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디서부터 이 게임이 좋다고 해야 할까? 우선 정보부터 살펴보자.
<데이브 더 다이버>(이하 데이브)는 24,000원짜리 풀 프라이스 게임이다. 10월 27일 미리 해보기(얼리 억세스)를 시작했는데, 대단히 잘 나가고 있다. 11월 11일 대한민국에서 제일 인기 있는 스팀 게임은 <데이브>다. 현재 게임에는 2,100건이 넘는 평가가 달렸는데, 97%의 긍정 평가를 받으며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상황이다.
<데이브>는 한 번 '접혔던' 게임이다. 시계를 4년 앞으로 돌려보자. 2018년 11월 지스타에서 넥슨은 <데이브>를 시연했다. 당시 <데이브>는 네오플 산하 스튜디오 42가 만든 모바일게임으로 소개됐다. 내셔널지오그래픽과의 협업을 통해서 만들던 프로젝트로, 전 세계의 바다를 모험하며 해양 생태와 고대 문명한 관한 연구를 진행하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2019년 8월경 <데이브>는 스튜디오의 해산으로 개발이 중단됐고, 이후 넥슨 신규개발본부가 진용을 갖추면서 PC·콘솔게임으로 부활했다. 게임은 10월 스팀에서 얼리 억세스로 출시되었고, 오는 지스타에서는 닌텐도 스위치 버전이 시연된다. 넥슨코리아 이정헌 대표는 "스위치로 하는 <데이브> 손맛이 좋다"라고 지스타에 출품되는 <데이브>를 소개했다.
무기상 출신의 사업가 코브라는 여행 중 잠수할 때 생태와 지형이 바뀌는 불가사의한 거대 블루홀을 발견한다. 이곳에서 초밥집을 열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코브라는 다이버 데이브를 설득해 그를 블루홀로 불러낸다.
거절을 못 하는 성격의 데이브는 블루홀을 탐험하며 물고기를 잡는다. 그러면서도 여러 게임 속 주인공이 그렇듯 여러 의뢰를 수행한다. 그중에는 위기에 처한 돌고래나 새끼 혹등고래를 구출하는 것도 있고, 아무도 그 존재를 모르던 어인족 문명에 대한 탐사도 있다. 과거 모바일 버전에서 물고기를 잡을 수 없이 사진만 촬영하던 데이브는 이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거침없이 작살을 던져 물고기를 잡는다.
바다를 종횡무진하는 데이브의 활약에 NPC들은 섭섭하지 않게 보답하는 편이다. NPC들은 데이브를 위해 경작을 위한 밭과 물고기 번식을 위한 양식장을 내어주고, <용과 같이 제로>의 캐스트처럼 스시집에서 일하겠다 나서기도 하며, 스펙 업그레이드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을 제공하거나, 무기의 업그레이드를 지원한다.
<데이브>는 얼리 억세스라고는 믿기 어려운 수준의 볼륨을 자랑한다. 물속에서 작살 낚시만 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게임은 진행도에 따라 종횡으로 그 동심원을 키워나간다. 게임이 오타게 리듬게임의 영역까지 접근할 때는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까지 보여줄 작정인가?" 싶었다. 그런데도 <용과 같이 제로>처럼 어드벤처와 타이쿤, 액션, 그리고 미니게임이 서로 크게 거슬리지 않게 맞물린다. <데이브>는 월드를 구축하지 않고도 <용과 같이 제로>에서처럼 즐길 거리가 많은 게임이다.
개인적으로 <데이브>의 콘텐츠 구성과 레벨 디자인은 근래 경험한 신작 중 단연 으뜸이라고 부르고 싶다.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주인공 데이브는 점점 바빠진다. 그렇다고 해도 부담이 가는 정도가 아니라 플레이타임이 축적되었으니 '이것도 해보라'며 시스템적으로 권하는 수준이다. 불쾌하지 않게 한 스푼씩 콘텐츠가 더해진다.
기존 소개를 읽어봤을 때 <데이브>는 낮에는 바다를 탐사하고, 밤에는 초밥집을 경영하는 것 정도의 게임으로 다가왔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밤에도 잠수를 할 수 있고, 낮과 밤 사이에도 경작지에 들어가 잡초를 뽑거나 도감을 체크하거나, 게임 내 SNS에 들어가 보는 등 소소하게 할 거리가 대단히 많았다. <역전재판>이 생각나는 과거 회상이라든지, 여러 게임에 대한 패러디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얼리 억세스 버전 기준, 후반부 특정 공간에서 "이리 가서 저거 가져오라"는 다소 고답적인 반복성 콘텐츠가 등장하긴 한다. 몇몇 게이머들은 이런 반복 콘텐츠를 두고 '노가다'라고 평하기도 하는데, 기자도 그 부분에서 귀찮게 다가오기는 했다. 그 부분이 볼륨 키우기를 위한 억지 같으면서도,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면서 어드벤처-초밥집 타이쿤의 굴레에 익숙해진 플레이어에게 잠시 환기의 시간을 주는 기획으로 이해할 만했다.
이 게임의 정가는 24,000원이다. 게다가 스팀 입점 게임의 특성상 수시로 할인 이벤트를 진행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기자는 <데이브>를 근래 나온 게임 중에는 드물게 가성비와 가심비를 두루 챙긴 수작으로 평한다.
