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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④ 사이버펑크 2077, '갓겜'은 누가 만들었을까?

[토크리뷰] 과자 반 질소 반, 사펑이 우리에게 보여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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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0-12-19 22:13:37

<사이버펑크 2077>(이하 사펑 2077)은 지금 가장 뜨거운 게임이다. 스타 배우의 깜짝 출연, 눈을 사로잡은 인게임 트레일러, 크런치 논란과 일부 악성 유저의 살해 협박까지... <사펑 2077>은 1년 내내 화제가 됐다. 3번의 연기 끝에 최종 출시일을 확정한​ <사펑 2077>은 2020년의 대미를 장식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지난 12월 10일, <사펑 2077>​이 유저들의 품에 갔다. 기대와 달리 현재 게임에 대한 부정 여론이 긍정 여론보다 많은 듯하다. 콘솔에서는 게임을 정상적으로 실행할 수 없을뿐더러, 당황스러운 버그와 실행오류가 즐비하다는 평이 줄을 잇는다. 이에 CDPR은 환불과 개선을 약속했지만, <사펑 2077>과 관련한 기다림은 끝나지 않은 셈이다.

 

열흘 전 <사펑 2077>의 리뷰를 작성했던 세 명이 이번 주 화상통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세 사람 모두 충분한 플레이타임이 누적됐다고 판단한 시점이다. 기대와 다른 게임이 '왜' 탄생했는지 논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모자른 듯하다. 대신 <사펑 2077>이 '어떤' 기대를 실망시켰는지, 그리고 그러한 기대를 대변하는 '갓겜'이란 무엇인지 솔직하게 대화했다.

 

[관련 기사]

① 사이버펑크 2077, 40시간 해봤더니... "과자 반 질소 반" (바로가기)

② 사이버펑크 2077의 '자유', GTA도 엘더스크롤도 아니었다 (바로가기)

③ 가장 멀리 가는 RPG, 사이버펑크 2077 (바로가기)

 

 


 

 

김승주 필자는 '리뷰에 지포스 1060을 썼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김승주(사랑해요4): 맞다. 한동안 커뮤니티에 못 들어갔다. 

 

좋은 PC로 리뷰하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사무실에서 리뷰를 하기도 어려웠다. 집 PC 사양이면 <사펑 2077> 권장사양에 해당하니 리뷰를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 게임이 원래 4월에 발매됐어야 하는데, 그때는 2000번대가 최신 그래픽카드였다. (김승주는 기자가 아닌 외부 필자로 일하고 있다.)

  

나중에 공개된 핫픽스도 적용해보니, 중간 옵션으로 올려도 30프레임까지는 돌아가더라. 그래도 개인적으로 액션게임을 30프레임으로 즐기긴 어려워서 힘들긴 하다.

 

 

콘솔 버전 <사펑 2077>은 어땠나?

 

김재석(우티): 게임이 정식 출시되고 PS판 새 카피를 구매했다. 리뷰를 쓸 땐 PC판으로 하고, 이후 PS4 PRO로 따로 2회차를 플레이한 건데, 버그가 끔찍하게 많았다. 솔직히 이성적으로 이 대화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화가 많이 났다.

 

PS4 PRO로 게임을 구동했는데, 버그나 프레임드랍에 크게 신경쓰는 편은 아니다. 그런 버그 보는 걸 재밌어 하기도 하고. 그런데 어제 하루만 30번 넘게 튕겼다. 풀 프라이스 게임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진절머리가 난다. 오류코드도 외우고 있다. CE-34878-0.

 

창작자에 대한 존중이라는 취지에서 일단 구매한 게임은 환불을 하지 않는데, 이번엔 고민이다.

 


이형철(텐더): PC로 한다고 하더라도 버그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리뷰 코드가 불안정한 것을 양해할 수 있지만, 정식 출시 이후에도 이 정도라니 뭔가 속은 기분이다.

 

 

론칭 이후 최적화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사랑해요4:​ 게임 내 잡다한 오브젝트가 굉장히 많다. 사이버펑크 느낌의 배경 묘사엔 좋겠지만, 이렇게 오브젝트가 많으면 최적화를 하기 힘들 것이다.

