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데브시스터즈가 얼리엑세스를 앞둔 신작 <데드사이드클럽>의 미디어 프리뷰를 진행했다. <데드사이드클럽>은 거대한 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곱 카르텔의 암투를 그린 F2P 사이드뷰(횡스크롤) 슈팅 게임이다. 스팀에서 곧 얼리엑세스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데드사이드클럽>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데브시스터즈를 현재의 자리에 있게 한 <쿠키런> IP와는 장르와 분위기 면에서 닮은 구석이 거의 없는 실사 아트 스타일 액션 게임이란 점에서 그렇다.
더 나아가 국내 메이저 게임사 타이틀 중 보기 드문 융합 장르란 사실도 이목이 쏠리는 지점이다. <데드사이드클럽>은 사이드뷰 시점에 멀티플레이 슈터 장르를 접목한 시스템이 특징적이다. ‘에임실력이나 멀미 때문에 3D 슈팅 게임에 다소 어려움을 겪는 유저들이 그 특유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목표 중 하나다.
<데드사이드클럽>은 실제로 사이드뷰 장르의 높은 접근성과 멀티플레이 슈팅의 긴장감 있는 게임플레이를 잘 조합해내고 있을까? 얼리엑세스 버전 프리뷰를 통해 체감한 주요 특징을 함께 알아보자.
<데드사이드클럽>은 처음엔 배틀로얄 모드를 중심으로 기획되었지만, 테스터들의 요청에 따라 현재는 두 개 모드가 추가됐다.
기본 모드인 ‘배틀로얄’을 먼저 살펴보면, 여러 칸(방)으로 이뤄진 고층 빌딩을 무대로 경기가 펼쳐진다. 시간 흐름에 따라 빌딩 가장자리의 방들부터 독성 가스가 들어차면서 안전지대가 점차 좁혀진다. 그 안에서 다양한 총기 및 아이템을 파밍, 경쟁자들을 무찌른 뒤 최종 우승팀이 되는 게 목표다. 3인 1팀으로 플레이하며, 솔로 모드도 준비 중이다.
‘점령전’ 모드에서는 5명씩으로 구성된 두 팀이 거점을 두고 대결한다. 배틀로얄 모드에 비해 훨씬 좁아진 전장에 A, B, C 총 3개의 거점이 배치되어 있다. 거점을 적보다 더 많이 점령한 채 유지하면 승점을 쌓을 수 있으며, 승점 100%를 먼저 달성한 팀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세 번째는 ‘호드’ 모드다. 3인 1팀이 되어 웨이브마다 몰려오는 괴생명체들을 무찔러 최대한 오래 살아남으면 된다. 웨이브가 더해질수록 적의 숫자가 늘어나고, 종류도 다양해진다. 유저들은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주무기, 보조무기, 폭발물 중 하나를 무작위로 지급받거나, 기존 무기를 강화할 수 있다.
각 모드의 기본 룰에서는 기존 3D 슈팅 게임들 대비 특별한 지점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게임 월드가 문자 그대로 ‘한 차원’ 다른 만큼 실제 플레이에서는 차별성을 많이 느낄 수 있다. 특히 핵심 모드인 배틀로얄에서 기존 3D 슈팅들과 비교해 한층 압축적인 <데드사이드클럽>만의 게임성이 잘 확인된다.
배틀로얄은 ▲낙하(배치) ▲파밍 ▲조우 ▲교전의 순서로 플레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조금 더 밀도 높은 경험을 선호하는 유저들은 인기 낙하지점에 내려 즉시 전투를 벌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상대적으로 흥미가 떨어지는 이동과 파밍 과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싶은 심리에 의한 것이다.
반면 <데드사이드클럽>의 경우 초기 드롭 지점과 크게 상관 없이 짧은 시간 내에 다양한 게임플레이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3차원 맵에 비해 공간축이 하나 적은 만큼 절대적 이동 거리가 현저히 짧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자연스러운 현상.
여기에 더해 그래플링 훅(밧줄 총)과 더블 점프 등 수직적 이동 수단, 그리고 플랫포머 스타일의 맵 구조는 평범한 이동 과정을 좀 더 ‘즐길 만한 것’으로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또한 디테일한 실사 그래픽은 잘 꾸며진 디오라마 사이를 누비는 듯한 즐거움을 추가해주면서 맵 탐험의 재미를 조금 더 심화한다.
