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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기행

[기행] 시련의 던전러너 3화

안정빈(한낮) 2006-07-22 04:18:43

~ 아닌 밤중의 초기화? ~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그것도 두 번이나!

 

원고마감을 며칠 앞둔 평화롭던 어느 날 아침, 평소처럼 일어나자마자 본능적으로 <던전러너>의 세계에 접속한 필자는 뭔가 생소한 화면을 접하고 말았다. 그것은 바로...

 

캐릭터가 없어졌다!

 

분명 뭔가 오해(?)가 있을 거라 생각한 필자는

 

1. 다른 서버에 들어왔나 해서 다시 한 번 로그인도 해보고(근데 생각해보니 <던전러너>의 서버는 한 개뿐이더라-_-)

 

2. 프로그램을 재설치해보기도 하고(이건 PC게임에서나 통용되는 방법-_-;)

 

3. 아직 잠이 덜 깼다는 생각에 찬물로 세수도 해봤지만 (그나마 이게 제일 신빙성이 높았다)

 

결국 필자의 두 눈을 반긴 것은 텅 빈 캐릭터 선택창과 오늘따라 유난히 돋보이는 ‘캐릭터 생성 버튼’뿐이었다.

 

모든 게 떠나가고 난 후 홀로 남은 CREATE 버튼. 왠지 저것을 누르고 나면

두 번 다시 잃어버린 캐릭터를 찾을 수 없을 거란 기분이 들었다.

 

어쩐지 며칠 전부터 애매한 시간마다 서버점검을 하는 것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했더니 이게 웬 매머드급 악재란 말인가? 그것도 하필이면 ‘글 다 써놓고 스크린샷만 찍으면 되는’ 상큼한 기간에 말이다.

 

하지만 미련이 남는다고 해서 이미 데이터의 강 저편으로 사라진 캐릭터를 다시 불러올 수도 없는 노릇. 그리고 옛말에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나쁜 일이 있다보면 언젠가 좋을 일도 있을 거라 여긴 필자는 이번기회에 여태껏 손대지 않았던 유일한 직업인 워록을 키워보기로 결심했다.

 

별로 아름답진 않지만...

 

게다가 ‘초기화에 대한 보상(실은 초기화의 원인)’으로 드디어 파티플레이 모드가 도입됐기 때문에 예전처럼 혼자서 어려운 퀘스트를 하느라 버벅댈 일도 없어졌다. 고로 솔로잉에 취약한 워록을 키우기에 최적의 환경이 됐단 말씀.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좀 전까지 그렇게나 미워보였던 초기화가 이제는 전화위복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마침 시간도 이른 아침이기에 (서양 유저들과 놀기 위해서는 아침 5~11시쯤이 가장 좋다) 당당히 지나가는 사람을 그룹에 초대한 채 아무런 설명도 없이 필드로 나가 사냥을 시작했다.

 

파티플레이 중이긴 한데 정작 파티원과 같이 노는 일은 거의 없다-_-; 화면은 파티원을 잃어버린 채 소환수와 셋이서 노는 필자.

 

그렇게 또 다시 망할 꼬맹이 녀석의 부탁도 들어주고, 마을 내 잡일들을 맡아 처리하기 시작한 지 일주일쯤 됐을 무렵. 소환수도 뽑고, 새로운 마법도 익혀가며 조금씩 예전의 그 명성(?)을 찾아가던 필자에게 요상한 인물이 접근해오기 시작했다.

 

어떤 유저 : 이봐, 쓸모없는 아이템 있으면 몇 개 줘봐.

필자 : 미안. 팔아서 약값으로 써야해

어떤 유저 : ? 오늘 밤이 초기화잖아? 그러지 말고 새로운 스킬 좀 배워보게 좀 줘봐 ^#%@#$@#$...

 

...때는 7 13. 일주일 미룬 원고마감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모두 불태워버렸어... 새하얗게...

 

그나마 변했으니까 봐준다?

 

그 후로도 필자는 몇 번의 초기화와 서버다운을 겪은 후에야 비로소 안정된 GM의 확답을 들을 수 있었다.

 

GM : 당분간은 그런 것 안하니까 속편이 놀아도 돼. 좋지?

