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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기획] 정반대로 가고 있는 넷플릭스와 아마존 게임즈

넷플릭스는 모바일로 아마존 게임즈는 PC, 콘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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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준(음주도치) 2024-07-02 18:18:11

요즘 인디 개발자들을 만나보면 심심치 않게 들리는 말이 몇 가지 있다.

"과열된 마케팅 경쟁 때문에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성공하기 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해외 진출 먼저하고 국내로 재진입하는 전략이 권장된다", "PC, 콘솔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사가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이다. 모바일게임 국내 매출 상위권에 있는 게임들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인디 입장에선 그들과의 경쟁이 비용 소모전에 가깝다고 한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정된 자본을 보유한 인디, 중소 개발사들의 입장이다. 여전히 대형 개발사, 퍼블리셔들은 모바일, PC, 콘솔 심지어 크로스 플랫폼까지 다양한 디바이스를 공략하고 있고, AAA게임에선 더 많은 개발 비용을 들이며 뛰어난 그래픽의 연출, 시네마틱을 추구하고 있다. 


게임 외부에 캐시카우를 가진 넷플릭스와 아마존의 게임 시장 접근법은 서로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넷플릭스 게임즈는 모바일게임을 중심으로, 아마존 게임즈는 PC, 콘솔 시장 중에서도 특히 MMORPG와 AAA 게임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중이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방향성은 완전히 다른데, 이상하리만치 닮은 점 또한 많다. 이 두 기업의 교차점에 있는 작품은 게이머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GTA> 시리즈와 영화 팬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다.


▲ 넷플릭스는 <GTA> 트릴로지를 모바일 디바이스로 들여오면서 큰 성장세를 보여준 바 있다.

반면, 아마존 게임즈 부사장 크리스토프 하트만은 2K의 공동 창립자로 

<GTA>와의 인연이 있는 인물이다.


# 두 회사의 선제 타깃이 다르다

넷플릭스는 모바일게임을 중심으로 공략하고 있다. 현재 거의 100개에 가까운 게임을 보유하고 있는데 <GTA> 트릴로지, <하데스>(iOS), <레인보우 식스: 스몰>, <데드셀>, <브레이드>, <문라이터>, <옥센프리> 1, 2편, <소닉> 시리즈, <12분>, <테라 닐> 등 유명 타이틀이 많다. <기묘한 이야기>, <종이의 집>, <퀸스 갬빗> 등 인기 드라마를 활용한 게임들도 인기를 끌었다. 


2023~2024년 넷플릭스 게임즈는 매달 새로운 게임을 선보일 정도로 부지런하게 움직여왔다. 그러나 넷플릭스 게임즈의 행보는 여전히 도움닫기의 형태에 가깝다. <GTA> 트릴로지 모바일 출시 이후로, 공식 블로그 및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전보다 더 많은 소식을 전하곤 있지만, 게임 홍보에 적극적이진 않았다. 착실하게 포트폴리오를 쌓아 나가는 행보에 가깝다.


넷플릭스가 지금까지 선보인 게임들은 <옥센프리 2>처럼 스팀 동시 발매를 한 게임을 제외하면 모두 모바일게임이었다. 여러 차례 게임 스튜디오를 설립, 인수하며 몸집을 키워온 넷플릭스 게임즈는 콘솔, PC, 클라우드로 저변을 확대하는 베타 테스트를 일부 국가에서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모바일' 중심의 공략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 <하데스> 모바일 버전 트레일러.

넷플릭스는 AAA 게임보단 유명 인디 게임들을 자신들의 라인업에 추가해왔던 편이다.


▲ 넷플릭스 게임즈

한편, 아마존 게임즈의 행보는 조용한 잠수함에 가까웠다. 아마존 게임즈는 스마일게이트RPG의 <로스트아크> 글로벌 퍼블리싱,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엔씨소프트 <쓰론 앤 리버티> 글로벌 버전의 퍼블리싱을 맡고 있어, 국내에선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편이다. 하지만 2011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의 행보를 돌이켜 보면 게임의 수가 많다고 보긴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로아>와 <TL>은 아마존 게임즈의 몇 안 되는 대표작에 가깝다. 


