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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누구나 마음을 빼앗겨, 넌 완벽한 궁극의 아이돌!

608 팩토리, '월간 엔터테인먼트'

에 유통된 기사입니다.
신동하(그리던) 2023-05-17 18:06:16

"당신의 연습생에게 투표하세요!"

 

엠넷의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시리즈의 슬로건이다. 101명의 연습생을 모아 합숙 트레이닝을 시키고 그중 인기가 많은 11명을 데뷔시킨다는 콘셉트는 처음 공개되었을 때는 '기괴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연습생들의 '짠내'나는 합숙 생활 속에서는 이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장면들이 연출되었고 대중들은 데뷔를 위한 암투 속에서 성장과 우정 등의 가치를 보며 열광했다.

 

이 시기 <월간 아이돌>이라는 아이돌 육성 모바일 게임이 서비스를 시작한다. '자신만의 아이돌을 기획하고 운영한다'는 슬로건을 앞세우며 아이돌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일본의 서브컬쳐 영향을 받은 기존 게임과는 달리 간단한 조작과 귀여운 도트 그래픽 덕에 10대 여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그 후로 꽤 긴 시간이 지난 얼마 전, <월간 아이돌>의 개발사인 608 팩토리가 게임의 후속작을 내놓았다. 5월 12일에 정식 발매된 <월간 엔터테인먼트>가 그것이다. 개발사에 따르면 8년이란 시간이 지나며 '아이돌 문화'는 변화했고, 게임에도 그것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고. 그 면면을 살펴보았다. /디스이즈게임 신동하 기자




# "나만의 작은 연습생" 육성하기

<월간 엔터테인먼트>는 방치형 모바일 게임이다. 그렇기에 '이렇다'고 설명할 만한 큰 내용이나 시스템은 없다. 오랜 시간 사랑받은 '프린세스 메이커'처럼 여러 재화를 적절하게 분배하여 투자하면 된다. 게임에 접속하면 엔터테인먼트의 사장이 된 플레이어에게는 사업 초기 자금 5억이 지급되는데, 이 돈을 적재적소에 사용하여 연습생을 뽑아 육성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돈을 회수한다는 내용이다.

게임은 주로 '샵'과 '회사', '현장'에서 진행된다. 화면 우측 하단의 가챠 모양 아이콘을 클릭하면 샵에 접속할 수 있다. 이곳은 연습생들의 외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곳이다. 연습생을 뽑는 것도 이곳에서 진행된다.

샵에서 뽑은 연습생들은 '회사'에서 트레이닝시킨다. 처음 시작할 때는 단순한 사무 공간만이 존재하지만, 일정 수준의 돈을 투자하면 여러 연습실을 오픈할 수 있다. 더불어서 회사에 소속된 연습생들을 집중 관리 연습생과 그렇지 않은 연습생으로 나누어 관리한다. 데뷔조를 만들고 정산 계약을 치르는 과정 또한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데뷔 앨범의 제작에 들어간 이후 연습생들은 '현장'에서 여러 행사를 돈다. 정식 데뷔 전 자체 개발 예능을 찍으며 예능감을 테스트할 수도 있고, 데뷔 이후에는 콘서트를 개최하거나 팬이 충분하다면 전국 투어를 돌 수도 있다.

 

게임 속 '샵'
게임 속 '연습실'

 

 

# 변화한 '돌판'의 트렌드를 게임에 녹여내다

 

게임을 개발한 608 팩토리는 게임에 '웃픈 현실'을 반영했다. 이번 게임에서도 아이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러 현상을 둘러볼 수 있다. 그것들을 둘러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 요소다.

첫째로는 게임에는 '데뷔조'와 '유닛'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데뷔조는 이미 데뷔가 결정되었지만 음반은 발행 하기 이전의 연습생들을 말한다. '유닛'은 멤버를 한 번에 데뷔시키기 힘들다고 판단될 경우 그들 중 일부만을 먼저 데뷔시키는 것이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일종의 수습 개념이었던 '연습생'도 하나의 콘텐츠가 되기 시작했다. '돌판'의 주축인 회사와 연습생들은 환호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연습생들의 시장성을 검증하면서도 데뷔 전부터 미리 팬층을 형성할 수 있어서 좋고, 아이돌은 데뷔 이전부터 미디어에 얼굴을 비출 기회가 생겨 좋았다.

예를 들어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뉴진스의 '하니'와 '민지'는 정식 데뷔 이전 같은 소속사 선배 그룹인 BTS의 "Permission to dance"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여 카메라에 먼저 얼굴을 비추었다. 

