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간간이 레이더에 걸리다가 요즘 들어 문득 생각지도 못한 경로로 언급되는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작혼: 리치 마작>(이하 <작혼>)입니다.
<작혼> 공식 홈페이지. PC에선 웹 게임으로 구동된다.
<작혼>은 미형 캐릭터를 내세운 일본식 마작(리치 마작) 게임입니다. 2018년 홍콩에서 출시됐습니다. 국내에선 작년 인터넷 방송을 통해 입소문을 타더니 같은 해 한국어 패치가 이루어졌고 올해에는 한국에 정식으로 출시하기까지 했습니다. 서브 컬처 보드 게임은 많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낯선 '마작'까지 합쳐진 <작혼>은 어떻게 발매 5년 만에 한국 서버까지 내놓을 수 있었을까요?
궁금증에 직접 해본 <작혼>. 수집형 게임이라고 하기엔 각 캐릭터의 매력을 보여주는 서사가 없습니다. 웹 게임 기반이라 획기적인 시각 요소를 제공하지도 않습니다. 제가 <작혼>을 계속 붙잡게 된 이유는 더욱 근본적인 데 있었습니다. ‘4명을 모으는 게 가장 힘든’ 마작, 직접 해보니 꽤 재밌습니다.
그런데 참 어렵습니다. 초보자 가이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인 게임 가이드도 있고, 긴 역사만큼이나 공략 글도 많습니다. 심지어 '디스이즈게임'에도 9년 전에 작성된 마작 가이드 글이 있습니다. 하지만 용어조차 낯선 초보자의 눈에는 그것도 꽤 어렵습니다.
생소한 용어부터 시작해서, 분명 공략을 열심히 보고 기본적인 룰을 파악한 것 같은데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알 수 없는 이유로 ‘끝내기’가 안되는 순간이 나옵니다. 나 홀로 벽보고 하는 그림 맞추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작혼>의 인 게임 가이드를 교보재로 삼아, '마작 용어에 친숙해지기' 그리고 '막힘 없이 첫 승리하기'를 목표로 하는 초보자 가이드입니다.
우측 상단에 위치한 물음표를 클릭하면 인 게임 가이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우리를 반겨주는 '역 일람'
아이고. 리치, 멘젠, 화료… '역'은 마작의 승리 조건을 모아둔 '족보'입니다. 지금은 우선 게임의 기본 규칙과 목표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13개 패를 들고 시작해서 매 차례 하나를 뽑고 하나를 버립니다. 그 과정을 반복해서 14장의 승리 조건을 모으는게 목표입니다. 이제 튜토리얼부터 천천히 보겠습니다.
용어가 낯설더라도 괜찮습니다! 충분히 익숙해지실 수 있도록 이 글에선 마작 용어를 사용하되, 매번 최대한 풀어서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 <작혼> 튜토리얼 함께 보기 - 1.패의 종류
가장 먼저 익숙해져야 할 패의 종류
'마작 용어에 익숙해지기' 첫 단계로 패의 종류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마작에는 5가지 종류의 패가 있습니다. 순서대로 1~9만의 ‘만수패’, 1~9통의 ‘통수패’, 1~9삭의 ‘삭수패’, 동남서북 ‘풍패’, 백발중의 ‘삼원패’라고 부릅니다. 만수패, 통수패, 삭수패는 숫자로 이루어진 ‘수패’이고, 풍패와 삼원패는 글자로 이루어진 ‘자패’ 입니다.
이렇게 34개 패를 4벌, 총 136개의 패로 진행합니다. 4명의 플레이어는 각자 13장의 패를 들고 시작하고, 매 차례 1개를 새로 뽑고 1개를 선택해서 공개하고 버립니다. 이것을 반복하여 먼저 14장의 역(족보)을 맞히는 것이 게임의 목표입니다. 참고로, 뒤에 다시 나오겠지만 패를 뽑는 행위는 '쯔모'라고 합니다.
