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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TIG 퍼스트룩] 왠지 익숙한 인디게임 데모 버전, 해봤더니...

김재석(우티) 2021-03-29 10:45:59

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5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핫라인 마이애미>는 레전드 반열에 오른 인디게임입니다. 적들도 한 방이지만 나도 한 방에 가는 이 게임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습니다. 폭력의 의미를 탐구하면서 그것을 즐기는 감각을 주는 <핫라인 마이애미>는 2012년 작품이지만, 지금 시작해도 손색이 없을 명작입니다. <카타나 제로>, <고스트 러너>, <홍콩 매서커> 등 적지 않은 게임이 <핫라인 마이애미>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습니다.

오늘 소개할 <쿠산: 늑대들의 도시>(이하 쿠산)를 소개하기에 앞서 조금은 솔직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 게임은 <핫라인 마이애미>의 오마주로 출발했지만, 트레일러 공개 당시 지나친 유사성을 지적하는 게이머들이 많았습니다. 룸을 돌아다니며 문을 열고 총과 둔기로 자기만의 전투 시퀀스를 만들어나가는 트레일러는 확실히 오마주 이상으로 보일 만했습니다.

부산에서 게임을 만들고 있는 인디 팀 써클프롬닷은 착오를 인정하고 차별성을 담기 위한 담금질에 나섰습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정 작업을 하며 메커니즘을 고친 이들은 지난 2월 초 극히 소수의 퍼블리셔와 기자들에게 약 1시간 분량의 데모 버전을 배포했습니다. 과연 <쿠산>은 '마이애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을까요?

 



 


 

 

# 칭찬하고픈 음악과 스토리 컷씬

<쿠산>은 자기만의 룩앤필을 주기 위해서 꽤나 고심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가장 먼저 이 게임의 BGM은 전부 랍티미스트가 맡았습니다. 소울 컴퍼니 출신으로 사이먼 도미닉, 드렁큰 타이거의 작업에 참여한 유명 프로듀서 랍티미스트 맞습니다. 인디 개발사가 이 정도로 음악에 공을 들이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동양적이면서도 강렬한 비트가 게임 전반에 흐르는데 스테이지마다 조금씩 변화를 주어 곡에 맞춰서 캐릭터를 조작하는 리듬감까지 느껴졌습니다. 위의 플레이 영상에 흘러나오는 음악도 랍티미스트의 곡입니다.

또 스테이지가 시작할 때마다 코믹스 느낌의 컷씬을 배치했는데, 게임이 보여주고자 하는 아시안 느와르 느낌의 감성이 잘 묻어나 넘겨 보기 좋았습니다. 마약상이 판을 치는 항구 도시 쿠산에서 국정원 흑색요원들이 마약 조직과의 전쟁을 벌인다는 줄거리로 굉장히 특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모난 설정은 아니어서 게임의 흥미를 돋우기 적당했습니다.

<쿠산>에는 이렇게 코믹스 단편에 준하는 스토리가 담겨있습니다.

 





# 어쩔 수 없는 마이애미의 그림자

<쿠산>을 직접 플레이하면 <핫라인 마이애미>의 향기를 짙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픽셀 아트, 탑뷰, 룸 소탕, 수인(핫라인 쪽은 가면이 맞습니다만), 포인트 수집, 피 튀기는 연출,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등의 요소는 확실하게 <쿠산>이 <핫라인 마이애미>의 오마주로부터 출발한 게임이라는 인상을 받게 합니다.

게임은 선형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세 가지 페이즈로 구성돼 있는데 위의 컷씬을 보고, 주인공의 차고에서 장비 세팅을 한 뒤에, 스테이지를 플레이하게 됩니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새로운 미니언과 기믹이 나와 긴장감이 올라갑니다. 각 챕터의 끝에는 보스전이 배치됐기 때문에 일반 전투보다 더 어려운 반복 학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데모 버전에서 확인한 무기는 단 3가지로 간단했습니다. 근거리 대응을 위한 펀치, 중거리에서 발사하며 자동 조준이 되는 단검, 최대 4발 격발 가능한 권총, 이렇게 세 가지였습니다. <핫라인 마이애미>처럼 몽둥이로 두들겨 패고 추가 포인트를 위해 눕힌 적을 한 번 더 때리는 요소는 없었습니다. 데모에서는 무기의 강화 요소가 도입되지 않았는데, 어떤 변화를 줄지 볼 만한 것 같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완성판이 아니기 때문에 게임 디자인적으로 <쿠산>이 "표절이다"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분명 <쿠산>은 <핫라인 마이애미>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지만, 무기의 수를 줄이고 강화를 넣는 등 그 안에서도 차별화를 위한 시도를 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물론 강화가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고, 가면 갈수록 전투의 플롯이 2012년의 그 게임을 답습한다면 이 게임은 "오마주 이상"이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 마치며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즐기는 모든 게임은 대부분 다른 게임들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리티가 중요한 이유는,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의 일이 '복붙'이 아니라 '창작'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쿠산>이 <핫라인 마이애미>를 훨씬 넘어서는 성과를 내리라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어찌 보면 '안전 지향'이라고도 볼 수 있는 기틀 위에서 음악과 컷씬, 전투 설계 등 부분적으로 나름의 변화를 주려고 노력한 시도는 관심 있게 볼 만합니다. 게임은 올 하반기 스팀에 얼리 억세스로 공개됩니다.

 






 

▶ 추천 포인트

1. 음악과 컷씬은 수준급, 몰입도에 많은 영향
2. 단검과 성장 요소 등 고민한 흔적 역력... 데모 기준, 장르의 재미에는 충실
3. 국산 인디게임, 번역 이슈는 걱정 안 해도 될듯

▶ 비추 포인트
1. 어쩔 수 없는 <핫라인 마이애미>의 감각
2. 데모로는 뚜렷이 알기 어려운 차별점
3. 아직은 얼리억세스 일정도, 가격도 확정되지 않은 게임

▶ 정보
장르: 탑뷰 액션
개발: 써클프롬닷
가격: 미정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PC(스팀, 에픽스토어), 콘솔(PS, XSX, NS)

▶ 한 줄 평

아시안 느와르 <쿠산>,
과연 기억의 장벽을 넘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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