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미르4>를 안고 위메이드가 떠올랐습니다. K-판타지로 처음 홍보된 <미르4>는 글로벌 빌드에 블록체인 경제를 입혔고, 그 결과 상당한 흥행을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게임을 만든 한국에서 게임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아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게임법 상 문제로 <미르4> 접속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VPN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만,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해가 넘어가기 전에 <미르4>의 유저 데이터 지표를 알아보기 위해 몇 가지 조사를 해봤습니다. 가장 먼저 스팀에 등재된 10,240개의 <미르4> 리뷰를 전수조사했습니다. 그렇게 이용자 프로필상 국적, 리뷰를 적은 언어를 조사해 간단한 통계를 만들어보았습니다. <미르4>를 많이 하는 국가를 측정할 수 있었는데요. 모바일 앱 조사 업체 앱애니의 데이터도 대조해봤습니다.
물론 이용자가 장난으로 북한 인공기를 프로필에 달았거나, 영어 사용자가 한국에서 리뷰를 남겼을 경우 온전한 추적은 어렵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르4>의 유행을 제대로 짚을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나온 결과는 제법 참고할 만합니다. 모든 데이터는 12월 28일을 기준으로 합니다.
TIG 메타버스-P2E 특별기획
① NFT는 255번째 디지털 봉이 김선달인가? (바로가기)
② P2E 에서 '플레이 앤 언'으로? NFT 게임, 어디로 가나 (바로가기)
③ 메타버스, NFT, 그리고 P2E는 정말 트렌드였을까? (바로가기)
④ 위메이드 '미르4' 정말 세계적으로 많이 할까? 사실은... (현재 기사)
⑤ NFT 게임을 자랑스런 K-콘텐츠로 소개할 수 있을까요? (바로가기)
⑥"내 작품이 도용됐다" 유니티 어셋 훔쳐간 사연... NFT는 무법지대인가? (바로가기)
⑦ 게이머 59.4% P2E 키워드에 부정적, P2E 게임 해본 사람은 12.6% (바로가기)
⑧ 유저가 느낀 P2E 게임… ‘수익’과 ‘재미’ 상관관계는? (바로가기)
⑨ "P2E 게임 해봐야 게이머는 돈 못 법니다" (바로가기)
# 총 10,240건의 리뷰 스팀 평가는 '복합적'
<미르4>는 하루에 몇 명이나 플레이할까요? 스팀을 서비스하는 밸브는 비교적 투명하게 일일 전체 이용자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살펴보면, 지난 30일간 <미르4>에 접속한 평균 유저는 72,238명입니다.
<미르4>는 지난 8월 출시된 이래 스팀 동시 접속자 10위권 이내를 오래도록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르'는 전통적으로 한국,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인기를 끌던 IP입니다. 어쩌다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게 되었을까요? 역시 환전을 통한 '토큰 이코노미'를 구축했기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입니다.
12월 28일 기준, 스팀에는 총 10,240건의 리뷰가 올라왔습니다. 게임을 추천한다는 평가는 6,582건, 추천하지 않는다는 평가는 3,658건입니다. 무료로 제공되는 MMORPG이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상당히 낮았고, 그에 따라 상당한 평가가 축적된 것으로 보입니다. 만 명 넘는 사람들이 무엇이 됐던 게임에 할 말이 있는 것이니까요.
[그래프 1] 스팀에서 <미르4>의 긍부정 평가 (21-12-28 기준)
의역을 조금 보태서 긍정적인 평가는 "무료로 즐길 수 있는 MMORPG", "돈을 벌 수 있는 게임" 등이 자주 발견되고, 부정적인 평가는 "P2E 빼면 매력이 없는 게임", "봇(bot)이 너무 많은 게임"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특정 국적의 유저들을 거론하며 비난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습니다.
<미르4>의 스팀 평가는 복합적(Mixed)입니다. 긍정 평가 70% 미만이 매겨지는 것으로 '유저들에게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라고 표현하기엔 어려운 수준입니다. 모바일은 어떨까요? <미르4>는 구글플레이에서 3.9점(총 103,022개의 평가), 애플 앱스토어에서 3.5점(총 564개의 평가)을 받고 있습니다.