 

필자 :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힌다는 것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결국 이 아가씨도 데이터의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부디 그곳에서 행복하길-_-;

 

비록 원고마감에 지대한 영향을 줌으로써 필자의 수명을 일 년은 단축시킨 초기화였지만 그 결과 게임 자체는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다...는 건 뻥이고, 아무튼 나름대로 많은 부분에 변화가 있었다.

 

어차피 일주일 단위로 키운 캐릭터가 날아가는 바람에 제대로 된 기행꺼리도 없는데, 이번에는 이 같은 변경점에 대해서나 조금 짚고 넘어갈까 한다.

 

이렇게 날로 한 회를 보내도 되냐고? 된다. 허락 맡았다.

 

파티야 위에서도 잠깐 소개했으니 나중에 다시 설명하도록 하고, 일단 스킬과 아이템 시스템이 ‘엄청나게’ 변했다. 변했다고해서 단순히 착용조건과 능력 따위가 변한 게 아니라 완전히 시스템 자체가 달라졌다.

 

 

‘원하지 않는’ 마법검사?

 

먼저 예전에 마을 곳곳에 있는 일반인을 사칭한 고수(...)들에게 배우던 스킬이 ‘책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얻는 방식’으로 변했다. 이 책은 상점에서 팔지도 않는데다가 ‘완...덤’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자신의 운에 따라 캐릭터의 성장속도가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을 자주 볼 수 있다.

 

실제로 ‘스킬북이 왜 이렇게 안 나와요’라는 질문에 한 유저는 이런 대답을 남겼다.

‘저도 레벨 15에 패시브 스킬 하나밖에 없어요’ 라고...

 

그러면 서로 안 쓰는 스킬북을 교환하며 사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천만의 말씀. 의도한 것인지 버그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모든 스킬북은 직업과 레벨의 제한 없이 마구잡이로 배울 수 있다. 심지어는 워록을 택한 필자의 캐릭터가 워리어의 패시브 스킬인 웨폰마스터리를 익히고 있을 정도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리고 가뜩이나 인벤토리가 부족한 <던전러너>에서 언제 이뤄질지도 모르는 다른 이와의 교환을 위해 사용하지도 않을 책을 들고 다닐 수는 없는 일. 고로 원하는 스킬이 뭐든 간에 ‘나오는 대로 받아먹는 생활’을 해나갈 수밖에 없다.

 

뭐든 배울 수 있단다어째 또 다시 초기화가 될 법한 느낌이 드는데?-_-;

 

이렇게 설명하기 모호한 시스템 탓에 ‘별 우습지도 않은 광경’을 자주 목격하게 되는데, 워록의 탈을 둘러쓴 캐릭터가 양손검을 들고 광역 검술을 난사한다던가(필자다-_-;) 레벨 15까지 스킬이 없어서 마나약이 나오는 족족 상점에 팔며 즐거워하는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다.

 

게다가 아이템의 착용조건이 ‘오직 레벨’로 바뀌었고 직업제한 역시 사라진 탓에 ‘양손에 도끼를 들고 파이어볼을 쓰며 적을 갈아 녹이는(...)’ 독특한 스타일의 캐릭터도 만들 수 있다. 물론 그전에 ‘원하는 스킬북이 나와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지만 말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유저가 나오는 스킬북에 따라 스탯을 찍는 난감한 상황이다. 내 캐릭터의 타입을 정하는 것이 몬스터의 드랍아이템이라니...

 

또한 모든 아이템에 등급이 생겼다. 이는 해당 아이템을 클릭하며 나오는 색깔로 구분할 수 있으며 주황, 녹색, 파랑, 회색 순으로 강해진다. 이로 인해 입맛에 맞는 다양한 옵션의 아이템을 착용할 수 있을 듯하지만, 실제로는 각 부위마다 붙는 옵션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으므로 그렇게 선택의 폭이 넓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아이템의 착용조건이야 원래부터 자신의 레벨 +5까지로 변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스킬의 경우 분명 사용 수 없는 것(빨간색 아이템)으로 나오는 스킬을 배울 수 있는 만큼 조만간 모종의(?) 조치가 내려질 듯하다.

 

참고로 현재 던전러너 유저들 사이에서는 경매장은커녕 창고조차 없는 게임이 모든 스킬을 드랍방식으로 한다는 것은 너무나 운에 치우친 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차라리 기본적인 스킬은 배울 수 있게하고 특수한 몇몇 스킬만을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 말이다.