최근 해외 매체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크리스토프 하트만' 아마존 게임즈 부사장은 "MMO는 과소평가된 장르"라고 말했다. <로아>, <TL>뿐만 아니라, 오는 10월 출시될 <뉴 월드: 애터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넷플릭스와 달리 아마존 게임즈는 왜 AAA게임, MMO에 집중하는 것일까? 하트만 부사장은 모바일 시장에 부분 유료화 F2P이 많은 상황을 언급했다. 경쟁 구도의 게임이 많아 이미 들인 매몰 비용 때문에라도 다른 게임으로 옮겨가기 힘든 점, F2P라서 다른 게임에 잠시 발을 들여도 다시 원래 하던 게임으로 돌아가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F2P 게임이 이상적일 수는 있으나, 200명이 5년 동안 작업한 게임이 무료일 수는 없다"고도 언급했다.


한편, AAA 콘솔 게임은 모바일보다 체류 시간이 짧은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콘솔 플레이어가 모바일 플레이어보다 콘텐츠를 더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며, 더 많은 기회가 있는 시장이라 분석했다. 하트만 본인이 모바일게임 커리어는 없는 반면, 테이크투, 락스타, 2K에서 <GTA>를 비롯한 PC, 콘솔 게임에 대한 경험은 있어, 개인적인 익숙함의 차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 아마존 게임즈 홈페이지 갈무리.
상단은 스마일게이트RPG <로스트아크> 하단은 반다이남코 <블루 프로토콜>
본문에 언급한 <쓰론 앤 리버티>, <뉴 월드: 애터넘>까지 4종의 게임은 모두 MMORPG다.


▲ 아마존 게임즈
 

# 같은 <반지의 제왕>도 이렇게 다르다

타깃과 접근 방식이 다르기 때문인지, 같은 IP를 가지고 선보이는 게임도 확연히 다르다. <반지의 제왕>이 대표적인 예시다. 넷플릭스 게임즈가 모바일 전용 버전을 지원하는 <테일즈 오브 더 샤이어: 반지의 제왕>은 중간계의 일상을 담은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참고로, '샤이어'는 원작에서 '프로도'의 고향이다.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자신만의 굴을 꾸미고, 정원을 가꾸고, 맑은 연못에서 낚시를 하거나, 야생 과일과 허브를 채집하고, 마을 사람들과 거래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등 세계를 자유롭게 탐색한다. 동료 호빗들과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 직접 식사를 준비하기도 한다. 마을의 부흥을 위해 살기 좋은 세계로 만드는 것이 목표인 게임이다.


▲ PC, 콘솔로도 나올 게임이지만 넷플릭스 게임즈는 이 게임의 모바일 전용 버전을 지원한다.


▲ <테일즈 오브 더 샤이어: 반지의 제왕>


넷플릭스와 달리, 아마존 게임즈는 이번에도 MMORPG에 진심이다. 2023년 5월 전해진 소식에 의하면 엠브레이서 그룹은 자회사 미들어스 엔터프라이즈를 통해 <반지의 제왕> IP의 신규 MMORPG를 출시할 것이라 밝혔다. 미들어스 엔터프라이즈는 <반지의 제왕>과 <호빗>의 미디어믹스 판권을 가진 회사로 2022년 엠브레이서 그룹이 인수한 바 있다. 


게임의 개발은 아마존 게임즈 오렌지 카운티 스튜디오가 맡았다. <뉴 월드>를 선보인 개발사로, 이미 MMORPG 출시, 운영 경험이 있는 곳이다. "중간계를 배경으로 하는 오픈월드 MMO 어드벤처가 될 것"이라던 정보 외에, 아직까지도 추가 소식은 없는 상황이다. 최근 인터뷰 소식에 의하면 "당장은 아니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게임을 선보일 것이며, "AAA 품질에 맞추기 위해" 시간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사실, 아마존 게임즈가 <반지의 제왕>으로 게임을 만들겠다는 언급을 한 건, 2023년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에도 레유 테크놀로지 자회사 아슬론 스튜디오와 함께 <반지의 제왕> 이전 시대를 무대로 게임을 제작할 계획을 발표했다가, 레유 테크놀로지가 텐센트 홀딩스에 인수되며 협상이 결렬되어 개발이 무산된 바 있다.