수패 - 만수패, 통수패, 삭수패
수패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만수패와 통수패는 몇만과 통 몇개. 일단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반면, ‘삭수패’는 분명 대나무 그림인데도 불구하고 ‘죽수패’가 아닙니다. 괜스레 헷갈리죠. 索, ‘노 삭’이라는 한자를 씁니다. 노끈 할 때 그 ‘노’ 자입니다. 원래는 대나무가 아닌 새끼줄 모양으로 그렸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수패를 부를 때는 뒤에 이름을 붙여 대나무 1개면 1삭, 통이 2개면 2통과 같은 방식으로 부릅니다.
자패 - 풍패, 삼원패
다음은 자패입니다. 풍패를 읽을 때는 중국식으로 동남서북 순서로 읽습니다. ‘동남서북 풍수지리 따지는 풍패’ 라고 기억합시다. 삼원패는… 백발중, 나머지 세 개입니다.
[쉬어가며]
마작패 종류의 기원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그중 가장 인상적인 설을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중국 강소성(江蘇省) 태창(太倉)에 황제의 곡식 창고가 있었습니다. 곡식은 많았지만 참새로 인한 조류 피해가 심했는데, 이걸 막기 위해 잡은 참새의 수에 따라 상금을 제공했다고 합니다. 상금을 지급하기 위한 증표가 태창(太倉) 마작패(麻雀牌)였습니다.
만은 상금의 단위, 통은 참새를 잡을 때 사용한 화약총, 삭은 노끈에 묶인 참새를 의미합니다. 풍패는 참새를 잡기 위해서 계산하는 풍향. 삼원패는 원래 백판(白版), 녹발(綠發), 홍중(紅中)이라 하여 참새가 총에 맞지 않으면 백판, 총에 맞아 피를 흘리는 홍중, 상금을 받아 부자가 되었다는 녹발 이렇게 세 개로 구성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 <작혼> 튜토리얼 함께 보기 - 2. 화료의 조건
‘화료’는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난다’입니다. 14개를 갖고 일정한 패를 완성하여 승리 조건을 맞히는 것을 화료라고 합니다. 그 승리 조건인 ‘일정한 패’, 즉 ‘족보’가 튜토리얼 위에 있는 ‘역’입니다. 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승리 조건은 몸통 4개와 머리 1개의 조합입니다.
화료하려면, 즉 역을 만들려면 기본적으로 이 세 가지 패턴을 갖고 조합해야 합니다
몸통은 슌쯔와 커쯔, 머리는 또이쯔입니다. 즉, 기본적인 승리 조건은 연속된 숫자패 세장 또는 동일한 패 세장을 합쳐 4묶음, 동일한 패 두장 한묶음으로 완성됩니다. 동일한 패 네장은 '깡쯔'라고도 하는데, 일단은 제외하고 설명하겠습니다.
이 패는 1~3만 슌쯔, 4통 커쯔, 5~7삭 슌쯔, 동 커쯔, 남 또이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복습입니다. '쯔모'란? 매 턴 패를 뽑는 행위입니다. '화료'란? 승리 조건을 만족시킨 것입니다. 위 사진의 승리 조건을 풀어서 설명하면, 모아둔 손패 13장에 내 차례에 뽑은 패 혹은 타인이 버린 패를 가져와서 총 14장. 그 14장을 3개의 연속된 숫자패와 3개의 동일한 패를 합쳐 4묶음, 2개의 동일한 패를 1묶음 조합하면 이길 수 있다는 말입니다. 다른 사람이 버린 패를 가져오는 방법은 후술하겠습니다.
중요한 내용이기에 마작 용어를 이용해서 다시 한번 정리하겠습니다.
