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펑> 덕분에 100만 원 이득 봤어요! 감사합니다. CDPR!”
최근 커뮤니티에서 <사이버펑크 2077> 덕분에 이득을 봤다는 글이 자주 보인다. 출시 이후 역대급 비판을 받아온 게임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희한한 현상’을 이해하려면 먼저 작년 9월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2020년 9월 20일, 한껏 기대를 받던 <사이버펑크 2077>이 사양을 공개했다. 생각보다 요구사양이 낮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전 세계적 기대를 받던 게임인 만큼 이참에 ‘풀 옵션’으로 즐기고자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를 결정한 유저가 많았다.
마침 그래픽카드 시장 상황도 좋았다. 2020년 9월 1일 ‘지포스 30 시리즈’가 정식 공개됐다. 9월 17일 ASUS 한국 유통사인 인텍앤컴퍼니는 RTX 3080 초도물량을 중간 유통 과정 없이 쿠팡과 11번가에 풀었다. 소비자 가격이 90만 원대로 형성됐다. 국내 출시 초기에는 프리미엄이 붙어 약 100만 원대 중후반에서 판매될 거란 예측에 비하면 굉장히 싼 가격이었다.
ASUS가 포문을 열자 다른 회사들도 90만~100만 원 정도에 RTX 3080을 판매했다. 덕분에 3070 가격도 같이 내려갔다. 유저들 사이에서 ‘대란’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이 때 <사이버펑크 2077>을 위해 그래픽카드를 장만한 유저가 많았다. 타이밍이 딱 맞은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되고 다시 암호화폐 채굴 붐이 일면서 그래픽카드 가격은 크게 솟구쳤다.
2021년 3월 24일 기준, RTX 3080 구매가는 약 200만 원이 훌쩍 넘어간다. 단순히 비싸서 못 사면 그나마 괜찮다. 재고가 없다며 주문이 취소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돈이 있어도 못 구하는’ 상품이 된 것이다.
<사이버펑크 2077> 덕에 그래픽카드를 미리 장만한 유저들은 최소 100만 원 이익을 본 셈이다. 마땅히(?) CDPR에 고마워하고 있다. <사이버펑크 2077>을 그래픽카드에 딸려 온 ‘번들 게임’ 취급하는 유저도 많으니까. 정말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걸까? 그건 모를 일이다. 솟구친 그래픽카드 가격이 만들어낸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이런 웃픈 고마움은 계속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카드 가격이 당분간 내려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저명 매체 ‘가디언’이 3월 2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반도체 공급 부족은 최소 올해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