괴생명체를 사냥하는 PvE 요소, 고급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보급 시스템 및 기본 물자를 얻는 자판기 시스템 등은 콘텐츠 다양성을 더하는 동시에 빠른 교전 발생을 유도한다. 이들은 모두 주요한 파밍 지점인 한편, 그 위치가 맵상에 명확히 표시되기 때문에 해당 장소를 중심으로 적을 마주칠 확률이 크게 상승하는 원리다.
스피디한 게임 템포로 다양한 상황을 마주하도록 유도한 디자인은 흥미롭다. 하지만 슈팅 장르의 재미를 판가름하는 진짜 관건은 적과 총을 맞대는 전투 시스템이다.
사이드뷰 슈팅은 3D 슈팅과 비교해 조작 측면에서의 접근성은 뛰어나지만, 그 대가로 전투 콘텐츠가 단조로워질 수 있을 듯하다. 어쨌든 슈팅 게임의 기본 구성 요소인 사격, 이동, 엄폐 등을 2D 환경하에서 3D와 유사한 밀도로 구현하기란 어렵다.
PvP 슈팅 장르를 즐겨 플레이하는 한 명의 유저로서 <데드사이드클럽>의 전투에 큰 기대를 품지 못했던 것 또한 이런 기본적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데드사이드클럽>은 차원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몇 가지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선입견을 보기 좋게 격파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공통 지급 장비인 ‘그래플링 훅’(밧줄 총)과 ‘실드’다. 먼저 우클릭으로 발사하는 그래플링 훅의 경우 사정거리 내 모든 천장과 벽면에 제약 없이 사용, 캐릭터를 상하좌우로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다.
이를 이용해 불시에 적의 뒤를 공략하거나, 전투에 합류하거나, 불리한 상황에서 도망가는 등의 다양한 기동이 모두 가능하다. 즉 기존 슈팅과 그 양상이 조금 다를 뿐, 위치 이동을 통해 우위를 점하는 전략적 요소는 똑같이 구현한 셈이다.
한편, ‘실드’는 시프트 키를 눌러 전개하는 전신 방패다. 실드가 도입된 것은 아마도 게임의 기본 맵 구조 때문으로 보인다. <데드사이드클럽>은 속도감 높은 2D PvP답게 플랫폼과 벽면을 제외하면 이동을 가로막을 만한 오브젝트가 많지 않으며, 따라서 엄폐에도 제약이 따른다.
이때 즉시 펼쳐 몸을 숨길 수 있는 실드는 다소 아쉬울 뻔했던 엄폐 요소를 충실히 보완해준다. 신속한 엄폐/해제로 상대에게서 공방의 호흡을 빼앗는 슈터 장르 전투 특유의 긴박함을 구현하고 있다.
그래플링 훅과 실드는 이렇듯 두 장르의 재미를 교합하는 아교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역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데드사이드클럽>의 전투에 고유한 심리전 요소를 더해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래플링 훅을 적에게 직접 맞추거나, 실드로 적 그래플링 훅을 막아낸 경우, 그리고 ‘실드 돌진’으로 적에 부딪힐 경우 상대는 상당한 시간 동안 경직(행동불능) 상태에 빠진다. 경직된 적에게는 반격 위험 없이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부을 수 있기 때문에, 전투에서의 승리는 물론 전체 경기에서의 자원/체력 관리에도 큰 이점을 가져다 준다.
따라서 대치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서로 경직을 노리는 상황은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이런 ‘훅 심리전’은 흡사 대전 격투와 같은 긴장감도 함께 주는데, 이는 장비 사용 동작 앞뒤로 일정 시간의 ‘딜레이’가 적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선 딜레이’를 통해 상대 동작을 읽거나 ‘후딜레이’를 노려 역공하는 등의 찰나적 수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 여기에 더해 구르기, 이단 점프 등의 회피기까지 마련되어 있어 ‘격투 게임 감성’은 한층 더 심화한다.
물론 모든 유저가 모든 전투에서 이런 고급 전략을 능란하게 펼치는 건 아니다. 이번 테스트에서도-기자를 포함-숙련되지 않은 참여자가 많아 ‘주먹구구’ 식 전투가 벌어지는 경우가 훨씬 흔했다. (이런 현상은 좁은 맵에서 많은 인원이 맞붙는 ‘점령전’ 모드에서 조금 더 자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비숙련자끼리의 전투에서도 직관적이고 심플한 전략 요소들, 이를테면 도주, 협공, 포위, 회피기동 등이 난무하는 ‘막싸움’의 재미는 여전하다. 간결한 조작체계 덕분에 특별히 고수가 아니어도 이 정도의 움직임은 누구나 구사할 수 있는 덕분이다. 더 나아가 TTK(캐릭터 사망까지의 평균 시간) 또한 적절해 사망 전 무엇이든 시도해볼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는 점 또한 플러스 요소.