 

 

리뷰가 나온 지 열흘이 지났고, <사펑 2077> 발매는 일주일 정도 지났다. 각자 어떤 주제로 리뷰를 작성했나?


텐더:나는 처음에 게임의 자유도에 대해 써보려고 했다. CDPR에서 "선택에 따라서 게임의 결과가 영향받는다"라고 설명했는데, 그 요소가 어느 정도로 구현됐는지 기대를 걸었다. 그쪽에 핀 포인트를 맞추고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여러 요소를 실험해봤다. 상호작용도 마찬가지였다. 근데 기대와 달리 뭔가 부족한 거다.

 

노마드, 기업, 부랑아 세 루트 중에서 진짜 고민했는데 어느 루트를 고르든 선택의 폭도 좁고, 상호작용할 거리도 '서비스' 수준이었다. 세 루트는 굉장히 빠른 지점에서 수렴된다. 기대했던 것과는 정 반대였다. 그런 부분에 대해 집중했다.

 

모든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데, 말이 좋아서 대화지 기억나는 대사는 'X발' 뿐이다. 말을 걸어보면 90%는 짧고 의미 없는 토크나 욕설을 한다. 사이버웨어 말고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없었다. 나이트 시티가 예쁘긴 한데 돌아다니면, 알맹이가 없는 텅 빈 세트장 같았다.

 

성기 커스터마이징 같은 요소는 아주 잠깐이다. 성기는 이후에 수정할 수도 없다.

 

사랑해요4: 전체적인 게임 플레이와 시스템에 주안점을 두었다. 전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육성은 어떻게 되는지. 근거만 확실하면 눈치 보지 말라는 말을 듣고, 비판적인 논조로 가져갔는데 엠바고가 풀리고 나서 여러 곳에서 극찬했길래 당황했다.

 

그런데도 <사펑 2077>이 다른 오픈월드 게임보다 특별히 나은 점을 찾지 못했다. 기대했던 바도 채워주지 못했다. V도 꾸미고, 차량도 꾸미고 그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사이버웨어도 <데이어스 엑스>에서 나온 신체 개조를 기대했는데, 게임 플레이를 완전히 바꿔놓는 만큼의 개조는 아니었다.

 

서브 퀘스트는 어디서 본 것만 같았고, 진행이 막히는 버그도 심심하면 발생했다. 소모성 아이템의 제작도 일일이 버튼을 눌러야 해서 불편했다.

 


 

우티: 실무 차원에서 이번 <사펑 2077> 리뷰 프로젝트를 핸들링했다. 엄청난 관심을 받은 타이틀이니만큼, 여러 시선으로 게임을 조명하고 싶었다.

 

사이버펑크물을 좋아하는데, <사펑 2077>이 사이버펑크 장르의 전통에 충실했다는 점을 칭찬했다. RPG로도 플레이어에게 이런 저런 기능을 맛보게 해주면서도 스토리도 보여준다는 점에서 좋게 봤다. 뒤늦은 이야기지만, 쓸 때는 재밌다고 칭찬했는데 플레이타임이 누적되면서 잘 만든 RPG인지 의문이 들고 있다.

 

지적해두긴 했지만, 엉성한 AI 설계 문제가 크다. 오픈월드 RPG를 할 때면 무고한 시민을 죽여본 뒤 그 반응을 눈여겨 본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AI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볼 수 있는 중요한 평가 요소다. 리뷰할 때는 하나라도 더 (스토리를) 보면서 달려야 하니까, 경찰이랑 가급적 안 싸우면서 지나쳤다. 

 

근데 리뷰 이후 플레이하면서 경찰을 띄워보니 진짜 뭔가 나사가 하나 빠진 느낌이 드는 거다. 시민들은 엎드리기만 하고, 수배 별은 너무 빨리 사라진다. 그때 스스로 "<GTA>였다면 어땠을 텐데" 비교가 되더라.

 

V가 아라사카 타워도 털 정도로 엄청난 범죄자인데, 도시를 돌아다니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심지어 콘페키 플라자까지 빠른 이동을 해서 그 앞을 얼쩡거릴 수도 있다. 아라사카 요원들은 V도 못 알아보는 건가?

