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5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1인 개발자 '크레이지그래니'가 만든 공포 어드벤처 <야자>는 독특한 이력의 게임입니다. 게임은 스마일게이트의 게임 플랫폼 '스토브'에서 단독 서비스 중인데, 게임을 만든 '1인 개발자'는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의 정현주 부책임입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자신의 프로토타입을 현실화한 것이죠.
정 부책임은 고등학생 때의 '야간자율학습' 경험을 바탕으로 공포 게임 <야자>를 기획했고, 사내 프로그램을 통해서 현실이 됐습니다. 정 부책임은 이른바 '알만툴'로 <야자>를 개발해 세상에 내놓았고, 이것이 정식 출시까지 이어진 건데요. 정 부책임은 "야자와 학교라는 친숙한 환경 속에서 기괴함과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게임이니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즐겨 주시기를 바란다"라는 소감을 전한 적 있습니다.
<야자>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야자를 하던 중 잠에서 깨어난 주인공 정현주(흥미롭게도 개발자와 이름이 같습니다)는 공부하던 학우들이 전부 사라진 것을 발견합니다. 홀로 집에 가던 중 선혈이 낭자한 교실의 모습을 발견한 정현주. 정체불명의 사고가 학교에 퍼진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문은 꽁꽁 잠겨있고, 그곳을 나가려면 단서를 얻어 주어진 퍼즐들을 풀어야 합니다. 주인공 현주에게 시간은 없습니다. 괴이하게 생긴 괴물들이 그녀를 '하나가 되자'라며 잡아먹으러 오기 때문입니다. 추격과 탈출 과정에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지만, 과연 이들이 미스테리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야자>는 퍼즐을 풀고, 열쇠를 얻어, 다음 방으로 나간다는, 방탈출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 퍼즐의 수준은 점차 음표를 해독하거나, 점자를 풀거나, 수학 지문을 연상케 하는 복잡한 지문을 독해하는 수준까지 올라갑니다. 그렇지만 이 게임에는 주인공의 독백을 제외하고는 추가적인 힌트라던가 어시스턴트 모드가 전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야자>는 플레이 중 미스터리한 연출이 문제해결의 난감함으로 뚝뚝 끊기고는 합니다. 이런 와중에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를 열 때 상호작용은 인벤토리에 직접 들어가서 해결하는 '옛날 방식'입니다. 또 괴물에게 잡아먹히면 '게임 오버' 메시지가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므로 구간마다 저장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므로 <야자>는 대단히 어려운 공포 퍼즐이라고 부를 만한데, 빠르게 쫓아오는 괴물을 퇴치하려면 교실마다 위치한 창고에 들어가 몸을 숨겨야 합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창고에 청소도구가 가득 적재되어있어 피신할 수 없으며, 복도에는 일종의 지뢰가 놓여있어 어려움을 더합니다. 그래서 죽고 나기를 반복하면서 동선을 외우는 수준의 플레이가 요구됩니다. 이것도 퍼즐이라면 퍼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야자>는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 한국 청소년들의 어두운 모습을 비추고 있습니다. 게임 중간 중간에 입시를 위해 더 많은 공부를 요구받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스케치처럼 등장하는데, 기자 또한 그런 잔인한 학업 프로그램을 겪었던 입장으로서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게임이 빌드업을 통해서 TV프로그램 <대탈출>의 태양여고처럼 변신하는데, 여기서부터 뭔가 벙찌게 됩니다. 다른 배경에서 설정의 스트레스가 급격하게 늘어난 와중에, 후반부라고 퍼즐의 난이도 또한 올라가기 때문에 몰입도가 떨어집니다. 모쪼록 게임을 해보실 분들을 위해서 구체적인 언급은 삼가겠습니다.
정리하자면 <야자>는 한국의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호러 어드벤처 게임으로 어려운 퍼즐과 '거대한 음모'가 숨어있습니다. 오직 스마일게이트 스토브에서만 만날 수 있고, '쯔꾸르' 특유의 아기자기한 룩앤필 속에서 연출된 기괴한 모습들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 추천 포인트
1. 든든한 분량, 오래 놀기엔 좋다
2. 학원공포물 좋아한다면 추천
3. '쯔꾸르' 특유의 감성
▶ 비추 포인트
1. 힌트가 없어도 너무 없다
2. 갑자기 깊어지는 이야기에 당황
3. 알만툴의 한계로 부족한 연출
▶ 정보
장르: 공포 퍼즐 어드벤처
가격: 13,000원
한국어 지원: O
플랫폼: PC(스토브)
▶ 한 줄 평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