13장을 갖고 시작한 뒤, 차례가 올때마다 1장을 쯔모하고 1장을 선택해서 버리는 과정을 반복해 14장으로 4개의 몸통과 1개의 머리를 만들면 승리입니다. 몸통은 슌쯔와 커쯔를, 머리는 또이쯔를 말합니다. 즉, 연속된 숫자패 3개(슌쯔) 또는 같은 패 3개(커쯔)로 몸통을 4개 만들고, 같은 패 두장(또이쯔)으로 머리를 하나 만들면 화료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가장 쉬운 예시일 뿐 꼭 몸통 4개, 머리 1개를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역 중에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
7개의 머리로 이루어진 '치또이쯔'
# <작혼> 튜토리얼 함께 보기 - 3. 후로와 역
‘텐파이’는 ‘1장만 더 있으면 화료할 수 있는 상태’, 즉 1장만 찾으면 이기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 1장은 ‘오름패’라고 합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아무도 화료하지 못하고 게임이 끝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텐파이 상태에 있는 사람이 점수를 받습니다.
‘치’, ‘퐁’, ‘깡’은 '후로' 또는 ‘울기’라고 합니다.
'후로'는 상대방이 버린 패로 내가 몸통(같은 패 3장 혹은 연속되는 숫자패 3장)을 만들 수 있을 때 그 버린 패를 가져와 몸통을 만드는 행위입니다. 당연히 상대방이 버린 패로 내가 몸통을 만들 수 있을 때 선언할 수 있습니다. 이중 깡은 더 복잡하고 덜 발생하기 때문에 지금 다루지 않겠습니다. 참고로, 후로하지 않고 내가 쯔모한 손패로만 패를 구성하고 있는 상태는 '멘젠' 이라고 합니다.
후로할 수 있는 상황이면 선택지가 제시됩니다.
가져온 패는 가로로 눕혀 공개하며, 위치에 따라 누구에게서 가져왔는지 정보를 제공합니다. 플레이어 기준 좌측, 정면, 우측
‘치’는 앞 순서인 왼쪽 플레이어가 버린 패로 연속된 3개의 숫자패, 즉 슌쯔를 만들 수 있을 경우 선언합니다. ‘퐁’은 아무 다른 플레이어가 버린 패로 같은 패 3개, 즉 커쯔를 만들 수 있을 경우 선언합니다. 치와 퐁을 선언한 경우 해당 패를 본인 기준 우측 하단에 공개합니다.
내가 직접 패를 뽑지 않아도, 즉 쯔모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버린 패로 몸통을 만들 수 있다니, 기회가 되는 대로 후로하면 될까요?
<작혼>에서는 특정 패를 버려 텐파이할 수 있을 때 이렇게 알려줍니다. 그런데... 역 없음?
기본 룰만 숙지하고 하다 보면 금방 다다르는 '역 없음'과 '후리텐'의 벽. 최소한, 저는 그랬습니다.
'치'와 '퐁'이 뜨는대로 후로(버림패 가져오기)하다 '역(족보) 없음'의 벽에 부딪혀본 경험이 있다면, 이제 우리는 아주 기본적인 역 두 가지를 알아야 합니다. 가장 먼저 봤던 '역 일람'의 첫 페이지를 다시 보겠습니다.
다시 '역 일람'으로 돌아가자
'리치'와 '탕야오'를 알면 일단 '역 없음'의 벽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물론 고득점을 하기 위해선 다양한 역을 숙지하고 전략적으로 플레이해 나가야겠지만, 우리의 목표는 '막힘 없이 첫 승리하기'. 일단 열심히 모으던 패를 들고 '역 없음'을 허망하게 바라보는 일부터 없도록 합시다.
리치: 멘젠 상태에서 텐파이하면 리치를 걸 수 있고, 리치 후 화료하면 성립한다.
우선 리치입니다. '멘젠 상태에서 텐파이'. 버림패 가져오기(후로) 없이 직접 뽑기(쯔모) 만으로 1개의 머리와 4개의 몸통을 완성 직전(텐파이)까지 가면 리치를 걸 수 있습니다. 가령 위 예시 중 1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패를 모두 손에 모았다면 선언할 수 있습니다.
