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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대항해시대 오리진 출항 임박! 시리즈 35년의 역사를 돌아보다

'항구를 떠도는 철새'들 여기 모이자!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김재석(우티) 2022-07-13 10:07:39

라인게임즈의 야심작, <대항해시대 오리진>이 드디어 나오는 듯합니다. 코에이의 고전 명작 <대항해시대 2>를 기반으로 한 MMORPG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몇 차례 연기를 거친 끝에 7월 12일, 예약자 모집에 돌입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대항해시대>는 참 할 이야기가 많은 게임입니다. 코에이의 <대항해시대>는 30년 넘는 장수 IP로 시리즈마다 그 특성을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2편에서 3편으로 넘어갈 때 엄청난 자유도를 부여했고, MMORPG로 이미 한 차례 출시되어 주목을 받은 바 있으며, 여러 플랫폼으로도 출시되었습니다. '항구를 찾기 위해 사회과부도를 찾았다'와 같은 플레이어 개개인의 추억은 말할 것도 없죠. 

 

<대항해시대 오리진> 출시를 기념해, 30년 동안 게이머들을 넓고 푸른 해양으로 보내주었던 <대항해시대>의 역사를 되돌아봅니다.

 

 


 

# 태초에 <해적!>이 있었다

 

게임으로서 <대항해시대>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그 시발점으로 <시드 마이어의 해적!>(1987, 이하 해적!)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문명>으로 유명한 게임 개발자 시드 마이어는 카리브해에서 해적선을 몰고 다니며 항구를 탐험하고 해상전과 백병전을 펼치는 <해적!>​을 출시했습니다. 이 작품은 게임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데요. 나이 시스템의 도입, 인 게임 가이드북인 백과사전 제공 등 훗날 여러 게임에 들어가는 부가 요소의 단초가 되는 기능을 제공하면서도 자유로운 플레이를 지원하며 샌드박스 게임의 방향성을 제시한 작품으로도 일컬어집니다.

 

<시드 마이어의 해적!> 선상 결투는 훗날 <대항해시대> 일기토의 모티브가 됩니다. (출처: 아타리매니아)

일본에서 <신장의 야망>(1983), <삼국지>(1985), <푸른 늑대와 흰 사슴>(징기스칸, 1987)를 연속 히트 시키며 역사 시뮬레이션 개발사로 거듭나던 코에이는 <해적!>​ 성공 사례에 주목합니다. 동양사를 소재로 한 역사 게임을 내놨던 코에이는 이번에는 유럽 역사 속 대항해시대를 게임으로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코에이는 <해적!>의 요소를 재해석해 포르투갈의 항해사 레온 페레로와 부관 롯꼬 알람켈 일대기를 그린 <대항해시대>(1987)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그리고 이 게임으로 <대항해시대>는 3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시리즈가 되었습니다. 사실 <대항해시대>(1987)은 한국어를 지원하지도 않았고, 게임의 시스템은 대부분 <해적!>에서 차용한 것이며, 함대를 키워 공주와 결혼한다는 다소 평면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시리즈의 출발점' 이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엔 살짝 애매한 게임입니다.

 

그럼에도 지중해부터 동아시아에 이르는 전 세계 항구, 교역을 통한 금화(두카트) 벌이, 퀘스트와 해적 퇴치, 태풍, 선원의 죽음 같은 이벤트 등 게임의 재미 요소는 오늘날까지 계승되고 있습니다. 

 

한국어 버전은 없었던 <대항해시대>
시리즈의 시작을 알렸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 교역-모험-전투의 삼각형을 완성한 <대항해시대>


역사 시뮬레이션을 한 편으로 끝내기 아쉬웠던 코에이는 1993년 <대항해시대 2>를 내놓습니다. 그리고 기자는 추억 조금 보태서 이 게임을 불후의 명작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대항해시대 2>부터 게임은 한국어로 번역, 출시되기 시작합니다. 5.25인치 디스켓에 담긴 <대항해시대 2>는 소년의 열정에 불을 지폈습니다. 30대 이상 게이머 중에 <대항해시대 2>를 모르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기자도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공책에 교역 루트를 그려가며 <대항해시대 2>를 플레이한 기억이 생생합니다.

 

 

<대항해시대 2>는 전작의 샌드박스적 요소를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주인공을 6명으로 늘려 캐릭터마다 다양한 게임 플레이 경험을 주었습니다. 긴 호흡의 플레이를 하고 싶다면 전작 주인공의 아들인 조안 페레로를, 전투를 하고 싶으면 옷토 스피노라를, 세계지도를 만들고 싶다면 에르네스트 로페스를 골라서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플레이어는 한 명의 캐릭터를 골라 플레이하면서도, 다른 캐릭터들과 조우하는 재미를 경험할 수 있었죠.