스팀에서 가장 높은 DAU(일 활성 사용자)를 유지 중인 상위 10개 게임 중 상위 10개 게임에는 <도타 2>, <에이펙스 레전드>,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 등 무료 게임이 많은데, <미르4>도 같은 케이스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그 중 복합적 평가를 받는 게임은 <미르4>, <뉴월드>, <배틀그라운드>가 있습니다.
<미르4>의 DAU 그래프 (출처: 스팀 차트)
# <미르4>에 가장 많은 평가 남긴 나라는 어디?
스팀에서는 자신의 프로필에 국기를 달 수 있습니다. 거짓으로 국가를 설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미르4>에 리뷰를 남긴 유저들의 국적에 일정한 경향성을 알아보는 데에는 참고할 만합니다. 총 10,240건의 리뷰를 남긴 이들의 프로필에 들어간 결과, 프로필에 국기를 걸지 않은 사람(정보 없음)은 4,035명이었습니다.
12월 28일 기준, 리뷰를 남긴 사람 중 자신의 국가를 밝힌 6,205명의 그래프는 아래와 같습니다.
[그래프 2] 스팀 <미르4> 유저의 국가 프로필 (21-12-28 기준)
브라질 국적의 스팀 유저가 2,307명으로 다른 국가보다 월등하게 많았습니다. 그 뒤를 아르헨티나(508명), 중국(503명), 필리핀(500명)이 따라갑니다. 미국은 230명, 러시아는 206명, 일본은 176명입니다. 태국, 인도네시아, 스페인은 각각 175명, 142명, 123명입니다. 그 밑에는 기타 국적의 게이머들입니다. 한국 국적을 달고 있는 사람은 36명이었습니다.
지역적으로도 역시 남미 유저들의 참여가 도드라집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의 뒤를 이어 베네수엘라는 75명, 페루는 65명, 칠레는 37명 발견됩니다. 남미가 <미르4>의 'K-판타지'에 푹 빠져든 것인지, 경제 활동의 일환으로 게임에 접근하고 있는지, 아니면 복합적인 원인이 작동하고 있을지는 독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블록체인 게임 <엑시 인피니티>로 생계를 책임진다는 필리핀의 기록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필리핀 유저들은 <미르4>의 모바일 참여율도 높은데, 게임은 현지 마켓에서 수익 2위(앱스토어), 4위(구글플레이)를 기록했습니다. 동남아시아는 페이스북 사용 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죠. 페이스북 <미르4> 필리핀 커뮤니티에는 17만 명 이상이 모여있습니다.
VPN 서비스를 이용할 것으로 추정되는, 원래 <미르> IP가 인기가 높았던 중국에서도 500건 넘는 리뷰가 발견되었습니다.
필리핀에서 매출 2위를 기록 중인 <미르4> (출처: 앱애니)
# 브라질과 필리핀에서 인기 끄는 <미르4>
스팀에 평가를 남긴 유저들은 브라질이 다른 나라보다 서너 배 이상 많습니다. 브라질 유저들이 유독 자신의 프로필을 걸기를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프 2]의 국적이 대부분 거짓일 가능성도 있죠.게다가 만 건이 넘는 리뷰 중 4,000명 정도가 국가를 밝히지 않았으니 "브라질에서 <미르4>를 많이 한다"라고 확언하기엔 근거가 더 필요합니다.
그래서 10,240건의 전체 리뷰를 언어 순으로 조사를 다시 해봤습니다.
[그래프 3] 브라질어(정확히는 portuguese - brazilian),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21-12-28 기준)
조사 결과, 브라질어가 3,138건으로 전체 리뷰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적 공용어의 지위를 가진 영어는 26.9%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고, 중국어(간체) 리뷰가 1,600건 가까이 발생하여 전체 리뷰의 15.5%를 차지했습니다. 언어별 통계를 통해서도 브라질이 <미르4>에 가지는 관심이 막강하다는 점은 다시 확인됩니다. 스페인어 자리에 [그래프 2]의 아르헨티나를 넣는다면, 유저 국적 그래프와 함께 주요 국가를 뽑을 만합니다.
