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E3 취소 관련 기획기사 모음]
1. E3는 어떻게 시작됐고, 어떤 굴곡을 겪어왔나 (링크)
2. E3 취소 사태로 살펴본 업계의 3가지 고민 (링크)
3. E3 취소, 앞으로 대형 게임쇼는 어떻게 될까? (현재 기사)
E3가 취소됐다. 앞으로 대형 게임쇼는 어떻게 될까?
한때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쇼 중 하나로 여겨졌지만, 코로나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던 E3는 2023년 B2B 중심의 행사를 B2C가 포함된 행사로 바꾸겠다고 선언하는 등 '부활'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계속되는 대형 게임사들의 참가 거절과 함께 개최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행사가 취소됐다.
이번 E3 개최 취소는 '오프라인 게임쇼'의 종말을 예고하는 걸까? 물론 E3가 취소됐다고 해서 모든 게임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올해 여름 이후로 개최될 해외 게임쇼 '게임스컴'과 '팍스'의 모습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통해 오프라인 게임쇼가 '신작을 공개하는 무대'에서 오프라인 관람객들을 위한 '체험과 행사의 장'으로 바뀌리라는 점은 예측해 볼 만하다.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보다 게이머를 위한 '오프라인 행사'로 변신?
이제 게임쇼는 보다 이용자 친화적인 오프라인 행사로 변모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국내 게임쇼에서 이미 보이던 동향이다. 대형 게임사들이 각자의 개발 일정에 맞춰 자체적인 쇼케이스를 진행하는 지금, 오프라인 행사에서 굵직한 발표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긴 어려워졌다. 게임쇼는 일반 관람객을 위한 확실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행사로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E3 역시 본래 B2B 위주의 컨퍼런스였다. 대형 발표가 있고, 녹화 혹은 생중계된 장면이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긴 했지만, 현장 참석자는 대부분 업계인이었다. 일반 이용자는 초대장이 없으면 접근이 어렵고, 설사 초대장이 있더라도 비싼 돈을 지불해야 했다. 2023 E3가 취소되기 전 행사를 B2B와 B2C가 융합된 복합 행사로 바꾸려 했던 이유다.
2022년 국내 게임쇼에서 보인 모습으로도 확실히 이런 경향이 강했다. 2023 지스타는 '대형 게임사의 굵직한 신작 최초 발표'는 없었지만, 이용자들은 '최대 규모의 체험존'을 설치한 1관의 넥슨 부스나 기존 출시된 게임들의 굿즈 판매 및 현장 이벤트 그리고 온라인에서 체험하기 어려웠던 출시 전 게임의 체험관이 있던 2관으로 몰려들었다. 여담으로 지스타는 본래 하나의 관만을 사용했다. 2관까지 B2C 관이 확장된 것은 이번 년도가 최초다.
<P의 거짓>, <원신>, <니케> 등의 게임이 몰려
많은 관람객이 찾아왔던 2022 지스타 2관
본래 대형 게임사의 참가가 많지 않았던 서브컬처 행사 'AGF'에서는 서브컬처 게임을 서비스하는 게임사들이 오프라인 행사를 위한 무대로 이번 행사를 선택하면서 각종 게임 부스와 함께 수많은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북미 지역에서 3월 23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북미 게임 행사 '팍스 이스트'(PAX East)가 수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마무리됐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팍스 이스트는 세계 최대 게임 개발자 행사인 'GDC 2023' 직후에 개최되었음에도 '일반 관람객'을 위한 행사인 덕분인지 취소되지 않고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마무리됐다. 대형 게임사로는 닌텐도와 스퀘어 에닉스가 참가했으며, 스퀘어 에닉스는 요시다 나오키 PD가 플레이한 <파이널 판타지 16>의 신규 플레이동영상을 공개해 호응을 끌어냈다. 닌텐도는 현장에서 자사 게임을 대상으로 한 e스포츠 이벤트를 진행했다.