 

특히 <대항해시대 2>는 전작의 요소를 확대하면서 시리즈의 근간이 되는 '교역-모험-전투의 삼각형'을 완성시켰습니다. 스토리의 진행을 위해 명성을 도입해 경험치가 충분히 쌓인 뒤에 다음 줄거리를 볼 수 있도록 게임을 설계했고, 부관과 특기, 다양한 아이템 등이 추가되어 RPG 요소가 전작보다 훨씬 강해졌습니다. 주점에서 여급을 만나서 호감도를 올리는 이벤트도 인기가 많았습니다.

 


새벽에 문을 여는 도구점을 찾아 귀한 무기를 얻거나, 떼인 돈을 받아주는 척하고 플레이어가 몰래 가져가는 메타 플레이가 '게임피아' 같은 게임잡지라던가 입소문을 통해서 공유되었죠. 개인적으로 최고급 항해사인 필리 레이스를 고용하기 위해 스펙을 키우다가 그가 필요 없어질 정도로 함대가 강해져서 허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1편보다 훨씬 커진 볼륨의 <대항해시대 2>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화권에서 반향을 이끌었고 1997년 외전으로도 출시됩니다. 밀란다 베르테, 살바도르 레이스 등 2명의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추가되어 2편과 거의 유사한 시스템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진행하는 게임이었습니다.

 

<대항해시대 2>의 BGM은 칸노 요코가 작곡했는데, 지금 들어도 대단히 좋은 명곡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라인게임즈는 각고의 노력 끝에 칸노 요코의 음악을 <대항해시대 오리진>에 싣는 데 성공했다고 하죠. 어떤 음악이 실릴지 기대가 됩니다. 참고로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대항해시대 2>를 기반으로 하는 MMORPG입니다. 시리즈 최고의 작품을 재탄생 시키겠다는 것이 모티프 이득규 대표의 포부입니다.

 

 

# 진짜 명작은 3편이다?!

 

많은 분들이 <대항해시대 2>를 시리즈 최고의 작품으로 꼽고 있지만, <대항해시대 3>(1996)이 최고라는 '소수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 이유를 만나 보시죠.

 

 

3편에서 플레이어는 탐험가, 발굴자, 사냥꾼, 정복자 중 하나의 직업을 고르게 됩니다. 그리고 바다에 던져집니다. 여기서부터는 플레이어가 알아서 해야 합니다. <대항해시대 3>는 (MMORPG 제외) 시리즈 최고의 자유도를 보여준 것으로 유명합니다. 단선적인 이야기를 추적하는 방식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플레이가 바뀌는 게임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JRPG 플레이는 '오빠의 복수를 한다'거나 '프레스터 존 왕국을 찾아낸다' 같은 확실한 목표 속에서 선형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취향에 따른 실망과 비판도 적지 않았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대항해시대 3>에서는 백과사전을 채우든, 세계일주를 하든, 무(Mu) 제국을 발견하든, 해적왕이 되든 플레이어 마음입니다. 2개의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있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커스터마이즈 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서 출항했습니다.

 

탐험이 강조됐던 <대항해시대 3>에서는 퍼즐 요소까지 가미되었습니다

 

'<대항해시대 3> 최고'론자들이 주장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플레이 이력에 따라서 실제 역사가 반영된다는 것입니다. 포르투갈과 에스파냐가 서로 세계를 절반으로 나누기로 약속하며 두 나라 사이의 불가침조약이 맺어지거나(토르데시야스 조약), 우마이야 왕조가 그라나다를 점령하는(레콩키스타) 등의 실제 역사의 이벤트가 게임에 적용되어 영향을 미칩니다.

 

이 뿐 아니라 바톨로메우, 바스코 다 가마 등 역사 속 실전 탐험가들과 각종 탐험물을 먼저 찾는 경쟁 요소도 있습니다. 덕분에 분명 혼자서 게임을 하는 싱글 게임인데 다른 플레이어가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게 될 때도 있었습니다. 시리즈 최초로 언어 기능이 도입되어, 언어가 통하지 않는 지역에서는 교역과 투자를 할 수 없게 됐죠. 이런 높은 사실성은 <대항해시대 3> 긍정 평가의 주요 원인입니다.

 

실존 인물이 대거 등장했던 <대항해시대 3>

 

# 마지막 패키지의 불꽃

 

<대항해시대 4>(1999)는 전작이 대중적으로 2편만큼의 반향을 얻지 못했다는 지점을 감안해 시나리오의 볼륨을 키우고 자유도를 줄이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2편처럼 여러 명의 캐릭터 중 하나를 골라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며, 전작보다 보기 편해진 유저 인터페이스(UI)에 아름다운 그래픽을 추가해 보는 재미를 더했습니다.

 

<대항해시대4>는 HD 버전으로 만들어져 스팀에서 판매 중입니다

<대항해시대 4>는 세계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난, 대항해시대가 끝난 뒤의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17세기 초반으로 시간을 이동해 스웨덴의 해군 호드람 요하킴, 중국인 여제독 마리아 이 등 지중해 바깥의 등장 인물들이 대거 추가되었으며 전작들에 비해 난이도를 낮춰 신규 유저들의 유입을 꾀했습니다. 플레이어들이​ 3편에서 거친 바다에 내던져졌다면, 4편에서는 정해진 길만 잘 따라가면 됐습니다. 개별 퀘스트를 깨면서 '패자의 증표'를 찾는 게 게임의 목표입니다.

