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21일 오후 4시, 전라남도 나로 우주센터에서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누리호 비행이 성공했습니다.
기사를 작성하는 현재(16시 45분) 3단 엔진 분리가 완료되었으며, 궤도에 정상적으로 올라 '위성 모사체'가 남극 세종기지와 교신에 성공했습니다. 12년 동안 1조 9,000억 원이 투입된 한국형 발사체 사업은 이로써 성공했으며,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우주에 1톤급 발사체를 발사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누리호 발사 실험의 성공을 기념해 여러분도 우주선 제작, 발사, 그리고 조종에 도전할 수 있는 게임 몇 가지 준비해봤습니다. 베데스다의 <스타필드>가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개발 중이지만, 플레이하기 위해선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기다려야 하죠. 오늘의 기쁨을 즐기기에는 너무 긴 시간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우주 게임들이 있으니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역시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보를 거둔 게임이라면 <KSP>, '커벌 스페이스 프로그램'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미항공우주국(NASA) 연구원들이 플레이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게임인데요. '스페이스 엑스'의 CEO로 틈만 나면 '화성' 이야기를 하는 일론 머스크가 <KSP>를 즐기는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KSP>에서 플레이어는 외계 생명체 커벌을 우주로 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일은 당연 '우주선 만들기'입니다. 거대한 로켓 기지 안에서 다양한 재료를 조합해 로켓을 조립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만만치 않죠. 게임에서는 출력, 한계 온도, 중력 등을 감안해가며 로켓을 개발해야 하는데 <KSP>의 높은 궤도역학 구현도는 두루 호평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 게임은 직원 10명 남짓한 규모의 멕시코 인디 개발자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발매 당시 업계에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했죠.
<KSP>는 특유의 녹색 외계인 캐릭터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우주 공간에서 펼쳐지는 '폭발의 미학'까지 합쳐지면서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 결과, <KSP>는 우주 비행 시뮬레이션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임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다양한 부품을 사용하면서 '무인탐사선 착륙' 같은 미션을 자유롭게 해볼 수 있는 샌드박스 모드와 더 많은 과학 점수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는 커리어 모드 등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1편의 대단한 성공에 힘입어 <KSP>, 2019년 그 후속작 <KSP 2>가 발표되며 매니아들은 열광했습니다. 이후 오랫동안 소식이 없다가 유통사 프라이빗 디비전이 2021년 11월 <KSP 2>의 개발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몇 차례 개발 연기를 겪었던 <KSP 2>는 현재 개발을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 공개된 영상에서는 광활한 사막이나 울창한 산맥이 묘사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2019년 정식 출시한 우주 샌드박스 <스페이스 엔지니어>는 <KSP> 못지않은 고난도 게임입니다. 광활한 환경에서 자원을 모아서 '우주 공돌이'가 되는 것이 게임의 목표입니다. 혼자서 놀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모드와 훨씬 어려운 서바이벌 모드로 구분됩니다. 우주 공간, 지구, 화성 초원, 궤도선 등 다양한 배경이 등장하며, 플레이어는 여러 공간들을 탐사하면서 자신만의 생존을 하게 됩니다.
혹자는 이 게임을 '우주' 배경 <마인크래프트>라고 부르는데요. 그럴 만합니다. <스페이스 엔지니어>의 유저들은 여러 서버에서 다양한 기믹 플레이로 게임의 생명력을 끝없이 연장시키고 있습니다. 드릴로 땅을 파고 광석을 모아서 건물을 짓고, 에너지를 발생시켜 전력을 생산하면서 게임을 이어 나갈 수 있죠. 그중 백미는 단연 특정 행성에서 홀로 떨어진 뒤, 함선을 만들어 우주를 여행하는 것입니다.
<스페이스 엔지니어>의 함선 개발은 직접 자원 수급부터 설계, 제작까지 모두 플레이어의 손에서 이루어집니다. 플레이어가 팝업 인터페이스에서 함선을 조정하고 단축키를 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종석과 함선이 뜰 수 있게 만드는 추진체, 그리고 운전성을 유지하는 동력원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당연히 인간 캐릭터에게는 산소가 계속 공급되어야 합니다.
땅을 파서 자원을 만드는 것부터 함선 개발에 성공하기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비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심지어 <스페이스 엔지니어>는 멀티 게임이고 외국 서버에서 악성 플레이어를 만났다가는 뼈도 못 추리고 가진 자산을 전부 뺏길 수 있으니, 만약에 멀티 게임을 플레이할 계획이라면 좋은 서버를 잘 선택하시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우주선 만드는 건 싫고 우주 구경만 하고 싶다고요? 그런 분들을 위해 나온 게임이 우주여행 시뮬레이터 <스페이스 엔진>입니다. (<스페이스 엔지니어>와는 다른 게임이므로 구별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스페이스 엔진>은 플레이어에게 우주 경험을 주기 위해 개발된 게임으로 러시아의 1인 개발자가 몇 년째 스팀에서 크고 작은 버그를 수정해가며 서비스 중인 게임입니다. 수십억 개의 은하, 성운, 별, 행성이 등장하며 플레이어가 하는 것은 우주선을 조종하며 시공간을 탐험하는 것입니다.