 

아라사카는 누구든 찾을 수 있고, 죽일 수 있지만, 퀘스트 중이 아니라면 본진을 털어버린 V를 괴롭히지 않는다.

 

# 기대와 다른 게임, 약속했던 요소가 너무 없어

 

이렇게 리뷰 이후에 평가가 뒤바뀐 부분은 있는가?

 

사랑해요4: 현재로서는 게임을 충분히 해봤다고 본다. 리뷰 이후로는 커뮤니티에서 나온 이런 저런 요소들을 실험했다.

 

커뮤니티에서 본 이런 저런 요소들을 실험해보고 있다. 고공빌딩에서 슬라이딩으로 낙하한 후 차에 치여서 다른 대미지를 입으면 낙하 대미지가 무효화된다던지, 사이버웨어를 활용해 가속도를 끌어올리는 등의 기능이었다. 이런 것들을 찾아내는 유저들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한편, 미흡한 게임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지표라서 가슴이 아팠다.

 

적들의 모션이 굉장히 느린 데 반해 V의 공격은 굉장히 빠르고, 경직도 먹일 수 있다. 1:1 배틀에서 긴장감이 드는 순간이 많지 않다. 특히 근접전에서는 V가 너무 유리하다. 스턴 먹이고 패고 회복하고, 반복이다. 중간 보스 사스콰치는 아예 싸우지도 않았다. 은신이 되는가 싶어서 은신으로 지나갔다. 부두보이즈 쪽 넷러너는 "무조건 싸워야 돼" 이러는데, 스킵이 가능했다. 그렇게 넷워치 요원을 마주치고 나오니까 사스콰치는 없어지더라.

 

우티: 사스콰치에 버그가 있었던 걸 몰랐나? (웃음) 사스콰치를 죽일 때 세이브-로드 신공을 반복하면 시체로부터 유로달러를 계속 먹을 수 있다.


애니멀의 중간 보스격 인물 사스콰치.갑자기 등장해서 보스전을 하게 되는데, 은신으로 스킵할 수 있다.


텐더:​ 버그가 너무 많아서 손 놓고 있었다. 소소하게 플레이하면서 계속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기상천외하다 싶은 건 없었다. 멋진 연출은 좋았지만, 있었다고 해놓고 없는 게 너무 많다. 가령 트레일러에서 지하철 같은 걸 탑승하는데, 게임엔 등장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나이트 시티 중심가에 가면 사람의 밀도는 높은데 막상 하고 있으면 텅 빈 느낌이다.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사랑해요4: 트레일러에는 시체에서 와이어를 꺼내서 해킹하는 요소가 분명 있었는데 막상 출시된 게임엔 없었다. 사이버스페이스도 아주 잠깐 들어가고 만다. 초고층빌딩과 번쩍이는 네온사인은 멋진데, 할 게 없다. 식당에서 사먹는 요소도 제대로 구현되어있지 않고, 브레인댄스를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다.

 

물과 관련한 상호작용은 <위쳐 3>보다 나빠졌다. 물에 총을 발사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렇게 미흡한 부분이 자꾸 눈에 걸린다. 아주 간단한 요소일지도 모르지만, 플레이어들은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우티: 출시 전 트레일러로 보여준 요소와 실제 요소의 차이가 너무 많다. (트레일러에 등장하는) 불 뿜는 카타나를 써보고 싶었는데, 어딜 가도 없더라. 오픈월드는 오픈월드지만, 거기서 놀 거리가 많지 않은 거다. 유저 공략 등을 통해 약속과 실제의 갭이 점점 벌어지는 상황이다.


게임에서 대중교통에 탑승하는 V는 나오지 않는다.


이후 DLC를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는 걸까?

 

사랑해요4: 베데스다 게임은 유저 모드를 통해서 활력을 얻기도 한다. <폴아웃>에서는 "NPC들 다 담배 피는데 왜 나는 담배 못 펴?" 싶어서 플레이어도 담배 피는 모드가 있고, <스카이림>에는 모드가 아주 당연하다. <사펑 2077>도 모드를 기대해볼 수 있다. 그런데 본판에 버그가 이렇게 많으니, 모드 제작이 활성화될 거라 확실시하기엔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우티: 게임이 갓 나왔는데, 부족한 완성도를 모드로 채울 수 있다는 주장은 다소 아쉽게 들린다. 그마저도 콘솔 유저에게는 개발사에서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콘텐츠가 아니라면 해당 사항이 없다. 