최근에는 팬들이 직접 참여해서 유닛을 만드는 24인조 다국적 걸그룹도 등장했다. 'tripleS'가 그들이다. 전용 앱에 새로운 유닛이 활동할 신곡의 도입부와 멤버 후보 연습생이 올라오면, 팬들이 NFT로 발행된 포토카드로 곡에 어울리는 연습생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BTS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데뷔조' 시절 '하니'와 '민지' (출처: Youtube)

둘째로, K-pop 남자 아이돌의 육성을 목표로 하던 전작과는 달리 분야와 장르가 세분되었다. 플레이어는 멤버들의 특성에 따라 'K-pop'은 물론이고 '밴드', '트로트', '싱어송라이터' 등의 장르의 곡을 발표할 수 있다. 가챠를 통해 뽑은 남성 연습생들도 '성전환' 과정을 거치고 여자 아이돌로 데뷔시킬 수 있다. 이는 K-pop 장르의 몇몇 그룹이 시장을 휩쓸던 과거와 달리 변화한 문화를 반영한 것이다.

아이돌 팬들은 현재의 '돌판'이 춘추전국 시대 같다고 말한다. 엠넷의 프로듀스 시리즈가 성공 가도를 이어가자 다른 장르들에서도 여러 비슷한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주로 싱어송라이터가 참여하는 '싱어게인', 밴드를 대상으로 한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 트로트를 다룬 '미스터 트롯 2' 등이 전파를 탔다.

이들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기존의 아이돌 팬덤 문화를 흡수했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가 아이돌 연습생이 되기도 하고, 아이돌 연습생이 아이돌을 포기하고 다른 장르로 데뷔하는 일도 흔해졌다.

 

<미스터 트롯 2> 방송 화면 (출처: TV 조선)

 

 

#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이야기들

 

그렇다면, 게임의 콘텐츠는 단순히 '완벽한 아이돌'을 데뷔시키는 것이 전부일까? 그렇지 않다. 게임에는 아이돌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어두운 면들도 함께 나타난다. 게임은 이를 잘 표현하기 위해 '사기'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획사가 연습생을 아이돌로 만들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도 기업인 만큼 때때로는 한없이 잔인해진다. 게임에서 캐릭터들은 각자의 매력에 따라 등급을 받게 된다. 플레이어는 이 등급에 따라 연습생 캐릭터들을 '집중 관리 연습생'과 그렇지 않은 연습생으로 나눈다. '집중 관리 연습생'에게만 회사에 출근하고 트레이닝 받을 기회가 주어진다.

이후 데뷔가 결정된 캐릭터들과 데뷔 계약을 맺는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캐릭터들과 정산 비율을 두고 협의를 거친다. 2:8이나 1:9 등의 '노예 계약'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캐릭터들이 '사장님 이 정도이실 줄은 몰랐네요..', '설마설마했는데 설마가 사람 잡네요..'라고 말하며 사기가 떨어지지만, 데뷔가 간절하기에 멤버 중 대다수가 팀에 남는다.

그렇다고 해서 데뷔한 연습생들 앞에 탄탄대로만이 기다리는 것도 아니다. 다른 게임과 마찬가지로 캐릭터들은 강화나 미션에 실패하기도 한다. 방송에서 '악마의 편집'을 당하거나 무대에서 실수하게 되면 대중들의 야유를 받는다. 이럴 경우에도 그룹의 사기가 떨어져 수익이 줄어든다.

이들을 두고 플레이어는 세 가지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 캐릭터들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믿어보거나, 그냥 방치하거나, 혹은 해체 후 재조립하여 재기를 노리거나. 마지막 경우의 수를 선택한다면, 플레이어는 해체 그룹의 멤버 중 다시 한번 연습생 생활을 거칠 멤버를 고를 수 있다. 이때 선택을 받은 캐릭터들은 '이상하다... 방금까진... 아티스트였는데...?'라고 말하며 다시 연습생으로 돌아간다. 선택받지 못한 캐릭터들은 '회사가 망하길 기도할게요.'라고 말하며 게임에서 영원히 사라진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한쪽 구석이 계속 씁쓸했다. 한 보도에 따르면, 아이돌의 평균 데뷔 나이는 17세다. 연습생들에 관한 자료는 없어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그보다 더 어릴 것이다. 이들이 치러낼 '연습생 생활'은 그들이 홀로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무겁다.

한창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녀야 할 나이의 아이들은 꿈의 무대를 위해 회사에 출근한다. 모든 추억을 포기한 채 그곳에서 정규 교과 대신에 보컬, 랩, 댄스를 배운다. 그러나 데뷔가 무산될 경우 돈도 명예도 얻지 못하고 그대로 빚더미에 앉게 된다. 아마도 가장 큰 문제는 이른 나이에 실패했다는 패배감일 것이다. 가볍고 귀여운 외형과는 달리 많은 생각이 드는 게임이었다.

부당한 계약을 체결한 경우
해체 후 연습생으로 돌아간 경우
해체 후 퇴출당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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