 

이 게임은 한국에 1999년 정식 수입되었습니다. PC 통신이 건재했으며, 초고속 인터넷이 점차 보급되던 시절이죠. 이 무렵 인터넷에서는 코에이 역사 게임의 한국 홀대론이 솔솔 피어올랐습니다. '일본에는 도시가 3개나 있는데 한국에는 (항구도 아닌) 한양 하나만 있는 게 말이 되냐?', '백제의 무령왕릉에서 신라 금관을 발굴하는 이벤트는 역사 오류다' 등의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대항해시대4 PK>에는 일본인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등장했지만 한국에는 조선인 항해사 한 명(설이화)만 추가됐다는 점도 홀대론의 근거로 제시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컷씬이 등장했던 <대항해시대4>.순정만화가 생각난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안타깝게도 <대항해시대 4>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3D가 부분적으로 도입됐고, '유행' 기능을 가미해 특정 교역품을 비싸게 팔 수 있는 옵션도 추가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온라인게임의 영토가 넓어지던 시절이고, 알다시피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는 '메이드 인 블리자드' 게임의 시대였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항해시대 4>가 빛을 발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여담이지만, 이 무렵(2000년) '얼굴 없는 개발자'이자 <신장의 야망>, <삼국지>, <대항해시대> 개발에 모두 관여한 시부사와 코우가 얼굴을 공개합니다. 그의 정체는 코에이의 창업자 에리카와 요이치였습니다.

 

오늘날 <대항해시대 4>를 사실상 마지막 넘버링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합니다. <대항해시대 5>와 <대항해시대 6>은 각각 웹게임과 모바일게임으로 출시됐고 현재는 서비스를 종료해 만날 길이 없습니다. (두 게임에 대한 평가도 좋지 않았죠.) 예전 게임이야 에뮬레이터를 구하든 웹에서 구동하든 만나볼 방법이 있지만 두 게임은 아예 서버에서 내려갔기 때문에 플레이를 할 수 없습니다.

 

 

# 어느새 17년차 MMORPG 된 <대항해시대 온라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코에이는 <대항해시대 온라인>(2005)​을 개발합니다. PD는 <대항해시대 3>부터 게임 개발을 맡아온 다케다 토모카즈가 맡았습니다. 이 게임은 지금까지 살아남아 라이브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대항해시대 2>가 정립한 모험, 교역, 전투를 발전시켜 여러 사람들이 지구의 바다 위에서 경쟁하고 협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대항해시대 온라인>에는 스킬을 배우고, 랭크를 올려서, 상위 개념의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성장 시스템이 상당히 빽빽하게 들어갑니다. 또 바다에서의 1일을 실제 시간 1분으로 적용해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가려면 배에 따라 수십 분 이상 소요되는 설계로 독창적인 모델을 구현했습니다. 거리 = 속력 x 시간의 공식이 도입된 MMORPG로 시간이라는 고정값을 극복하기 위한 '속력' 경쟁이 이 게임의 주요 콘텐츠였습니다. 배를 업그레이드하고 항해 스킬을 키워서 남들보다 빠르게 많은 교역품을 싣고 가는 것이죠.

 

<대항해시대 온라인>이 장수 PC 온라인게임인 만큼 여러 문제를 겪기도 했습니다. 한 사람이 여러 계정을 운영하는 '다클'(다중 클라이언트)에 관한 논쟁이 있었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리된' 부분도 있습니다. 유저들이 모두 떠나 아무도 없는 것보다는, 몇 사람이라도 여러 캐릭터를 부리는 게 낫다는 결론이 도출되었습니다.

 

이 게임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대단히 많습니다만, '독특한 게임성과 엄청난 분량으로 시리즈의 명맥을 잇고 있다'고 요약해볼까 합니다.

 

<대항해시대 온라인>의 콜로세움 (출처: 넷마블)

 

# <대항해시대 오리진> 출항 임박, '대항해' 명성 이어갈까?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라인게임즈와​ 코에이테크모 게임스가 공동 개발하는 오픈월드 MMORPG로 역대 시리즈 중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대항해시대 2>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입니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여관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도구점

 

이번 게임은 현실적인 게임 환경 구현에 막대한 공을 들였는데, 전 세계에서 수집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풍향, 풍속, 조류 등을 실제 데이터 기반으로 구축하였으며, 철저한 고증 연구와 언리얼엔진4를 활용한 그래픽을 바탕으로, 16세기 중세시대 배경의 주요 항구와 다양한 형태의 함선을 재현했습니다. 

 

2020년과 2021년 2차례의 CBT를 진행했으며, 개발사 모티프의 이득규 대표는 두 차례 CBT에서 얻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게임을 다듬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2차 CBT에서는 1차보다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었고, <대항해시대 온라인>에서 차용한 듯한 부분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3분기 모바일과 PC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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