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홀로 처리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하물며 그것이 게임 개발이라면 난이도는 더욱 급상승한다. 캐릭터 디자인과 프로그래밍 같은 기초 작업부터 출시에 이르기까지 처리해야 할 게 산더미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혼자서 게임을 개발한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오늘 소개할 1인칭 퍼즐 게임 <썸데이> 역시 1인 개발자 PDDS '정세환' 개발자의 손에서 탄생한 타이틀이다. 그럼에도 <썸데이>는 너무나 매력적인 세계관을 노출하며 게임을 마주한 기자를 놀라게 했다. 혼자만의 감성으로 빚어낸 '쓸쓸한 사이버펑크', <썸데이> 속으로 지금 떠나보자.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썸데이>는 '꿈도 희망도 없는' 어두컴컴한 미래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시민들은 기계 같은 삶을 반복하고 있으며, 거대한 감시자들은 지속적 감시를 통해 시민들의 생활을 통제한다. 덕분에 게임의 배경은 더욱 암울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구조는 게임에도 잘 녹아들어 있다. 플레이 중 눈에 들어오는 모든 풍경은 꿈도 희망도 없는 '드라이'한 미래 도시에 가깝다. 지나치는 사람들은 감정이나 표정 변화 없이 길을 걸어가고, 도로 위 차들 또한 어딘가 쫓기듯 빠르게 질주한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쓸쓸한 미래 도시의 느낌이 강하다.
주인공 '티토'에 얽힌 이야기도 매우 흥미롭다.
개발자 티토는 <썸데이> 세계에 희망을 심어줄 가상 플랫폼을 개발하는 인물이다. 다소 낭만적인 티토와 달리 조수 '어비스'는 세상이 냉철히 바라보며 날카로운 조언을 던진다. 이를테면 감시자들이 플랫폼 정도는 눈감아주리라 낙관한 티토와 달리 어비스는 그들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거라고 받아친다. 당연히 감시자들은 티토와 플랫폼을 박살 내기 위해 게임 내내 그들을 추격한다.
<썸데이>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이게 전부다. 그럼에도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캐릭터 또는 이야기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긴 어렵다. 캐릭터의 숫자는 적지만, 개성이 확실한 데다 세계관도 잘 짜여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이버펑크 세계관이 무척 신선하다거나 충격적인 요소는 아니다.
지난해 출시된 AAA급 게임 <사이버펑크 2077>은 많은 사람에게 사이버펑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어필했다. 사이버펑크라는 개념은 어느새 게임 팬들에겐 '익숙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따라서 냉정히 말해 <썸데이>가 빚어낸 사이버펑크는 누군가에겐 밋밋해 보일 수 있다. 게다가 겉보기엔 당연히 <사이버펑크 2077>의 세계관이 더 화려하고 멋져 보인다.
하지만 <썸데이>의 사이버펑크에는 특유의 감성이 잔뜩 묻어있다.
앞서 말했듯 <썸데이>의 배경은 기술적으론 발전했지만, 사람 냄새는 전혀 없는 '기묘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사이버펑크 2077>은 수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다양한 행동을 취했던 북적거리는 사이버펑크였다면, <썸데이>의 사이버펑크는 마치 '텅 빈 세트장'의 쓸쓸함을 풍긴다. 이처럼 <썸데이>가 빚어낸 또 다른 사이버펑크는 마주하는 이로 하여금 색다른 감상에 젖게 한다.
<썸데이>는 1인칭 퍼즐 게임에 해당하지만, 결코 난이도가 까다롭진 않다. 오히려 '쉬운' 편에 가깝다.
냉정히 말하자면 <썸데이>에는 특별한 창의력을 요구하는 퍼즐이 없다. 유저가 해야 할 건 그저 보라색으로 표시된 장소를 공격하거나, 상호작용을 통해 해킹하는 것 정도다. 해킹 역시 미니게임이나 코드해독이 아닌, 'E'를 누르는 거로 마무리된다.
