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스트리머의 방송에 들어갔을 때, 아니면 하이라이트 장면이 나오기 직전 그리고 LCK와 같은 e스포츠 경기의 중간중간 틀어지는 수많은 광고. 시청자 입장에서는 중요한 순간마다 종종 '맥'을 끊기도 하며, 지루한 내용으로 휘황찬란하다면 괜시레 광고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먼 산만 쳐다보는 경우도 많다. 열심히 광고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가슴 아프고 무례할 말일 수도 있지만.
하지만 광고는 '자본주의의 꽃'이다. 현대인인 이상 광고의 홍수 속에서 살 수밖에 없고, 게이머도 마찬가지다. 광고 업계도 녹록지 않다. 어떻게 이런 세상 속에서 사람들에게 재밌고, 짧고, 굵게 핵심 내용을 각인시키냐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오늘도 수많은 마케터들은 조금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광고를 선보고자 불철주야 매진하고 있다.
(출처 : 라이엇 게임즈)
그렇다 보니 이따금 '변종'이 나오곤 한다. '광고'이긴 한데, 너무나 퀄리티가 뛰어난 나머지 오히려 광고를 사람들이 직접 찾아보거나 다음 시리즈가 나오길 고대하는 '독특한' 경우가 있다. 게임 업계에서 대표적인 사례라 한다면 라이엇 코리아가 <전략적 팀 전투>(이하 <TFT>) 세트(시즌) 3을 홍보하기 위해 머쉬베놈과 협업해 제작한 '두둥등장'이 있다.
해외에서도 특유의 발음을 "두두둥가"(DUDUDUNGA)라며 흉내 냈으니, 가히 국제적인(?) 성과라 할 수 있겠다. 이 참에 <TFT>만을 위해 국내에서 만들어진 곡들을 각종 비화를 포함해 모아 봤다. 두둥등장이 전부가 아닌 만큼, 처음부터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 플랜 B로 만들어졌던 "두둥등장"
본래 <TFT> 세트 3 홍보에는 "두둥등장"이 예정되어 있지 않았다.
<TFT> 세트 3 출시는 라이엇 게임즈에게도 꽤 중요하게 여겨졌다. 게임 업데이트 외에도 <TFT> 모바일 버전이 같이 출시될 예정이었기 때문. 새로운 세트의 테마 '갤럭시'와 '모바일 플랫폼 확장'이라는 키워드를 재미있게 알리기 위해 각종 아이디어가 나왔고, 7~8개에 가까운 안이 논의됐다. 이 중 '페이커' 이상혁을 모델로 한 빅 모델을 활용한 방안이 플랜 A로 거론됐다.
여러 사정으로 플랜 A 기획이 취소되고, 플랜 B로 나온 방안이 마스코트 캐릭터 '펭구'를 활용한 캐릭터 랩송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뮤직비디오 감독이 머쉬베놈을 제안했고, 래퍼 본인이 <롤>을 좋아해 흔쾌히 제안을 수락하며 만들어진 것이 '두둥등장'이다.
워낙 국내외 반응이 좋았기에, 곡이 출시된 후 라이엇 해외 지사에서 "무슨 뜻이냐", "어떻게 이런 것을 만들 수 있었냐?"는 등 관련 문의가 쏟아지기도 했다. 실제로 라이엇 라틴 아메리카는 자막을 달아 공식 유튜브 채널에 따로 두둥등장을 업로드하기도 했다.
LCK 결승전 오프닝에도 사용된 '두둥등장'
# LCK 시청자들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가진 "위풍당당"
"두둥등장"은 세트 4 홍보 음악 "위풍당당"으로 이어졌다. 동일하게 머쉬베놈과 TOIL이 랩/작곡을 맡았다. 또한 국내 소리꾼 '박유민'이 참여해, 전작처럼 중독성 있는 훅을 가져가면서도 한국 특유의 느낌이 물씬 담겨나도록 만들어졌다.
