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과대학 이경민 교수와 같은 학교 인지과학연구소가 쓴 <게임하는 뇌>는 게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책이다. 인지과학, 심리학, 의학, 게임공학의 측면에서 복합적으로 진행한 연구를 엮은 책은 게임은 중독의 해악성이 내재된 부정적인 놀거리라는 색안경에서 벗어나 게임이 가지고 있는 또다른 가능성을 탐구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우리는 게임을 할 때 머리를 생각보다 많이 사용한다. 숨은 적을 찾거나, 갑작스러운 공격을 마주하거나, 전략을 짤 때 우리의 뇌는 쉬지 않고 기능한다.
연구진은 "과도하거나 편향된 게임 이용(중략) 않는다면, 게임은 평소에 쓰지 않던 신경 세포의 연결을 재미있는 방식을 활성화"해준다고 설명한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게임을 즐기면 뇌 속의 시냅스가 많아져서 뇌의 연결성이 높아지고, 이를 통해 사용자의 전반적인 신경 효율성이 올라갈 수 있다.
따라서 게임은 인지증(책에서는 '치매'로 기술한다. '치매'는 어리석을 치에 어리석을 매가 더해진 단어로 부정적 의미가 담겨있다. 보건복지부는 치매의 대체어로 인지증을 권고한 바 있다. 옆나라 일본에서도 '치매'는 공식적인 개념어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의 예방과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고령화 시대에 게임은 젊은 인지 능력 유지 아이템으로 많은 이점을 가져다줄 수 있다. 이미 그레이 게이머의 등장은 하나의 트렌드로 떠올랐다.
핀란드 연구진은 게임이 인지 재활 효과를 제공함을 밝혀냈고, 이스라엘에서도 뇌졸중 환자들이 게임을 통해 신체 움직임이 개선됐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책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한국의 국립재활원에서도 뇌병변 장애인과 부모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 중이다.
국립재활원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
게임과 폭력성에 대해서도 연구진은 탁월한 답변을 내놓는다. 바로 "현실에서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문제는 폭력적인 게임을 하는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기보다 스트레스의 역치와 관련된 개인의 성향과 더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게이머들은 게임 안에서 '도움'을 통해 서로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성향이 발견된다. 또다른 신간 <
모럴 컴뱃>에서도 위트 있는 문체로 이 문제에 관해 알아볼 수 있다.
이경민 교수와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 연구원들은 게임의 개발 방향과 올바른 이용법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및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게임과 가상 공간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세대와 문화를 아우르는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의 명저 <생각의 지도>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분석, 서술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도록 모색한다. <게임하는 뇌>가 게임하지 않는 이들로 하여금 게이머들이 '인지과학적으로' 폐인이나 예비 범죄자가 아니라, 몰입감있고 유용한 취미를 즐기는 이들이라는 '사실'을 알려줄 '지도'가 되기를 희망한다.
놀이와 학업을 이분법적으로 대치시키는 방식은 중요한 핵심을 놓치게 한다. 인간은 노동하는 인간인 호모 파베르(Homo Faber)로서 놀이를 배격하고, 이를 통해 지혜로운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를 선취하기를 즐겼다. 그러나 인류를 발전시킨 것은 일상 속에서 적절히 어우러져 통합된 놀이와 학습이라는 점을 이제 상기할 필요가 있다. (p.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