미들어스와 다시 <반지의 제왕> 게임 소식을 전했던 2023년 당시 하트만 부사장은 "우리는 톨킨의 세상과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았고, 엠브레이서 그룹과 미들어스 엔터프라이즈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 매우 기뻤다"라고 전했다.


▲ 넷플릭스가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을 가져올 때, 아마존 게임즈는 MMORPG를 만들고 있다.
같은 <반지의 제왕>에 대한 접근법도 이렇게 다르다.


# 게임에서 영상, 영상에서 게임...남은 필살기는?

<리그 오브 레전드> 기반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아케인>, <사이버펑크 2077> 기반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사이버펑크: 엣지러너>는 넷플릭스가 미디어믹스에서 가진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가장 유명한 이 두 시리즈 외에도 <악마성> 시리즈, <파크라이>와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등 다양한 게임이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해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끌었다.


반대로 드라마에서 게임이 된 경우에도, 좋은 성과를 낸 게임이 많다. 서문에 언급한 <기묘한 이야기>, <종이의 집>, <퀸스 갬빗>이 대표적인 예시다. <넷플릭스 스토리즈>라는 이름으로 나오고 있는 리얼리티 쇼 기반의 인터랙티브 픽션 게임은 인기에 힘입어 신작이 계속 나오는 중이다. 연애 프로그램 <투 핫!> 시리즈를 게임으로 낸 <투 핫 투 핸들>은 벌써 3편까지 제작됐다.


넷플릭스 진영에서 앞으로 꺼낼 필살기는, 모두의 예상처럼 <오징어 게임>이다. 2023년 12월, 넷플릭스 게임즈 부사장 마이크 베르두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 세계관 안에 등장하는 게임(놀이)들을 다른 플레이어와 경쟁"하는 형태로 게임을 만들 것이라 언급해 많은 화제를 모았다. 


아직 게임의 구체적인 특징 및 출시 플랫폼 정보도 공개되지 않았지만, <오징어 게임> 드라마 시즌 2가 올해 연말 공개 예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징어 게임> 게임 소식은 빠른 시일 안에 더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 1 (출처: 넷플릭스)


아마존 또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보유하고 있다. 2024년 4월 공개된 <폴아웃> 실사 드라마가 엄청난 인기몰이를 해 게이머들에게도 익숙한 편이다. (참고로, <폴아웃> IP는 베데스다가 소유하고 있다.) 지난 5월 아마존 프라임은 <툼 레이더> 기반의 새로운 실사 드라마 제작 소식을 전했고, 아마존 게임즈는 아직 제목도 미정인 <툼 레이더> 기반의 싱글 플레이 게임을 준비 중이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두 작품은 역시 애니메이션 <인빈시블>과 드라마 <더 보이즈>다. 특히 <더 보이즈>는 '홈랜더'의 인기를 필두로 글로벌 시청자를 사로잡은 히어로물이다. 아마존 게임즈에서 필살기에 해당하는 IP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더 보이즈>다.


다만, <더 보이즈> 드라마를 제작을 소니 픽쳐스 텔레비전이 주도했기 때문에, 게임화를 아마존 게임즈 혼자서 결정할 순 없다. 아마존 게임즈 하트만 부사장이 외신 인터뷰에서 밝힌 답변도 "그리 간단하진 않다"는 게 결론이다. 


게임 시장에 대한 접근법이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넷플릭스와 아마존은, 또 어떤 비장의 카드로 새로운 상승기류를 만들어낼까? 2023년 9월 플레이스테이션 전(前) 사장 숀 레이든은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게임 산업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넷플릭스 게임즈와 아마존 게임즈의 차후 행보를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오리지널 시리즈 <더 보이즈> (출처: 아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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