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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기행

[던전러너기행] 시련의 던전러너 1화

제 1화 - I CAN`T SPEAK ENGLISH!

안정빈(한낮) 2006-06-08 15:12:22

 

~ 이상한 나라의 클라이언트 ~

 

늦은 밤, 분명히 꺼놓은 줄 알았던 메신저에서 태무기자님의 목소리와 함께 요상한 클라이언트 하나가 전송되기 시작했다.

 

태무: 옜다. <던전러너> 클라이언트다. 기행으로 가자.

한낮: 저기, 다음 주부터 기말고사가...

태무: , 하는 김에 연재를 하자.

한낮: ...

 

기말고사 시즌이 보름도 채 안남은 필진에게 당연한 듯 주어지는 ‘연재 원고’. 그것도 머나먼 대만에서 게임쇼를 할 때나 잠깐 내비쳤던 <던전러너>라는 생소한 게임이라니, 이 얼마나 ‘게임웹진다운’ 상황이란 말인가?

 

게다가 설치과정부터 꼬부랑 글씨가 좔좔 나온다고 했더니 이건 ‘인상 좋게 생긴 이웃집 아저씨’부터 ‘지나가는 고블린 A’까지 모두 글로벌 과정에 물들어 버린 ‘영문판 클라이언트’가 아니던가~

 

 

 물론 지나가는 아저씨들도 모두 ENGLISH!

 

필자로 말할 것 같으면 세상에서 영어를 호환마마짱공유다음으로 싫어하는 몸. 그러나 어쩌겠는가.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태무기자님의 폭력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받은 원고는 일체의 군말 없이 처리한다’는 ‘일체부이의’의 원칙을 따라야 하는 것을...

 

인간만사 새옹지마. 결국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필자의 (살아남기 위한) <던전러너> 기행은 시작되고 말았다.

 

※ TIP: <던전러너>는 엔씨소프트의 북미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PC용 온라인 RPG로 지난 2월 대만게임쇼에서 처음 공개됐다. 지난 5월 1일부터 북미에서 클로즈 베타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올 하반기에 오픈 베타테스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 I`M 디아블로? ~

 

여행을 자주하는 분들이라면 홀로 머나먼 지방을 여행할 때, 혹은 외국에서 생판 모르는 도시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 놓았을 때, 그곳이 의외로 자신이 살던 마을과 너무나 닮아있음을 알고 불안감을 떨쳐냈던, 그런 기억이 한, 두 번씩은 있을 것이다.

 

갑자기 난데없이 왠 여행 이야기냐고? 다름이 아니라 필자를 <던전러너> 세계에서 구원한 것 역시 이 같은 ‘친숙함’이기 때문이다.

 

 ▲이 로그인 화면조차 친숙해질 줄이야

 

야심한 시간에 벌어진 사건(?)에 휘말려 난데없이 <던전러너>의 세계에 떨어진 필자. 이왕 이렇게 된 거 게임이나 신나게 즐겨보자고 다짐한 필자는 앙증맞은(?) 해골바가지 아저씨를 뒤로한 채 과감히 캐릭터 생성버튼에 손을 올렸다.

 

현재 <던전러너>에서 구현된 것은 워리어’, ‘워록’, ‘레인저의 총 세 가지 직업. 일단 ‘모든 게임은 애매한 캐릭터가 가장 재미있다’는 필자의 지론에 따라 단호히 레인저를 선택, 본격적인 플레이에 착수했다.

 

 ▲워낙 흔한 직업들이니 설명은 생략.

공간이 정해져 있는 걸로 봐서 당분간 새로운 직업이 나오지는 않을 듯하다.

 

그렇게 게임에 접속한 필자는 조금이라도 빠른 적응을 위해 평소 버릇대로 키보드의 모든 키를 눌러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거 어딘가 낯이 익다? <Tab>키를 누르면 나오는 지도부터, <I>버튼으로 열리는 인벤토리, 그리고 ‘각각 마우스 좌, 우 버튼에 대응합니다’라고 써있는 듯한 스킬 배열까지. 그렇다! 이건 바로 <디아블로>가 아니던가!

 

게다가 주변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노란색 느낌표와 퀘스트 로그는 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보던 그것! 그리고 NPC들이 사용하는 단어 역시 ‘영어치’라 자부하는 필자조차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다. 만에 하나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가 나온다 해도 퀘스트 로그에 나온 목적만 파악하면 되니 만사 OK. 이거 겁먹을 필요가 전혀 없었던 거잖아?-_-;

 

 ▲, 더 이상 말이 필요하겠는가?

 

▲어떤 부분은 좀 ‘심했다’ 

 

※ TIP: 스크린샷 한 장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던전러너>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디아블로>를 기초로 만든 게임이다. 때문에 <디아블로>류의 온라인게임을 접해본 유저라면 순식간에 적응할 수 있지만 그만큼 게임의 신선한 부분이 부족하다는 것이 단점.

 

 

~ 아아~ 인스턴스여! ~

 

, 이제 대강의 시스템도 파악했겠다. 일단은 ‘눈에 거슬리는 노란색 느낌표’부터 제거해볼 요량으로 이런 저런 퀘스트를 한 가득 모아 마을 입구를 나서려는데 마침 바로 앞에 ‘잘 챙겨 입은 한 전사나리’가 마을을 벗어나려는 것이 아닌가.