두둥등장이 LCK 매치 대기 시간에 등장해 국내외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만큼, 위풍당당은 개사를 통해 2020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전용 버전인 '월즈 앞에 위풍당당'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흥미롭게도 2020 롤드컵은 담원 게이밍이 역대급 경기력을 뽐내며 LCK에게 왕좌를 되찾아준 해다.
# 밈(meme)이 적극 차용되기 시작한 '멋뜩함'
세트 5를 기념해 공개된 '멋뜩함'에서는 신규 세트의 콘셉트에 맞춘 MV와 함께 각종 밈의 적극적인 차용이 눈에 띈다.
<롤>이나 <TFT>와 관련한 밈이 MV 내내 깨알같이 담겨 있는데, 가령 "오른 스킨 언제 나오나여?"라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롤>의 캐릭터 중 하나는 오른은 캐릭터 출시 후 3년 4개월 만에 새로운 스킨이 나온 것으로 유명하다. 하필 해당 문구를 언급한 채팅의 프로필 사진도 "꿀벌"이니, 정말 노렸다고 할 수밖에.
(출처 : 라이엇 게임즈)
# '더블 업' 모드에 집중한 '세트 6'
세트 6 '기계와 장치'에서는 하하와 비비가 참여한 '오손도손'이 공개됐다.
오손도손에서는 새롭게 출시됐던 '더블 업'모드에 초점을 맞췄다. 동료와 하나의 체력을 공유하는 모드로, 두 명의 플레이어가 서로 아이템을 주고받거나 각자의 보드에서 플레이를 마친 후 동료의 보드로 이동해 플레이를 돕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더블 업 모드의 특성을 신규 프로모션 음원 가사 내 ‘너랑 나랑 우리 둘이’, ‘오손도손’, ‘깐부’, ‘주거니 받거니’ 등의 단어로 치환했다.
또한 라이엇 게임즈 측에서 "밈을 찾는 재미로 다시 봐도 좋다"라고 언급할 만큼 다양한 밈이 영상 속에 숨어 있다. 하정우의 '김 먹방'이나 각종 <롤> 챔피언들의 관계나 특징을 통한 밈이 뮤직비디오 속에 숨어 있다.
소라카의 채팅에 주목 (출처 : 라이엇 게임즈)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시즌 중반 대규모 업데이트가 적용되는 세트 6.5에서는 유명 <롤> 유튜버와 협업을 통해 곡을 공개하기도 했다. 직접 제작한 비트와 랩을 통해 <롤> 동영상을 만드는 킬링벌스와의 협업으로 새로운 기물 '실코'와 더블 업 모드의 특성을 흥미롭게 영상 속에 녹여냈다.
# "게임 시스템 소개"에 집중한 '쥬래건의 땅'
<TFT> 세트 7에서는 특유의 라임으로 유명한 래퍼 노페갓(노스페이스갓)의 '복덕방'을 개사한 '쥬래건의 땅'을 선보였다. "세트 내에서 유저가 어떤 것을 체험할 수 있는지 미리 알리기 위해" 제작된 만큼, '용의 땅'에서 체험할 수 있는 신규 시스템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여담으로 래퍼 본인이 실제 게임 유저이기 때문인지, 노래 도입부에 나오는 "내 닉네임 ***유미다! '용의 땅'에서 보자!"라는 가사도 눈에 띈다.
실제로 노페갓은 LCK 스프링 시즌에서 일요일 경기가 마치고 진행되는 '롤리나잇'에 멤버로 출현한 바 있는데, 당시 맡았던 역할은 프로그램이 끝나기 전까지 간간히 멘트를 치며 세트장 뒤편에서 <롤>을 하는 것이었다.
계약상 6마디 이상이 금지기 때문에 진짜 <롤>만 했다. 이외로 첫 방송에선 2연승을 했다고(...) (출처 : L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