 

스킬포인트 자체가 사라졌다. 책의 드랍률이 그렇게 낮은 건 아니지만, 워낙 필요한 스킬이 많아야 말이지...

 

 

파티가 생겼어도 여전히 혼자 논다

 

어쩐지 업데이트 소개보다는 문제점 지적 코너가 된 느낌이지만, 기껏 도입된 파티플레이도 생각보다 쓸 일이 적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게임이 너무나 쉬워졌다는 것. 아이템에 붙는 옵션 중 ‘마나회복률 + 15%’ 등 엽기적인 것들이 생긴데다가, 그런 것들이 하나도 아니고 너 댓 개씩 붙어있는 장비들을 가지고 사냥하다보니 물약이라도 떨어지기 전에는 바닥과 만날 일이 없다.

 

그리고 상점에서 사들이는 물건 값이 엄청나게 올라서 예전처럼 ‘물약 난’에 압박을 당하는 경우도 사라졌다.

 

아저씨, 갑자기 이게 웬 인심이야?

 

물론 개발사 측에서도 이 같은 사태를 두 손 놓고 보기만한 것은 아니다. 레벨 업 노가다를 막기 위해 각 지역의 몬스터가 캐릭터의 레벨에 비례해 강해진다던가, 장거리 몬스터의 수를 마구잡이로 늘리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파티플레이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워낙 저렴한 물약값과 파티플레이만의 메리트가 거의 없는 까닭에 대부분의 유저는 꿋꿋이 혼자 놀기만을 고집하고 있다.

 

게다가 아직 클베기간이라 파티 할 사람도 거의 없다고.-_-;

 

 

오픈베타테스트 준비과정?

 

이제 슬슬 오픈베타테스트를 준비하는 것일까? 최근 <던전러너>에서는 게임의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시스템부분에 엄청날 정도로 손을 대고 있다. 과장을 조금 섞자면 ‘자고 일어나니 시스템이 변해있는 정도’다.

 

나쁘게 말하면 아직 기본적인 체계도 못 갖춘 것이겠지만 좋게 보자면 '클로즈베타테스트'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다고 할까? 게다가 이처럼 잦은 초기화를 했는데도 정작 게임 내에서 큰 물의를 일으키는 유저가 없다는 사실도 바람직했다.

 

내일이 초기화니 오늘은 축제야~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소수의 난감한 유저는 제외

 

클로즈베타테스트라고 간판만 걸어놓고 버그 몇 개 잡은 후 곧장 오픈베타테스트와 상용화로 이어가는 ‘뚝심 좋은’ 국내의 몇몇 개발사와 클로즈베타‘서비스’를 원하는 유저분들께서는 참고 좀 했으면 하는 심정이다.

 

, 필자의 캐릭터는 어떻게 됐냐고? 아침에 난데없이 당한 초기화 이후 부랴부랴 만든 캐릭터는 길가다 주운 스킬북 덕에 마검사(...)로의 모습을 갖춘 채 ‘버그캐릭터’소리를 들으며 미친 듯한 레벨업 중이다.

 

마나 소모도 적고 딜레이도 없으며 넉백효과까지 가진 워리어의 광역스킬을 워록이 쓰고 있으니...이대로라면 다음 기행은 마감 날짜에 맞출 수 있어!!

 

부디 이대로만 계속 갈 수 있기를...

 

PS: 여담이지만 원고 작성이 끝난 후 게임에 접속해보니 ‘이럴 때만 손이 빠른 GM’께서 친히 필자의 스킬을 ‘압수’해 가셨다. -_-; 근데 기본 스킬은 왜 없앴냐고? 지팡이로 사냥해? ?

 

 

보너스 - 어느 한가로운 오후의 메신저

 

2%의 픽션이 가미된 실화! 

 

필자 : 태무기자님. <던전러너> 내내 초기화라 미치겠어요. 기행 진행을 못해요!

태무 : (귀찮다는 듯이) 그럼 초기화된 이야기를 써.

필자 : 매번 서버다운 아니면 초기화라 게임을 못 하는 데요?

태무 : 초기화로 인해 다른 길로 가기로 마음먹었다라고 쓰면 되잖아.

필자 : 그게, 게임을 해봐야 뭘 쓰든 말든...

태무 : ㅋㅋㅋㅋㅋ... (이후 응답 없음)

 

교훈: 세상은 혼자 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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