리치를 선언할 경우, 게임상에서 자동으로 내게 필요한 1장의 패를 뽑거나(쯔모하거나) 누군가 버릴 때까지 계속해서 뽑는 패를 버립니다. 필요한 패를 직접 찾은 경우 그대로 화료. 반대로 누군가 내가 필요한 패를 버리면 ‘론’을 선언하여 그 상대로부터 독박으로 점수를 뺏을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너가 버린 그 패로 내 족보가 완성됐으니 독박 써라' 입니다. 즉, 실력이 좋아질 수록 버림패를 통해 상대들이 어떤 패를 쥐고 있는지 유추하는 전략 싸움이 중요해집니다.
<작혼>에선 누군가 리치를 선언하면 그 사람이 설정한 긴박한 배경음이 바뀌는데, 패를 잘못 버렸다간 독박을 쓰게 되므로 긴장감이 흐르게 됩니다. 이런 것이 마작의 재미입니다. 그리고 그 배경음은 현금으로 뽑을 수 있어 회사의 좋은 수익원이기도 합니다.
'탕야오'는 멘젠 한정이 아니므로 후로해도 쓸 수 있다
만약 한 번이라도 다른 사람의 버린 패를 가져왔다면(후로했다면) 리치는 할 수 없습니다. 이때 아는 역(족보)이 없는 초보가 노려야 할 가장 쉬운 역이 '탕야오'입니다. 탕야오도 리치와 마찬가지로 1개의 머리와 4개의 몸통을 완성시키면 됩니다. 단 요구패(1, 9 수패와 자패)를 제외한 2~8의 수패만 사용해야 합니다. 즉, 노리는 역이 없는데 1과 9가 버려졌을 때 무작정 후로해버리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겁니다.
역 없음이 뜨는 이유. 요구패 9삭이 4개나 있다!
# <작혼> 튜토리얼 함께 보기 - 4. 후리텐
마작은 버림패를 보고 겨루는 수 싸움입니다. 그런 마작에서 후리텐은 일종의 ‘기만 방지 시스템’ 역할을 합니다.
예시와 같이 2삭이 필요한 텐파이, 즉 2삭 한 장만 찾으면 이기는 상태를 가정하겠습니다. 이전에 내 차례에 2삭을 버렸다면 상대는 내가 2삭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2삭을 버렸을 때 '나 그거만 있으면 돼!'하고 독박을 씌울 수 있다면(론 화료 한다면) 상대방은 꽤 억울할 것입니다. 따라서 승리 조건인 한 장, 즉 오름패를 내가 이미 버린 적 있다면 해당 패로는 론 화료할 수 없습니다(버림패 후리텐).
또, 특정 상대를 ‘저격’하기 위해 이전 차례에 버린 패에 론을 선언하지 않았음에도 그 다음 차례에 버려진 같은 패에 대해 론을 선언하는 행동도 불가능합니다(일시적 후리텐). 리치 후리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리치 상태인데 론을 외치지 않고 넘어갔다면 화료는 본인이 직접 뽑는 패, 쯔모로만 가능합니다.
초보자인 제 기준에서 선별한 ‘초보를 위한 마작 가이드’는 여기까지입니다. '마작 용어에 친숙해지기' 위해 우리말과 함께 적은 것이 오히려 혼란을 드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외에도 게임을 즐기는 데 있어 초보자 가이드라고 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은 글입니다.
초보 작사의 입장에서 가장 헷갈렸던 부분을 위주로, 정말 '막힘 없는 첫 승리'만을 목표로 핵심적인 부분만 풀어 쓰려고 노력했으니 선배 작사님들께선 너그러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작은 한 번 빠져들면 정말 오래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마작을 새로 접하는 초보 작사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