 

CDPR이 V를 오픈월드에 던져놓고, 의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제한시킨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시한부 인생이기도 하고, 결말에서 그런 허무를 어느 정도 드러내기도 하니까. 사실 따져보면 V가 남들 일 도우면서 다닐 처지가 아니다.

 

사랑해요4: 근데 픽서들로부터 전화나 문자가 계속 온다. 이거 도와달라, 저거 도와달라고. 보상이라봐야 대부분 돈인데, 액트 2를 넘어가면, V에게는 문자 그대로 생존이 중요하지, 돈이 문제가 아니다.

 

<사펑 2077>에서는 여러 퀘스트가 꼬이는 상황이 굉장히 자주 벌어진다.

 

# 빛나는 몇몇 퀘스트, 그러나 몰입 망치는 버그

스토리는 어떻게 봤나?

 

우티: 스토리는 좋았다. 그런데 스토리텔링이 좋았는지는 모르겠다. 노란 선택지와 파란 선택지 끝에 결말로 다다르는 건데, 어느 것을 고르든지 무의미한 요소들이 더 많은 한편, 조니의 등장 이후 뭔가 게임이 크게 헷갈린다. 

 

물론 키아누 리브스의 모습은 매력적이었지만. 더빙이 안 좋았다는 말도 나온다. 나는 한국어 음성이 나와서 편하게 플레이했는데,​ 주요 인물들의 음성이 100% 게임 상황에 맞춰서 나오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텐더: 스토리를 하다 보면 두 번 정도 조니의 시점에서 플레이를 하게 된다. 그런데 그때 유저가 보는 2020년대의 나이트 시티가 2077년의 나이트 시티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부 재탕한 거다. 다른 게임들이 그랬던 것처럼 일부만 따로 구현해도 될 건데.

 

사랑해요4: 조니 실버핸드는 확실히 다른 게임에서 찾아보기 힘든 스타일의 캐릭터다. 갑자기 튀어나와서 자기 의견을 말하는 건 좋다. 근데 조니에게 너무 포커스가 간 나머지 V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웠다.  후반부로 갈수록 V의 게임이 아니라 조니의 게임이 되는 순간이 많다.

 

"후반부로 갈수록 V의 게임이 아니라 조니의 게임이 되는 순간이 많다."

 

 

아라사카와의 갈등 구도가 플롯의 메인이다.

 

사랑해요4:​ 아라사카가 대체 뭘 잘못했는지, 샤드나 인물의 대사를 자세히 읽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미니 이벤트를 통해 아라사카가 2077년의 나이트 시티에서 사람들을 어떻게 핍박하는지 더 많이 보여주면 좋았겠다. 내가 아라사카에 대해서 받은 인상은 밑도 끝도 없는 악의 축이었다.

 

우티: 메인 퀘스트보다는 서브 퀘스트에 많이 끌렸다. 시장 후보 부부의 뒤를 캐면서 뇌를 좀먹는 집단을 마주하는 '인형극' 퀘스트나 아동을 납치하는 피터팬의 이야기를 추적하는 '사냥' 퀘스트는 전율이 돋을 정도였다. 사이버펑크적이면서도, 또 현실 풍자적이었다. <사펑 2077>은 메시지를 주려고 계속 노력하는 게임이었다. 자의식을 갖춘 AI 이야기를 그린 '델라메인' 퀘스트도 인상적이었다.

 

사랑해요4: 그렇지만 내가 V에 깊이 이입한 조건이라면, 일단 살아야 한다. 이야기가 계속 옆으로 새게 만드는 게 좋은 구성인지 의문이다. 픽서들은 계속 일감을 던져주는데, 이들과 교류할 요소는 거의 없다. 인상적인 퀘스트들도 많았지만, V가 수행하는 의뢰의 대부분은 훔치고, 죽이는 거다.

