걸그룹의 멤버들을 표현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이번 르세라핌 <오버워치> 컬래버의 일환으로 공개된 굿즈들도 이러한 점을 잘 반영하고 있다.


뉴진스의 '슈퍼 샤이' 굿즈 패키지 (좌), 르세라핌·<오버워치> 컬래버 굿즈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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