 

온라인게임이 무엇인가? 혼자보다 둘이 즐겁고, 둘 보다 셋이 즐거운 그런 게임이 아니던가. 게다가 이제 막 플레이를 시작한 필자에게 다른 유저의 도움이란 사막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존재다. 고로, 앞서가는 유저를 따라 잽싸게 마을을 벗어났는데…

 

어라? 앞에 있던 유저는 온데간데 없고 웬 설치류 몇 마리가 덤벼드는 게 아닌가?

 

▲잽싸게 따라갔더니~

 

▲웬 쥐xx 몇 마리가 덤벼든다. 덕분에 퀘스트 하나 해결했구먼.

 

눈치가 빠른 독자라면 이미 어떤 상황인지 눈치를 챘을 터. 알고 보니 <던전러너>에서 마을을 제외한 모든 맵은 ‘인스턴스 지역’으로 이뤄져 있는 것이다. 게다가 대체 어느 나라에서 테스트를 하는 건지 채팅창에는 국적을 알 수 없는 말들이 한 가득. 결국 필자는 시작한지 5분 만에 ‘온라인게임은 솔로잉이 최고다’라며 스스로를 다독거리기 시작했다.

 

※ TIP: 바로 위에서 말했듯 <던전러너>의 마을을 제외한 모든 맵은 인스턴스 지역이다. , 맵의 구성이 일정하고 한 번 잡은 몬스터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나오는 등 보다 온라인게임에 맞게 변형돼있다.

 

 

~ 잊지 않겠다. 꼬마나리 -┏ ~

 

그렇게 파티플레이의 꿈을 접은 채 시작지점 옆에 있는 아저씨에게 받은 고기배달부터, 칠칠맞은 아주머니의 목걸이를 찾아주는 일까지, 마을 내에 온갖 잡일을 모두 도맡아서 처리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웬 꼬마아이가 필자에게 시비를 거는 것이 아닌가.

 

▲용을 잡고 가방 가득히 보물을 챙겨 오겠다는 둥 커서 부모 속 좀 썩일 녀석!

 

아무튼 이 위험천만한 꼬마아이의 부탁이란 바로 자신의 장난감 칼을 찾아달라는 것이었다. ‘수많은 보물을 위해 던전을 탐험하는 이 몸에게 그깟 장난감 칼이나 찾아달라는 거냐’고 화를 내려던 찰나, 꼬마아이가 난데없이 50골드라는 거금을 제시하는 게 아닌가.

 

, 모름지기 모험가란 어린아이의 작은 부탁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그릇을 가져야 하는 법! 고로 필자는 단돈 50골드에 넘어가 꼬마아이의 부러진 검을 찾기 시작했다.-_-;

 

꼬마가 자신의 검을 잃어버린 곳은 숲 속에 있는 외딴 동굴, 그런데 이놈의 숲을 샅샅이 뒤져봐도 동굴은 커녕 빨간색 포탈하나만 보이는 것이 아닌가. 어라? 그러고 보니 필자가 마을에서 숲으로 진입할 때 봤던 것도 빨간색 포탈이었는데?

 

혹시나 하는 생각에 빨간 포탈에 몸을 맡기니 역시나 깊은 동굴로 이어져있었다. 그리고 조금은 더 강해진 설치류들을 물리치며 나아가자, 그곳에는 꼬마가 말했던 바로 그 장난감 검이 놓여 있는 게 아닌가!

 

 ▲장난감 칼 보고 이리 기뻐하기는 처음이다. -_-;

 

그런데 그 순간! 어둠 저편에서 붉은 그림자 필자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필자의 눈에 들어온 이름은 던전러너의 첫 번째 네임드 몬스터인 ‘래틀 투스’! 대체 이 꼬마는 뭔 수로 여기까지 와서 검을 놓고 도망간 거야?!

 

 ▲첫 번째 네임드 몬스터. 설치류 주제에 인간보다 쎄다?

 

그동안 아껴왔던 빨간 물약 3개를 모두 사용해가며 겨우겨우 래틀 투스를 쓰러뜨렸더니 나오는 것은 달랑 20골드의 돈과 쓸모도 없는 옵션의 아뮬렛 하나뿐. 꼬마에게 받는 보상 50골드를 포함해도 물약 값의 절반도 안 되는 돈이다.

 

이처럼 적자만 본 사냥을 끝으로 마을로 돌아가려는데, 이번에는 귀환스크롤을 안 가져왔다는 게 아닌가. 안 되는 날은 무슨 일이든 꼬이기 마련이라더니 정말 울고 싶은 날이다.

 

 

~ 오늘의 교훈 -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 ~

 

아무튼 고생고생해가며 꼬마아이에게 장난감 검을 넘겨줬더니 이놈의 꼬마, 이번에는 자신의 장난감 헬멧을 찾아 달란다. 정말 NPC만 아니었어도 콱!

 

 ▲기껏 칼 찾아줬더니 이번에는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헬멧을 찾아 달란다.

이러다 아주 세계를 혼자 다 구하시겠어? -

 

결국 필자의 던전러너 첫날은 이처럼 ‘말썽쟁이 꼬마에게 풀지도 못하는 스트레스만은 간직한 채’ 끝나고 말았다. 내일은 좀 더 행복한 일이 있기를 바래보자고요. ?

 

 

▶ 예고편

 

- 시시각각 몰려오는 영어의 압박, 그리고 새로운 던전인 카타콤의 등장! 하지만 안심하지 마라. 말썽쟁이 꼬마는 여전히 당신을 찾고 있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한낮의 던전러너 시련기 2!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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