 

델라메인 퀘스트를 완수하면 택시를 받는데, AI가 "안전하게 모셔다드리겠다"라고 말하지만, 운전은 내가 직접 해야 한다. 자율 주행이 아니었다. 게임 초반에 무게감 있게 등장하는 '트라우마 팀'도 존재감이 하나도 없다. 설정이 게임에 많이 녹아들지 않았다. 서브 퀘스트는 대부분 어디 가서 물건 빼 오고 죽이는 게 전부라는 느낌이다.

 

델라메인 퀘스트를 완료하면 자동 운전되는 차를 주는데 플레이어가 직접 몰아야 한다.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는?

 

텐더:​ 재키 웰스가 좋았다. 서글서글한 연기도 그렇고, 착한 듯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도 좋았다. 진짜 친구랑 다니는 느낌이었다. 

 

죽는 장면은 초반부인데도 임팩트가 커서 좋았다. 팬앰과 연결되는 씬에 사막에서 때를 기다리는데 어깨에 기대는 구도나 별자리나 모닥불 피워놓는 모습은 로맨틱했다. 근데 지금까지 <사펑 2077>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X발'이다. 그 단어밖에 남는 게 없다. 너무 많이 들어서. 그리고 몰입할 만하면 버그가 나타나는 바람에 몰입도도 떨어졌다.

 

우티: 재키 웰스가 좋긴 좋았는데, 둘이 보여주는 버디 무비 요소는 초반 6개월 컷씬으로 압축된다. 

 

 

버그가 몰입도를 떨어뜨렸다는 것에 대해 세 사람 다 생각이 같은지?


사랑해요4: 가장 놀라웠던 건 조니 파트 처음에 할 때다. 조니가 사무라이의 프론트맨으로 노래하다가 누군가를 찾아서 갈 때 화면이 까매지지 않나? 그게 버그다. 

 

텐더: 연출이 아니라 버그란 말인가? 일부러 자막만 띄운 줄 알았는데.

 

사랑해요4: 다시 로딩하면 뜬다. 버그다.

 

우티: 어쩐지 밝기값을 올렸는데도 검더라. 이 정도면 버그와 연출의 경계가 무너진 수준 아닌가? 미래 배경의 RPG다 보니 기상천외한 버그들을 커뮤니티에 공유하면서 '이게 사이버펑크'라고 웃고 그러는데, 여러모로 대단한 듯하다. 지난 리뷰에서 데이-원 패치에서 문제들을 고칠 수 있을까 의문을 품었는데, 정말 심각한 수준인 듯하다.


사랑해요4: 연출적으로 가장 중요한 '우주' 공간에서 내 V가 계속 입을 벌리고 있다. 멘탈 붕괴를 표현한 건가 의문이 들었는데 역시 버그였다.

 

텐더:​ 자유도를 강조한 게임인데, 막상 CDPR이 제시한 라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게임이 뻗어버린다. 가령 팬앰이 바에서 맥주 아니면 레모네이드를 권하는 씬이 있는데, 거기서 V가 팬앰을 따라서 점프해 넘어가면 퀘스트 진행이 아예 멈춰버린다.

 

 

또 어떤 버그를 겪었나?

 

사랑해요4:​ 물리 엔진이 너무 이상하다. 특정 각도에서 V가 진입하면 그대로 낙사하는 버그가 있다. 적들이 시체에 걸려 넘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버그인지 설계인지는 모르겠는데, 강력한 적에게 공중 테이크다운을 먹이면 무조건 들어간다.

 

텐더:​ 사막에 한 번 다녀오면 온 시야가 나무로 뒤덮인다. 디폴트 자세(T자 모양)으로 서있는 NPC들도 굉장히 많이 마주쳤고, 담배나 감자튀김처럼 NPC가 들고 있는 오브젝트는 하늘을 둥둥 떠다녔다.

 

퀘스트 중간에 툭튀하는 이 버그는 게임의 등장인물의 이름과 같은 'T버그'로 통한다.

 

CDPR은 핫픽스와 대규모 패치, 그리고 환불을 약속했다. 믿을 수 있나?