게임의 행성들은 절차적 방식으로 형성되어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며 광활한 우주 공간에 자신만의 행성을 만들어 집어넣는 애드온도 존재합니다. 게임의 기체 조종은 실제 우주선 조종과 '비슷하게' 구현됐는데, 난이도를 설정해 조금 더 쉽게 만들 수도 있다고 합니다.
<스페이스 엔진>이 '우주 덕후'들에게 주목을 받은 이유는 바로 이 게임이 HMD(Head Mounted Display)를 지원하기 때문에 VR게임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플라이트 시뮬레이터>가 VR을 지원했다면, 이 게임은 우주선 조종의 재미를 주고 있는 것입니다. 게임 밖 스팀 페이지에서는 1인 개발자가 제공하는 별도 설명서가 존재하기 때문에 (자동 번역 기능을 쓰며) 참고하는 편이 좋습니다.
게임 내내 '우주풍' 앰비언트 BGM이 깔리기 때문에, 조작에 충분히 익숙해진 뒤 잠들기 전에 '오늘은 지구에서 안드로메다까지 가봐야지' 하면서 <스페이스 엔진>을 즐기는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여기 한 유저가 비행한 모습을 함께 감상하시죠. 현실에서는 NASA도 쉽게 못 하는 일을 5분 30초에 즐길 수 있습니다. 불멍? 물멍? 이제는 우주멍입니다.
아무런 배경도 없이 우주선 만들어서 쏘고 돌아다니는 것은 재미없다고요? 그런 당신에게 추천할 만한 게임은 바로 <스타 시티즌>입니다.
<스타 시티즌>은 미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오픈월드 게임으로 플레이어는 생존자가 되어 거대한 우주에서 자신의 함선을 만들어 타고 다니면서 여러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930년 뒤 미래 우주에서 플레이어의 삶을 그린다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 외에 여러 종족들이 등장하는 SF 성격을 보여주는 게임입니다.
<스타 시티즌>을 시작하는 플레이어는 (사이버펑크 2077처럼) 대형 기계 침대에서 하루를 시작해 자신의 고향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우주를 비행하는 것도, 택배를 배달하는 것도, 용병이 되는 것도, 다른 유저들과 함께 전장에 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우주 오픈월드 MMORPG로 대단한 야심작인데, 수년째 알파 서비스 중이며 테스트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게임의 패키지를 구매해야 합니다.
그래서 <스타 시티즌>은 종종 킥스타터 펀딩의 이면을 드러내는 게임으로 회자되고 있지요. 개발사는 여러 차례 추가 모금을 진행, 크라우드 펀딩만으로 6,500만 달러를 모금했지만, 출시 날짜는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2014년 정식 출시를 못박았던 게임은 아직 알파 테스트 중입니다. 킥스타터 펀딩을 개발자에 대한 지지와 응원으로 볼 것인지, 상품에 대한 선구매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쟁을 이야기할 때 <스타 시티즌> 사례는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어느 쪽으로든 <스타 시티즌>은 문제적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마지막은 <노 맨즈 스카이>입니다. 2016년 8월 9일 출시된 오픈월드 샌드박스 게임으로 엄청난 기대작으로 뽑혔으나 과대 광고 논란에 환술사태까지 벌어졌던 게임입니다. 우주에서 거의 모든 것을 될 것처럼 홍보됐지만, 랜덤 행성에 착륙 후 구경하고 채집하는 것이 전부였고, 최적화 문제에 모호한 결말부까지 모두 지적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노 맨즈 스카이>는 '절차적 생성 시스템'을 통한 거대한 우주를 구현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를 활용할 요소가 극히 없었죠. 우주는 분명 광활했지만, 행성 풍경은 대부분 비슷비슷했고 외계인도 비슷한 얼굴에 아주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다양한 행성을 탐사하는 재미가 없진 않았지만, 곧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만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자 게이머들은 지루함을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개발사 헬로 게임즈는 끝없는 '애프터 서비스'를 진행하며 <노 맨즈 스카이>를 다듬었습니다. 수년간 부단히 업데이트를 진행한 결과, 최적화는 상당히 개선되었으며 멀티플레이,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탐험 고도화 등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결과 헬로 게임즈는 2020년 더 게임 어워드에서 '최고의 서비스상'을 받았죠.
돌아보면 블러핑에 가까웠던 개발자의 호언장담, 트레일러와 달랐던 첫 모습에도 불구하고 헬로 게임즈는 부던히 노력해 <노 맨즈 스카이>를 '할 만한 게임'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노 맨즈 스카이>의 우주 탐험 경험은 분명 가치가 있습니다. 한국도 10년이 넘는 우여곡절 끝에 누리호 발사에 성공했으니 뭔가 좀 더 와 닿는 것 같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