또한, 중, 소규모 게임사들에게 이런 게임쇼는 자사 게임 이용자들을 상대로 한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기 적합한 무대다. 대관비와 같은 요소를 고려하면 비용 상 무조건 이득이 발생한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수요 예측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게임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이 대거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대형 게임쇼를 통해 유저를 맞이하는 것은 분명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보다 '게임 홍보'에 절박한 인디 씬의 존재감이 더욱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대형 게임사들은 자사 컨퍼런스가 효율적이라지만, 그럴 자본과 인력이 되지 않는 중 소규모 개발사에겐 아직 오프라인 게임 행사는 소중한 기회다. 국내의 경우 '웰메이드 게임'에 대한 수요와 함께 계속해서 인디 씬에 관한 이용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을 통해 세계적 경기 침체의 여파로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한 게임사에게 '오프라인 행사에 대한 확실한 메리트'를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E3가 취소된 이유 중 하나는 비용 부담을 부담스러워하는 대형 게임사들이 줄줄이 참가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2022 도쿄게임쇼의 모습
이 역시 대형 게임사가 참가를 취소하면서, 본래 이들이 있어야 할 자리가 텅 비었다.
# VR, 메타버스 형식 관람은? 아직 멀었다
코로나 시대, 늘어난 관심과 함께 온갖 투자를 받으며 떠오른 산업으로는 VR과 메타버스가 있다. 그리고 오프라인 행사 진행이 어려워지자 메타버스나 VR 세계를 통해 전시 및 관람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자구책을 꾀한 해외 행사들이 있다. 게임쇼로 범위를 좁히자면 계속해서 VR 전용관을 개설해 온 도쿄게임쇼가 한 예다. 그렇다면 '가상 체험' 방식이 게임쇼의 활로가 될 수 있을까?
아쉽게도 이 부분은 "아직 멀었다"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도쿄게임쇼의 VR 전시관을 예로 들면 이해가 쉽다. 해를 거듭하며 VR 관의 퀄리티는 상승해 오고 있지만, 냉정히 말해 여전히 볼거리가 적다는 것이 문제다. VR의 특성 상 어쩔 수 없이 저화질로 만들어진 조형물들을 보며 돌아다니거나, 게임의 콘셉트 아트, 도쿄게임쇼의 역사 정도를 보는 것 정도가 끝이다.
이용자가 굳이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시간을 내어 관람할 이유가 적다. 게임 트레일러를 볼 수도 있긴 한데, 그럴 거라면 유튜브에 검색이 더 빠르고 편리하다.
(출처: 도쿄게임쇼)
도쿄게임쇼 VR 관이 이용자 유치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플레이어 아바타의 외형을 자유롭게 꾸밀 수 있게 해 주거나, 맵을 돌아다니며 숨겨진 퀘스트를 완수하고 보상을 받는 콘텐츠가 있다. 그러나 해당 VR 세계 내에서 사용될 수 있는 아바타를 얻는 정도라 의미가 적었다. 이 덕분인지 당시 VR을 체험해 봤을 때는 상당히 한산했다. 실제 도쿄게임쇼 현장에서도 VR을 직접 쓰고 가상 전시관을 둘러볼 수 있는 부스가 있었는데, 관람객들은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따라서 VR 방식의 체험관은 아직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한 때 VR이 '게임의 미래'로 평가받다가 관심이 크게 줄어든 지금과 비슷하다. 도쿄게임쇼 외에도 퓨처 게이밍 쇼, 인디크래프트 등의 행사가 비슷하게 VR 전시관을 마련했지만, 모두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가상 체험이 의미를 얻으려면 VR 기기를 소유한 사람을 끌어들일 만한 이벤트로 의미를 살리거나, 기술이 더욱 발전하고 기기 보급이 충분해진 후에야 가능하리라 보인다.
무엇보다도 '유의미한 이벤트'가 있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관람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데이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대형 오프라인 게임쇼가 사양세에 접어든 이유 중 하나는 '비용 문제'인데, 사람의 발길도 거의 없는 VR 관을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준비할 개발사는 더더욱 없을 테니까.
한산했던 VR 관람 부스
# 번외: 게임쇼 춘추전국시대 열리다
번외로 E3와 같은 대형 게임쇼가 사라진 현재에 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3는 사라졌고, 각 게임사가 하나의 대형 게임쇼 안에서 각축전을 벌이는 대신 각각 자사의 스케줄과 일정에 맞추어 별도의 쇼케이스로 게임을 공개한다는 사실은 명확해졌다. 재미있는 점은 덕분에 6월에 열리는 게임 관련 행사가 상당히 많아졌단 것이다. E3가 취소됐던 지난 2022년, 빈자리를 채워 낸 채워낸 게임쇼는 아래의 표와 같다.
해외 매체 PC 게이머는 당시를 리뷰하며 "게임은 넘쳐났지만,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라고 언급했다. '게임쇼 춘추전국시대'를 맞아 관심이 분산되어 버린 모양새다. 이번 년도 역시 다양한 게임사가 6월에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 예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