 

사랑해요4: 열심히 하면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러모로 고생할 개발진을 떠올리면 슬픈 일이다.

 

텐더: 나는 반반이다.  

 

<위처> 시리즈로 보여줬던 CDPR의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이다. 약속한 걸 너무 많이 어겼다. 한 해에만 3번을 연기했는데, 예약까지 해서 구매한 유저들이 기본적인 플레이조차 할 수 없다. CDPR이 좋은 회사, 믿을 수 있는 회사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걸 어겼다고 본다. 유저 친화적 입장을 홍보하던 회사인데, <위처 3> DLC를 그렇게 내준 건 정말 애정이 있어서 그런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사펑 2077>이 보여준 모습은 정 반대다. 2월 안에 그 모든 문제를 수습할 수 있을까? 그때면 이미 게임의 결말까지 본 유저들이 많을 텐데?

 

19일 CDPR은 핫픽스 1,05를 적용했다.

  
# "과자 반 질소 반"... <사이버펑크 2077>에 바람을 집어넣은 건 누구일까?

 

지금 게임을 둘러싼 제반 상황이 좋지 않다. 첫 리뷰에서는 "과자 반, 질소 반"이라고까지 이야기했는데.


우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펑 2077>에 대한 기대가 하늘을 찔렀다.

 

CDPR이 유저들의 기대를 계속 띄워왔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키아누 리브스의 깜짝 등장, 한국어 더빙 발표, 나이트 시티 와이어 등 힙하고, 멋있고, 좋은 소식이 계속 깔렸다. 마케팅적으로 굉장히 힘을 들였고, 그만큼 기대도 쭉쭉 올라갔다. 그리고 발매 이후 지금까지의 모습은 자신들이 구축한 신뢰자본을 스스로 까먹는 느낌이다.

 

당장 콘솔 유저들은 엄청난 애를 먹고 있다. 차세대기 발매가 1달 남짓 됐고, 보급율도 떨어진다. 대부분 8세대 기기로 즐기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원래 발매일만 봐도 <사펑 2077>은 8세대 기기의 게임이었어야 하는데 연기해서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아무리 게임이 좋아도 즐길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으니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니 "PC 빌드에만 리뷰 코드를 뿌려서 각 웹진의 스코어를 어뷰징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거다. 출시 직후에 개발비, 마케팅비를 회수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유저들이 게임을 못 하고 있는 상황인 거다. 내 리뷰에서 게임에 음식을 비유했는데, 미슐랭 3스타 출신 셰프의 레스토랑에 갔는데, 수저가 없고 접시는 금 간 거다.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PSN 스토어에서 <사펑 2077>은 내려간다,

 

사랑해요4: 질소가 많다고 해서 맛 없는 과자라고 이야기한 건 아니다. 근데 과대포장된 부분이 분명히 있는 거고, 이것이 제품을 보호할 만큼의 질소인가 의문이 드는 것이다. 

 

텐더: 그래도 첫 DLC는 무료로 배포될 거라고 한다. 핫픽스도 계속 배포하고 있으니, 게임을 내버려두지는 않을 거 같다. 문제는 유저들이 얼마나 양해해주느냐는 거다. 개발자에 대한 살해협박은 분명 있어선 안 될 일이다. 건전한 피드백을 주고 받아야 한다.

 

우티:​ 도를 넘은 피드백은 자제해야 한다. 제품에 대한 관리 책임이 있는 CDPR은 내돈내산 유저들의 분노를 잘 감지하면서 다음 행보를 가져가야 할 거다.

 

<노맨즈스카이>처럼 평가 반전의 전기를 잘 마련해야 한다. 2020년 12월 기준, <사펑 2077>을 폴란드의 자랑이라며 미국에 선물하기는 어려울 거다. (2011년 폴란드 총리는 자국에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위쳐 2> 한정판을 선물했다)

 

개발자들은 이같은 협박에 시달려왔다.

 

# 갓겜은 무엇인가? 메타스코어는 무엇인가?

 

대체 갓겜이란 무엇일까?

 

사랑해요4: 내 맘에 들었는데, 남들도 대체로 똑같이 좋게 보고, 비평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면 갓겜일 거다. 그러니 취향의 문제가 아닐까? 