한 가지 안타까운 부분이 있습니다. 스팀에서 필리핀어(타갈로그어)를 지원하지 않는 문제로 필리핀만 따로 통계를 잡을 구석이 마땅하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영어가 필리핀의 공용어이기 때문에 그쪽으로 필리핀의 <미르4> 리뷰가 작성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미르4>를 많이 하는 지역은 [그래프 2]와 [그래프 3]이 비슷하게 지시하고 있다고 읽을 수 있습니다.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에서도 <미르4>의 브라질 인기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현재 트위치에서 시청자가 가장 많은 <미르4> 방송 상위 5개는 모두 '포르투갈어' 태그를 달고 있습니다. 포르투갈어의 주요 사용 국가는 포르투갈, 앙골라, 그리고 브라질이 있습니다. 브라질에서 도드라지는 인기에 대응하고자 위메이드는 '<미르4> 브라질'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기도 했습니다.
<미르4> 상위 방송 5개. 모두 포르투갈어 태그를 달고 있습니다. (출처: 트위치)
다른 스팀 인기 게임과 일일이 비교해보지는 않았지만, <미르4>의 브라질, 필리핀 국가 편중은 분명해 보입니다. 비슷한 흐름은 2021년의 구글 트렌드를 분석한
본지 기사에서도 확인됩니다. 여기에 추가로 유저들의 리뷰대로 흑철 캐는 봇 내지는 작업장이 게임에 적잖이 존재한다면, 7만 명 넘는 DAU의 대다수는 브라질, 필리핀 유저가 차지하고 있으며, 또 상당 부분은 봇이 존재한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여느 MMORPG와 마찬가지로 작업장 계정이 어디서 활동하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 규모인지 면밀하게 추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봇들이 모바일 기기에서 실행되는지, PC 스팀에서 실행되는지도 불분명합니다. 만약 후자라면 지금까지 거론된 국가들에서 작업장 수준의 게임 플레이가 이루어지고 있는 걸까요?
브라질과 필리핀 두 곳은 결코 무시 못 할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죠. 특히 최근 뉴주(Newzoo) 발표에 따르면, 브라질은 세계 10위의 게임 시장 규모를 자랑합니다. 필리핀에는 4000만 명 넘는 스마트폰 이용자가 있습니다. (
바로가기)
공교롭게도 브라질과 필리핀 두 나라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앓고 있습니다. 브라질의 최근 12개월 물가 상승률을 10.25%, 필리핀의 1월부터 11월까지 물가 상승률은 4.5%를 기록했습니다. 이 나라 유저의 <미르4> 플레이는 P2E가 아니라 P2S(Survive)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르4>에서 흑철을 캐는 모습. 위메이드 유튜브 캡쳐
#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이코노미는 이제 시작
그리고 <미르4>의 흥행 배경에는 '코인 이코노미'가 있는데 이는 현재 스팀 바깥에서 작동 중입니다. <미르4>는 크로스플레이 게임이고, 원래 시스템상 환전을 위해 아웃게임에서 커맨드가 실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스팀에서 흑철을 캐고, 모바일 기기에서 환전을 하는 방식(흑철 → 드레이코 → 위믹스 크레딧 → 위믹스 → 자국 화폐)입니다.
밸브가 블록체인 게임에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 우회적인 방법으로 서비스 중인 것인데요.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르4>를 스팀에 론칭하고 2주쯤 지나서 밸브로부터 우호적인 연락이 왔다. 본인들은 현재 정책상 암호화폐를 적용할 수 없다고 그래서 그 부분은 빼고 출시했다. 그 뒤로도 밸브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냐' 물어보는 등 우리 모델에 관심을 보여왔다. 위메이드도 마찬가지로 스팀을 설득하는 데 관심이 있다. 계속 이야기하면 언젠가는 스팀에서도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
F2P + '코인 이코노미'를 빼고는 <미르4>의 인기를 설명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400원에서 40원까지 떨어진 <엑시 인피니티>의 SLP처럼 위믹스 재화 가치가 하락한다면, <미르4>도 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위메이드는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고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100여 개의 게임에 위믹스를 온보딩해 위믹스를 블록체인 게임의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는 전략입니다. (계속)
[도움 주신 분: 오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