사실 <데이브>의 개발 소식을 들었을 때, 픽셀 아트 디자인은 기본 이상을 해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왜냐면 핵심 개발진의 전작이 <이블팩토리>였기 때문이다. 잠시 설명하자면 <이블팩토리>는 고전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모바일 액션게임으로 2017년 출시되어 좋은 평가를 받은 적 있다. 넥슨은 이 게임에서 레트로풍 픽셀 아트를 보여주었다.
이번 <데이브>에서도 훌륭한 픽셀 아트를 여실하게 만나볼 수 있다. 이번에는 게임을 기동하는 디바이스의 화면이 더 커졌고, 종적으로 깊어지고 횡적으로 넓어졌기 때문에 2D 도트와 3D 그래픽이 두루 쓰인 점이 흥미로웠다. 캐릭터와 각종 해양 생물은 픽셀 아트로 만들어 생략 속에서 오는 감성을 잘 캐치했으며, 블루홀의 배경은 3D로 배치해 몰입감을 높였다.
이 조화 속에서 <데이브>는 시각적으로 '다른 공간에 진입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제공한다. 입수 전에는 트로피컬한 음악이 나오다가, 바다에 처음 들어갔을 땐 신비한 음악이 나오고, 심해로 깊어질수록 으스스함이 느껴지는 배경음악 설정도 단연 훌륭하다. <데이브>에서는 스마트폰으로 각종 편의기능을 쓸 수 있는데 새로운 공간에 접근할 때마다 새로운 음악이 나오고, 스마트폰에서 그 곡을 다시 들을 수 있다.
미리 체험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데이브>는 전반적으로 유쾌한 톤을 지닌 게임이다. 새로운 요리를 개발할 때 주방장 반쵸가 심혈을 기울이는 컷씬이나, 무기를 업그레이드할 때 전장에 나가듯 비장한 더프의 컷씬은 볼 때마다 웃음이 나온다. 초밥집에는 다양한 인간군상이 찾아오는데 모두 각기 다른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타 게임이나 다른 미디어에 대한 패러디는 여기서 직접 설명하는 것보다는 직접 만나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데이브>는 되도록 선을 지키려는 게임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유머러스한 연출은 종종 그 코드에 비하의 의도가 있다는 비판을 수반한다. 이를테면 대왕오징어가 피규어를 가져가자 분노하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물건을 가져오라 강요하는 더프는 미디어가 '오타쿠'를 묘사할 때 그리는 전형과 일치한다. 그러나 같은 게임 안에서 '스트라 스텔라'(어셋은 M.O.E의 그것이다)를 위한 오타게 미니게임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문제적 이미지를 차용했으되, 서브컬처를 존중하려는 태도를 보여준다.
환경단체에 대한 묘사도 그렇다. <데이브>에는 '씨블루'라는 이름의 환경단체가 출연하는데, 환경을 보호하겠다며 주인공을 위협하며 바다 생태계를 파괴하고, 거대 기업의 대규모 조업 활동은 언급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데이브의 대사로 직접 전달된다. 이런 연출이 환경 보호 자체에 대한 조롱으로 여겨지지 않게끔, 데이브는 생업과 연구의 목적에서 바다생물을 잡으면서 그물에 갇힌 돌고래를 구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바로 이 점에서 새끼 혹등고래를 구하겠다고 상어나 꼬치고기는 거침없이 라이플로 저격하고 그 고기가 인벤토리에 들어가는 연출은 재고할 만하다.
얼리 억세스 버전 <데이브>에 아쉬운 점이 아주 없는 것이 아니다.
<데이브>는 대사량이 상당히 많은 게임인데 이미 봤던 대사를 다시 볼 수 있는 기능이 없어서 놓쳐버린 재밌는 대사를 다시 만날 수 없다. 게임의 세계 구현에 공을 들였다면, 게임 속 매력적인 컷씬과 이미지를 모아놓은 갤러리를 만들어주는 게 어떨까 싶다. <포켓몬스터>를 패러디한 듯한 도감 요소는 재미있었지만 '키다리게' 같은 몇몇 생물은 3성을 획득할 수 없게 되어있다.
게임 중 소소한 버그도 있었는데, 어인족 촌장의 딸을 구하는 과정에서 '산호죽'이라는 요리를 만드는 퀘스트가 있었는데 재료를 다 모은 상태로 기자의 플레이 미숙으로 바다를 탈출할 수 없게 되었고, 메뉴의 탈출하기를 눌러서 살아남았다. 이때 데이브는 파밍한 아이템을 전부 잃어버리게 되는데 시스템상으로는 산호죽 만들기를 위한 재료를 모두 모은 것으로 잘못 나와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아직은 미완성이라는 점에서 개선을 기대해봄 직하다. 무엇보다 <데이브>는 작살낚시의 기본부터 시작해, 흐름에 따라 레벨 업과 볼륨 업의 재미가 추가되는 게임이기 때문에 구매한 뒤 플레이할 가치가 충분하다. '바다 속에서 작살 던져서 물고기 잡는 게임'의 기본은 물론 시청각적인 재미까지 충분하기 때문에 '압도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기자는 게임에서 해볼 만한 콘텐츠는 거의 다 해본 듯하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숨 참고 러브 데이브' 하는 수밖에, 정식 버전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오는 지스타에서 공개될 닌텐도 스위치 버전을 체험하며 특별한 '손맛'을 만나보는 일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