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음악은 떼 놓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게임과 음악이 시너지를 일으킨 사례도 많습니다. 두 주제를 가지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을 써 보고자 합니다. 흥미롭지만 어디에서도 정리된 내용을 찾기 어려운 소재를 모았습니다. - 게임과 음악 연재
① '우마무스메'에는 '우마뾰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링크)
② FPS의 총소리로 '노래'를 만든다고요? 건사운드 리믹스 (링크)
③ 음악과 게임이 빚어낸 예술. 프랙무비 (링크)
④ 전 세계 통기타 마니아 홀렸던 우크라이나 게임 (링크)
⑤ 게이머 가슴 설레게 하는 최고의 게임 프랙무비 모음 (링크)
⑥ 으스스했던 게임 '포탈', 그리고 '포탈: 프렐류드' (현재 기사)
게이머라면 퍼즐 게임 장르에 깊은 족적을 남긴 <포탈> 시리즈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국 '디지펜 공과대학' 학생들의 졸업 작품으로 출발한 <포탈>은 발표 자료를 눈여겨본 밸브가 학생들을 직접 스카우트하며 만들어졌다. 참고로 디스이즈게임은 평소 한국 사랑으로 유명한 <포탈>의 개발자 '지프 바넷'과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포탈: 프렐류드>가 주목받았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상하리만큼 기자에게는 게임 내에 사용된 음악 덕분에 기억에 남아 있다. 무엇보다도 <포탈> 시리즈 특유의 분위기에 맞춘 선곡이 적절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포탈>에 사용됐던 구버전 '소스'(Source) 엔진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 소스는 밸브가 2004년 제작한 게임 엔진인데, <하프 라이프 2>나 <포탈> 등 밸브가 게임 개발사로써 전성기를 맞이했을 때 출시한 게임들에 사용됐다. 현재의 관점으로 보면 썩 좋은 그래픽은 아니지만, 당시에는 준수한 그래픽을 뽐냈으며 게임에 적용된 물리 엔진 '하복'이 놀랍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소스 엔진은 특유의 '으스스하며 무언가 답답한' 분위기를 내뿜기로 유명하다. 그래픽 기법이 그다지 과장되지 않고 현실과 비슷한 색감을 가져가려 하면서도, 당시 기술의 한계로 실사와 같은 수준이라기엔 부족했기 때문이다. 색감 또한 칙칙한 편이었다. 특히 '케놉시아'(Kenopsia)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을 법하면서도 없는 텅 빈 공간을 오갈 때 이런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관련한 괴담도 있었고, 이를 실제로 구현한 모드도 있다.
의도했다고 볼 순 없지만 2007년 출시된 <포탈> 역시 이런 분위기를 잘 보여준 게임이다. 퍼즐 게임이지만 "무섭다"는 반응을 보내는 사람이 일부 있을 정도였다.
<포탈>은 '에피처 사이언스'라는 연구소에서 '글라도스'라는 인공지능의 명령을 받아 실험을 진행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작중에서 '사람'은 주인공 빼고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실험실답게 배경마저 대부분 흰색과 검은색 그리고 파란색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맵 곳곳에는 선행 실험자들의 으스스한 낙서가 숨겨져 있다. 등장인물도 많고, 끊임없이 대화문이 출력되는 <포탈 2>와는 다르다.
<포탈: 프렐류드>는 모더가 창작한 <포탈> 이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비슷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창문 바깥에서 주인공을 관찰하는 연구원이 등장하는 등 스토리에 맞는 차별화를 줬다.
<포탈: 프렐류드>는 비상업 모드라는 특징에서 착안해 무료 저작권이 있는 곡이나 기성 음악을 활용했다.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곡이라면 유명 인더스트리얼 록 밴드 '나인 인치 네일스'의 6집 앨범 <Ghosts I-IV>를 일부 사용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개인 창작자의 모드임에도 불구하고 <포탈: 프렐류드>에는 나인 인치 네일스의 음악이 포함될 수 있었다. 무료로 제공되는 개인의 모드이기에 저작권상 무리가 없었으며, 위에서 언급한 소스 엔진과 <포탈> 특유의 분위기와 적절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많은 곡이 사용된 것은 아니지만, 곡이 가장 적절하게 활용된 예는 글라도스와의 추격전에서 사용된 'Ghosts - I 3'이 있다.
<포탈: 프렐류드>는 현재도 공식 홈페이지와 모드 창작 사이트 'moddb'에서 배포되고 있다. 연식 있는 액션 퍼즐 게임을 찾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플레이해보길 권한다. 난이도가 정제되지 못했다거나 몇몇 퍼즐은 사실상 '편법' 사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 존재하긴 하지만, <포탈> 혹은 소스 엔진의 느낌이 묻어나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플레이할 가치가 분명히 있는 게임이다. 최근에는 RTX 리메이크 작업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