간혹 적을 만날 때도 있지만, 그것이 결코 게임의 난이도까지 올리진 않는다. 사실상 매우 평탄한 일자 진행에 가까운 형태다. 또한, 게임 내내 등장하는 어비스는 유저들이 해야 할 것을 지속적으로 알려주며, 목적지 역시 찐한 색깔의 화살표를 통해 큼지막이 표기된다. 흐름을 놓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러한 <썸데이>의 구조는 퍼즐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게임에 접근하지 못했던 유저들에겐 분명 매력적인 요소다. 반면, 난이도 높은 퍼즐을 원하는 이에겐 다소 '심심한' 게임으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개발자가 이러한 구성을 의도적으로 준비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앞서 말했듯 <썸데이>는 세계관에 꽤 공을 들인 게임이다. 감시자라는 명확한 적이 존재함은 물론, 주인공 역시 '가상 플랫폼 개발'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갖고 움직인다. 아주 화려하진 않지만, 충분히 매력적이면서도 높은 몰입감을 자랑하는 배경이다.
추가적인 캐릭터나 퍼즐 요소가 게임에 잘 녹아들 수 있다면 멋진 결과물로 탄생할 것이다. 다만, 이는 1인 개발자에겐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자칫 그런 요소가 잘 구성된 세계관을 흐릴 위험도 적지 않다. 따라서 <썸데이>는 유저로 하여금 세계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많은 요소를 덜어낸 듯한 느낌이다.
<썸데이>에는 아쉬운 부분이 다수 존재한다.
먼저 직관성이다. <썸데이>를 플레이하다 보면 게임의 구조가 다소 애매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상호작용해야 할 지점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아 맵을 헤매거나, 특정 구간에 진입하면 영문도 모른 채 죽는 상황도 발생한다. 큼지막한 화살표를 통해 방향을 제시하긴 하지만, 디테일한 안내까지 도와주는 건 아니다.
물론 어비스가 게임 내내 상황에 맞는 팁을 제공하긴 한다. 하지만, 쉴 새 없이 뛰어다녀야 하는 <썸데이>의 특성상 이를 놓치지 않고 파악하긴 어렵다. 앞서 말했듯 <썸데이>는 쉬운 퍼즐로 이뤄져 있다. 그럼에도 게임 속 기믹들이 애매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는 건 분명 직관성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걸 뜻한다.
편의성 부분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티토는 전기를 발사하는 기본 공격 외에도 총기를 통해 적을 공격할 수 있다. 문제는 한 번 기본 공격으로 전환하고 나면, 총을 다시 고를 수 없다는 데 있다. 물론 시스템상으로는 'Q를 눌러 무기를 전환하라'는 메시지가 표기되지만,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 외에도 지나치게 좁았던 마우스 감도 설정 폭과 이벤트 씬 스킵이 불가능했다는 점도 못내 아쉽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에는 이른바 '단짠'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단짠은 달고 짜다는 일차적 의미를 갖고 있지만, 몇몇 유저는 이를 '장점과 단점이 교차하는 걸 표현하는' 형용사로 활용했다. 이에 특정 연예인의 선행과 논란을 교차한 단짠 챌린지라는 게시글이 각종 커뮤니티를 달구기도 했다.
어쩌면 오늘 소개한 <썸데이> 역시 단짠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확실히 <썸데이>가 빚어낸 사이버펑크는 너무나 매력적이고 등장인물도 흥미롭다. 반면, 직관성과 편의성 등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다. 세계관에 매료되어 감탄사가 나올 때쯤 편의성 문제를 마주하며, 쉬운 난이도로 즐거워할 무렵엔 직관성 부족을 경험하게 된다. 정말 멋진 세계관을 꾸렸다는 걸 감안하면 너무나 아쉬운 결과다.
그럼에도 <썸데이>는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게임이다. 굳이 5만 원 이상의 거금을 들이지 않고도 이처럼 멋진 세계를 직접 느낄 수 있다는 건 <썸데이>의 최대 강점이다. '쓸쓸하고 건조한 사이버펑크'를 체험하고 싶다면, 당장 티토의 손을 잡고 가상 세계로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