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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특별할 것이 없는 '라루나 판타지'의 초반 순항 그 이유는?

디스이즈게임(디스이즈게임) 2020-11-23 22:35:48

누가 봐도 마켓 순위가 높을 만한 게임들이 있다. 멋진 그래픽, 다양한 즐길 거리, 훌륭한 스토리까지. 약간의 흠은 있을망정, 게임 자체의 만듦새에 큰 이의는 가지 않는, 그런 게임들이 있다. 그에 비해, 왜 이런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지, 보는 이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게임 또한 여럿 존재한다. 

 

못 만들었단 의미가 아니다. 마켓 순위 자체가 다양한 변수를 포함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저, 높은 순위를 받은 게임엔 '그만한 가치를 할 것이다'란 막연한 기대가 있고, 그 기대 속에 상대적 고평가를 받거나, 저평가를 받는 게임이 있을 뿐이다.

 

곧 오픈 두 달 차를 맞이하게 되는 게임, <라루나 판타지>는 어떨까. 대단한 이슈는 없었지만, 마켓 순위는 출시 직후부터 줄곧 상위권을 유지했다. 그리고 지금은 50위권 내외에서 안정적으로 안착한 상태. 분명히 이 게임에는 무작정 평가하긴 힘든 어떤 요소를 가지고 있단 소리다. <라루나 판타지>의 순위엔 대체, 어떤 이유가 숨어있는 걸까. / 디스이즈게임 필진 야토로

  

라루나 판타지 매출 순위 (구글 기준, 출처: 게볼루션)

 

 

# 인상적인 첫 만남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다양한 간판들을 만나게 된다. 심미적으로 아름답고 주변과 조화로운 간판부터, 엉뚱한 상호로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간판 전체를 거꾸로 매달아 이목을 끄는 경우까지. 많은 이들이 인지하지 못하지만 사실, 이 순간이 가게와 손님의 첫 만남이다.

 

게임 역시 다르지 않다. 물론, 직접 플레이를 시작한 순간이 처음인 경우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엔 광고를 통해 게임과 처음 만나게 된다. 

 

<라루나 판타지>는 상당히 공격적인 광고를 한 편이다. 개그우먼 장도연을 홍보 모델로 캐릭터의 직업을 추천하기도 하고, 인 게임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쿠폰 번호나 경품 이벤트를 홍보하기도 했다. 최근 광고 추세에 걸맞은 '실제 게임과 관련 없는' 생뚱맞은 영상 역시 여럿 노출했다.

 

엉뚱한 간판, 거꾸로 매단 간판인 셈이다. 조화롭고 아름다운 간판으로 보기 좋게 지나쳐지느니,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고객의 이목을 끄는 선택을 한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가게라도 손님이 없다면 망할 수밖에 없으니까. 형태는 조금 애매할지언정, 어떻게든 '인상적인 첫 만남'을 달성하고 고객의 발걸음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인상적인 첫 만남'이 부정적이어선 안 되겠지만, 무조건 긍정적일 필요도 없으니까.

 

[참고 기사] '왕이 되는 자', '왕비의 맛' 같은 저질광고는 왜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올까?

  

한국 관광지 간판

 라루나 판타지 광고

 

고객의 이목을 끌고, 발걸음을 유도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한 셈이다.

 

 

# 약간은 낯설지만, 익숙한 편안함

 

<라루나 판타지>의 플레이 감각은 나쁘지 않다. 적당히 제공되는 외형 커스터마이징, 꽤 귀여운 모양새의 캐릭터와 펫, 탈 것들, 거슬리지 않는 수준의 타격감. 약간 서운할 수 있는 수준들이지만, 모바일 플랫폼이란 사실이 여기에 약간의 면죄부를 쥐여준다. 좋다곤 할 수 없지만, 굳이 흠을 잡기엔 미묘하다.

 

그런데도 <라루나 판타지>를 계속 플레이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다른 곳에 있다. '중국산 게임'이기에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 '편의성'이다. 시작하는 순간, 손대지 않아도 자연스레 진행되는 편안함이 게임을 손에서 놓기 힘들게 만든다. 오프라인 상태로 경험치를 획득하는 기능도 있기에 사실상 방치형 게임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한 수준이다.

 

오밀조밀하게 배치된 성장 요소들도 괜찮은 편이다. 레벨업은 빠르게 진행되고, 장비, 펫, 탈것, 날개, 신기, 칭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다. 편안하게 진행되는 게임을 바라보면서, MMORPG의 가장 큰 재미인 육성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라루나 판타지> 성장요소

 

그렇다면, <라루나 판타지>의 모든 것은 다 익숙하기만 한 걸까? 그렇진 않다. 예술 기법 중 '낯설게 하기'란 방식이 있다. 친숙하고 일상적인 것들을 낯설게 느껴지게 표현하는 기법이다. <라루나 판타지>는 '3D 횡 스크롤 시점'을 선택했다. 3D 쿼터뷰 MMORPG가 대세인 현 세태와 다른 움직임이다.

 

<라루나 판타지>는 익숙하고 편안한 요소들로 구성된 만큼, 양산형 게임이란 낙인이 찍히기 쉬웠다. 그러나, '3D 횡 스크롤 MMORPG'의 조합을 통해 '익숙하지만 약간은 낯선' 느낌을 주는 데 성공했다. 모든 게이머가 동의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다른 게임들에 비해선 그렇단 소리다. 

 

3D의 강점인 자유로운 시점 변화를 포기하면서까지 횡 스크롤을 선택한 가치는 있던 셈이다.

  

 

 

# <라루나 판타지>의 마켓 순위는 충분히 합당한가?

 

결론부터 내리자면, 대답은 YES다.

 

이 게임이 '좋은 게임', '명작'인지에 대한 여부는 잠시 내려놓자. 좋은 게임의 기준은 주관적이기에, 개인의 감상이 개입될 여지가 너무 많으니까. 그렇다면 이 문제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질문하고, 답해야 한다. 게임의 출발점이자 의의, 본질인 '재미'에 대해서이다.

 

<라루나 판타지>는 재미있는가? 물론, 재미있다. 놀랍거나 특출난 점은 없지만, 이제는 익숙할 편안함이 있다. 오랜 시간 정립된 장르 형태를 따라 가장 기초적인 재미와 흡입 요소를 충족시킨 작품이다. 정해진 레시피를 따르면 누구나 적절히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라루나 판타지>의 마켓 순위는 합당하다. 이유가 있다. 인상적인 첫 만남으로 손님을 끌었고, 약간은 낯설지만, 익숙한 편안함으로 발을 묶었다. 최고의 만듦새라 할 순 없지만, 손님들이 자주 찾을 이유가 생길 정도의 재미는 확보했다. 어쨌든, 누군간 새롭고 도전적인 맛보다 익숙하고 편안한 맛을 선호하기도 하니까.

 

'명작'인지에 대한 질문과 논쟁을 내려놓는다면 얻을 수 있는, 그런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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