이렇듯 실력과 무관하게 화려하고 긴박한 슈팅을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제작진이 말한 '접근성 높은 슈팅'이라는 지향점에 들어맞는다. 한 라운드의 길이가 짧아 재도전의 부담이 적다는 사실도 이런 부분적 캐주얼함과 잘 어울린다.
한편, 게임의 깔끔한 비주얼과 퍼포먼스 또한 전투의 접근성에 기여하는 요소다. 다양한 액션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와중에도 피아의 구분과 피격 여부의 표현이 명확하고 퍼포먼스가 일정하기 때문에 전황 파악이 어렵지 않아 각자 능동적 전투를 벌이기에 좋다.
제작진은 <데드사이드클럽>의 아트 스타일을 결정할 때 밀리터리 테마를 피하고, 게임 세계관에 어울리는 펑키함을 추구했다고 밝혔다. 실제 얼리억세스 버전에도 이미 개성 강한 외형 아이템과 은신처 꾸미기 아이템이 게임에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이를 통해 폭넓은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감한 아트 디렉션을 결정한 점에서는 사업적 영리함도 느껴진다. 밀리터리 테마 슈팅 게임에선 초기부터 지나치게 스타일리시한 아이템을 도입할 경우 몰입갑 측면에서 유저 반발을 사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데드사이드클럽>의 경우 ‘동물옷’ 등 파격적(?) 코스메틱 아이템을 벌써 찾아볼 수 있었다.
<데드사이드클럽>이 비주얼 측면에서 리얼리티와 거리를 둘 수 있는 것은 서로 위치를 드러낸 채 '피지컬'로 난전을 벌이는 플레이 방식 덕분이기도 하다. <데드사이드클럽>의 전투는 장기적 운영과 정보전이 중시되는 <PUBG>보다는 즉각적인 상황판단과 전투 퍼포먼스가 필요한 <에이펙스 레전드>에 더 가깝다. 은신(혹은 캠핑) 전략이 유효하지 않은 이러한 게임에서, '비전술적' 복장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작진에 따르면 <데드사이드클럽>의 BM은 시즌패스(배틀패스) 및 시즌 번들 상품 판매로, 그 안에는 게임플레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코스메틱 아이템만 포함될 예정이다. 시즌 패스는 최소 100개 이상의 아이템으로 구성되며, 이를 언락하기 위한 도전과제가 다양하게 주어지기 때문에 게임플레이 동기를 부여하는 유효한 수단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단점도 있다. 가장 뚜렷하게 다가오는 아쉬움은 게임 경험의 다양성이 다소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맵을 무작위로 생성하는 ‘랜덤 맵’ 기술 덕분에 큰 틀에서의 게임플레이는 매 라운드 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본 무기의 성능/기능 차이가 확연하지 않은 편이어서 특수 무기를 파밍하지 않는 이상 전투의 기본 전개가 대동소이한 느낌을 준다는 현시점의 한계가 있다.
특히 호드 모드는 가장 많은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 콘텐츠다. 적 종류는 다양해 보이지만 맵에 활용할 수 있는 별도의 기믹이 존재하지 않고, 그 구조마저 단순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볼 여지를 많이 남기지 않는다. 다만 이에 대해 제작진은 ‘인지하고 있는 문제’라며 콘텐츠 추가를 약속했다.
몇몇 우려에도 게임의 미래를 일단 긍정적으로 점쳐보는 건 두 장르의 장점을 조합하는 기본적 기틀 마련에 성공한 듯해서다. 제작진은 '1인 배틀로얄 모드'와 인게임 상황을 유저가 직접 조절하는 '갓모드' 등 다양한 콘텐츠 추가를 예고했다.
더 나아가 유저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검토·반영하는 개발진의 자세 역시 운영 측면에서 기대를 걸게 한다. 테스트가 거듭될 때마다 게임성 개선과 확장을 보여준 지금까지의 추세를 앞으로도 유지한다면 독자적 매력에 이끌린 <데드사이드클럽>만의 팬덤을 만들어낼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