 

우티: 그 갓겜의 지표로 각 매거진의 GOTY(올해의 게임, 고티)와 메타스코어 같은 것들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어느 정도는 주관이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리뷰에도 비슷한 내용을 썼지만, 영화 <다크나이트>에 10점을 준 사람도 있고, 7점을 준 사람도 있는 법이다. 메타스코어니 고티니 하는 것들이 완전무결한 기준이 아니다.

 

"n개월 뒤에는 괜찮아질 수 있다"는 전망에 100%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개발진이 적잖은 압박을 받았을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이 감독판 영화를 기다리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 아닌가? 수차례 핫픽스와 패치를 통해서 거듭나는 게 요즘 게임이기는 하지만, 말을 뒤집으면 <사펑 2077> 경우 예약구매까지 해가면서 제품을 받은 사람들은 제대로 된 물건을 받지 않았다는 것 아닌가?

 

CDPR은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의 진짜 현재 상황을 주지시키는 대신, 자기들 새 게임이 얼마나 힙한지 알리는 데 무게를 뒀다. 콘솔 유저가 '골드' 사진을 보면 무슨 기분이 들까? 안에서 고생하는 개발자들은 지금의 평가를 보면서 어떨까? 여러 사정이 있었고, '왜'에 대해서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 그렇지만 CDPR에서 책임 있는 인물이 등장해서 출시 전에 GG를 쳤어아 한다고 본다.

 


 

텐더: 단점 없는 게임은 없지 않을까? 

 

게임의 좋은 점이 단점을 상쇄한다면, 어떤 게임이든 주관적 갓겜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펑 2077>도 좋은 점이 많은 게임이지만, 단점이 너무 거대했고 그것이 신뢰와 연결되면서 흠집이 난 거다. CDPR의 적극적인 어그로를 끌면서 일이 커졌는데, 그 기대를 낮추려는 시도 역시 너무 늦게 이루어졌다.

 

게임 출시 직전 상황으로 돌아가보자. 정말 게임 빼고 다 나온 상황이었다. 아디다스 콜라보, 포르쉐 콜라보, 티셔츠, 뱃지, 가방, 한정판 콘솔 등등... 출시 직전에 나온 메타스코어 코멘트들을 읽어보라. 100점을 준 매체들이 많은데 내용은 이렇다. "버그는 많지만 100점", "캠페인이 짧지만 100점", "완벽하진 않지만 100점"이런 식이다. 이미 '갓겜'이라고 상정하고 쓴 리뷰다.

 

오픈크리틱에서 <사펑 2077>의 출시 직후 점수.

 

사랑해요4:그런 스코어들은 어떤 이야기만 하는지 참고만 하면 될 듯하다. 자기에게 맞는 부분, 원하는 부분이 얼마나 들어갔나 보는 정도로. 점수보다는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잘 보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다.

 


<사펑 2077>은 갓겜이 될 수 있을까?


사랑해요4: 자기가 재밌으면 갓겜 아닐까? 버그를 고친 이후에야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는 게임이 되어버렸다.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현재 조건을 토로하고 출시를 조금 더 늦춰다면 어땠을까?

 

개인적으로 너무나 아쉬운 게임이다. 오픈월드 게임의 새 지평을 열길 바랐지만, 타 오픈월드 게임의 흔적들만 보였다. 선택지도 아쉬웠고. 플레이어가 온갖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퀘스트를 깨거나, 설득에 능력치를 투자해 전투 없이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부분을 제대로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텐더: 좋은 게임이지만 단점이 너무 크다. 신뢰 자체에 금이 갔다. 향후 DLC 등을 통해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좋은 게임을 선물하던 CDPR로 돌아오길 바란다.

 

우티: 지금 PS4 PRO로 게임을 하고 있다. PC로 리뷰 빌드를 했을 때는 나름 재밌게 했다. 그러나 지금은 갓겜인지 모르겠다. 게임은 버그에 대한 스트레스까지 아우르는 총체적인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사람이 갓겜이라면 그것을 평가 절하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하루에도 서른 번 가까이 튕기는 게임을 갓겜이라고 추켜세우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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